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마르트르 물랭호텔 1 - Hoôtel du Moulin
신근수 지음, 장광범 그림 / 지식과감성#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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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졸업 후 신문사 기자를 하며 프랑스 유학을 준비했다"

"회사가 갑자기 폭삭 망해 파리에서 4년 동안 한식당을 운영했죠."

“원래 발 뻗고 글이나 쓰려고 몽마르트르 언덕에 호텔을 개업했는데 웬걸, 글 쓸 틈도 없었다”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르, 하루 3만 명, 연간 1천만 명의 여행자들이 방문한다는 그 규모면에서 지구상 최고의 여행지 중 하나일 것이다. 실제로는 상당히 지저분하고 너무나 붐비고 안전이 잘 확보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마음 편히 머문 곳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언제나 연상되는 것은 설레면서도 느긋하면서도 세련된 '예술'이다. 그저 (예비)직업 예술가들이 많다는 뜻이 아니라, 우충충한 하늘도 매케한 공기도 평범한 커피도 어떤 메뉴도 어쩔 수 없이 예술적인 곳이 파리이다. 그 중에서도 몽마르트르에서 호텔을 우직하게 28년간 경영하며 만난 이들의 추억담을 들려 주는 책이라니, 펼쳐 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더구나 이 책이 제 1권이다. 저자가 계획대로 책을 7권 더 출판한다면 한동안은 파리와 몽마르트르의 일상에 제대로 푹 잠길 수 있을 것같아 기대된다.

이 뒷표지를 보고서 오랫만에 몽마르트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 Le Moulin de la Galette, à Montmatre를 찾아 보았다.


짐작대로 목차 또한 '예술'적이다. 첼리스트, 영화, 음악, 연극, 노래, 그림, 글, 발레 등등. 저자가 짐작하기엔 27만 명 정도의 세계인들과 만났고 단골만 5만 명이 될 것이라 한다. 이야기가 시간 순서가 아니라 주제별로 나위어져 진행되는 형식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27년 동안 27만 명은 ‘평범한 세계인들과의 만남’이었다.

한 지붕 아래서 귀중한 만남을 통하여 귀중한 시간들을 가졌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사연도 많았다.

산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다.


이들 중에는 내 오랜 기억 속에 잊혀진 분들도 있어 놀랍고도 반가웠다. 이문열, 안성기, 김민기, 이호철.


"세월이 지나도 배우 안성기씨는 좀처럼 잊히지 않아요.

얼마나 인성이 푸근하고 점잖던지,

아! 화면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더라고요."


"많은 손님 중에서 청와대 특별보좌관과 주미 대사를 지낸 김경원씨가 기억에 남아요." 1990년대 중반 '호텔 수준에 맞지 않는 귀빈'이란 생각에 바짝 긴장했지만 '곰탕에 김치 식사가 좋다'며 보인 검소하고 정중한 모습에 감동받았다. "겸양이 몸에 밴 분이었죠.'갑질 손님'을 만나면 늘 그분이 그립더군요."


'아침이슬'의 가수 김민기와는 달 밝은 날 호텔에서 대작하다가 "밤에 작은 배를 타고 나가 술을 마셨는데, 달빛이 창창한 바다를 보자니 얼음장이 깔린 것 같아 그 위를 걷고 싶었다"는 시(詩) 같은 회고를 들었다.

술이 셌던 소설가 이문열씨는 새벽까지 호텔 마당에서 함께 포도주를 마시다 "이 일 접으시고 글을 쓰시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무일품의 한국인이 자기 자본금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프랑스 중소자영업 전문투자은행에 대출을 받으러 방문해서, 한국인으로서 최초 신청자에다 최초 대출 수혜자라는 기록을 만든 이가 이 책의 저자이다. 그런 믿어지지 않은 일도 잘 하셨듯이, 이제 부디 원하시는 글을 실컷 원하시는 만큼 쓰시길, 그래서 덕분에 몽마르트르 이야기를 오래 잔뜩 들을 수 있길 고대한다.

 

신 형은 못한 것이 아니고, ‘안 한 것’이 아닐까요?...... 감사하고 부끄러웠다.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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