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을 위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 신라 경주 10대들을 위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김경후 지음, 이윤희 그림, 유홍준 원작 / 창비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박물관이다.’

인간은 아는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보인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26년 전 [나의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 1권이 출간되었을 때, ‘먹자 놀자 잊자관광여행이 아니라, 낯설지만 동경할만한 인문교양여행이 가능한 가이드로 삼아 친구들과 함께 훌훌 여행길에 오르고 싶었던 오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1회로 그치지 않고 그 오랜 세월 꾸준히 발간해 주신 답사기 시리즈들은 감사와 경애의 대상이 되었으며, 늘 새롭게 마음이 설레는 기분을 전해 주었다. 이제 세월이 흘러 이토록 깊이 있는 대중교양서를 지명되어 받게 된 10대들에게 부러움과 축하를 전한다. 독자인 나도, 그리고 작가도 바라는 바대로, 10대들이 역사와 문화유산을 좀 더 생생하게 알고 느끼고 진정 사랑할 수 있기를, 재미난 이야기로 친근하게 받아들이기를, 부모와 자녀가 마중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온 가족이 다 함께 우리나라 국토박물관으로 답삿길을 떠나기를, 함께 기원하고 응원한다.

 

어린 시절 경주는 천년도읍이라는 무게감도 역사감도 실감나지 않는, 그저 너도 나도 그 장소에서 찍은 단체사진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한 세대가 지나 친지, 친구들과의 대화 속에 등장한 수학여행사진은, 모두 다른 학교를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장소 같은 느낌의 단체사진으로 귀결되곤 했다. 각자의 사진을 다 모으면 우리 시대의 일면을 보여주는 한 작품이 될 수도 있겠다면 함께 웃었다. 어린 시절 여행에 아쉬운 점이 없었던 것이 아닌지라 역사를 전공한 답사 전문가 친구와 함께 한 두 번 정도 더 여행을 떠났지만, 그런다고 경주를 더 잘 이해하고 문화유산을 사랑하게 되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현재 10대들의 현장학습과 수학여행은 인증사진들 이외에 어떤 체험이 되고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유홍준 작가의 제안에 따르면 제일 중요한 것은 물론 좋은 선생님과 함께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주제를 정하고그에 맞게 살펴보는 것이다. 논문을 읽는 것과 같이 진지하고 담담했던 답사기와는 좀 다르게, 만화로 등장한 유홍준 작가와 함께 이번 기회에 다시 경쾌하게 경주로 떠나본다. 어쩌면, 이번에야말로 10대가 아닌 나도 이제야 경주를 조금 이해하고 감상할 기회를 만났는지도 모른다.

 <span style="font-family: 돋움체,DotumChe,AppleGothic; font-size: 11pt;"> </span>

실물이나 사진으로라도 꼭 확인해야할 유물들

 

1. ‘세상에는 이렇게 귀엽고 가깝게 느껴지는 불상도 있구나.’ 선덕 여왕 시절의 가장 사랑스러운 유물인 삼화령 아기 부처. 아기 부처의 발가락이 왜 새까말까요?

2. 선덕 여왕 시절의 가장 푸근한 유물. 남산 불곡 감실 부처님


3. 남산에는 절터가 147군데, 불상이 118, 탑이 96기나 있거든요. 온산에 흩어져 있는 불상과 석탑들을 만나다 보면 남산에 깃든 옛 신라인들의 바람과 소망을 들을 수 있을지 모르지요. 32


4. 선덕 여왕의 정치적 힘을 보여 주는 당당한 유물. 황룡사와 황룡사 구층 목탑. 불교를 통해 백성들의 마음을 모으고 나라를 지키겠다는 여왕의 의지를 잘 알려 주는 유물.


