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선생님과 몽당연필 고래책빵 그림동화 8
나태주 지음, 이도경 그림 / 고래책빵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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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



시를 외우고는 싶은데 끝까지 외울 능력이 없는 나에게는 간혹 이렇게 맘에 들면서도 외우기에 충분히 짧은 시를 선물해 주는 시인들이 정말 감사한 분들이다.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와 더불어 외울 수 있는 아름다운 시, 풀잎의 시인 나태주 시인이 동화를 들려 준다. 내용을 읽기 전에도 그 푸근함과 따뜻한 시선이 바로 느껴진다.


태풍으로 하늘이 어둡고 땅은 차가운 저녁시간, 꼬맹이들과 책을 펼쳤다.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이도경 작가의 포근포근하고 풍성한 색감의 그림들과 사람 좋은 둥글둥글 표정들을 하나씩 보고 읽자니, 기대한대로 그리고 그 이상으로 쌀쌀한 저녁 공기가 데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오래전 지도교수 중 한 분이, 가난한 어린 시절의 기억 중 자신의 보물 창고에 반짝이며 보관해 둔 기억이, 옆 집 아주머니가 공부하는데 필요한 거 사라고, 자신은 손에 들려 주신 달걀 꾸러미라고 하셨는데, 그와 비슷한 내용이 있어, 반갑고도 짠했다.


'새하얗고 따뜻한 새 달걀', 나는 한번도 손에 쥐어본적이 없어 그 온기를 모르지만 따뜻한건 달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사족이긴 하지만, 나는 새하얀 달걀이 더 좋고(제발 노란 알을 낳는 사료 좀 바꿔주세요!) '계란'보다 '달걀'이란 말이 열 배쯤은 더 예쁘게 들린다.


"사랑은 오래된 것을 잊지 않는 마음이란다.

처음 가졌던 마음이기도 하지.

그리고 작은 것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고

다른 사람을 생각해주는 따듯한 마음이기도 하단다.

그리고 말이야.

어려서 어른들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으면서 자란 사람이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다른 사람들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거란다."


그러고 보니 '몽당연필'이란 말을 들은 지 참 오래다.


어린 시절 5학년만 되어도 색색의 '샤프펜슬'에 푹 빠지는 친구들을 보면서도 고집스럽게 나무연필을 손수 깎아 필통에 채워 넣어 다니던 기억이 난다. 나무연필에서 나던 나무향이 너무나 좋고, '덜덜덜' 다소 폭력적인 자동연필깎기보다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직접 깎는 일이 더 좋았으니까.


그 버릇은 평생을 이어져 어른이 된 이후에도 지우개가 꼭대기에 달린 걸 살까, 없는 걸 살까, 정도로 밖에 취향이 변하지 않았다. 해외에 나가면서는 다른 나라의 연필들 모으는 재미도 굉장했다.


마지막으로 몽당연필들에게도 연필이 되기 전 숲속에서 나무로 살았을 때 생각해본다. 그리고 부디 내가 그 나무 연필로 적는 내용이 부질없고 쓸모없는 내용들만은 아니기를 가슴 졸이며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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