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바쁜씨와 로봇 고래책빵 그림동화 9
조희양 지음, 임종목 그림 / 고래책빵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40년 손바닥으로 배터리 충전, 채소로 만든 자동차, 햇빛 먹고 자라는 초록 소 등 인상적인 생명공학 소식으로 시작하는 내용이라 아이보다 내가 더 흥미가 솟았다. 어린 시절 기대대로라면 지금쯤 자동차를 하늘을 붕붕 날아다녀야 하고 해저도 붕붕 다녀야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2040년이 그리 먼 미래는 아니지만 여전히 배터리와 자동차를 이용하고 소들이 자라는구나하고 혼자 상상해본다. 예전 인간도 광합성을 할 수 있으면 세상이 얼마나 평화로울까 하는 생각을 해봤는데, 햇빛을 먹고 자라는 초록소! 피부만 초록인지가 뜬금없이 궁금하다. 우리집 꼬맹이를 구슬려 배터리와 자동차와 초록소 그림을 그려달라고 하면 재미있겠단 궁리도 든다.

 

​​한편 2040년에도 여전히 넥타이를 매고 바삐 출근하는 직장인이 등장하고 부모의 노후가 가족과 분리되어 쓸쓸하다는 것, 그리고 ‘효’의 가치가 여전히 사회에서 논쟁이 된다는 점이 살짝 마음 아픈 모습이다. 그래서 이야기는 <바쁜 당신을 위해 대신 효도해줄 로봇이 발명>되는 전개로 나아간다.


최신형 로봇인 만큼 아버지를 잘 보살필 거라고 생각하니 이제야 자식 노릇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주인공 이름은 ‘참바쁜’이고 그 아들의 이름은 ‘참빠른’이다. 이름이 이들의 삶의 모습을 미리 들려주는 스포일러처럼 명맥하다. 어머니의 철학이 이겼다면 아이는 다른 이름을 가지고 다르게 사는 이야기가 되었겠지만, 애석하게도 아버지의 주장을 따라 아이의 이름이 정해지고 이후의 삶 또한 이름을 따라가게 된다.

 

“누구보다 동작 빠르게 움직여야 앞서갈 수 있어요. 우리가 이만큼 잘 사는 것도 내가 바쁘게 산 덕택이잖소. 남보다 좀 서둔다 하여 손해 볼 게 뭐 있소.”

 

2040년인데 심지어 아직 먹튀사기사건도 있다. 슬프다. 나는 확실히 미래란 무조건 좋은 방향으로 개선 될거란 믿음이 너무 강한 듯하다. 더구나 효도대리사업에서.

 

효도를 대신해 준다 해 놓고 계약금만 받고 달아난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자 옛날에는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라 했는데, 이제는 로봇만도 못한 사람이란 우스갯소리가 생겼다면 출연자들이 웃었습니다.

 

아버지에게 효도대리로봇을 사드렸던 참바쁜 씨는 아들에게서 효도대리로봇을 받게 된다. 이때가 아흔이니 적어도 50년은 지났을 때인데 두 세대에 걸쳐 살아가는 모습에 변화가 없어 이또한 쓸쓸하다. 작가가 그림동화 이야기 전개를 간결하고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려한 구성인데 괜히 어른인 내가 나서서 이런저런 혼자만의 지적이 많다는 생각도 든다. 아이는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빠르게 집중해서 잘만 읽고 있는데.ㅎㅎ

 

마지막 장면은 참바쁜 씨가 영원하길 바라고 또 바랐던 순간이다. 함께 하는 시간, 함께 웃는 시간. 참 마음이 아리고 쓸쓸하다. 아무래도 나이 탓이다. 어린이용 그림책이 어린이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닌 것은 다 아시는 바이겠지만, 이 책은 내가 느끼기에는 어른 독자들에게 더 큰 울림과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주제와 분위기가 있다.

책을 읽고 가만 생각해보니 가족들이 모두 모여 시간을 들여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누는 시간은 드물다. 일상을 해결해 나가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대부분 쏟아 붓는 일로도 버거운 나날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대화는 줄어들고 있지만, 한번이라도 우리가 가족으로서 함께 만들어 가고 싶은 행복이란 어떤 모습인지 어떤 내용인지, 과정과 결론이 멋지진 않더라도 시도해 보는 일은 중요한 일일 것이다.

 

...... 지금 내가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