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쿵이와 나
프란체스카 산나 지음, 김지은 옮김 / 미디어창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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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8년 9월에 Me and My fear란 원제로 출간되었습니다.
난민의 이야기와 심정을 섬세하고 아름답고 서글프게 전해 준 [긴 여행, 2017]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입니다.
이 작가의 작품이 처음이라면, [긴 여행]과 [쿵쿵이와 나]를 순서대로 읽어 보는 것도 참 좋을 듯합니다.

Fear가 '쿵쿵이'로 번역된 것은 적절한 것 같습니다.
두려움을 느낄 때 마음이 '쿵쿵' 거린다는 점은 상당한 일반성을 지닌다고 보입니다.

그러나 사물과 사람과 세상에 대해 어린 아이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부정적인 것만은 절대 아니지요.
두려움이 없다면 생존해서 성장하는 인구수가 심각하게 줄어들 것이라 봅니다.
문제는 그런 보호자 같은 두려움이 유일한 친구가 되어 버리는 상황이지요.

어찌 보면 상당히 무거운 주제일수도 있는데 작가는 이 주제를 따뜻하고 부드러운 그림과 시선으로 풀어 줍니다.
어찌나 그림이 사랑스러운지 잠시 두려움의 무게가 잊힙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두려움과 '화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궁극적으로 비폭력적인 이야기라고 느낀 점은
쿵쿵이를 물리치거나 없애버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흔한 말로 "이겨 내라", "극복해라"하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힘을 내어 '화해'하고 그 감정을 안고 업고 동행하는 길을 보여줍니다.

물론 그 감정은 사라지는 법이 없으니 가끔은 다시 나를 삼킬 듯이 커지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그 감정이 내 것이고, 그런 감정을 가진 것이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면,
적어도 우리는 더 이상 외롭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의 약한 모습을 드러내도 내가 약해지지 않는다는 점,
오히려 비로소 강해질 수 있다는 점이,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위안과 안심을 전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른이 되면, 어른이면, 자기 일과 삶을 책임지고 필요한 능력을 제대로 갖췄을 거라 상상했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 않다는 점, 약점이 공격무기로 돌아오기도 하는 험한 경쟁사회를 겪은 쓰라린 경험도 해보았겠지만,

그래도 그게 '현실'과는 별개로 옳지 않다는 것을 믿는 한
작가처럼 이기는 것에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공존에서 답을 찾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그리고 어른들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읽었으면 하고 바라는 좋은 이야기입니다.

앞면 속지에 눈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뒷면 속지에 그 눈들이 포함된 그림들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딱! 알아보신 분들도 있을까요?^^

꼬맹이에게 부탁해보니 함께 살아갈 수 있을 듯 한 귀여운 쿵쿵이들이 많이 태어났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외롭지 않게 안심하고 잘 살 수 있는 한 해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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