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놀이터
박성우 지음, 황로우 그림 / 창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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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태풍이 지나가던 어제, 비 오는 날엔 젖는 것, 흙 묻는 것을 아직 탐탁지 않아 하는 꼬맹이들과 이 책을 펼쳤다. 창비 그림책의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거의 매번 아이들에게서 느끼는 지라, 더구나 [아홉 살 사전] 시리즈를 출간하신 박성우님 책이라 기대가 한껏 높았다.

 

예상대로(?!) 꼬맹이들은 아름다운 색감에 여러 번 즐거워하고, 실사보다 몇 만 배 귀여운 캐릭터들에 신나하고, 책의 메시지와 내용을 어떻게 받아 들였는지는 묻지 않아 모르겠지만, 창 밖에 몰아치는 비바람에 대한 언급은 없이 그림그리기에 몰입했다.

 

사실, 창비 그림책에 대한 애정으로 치자면 꼬맹이들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애정하는 나는 혼자 한 장 씩 두근거리며 천천히 보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면 먼 과거 생각이 더 또렸해지는 법이라 그런지, 멀고 먼 초등생 놀이터의 추억이 급 소환되었고, 소나기 놀이터의 장면들과 겹쳐졌다. 박성우 작가님도, 황로우 일러스트레이터님도 참 대단하신단 생각이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감탄이 되어 입 밖으로 절로 나왔다.

 

 

 

 

얼핏 간단한 그림체 같지만 얼마나 표정이 풍부한지, 모든 배경들도 얼마나 세심하고 섬세한지 말로는 백분의 일도 묘사할 수가 없다. 그림인데 빗소리가 반짝반짝 들리는 것같고, 청량한 세상의 향이 느껴지는 것같다. 이파리 하나, 모래알 한 알, 풀씨 하나, 나팔꽃 줄기, 참나리 꽃잎, 빛나는 열매들, 급히 귀가하는 개미, 소나기를 반기는 이끼와 달팽이, 사랑스러운 거미와 악기 소리가 나는 듯한 거미줄. 이 모든 캐릭터들이 놀이터 세상 곳곳에서 비를 맞는 모습이 동요와 함께 잃어버렸던 의성어로 의태어로 귀여운 단어들로 표현되어 있다.

 

텅 빈 놀이터의 그네와 미끄럼틀과 철봉에 아이들처럼 사랑스럽고 요란하고 즐겁게 노는 빗방울들이 더할 수 없이 사랑스럽다.

 

물론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예쁜 옷이 아니라, 가장 편한 옷들을 입고 놀이터로 나온 아이들이 빗방울들와 함께 어울려 노는 장면이다.

 

아이들을 아프게 하고 힘들게 하고 다치게 하는 어른들의 세대인 나로서는 이런 풍경이 끝까지 응원하고 싶은 희망이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꼬맹이들이 있는 각 가정에 보급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작가님과 일러스트레이터님의 따뜻하고 다정한 마음에 경애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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