한반도 공화국 리포트 - 미중 경쟁시대에서의 생존전략
김경종 지음 / 밥북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제목으로 이끄는 내용이 끝날 때마다 <생각해야할 과제>가 3문항씩 나온다. 일반적인 물음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기 때문에 평소 자주 들었던 의문들을 상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된다. 한편으로는 읽은 책의 쪽수가 늘어날수록 의문들도 답을 찾지 못한 채 쌓여만 가는 답답한 심정이 없지 않아 있다. 누군가 귀에 쏙쏙 들어오고 거부감 없이 납득되는 정답을 알려줬으면 하는 마음은 늘 있지만 당분간 그건 일단 내 과제로 남겨둘 일이다.

 

제목 그대로 충실한 ‘리포트’ 형식과 내용의 책이다. 한반도 공화국의 현실이 더욱 무게감과 현실감을 가지고 다가온다. 언론사의 심층취재글보다 더 긴 글이니 호흡도 길고 느리게 한반도 정세에 대해 곱씹으며 천천히 생각해보게 한다. 거의 매일 뉴스를 접하며 대한민국의 외교 노력과 당장 바로 앞의 미래가 어찌되는 건지 마음을 졸인 시간이 꽤 오래된 듯하다. 미국은 동맹이라기보다는 수금에 관심을 올인한 듯 보이고, 일본의 경제보복은 진행 중이고, 중국과는 틀어진 외교가 정상화 단계에 이르렀는지 확실하지 않다. 다행히 그 와중에 가시적인 피해가 눈에 띄지 않아 당분간은 안심이지만, 앞으로의 변동 상황에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을 듯하다.

 

저자 역시 한반도의 ‘생존전략’에 대한 물음을 진지하게 전개해나가며 한반도의 미래를 위한 수많은 과제들을 짚어간다. 저자의 목표는 한반도의 평화통일에 이르는 것인데, 이를 위해 제안하는 방법은 활발한 토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크게 5가지 방향을 제시하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1) 남북대화와 북·미대화가 유지되는 지금이 새 길을 찾는 최적의 시기,

2)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선택하는 ‘자주독립국가’,

3) 한반도에서의 전쟁방지와 평화유지,

4) 남과 북이 합의한 평화통일,

5)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주변 강대국과 긴밀한 관계 유지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 전문가이자 산업정책을 다룬 관료로서 자신의 경험과 지식, 정보를 아낌없이 제공하고 있으며, 독자이자 시민들이 우리들이 스스로의 사고를 통하여 우리나라가 나아갈 최선의 길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찾고, 그럴 때 한반도 공화국이라는 소망이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다. 이 때 저자가 특히 기대하는 주역들은 “머지않아 이 나라의 주역이 될 현재의 20대, 30대, 40대”이며, 이들이 이 책을 읽고, 사색하고, 행동하기를 바란다. 연습과 리허설이 없는 인생을 살아가야하는 우리들이, 자신의 미래만이 아니라 긴밀하게 연동된 한반도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녀 ‘한 번도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주인이자 주역으로서 당당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본문 이외에도 스토리텔링과 언제 읽어도 깊은 감동과 여전히 유효한 가르침을 주는 백범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이 별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도 오랜만에 다시 그 문장들을 필사하듯 천천히 읽으며 당시의 시대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먼 미래를 정확히 상상하며 전하는 김구 선생의 말씀에 다시 한 번 감탄하고 더 깊이 배울 수 있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히 아니한다. 중략.

​오직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중략.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중략.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다.

​나는 우리나아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중략.

​우리의 적이 우리를 누르고 있을 때는 미워하고 분해하는 살별, 투쟁의 정진을 길렀었거니와 적은 이미 물러갔으니 우리는 증오의 투쟁을 버리고 화합의 건설을 일삼을 때다. 집안이 불화하면 망하고 나라 안이 갈려서 싸우면 망한다. 동포 간의 증오와 투쟁은 망조다. 중략.

​최고 문화로 인류의 모범이 되기를 사명으로 삼는 우리 민족의 각 원은 이기적 개인주의자여서는 안 된다. 우리는 개인의 자유를 극도록 주장하되 그것은 저 짐승들과 같이 저마다 제 배를 채우기에 쓰는 자유가 아니오 제 가족을 제 이웃을 제 국민을 잘살게 하기에 쓰이는 자유다. 공원의 꽃을 꺾는 자유가 아니라, 공원의 꽃을 심는 자유다. 우리는 남의 것을 빼앗거나 남의 덕을 입으려는 사람이 아니라 가족에게 이웃에게 동포에게 주는 것으로 낙을 삼는 사람이다. 중략.

​나는 우리의 힘으로, 특히 교육의 힘으로 반드시 이 일이 이루어질 것을 믿는다. 우리나라의 젊은 남녀가 다 이 마음을 가진다면 아니 이루어지고 어찌하랴. 314-3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