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공주 세라 - 어린 시절 읽던 소공녀의 현대적 이름 걸 클래식 컬렉션 1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지음, 오현아 옮김 / 윌북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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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 경품 이벤트 응모용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혼란스러울 뿐만 아니라 가끔은 절망스럽거나 두렵다. 일반화의 오류는 늘 경계해야 하는 것이지만, 의사소통의 주된 창구가 되어야할 언론들과 인터넷 소통 매체들이 직업윤리나 공공윤리와는 생면부지의 상태인 듯하다. 악의든 선의든 피해자들은 발생할 것이고, 그 모든 것이 바로 잡히지 않아 아픔이 남을 것이지만, 그 모든 것도 한 때이고 결국은 지속가능하면서 바람직한 방향을 찾아나갈 것이라 믿고 싶다. 체력이 달려서 그 전쟁 통에 뛰어 들어 짜증 발산도 못하는 처지이지만, 그래도 내면의 중심은 잘 잡으며 매일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얼핏 보기엔 어린이 동화 같겠지만, 그 분량이나 내용이 아동 문고를 뛰어넘는 고전 클래식을 매일 읽고 있다. 이런 날엔 어릴 적 일본식 한자로, ‘소공녀라 불리던 [작은 공주 세라]가 적격이다. ‘공주라는 말이 주는 부정성에 여러 의혹을 받고 코웃음을 먼저 받을 지도 모르지만, 이 작은 공주는 마음가짐이란 측면에서 살펴보자면 절대 누구에게도 만만한 인간상이 아니다. 1905년 출간 이후, 100여년이 넘은 세월 동안 분야를 달리해서 재창조되어온 가치 있는 고전이다.

 

리틀, little’이 붙을 만한 나이인데, 외적 환경이 나락으로 떨어져도 무너지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어른들이 이럴 수 있을까, 오히려 충분히 풍요한 데에도 뭔가를 더 팔아 치워서, 혹은 기회만 있다면 탈법과 불법에 가담해서 더 부유해지고자 안간힘을 쓰는 게 익숙하지 않은가. 어쩌면 속담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인간 정신이 보여줄 수 있는 반성 능력과 강인함과 자존감을, ‘세라는 주체적이고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캐릭터이다.

 

나도 잘 모르겠어, 내가 진짜로 착한 아이인지, 아니면 못된 아이인지. 지금까지 힘든 일을 겪지 않아서 아는 사람이 없을 뿐, 어쩌면 난 끔찍한 아이일지도 몰라.”54

 

특히 이런 성찰은 아무나 아는 것이 아니다. 사정없는 사람 없고 잘못한 건 잘못한 거지만, 죄를 벌하고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는 경구에는 그 사정을 별도로 이해하라는 권고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상대방의 입장에 있지 않고서는 절대 알 수 없는 것이 각자가 견디어가고 있는 삶의 모습일 것이다.

 

시련에 좋은 점이 어디 있어?” 어먼가드가 고집스레 말했다. “그건 그래, 사실대로 말하면.” 세라가 솔직히 인정했다. “그렇지만 모든 일에는 우리가 모르는 좋은 점이 있을 거야.”144

 

조금 더 젊을 때에는 이런 이야기들이 참 부질없이 들렸다. 그래도 이제는 조금은 다른 이해가 가능하다. 아마 이 말은 시련을 겪어 힘든 이들에게 조금만 힘을 내보라고 견뎌보라고 조심스럽게 손을 내미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래서 그 좋은 점이 있을 수도 있다는 작은 희망이 당사자들에게 음식을 넘기고 문 밖으로 나올 수 있는 힘이 되라는 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발끈 화를 내지 않으면 사람들은 네가 그들보다 더 강하다는 사실을 알게 돼. 넌 그들과 달리 분노를 조절할만큼 강하기 때문이야.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나중에 후회할 어리석은 말을 내뱉게 돼. 분노는 강하지만 그보다 더 강한 건 분노를 통제하는 힘이야. 적들에게 대답하지 않는 건 잘하는 일이야. 나도 거의 대답을 하지 않잖아. 어쩌면 에밀리는 나보다 나와 더 비슷할지 몰라. 그래서 친구에게조차 대답을 안 하는 건지도 몰라. 모든 걸 가슴에 담아두면서 말이야.” 174

 

발끈은 해가 갈수록 나의 가장 큰 고민거리이다. 갈수록 인내심의 길이가 짧아지고 깊이가 얕아지고 수치심이 적어지면서 그런 자신에 짜증이 난다. 세라의 말대로 그럴 때 한 말들은 모두다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는 걸 알면서도 반복을 하는 나 자신에게 연민마저 느낀다.

 

듣지 못해도 느낄 수 있다는게 세라의 생각이었다. “창문과 문과 벽이 있어도 다정한 생각은 그 너머까지 전달돼. 이 추운 날 내가 여기에 서서 아저씨가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고 다시 행복해지기를 빌면, 아저씨는 영문도 모른 채 마음이 푸근해지면서 위로를 받을 지도 몰라. 아저씨 때문에 마음이 아파.” 199

 

나도 실은 이렇게 아름다운 일들을 상상하고 믿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어린 시절 아동문고로, TV 어린이명작동화 애니메이션으로 오래 전 만났지만, 다시 만난 지금 세라는 여전히 어리지만 대단한 주인공이자 친구로 살아 있고, 나는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어른이 되고 말았다는 열패감이 든다. 시련과 모험이 부족한 인생이라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일단 마음속에서 두 가지는 버려야겠다. 안 한다고 하면서 은근 자신을 남과 자꾸 비교하는 헛된 버릇, 그리고 자신답게 살고 싶다면서 노력 없이 하던 대로만 하는 버릇.

 

어쩐지 다시 읽은 이 책은 더할 수 없이 교훈적인 내용이 되고 말았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에게는,

여자아이든 남자아이든 상관없이, 피부색이나 신체적 특징과 상관없이,

누구든 세상을 더 아름답게 바꿀 권리가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유로운 상상력의 시간, 놀이의 시간을 빼앗겨 가는 아이들에게,

이 책이 혼자 골똘히 생각에 빠져드는 소중한 성찰의 시간,

이야기의 매력에 푹 빠져 살아볼 시간을 선물해주었으면.

 

정여울 (문학평론가, 작가)

 

 

https://blog.naver.com/kiyukk/221631050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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