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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자 와니니 2 - 검은 땅의 주인 ㅣ 창비아동문고 305
이현 지음, 오윤화 그림 / 창비 / 2019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어!”
푸른 사자 와니니 2권이다. 1권에서는 마디바 무리를 떠나서 자신들만의 무리를 이룬 와니니와 친구들이 자신들의 영토를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나는 약하지만, 우리는 강해!"
1권의 엔딩 부분에서 기억나는 인상적이 구절이다.
우리 집 꼬맹이와 나는 1권을 읽을 때부터 왜 ‘푸른 사자’라고 하는 지가 궁금했다. 어리다는 뜻인가? 와니니가 희망하는 대로 잘 자라서 행복하게 된다는 의미인가? 여러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실은‘잘 못한다고’ 한 살짜리 어린 사자를 무리에서 내쫓다니! 놀라서, 꼬맹이가 어떻게 받아 들일까 맘속으로 긴장한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극단적인 고난과 시련이 계기가 되어 성장하는 이야기를 산나게 들려 주려면 꼭 필요한 구성이었겠지요. 역시 '야생'이란 생각이!
물도, 먹이도, 무리도. 힘도. 초원에서는 그 무엇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초원의 동물들이 마음먹은 대로 가질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희망이다. 와니니는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았다. 26
이렇게 눈치나 보고 도망이나 다닐 거면, 뭐 하러 사자로 태어나? 72
죽고 사는 일은 초원의 뜻이라고들 하지. 맞아. 그렇지만 어떻게 살지, 어떻게 죽을지 선택하는 건 우리 자신이야. 그게 진짜 초원의 왕이야. 89
제가 가진 가장 큰 목소리로 포효한다는 것, 그건 사자의 가장 큰 기쁨이었다. 영토를 가진 사자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이었다. 187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심장이 힘차게 뛰었다. 답답하던 가슴이 시원해졌다. 사냥꾼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74
사냥감이 아니라 사냥꾼이 되는 것, 그것은 암사자가 가장 잘 하는 일이다. 그것이 암사자의 일이다. 206
스스로 원하던 싸움을 했으니 나는 스스로의 왕이다. 초원의 왕이다. 207
크하하하항! 크하하하항!
검은 땅의 주인, 와니니 무리는 자신들의 땅에서 사냥을 시작했다. 219
엔딩이 멋지다. 3권이 나오려나 하는 기대도 가질 수 있다. ‘자신들의 땅’과 ‘사냥을 시작했다’란 말이 동일한 무게로 중요하게 느껴진다.
생각보다 긴박하게 긴장감을 유지하는 다채로운 이야기이면서, 묵직한 여운을 준다. 특히 남의 생각과 평가에 휘둘리지 말고, 어떻게 살다 어떻게 죽을지 자신이 선택하는 것, 그 과정은 자신답게 사는 것. 자신이 살아갈 영역을 만들고 자신이 가진 가장 큰 목소리로 포효해 보는 기쁨을 누리는 것. 마치 사람이 인생에 대해 전해주는 충고를 듣는 듯하다.
나는 배움이 늦어 중년이 되어서야 내가 얼마나 많은 주변의 배려와 도움을 받으며 살아 왔는지 제대로 깨닫고 아프게 실감할 수 있었는데, 와니니가 쓸데없는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고 주위의 많은 도움을 받아 들여 성장하는 모습이 대견하고 감동이다.
저자가 무려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을 직접 취재했단 점도 놀랍고 존경스럽다. 그런 취재의 힘이 제대로 드러나서인지, 사자뿐만 아니라 혹멧돼지, 하이에나, 누, 버펄로, 개코원숭이, 하마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여러 동물이 등장하여, 꽤난 집중해서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 작가는 다양한 동물들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 주면서, 더 나아가 그들이 어우러져서 살아가는 세렝게티 초원의 조화로운 모습까지 담아낸다. 겁쟁이라 기회가 있을 때에도 결국 시도하지 못한 아프리카 여행이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이 책은 어린이 독자들과 함께 썼습니다.
그들의 응원이 없었다면,
작고 약한 암사자 와니니가 어엿한 우두머리가 되어
검은 땅에서 포효하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와니니의 친구가 되어 준 어린이 독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충실한 열정으로 태어난 귀중하고 아름다운 책이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