선덕 여왕 12년인 643년에 자장 스님이 당나라에서 유학을 마치고 여왕을 찾아왔습니다. “황룡사에 구층 목탑을 지으십시오, 여왕님. 불교의 힘으로 주변 적들의 침입을 막으십시오. 목탑의 한 층마다 일본, 말갈, 당나라, 거란, 탐라, 예맥 등 적의 이름을 적어 놓는다면 이 아홉 나라를 물리칠 수 있을 것이옵니다.” 35


5. 신라의 과학을 보여 주는 유물. 돌로 만든 천체 미니어처, 첨성대


조그마한 건축물로 1년의 날과 달과 절기, 그리고 태양의 움직임과 별까지 다 나타내다니 정말 기가 막히지요. 41

 

1235년 고려시대 침입한 몽골군이 경부와 황룡사 구층 목탑도 불태우고 100톤이나 되는 황룡사 대종을 바닷가로 옮기려다 물에 빠뜨렸다는 얘기는 한참 잊어버렸다 덕분에 상기했다. 동해 바다에 가라앉았다고, 지금도 파도가 거센 날이면 바닷 속에서 종소리가 울리는 것을 들을 수 있다고 하는. 건져 올리지 못한 우리의 아픔이라 어릴 적과는 달리 이 이야기에 마음이 아프다.

 

6. 문무대왕릉과 그 앞 바다


나는 어지러운 운을 타고 태어나 전쟁의 시대를 만났다.(...) 갑자기 깊은 어둠으로 돌아간들 무슨 한이 있겠는가.(...) 지난날 영웅도 결국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 나무꾼과 목동 들이 그 위에서 노래하고 여우와 토끼가 그 곁에 굴을 파게 될 뿐이니, 나를 장사 지내는데 쓸데없이 재물을 낭비하지 말라. 그러면 훗날 웃음거리로 기록될 뿐이다. 공연히 사람을 수고롭게 한다 해서 죽은 영혼이 구원될 리도 없다.” 51


7. 감은사와 감은사탑


본래 명작은 해설이 필요 없는 법이지요. 그저 거기에서 받은 감동을 되새기면서 즐거워하면 그만인 거지요. 만약 감은사 답사기를 내 마음대로 쓰는 것이 허락된다면 나는 글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쓰고 싶습니다. ‘! 감은사, 감은사 탑이여. ! 감은사, 감은사 탑이여. ! 감은사, 감은사 탑이여......’ 감은사에 한 번이라도 다녀온 사람이라면 이런 내 마음을 이해할 거예요. 58-59

8. 에밀레종


불교에서 종소리는 바로 부처의 목소리입니다.(...) 이 세상에 진리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게 하겠다는 마음으로 만든 종소리를 상상해 보세요. 이 상상을 우리 눈앞에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성덕 대왕 신종입니다. 우리에게는 에밀레종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어요.(...) 에밀레종은 1,200년 동안 매일 아침 여섯 시마다 어슴푸레한 경주의 어둠을 깨웠습니다. 65

 

무게가 있으면 맑기 어렵고, 맑으면 무게가 있기 어려운 법이지요. 하지만 에밀레종 소리는 그 모든 걸 갖추었습니다. 소불 선생은 이 소리를 엄청나게 큰 소리이면서 이슬처럼 영롱하고 맑다.”라고 표현하였지요. 66

<em> </em>

그 모양은 산처럼 우뚝하고 소리는 용이 읊조리는 것과 같아 위로는 하늘에 이르고 아래로는 지옥에까지 통하여 보는 사람은 신비로운 기운을 칭송하고 종소리를 듣는 사람은 복을 받으리라. 75

 

9. 석굴암


우리 문화유산이 모두 사라져도

석굴암만 남아 준다면

우리 민족의 긍지는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본존불은 평화로우면서도 장엄합니다.(...) 그 앞에 서면 돌로 만든 조각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이 세상의 가장 신비롭고 아름다운 순간을 그려 낸 것 같지요. 인간다운 따스함이 있지만 인간이라기에는 신만이 가진 기품이 있고, 신의 기품이 있지만 인간다운 느낌이 들어요. 107

 

10. 우리나라 문화재의 얼굴 불국사. 완벽한 조화와 균형을 이룬 이 놀라운 곳에서 기념사진만 찍고 간 수학여행이 새삼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여기야말로 진짜 내가 찾아다니던 곳이야.”(...) 나에게 불국사는 돌고 돌아 다시 오는 그런 곳입니다. 17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