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크리스마스에 2010년 구입한 책 중 읽지 않은 소설. 그 중 베스트. 라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었다. 구입하고 나서 읽지 않은 소설들에 대해 책들에게 심심한 사과의 뜻을 표하고자 올린 글이었다. 2011년이 되었다. 그럼 올해는 구입한 모든 책을 읽었는가? 하아. 철푸덕. 또다시 사과의 말을 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작년에 올렸던 베스트라고 짐작되는 소설은 전부 14권이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읽기를 다짐했었으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중 읽은 책은 겨우 두 권뿐. 하아.
오늘 다시 크리스마스.
2011년 구입한 책 중 읽지 않은 소설. 그 중 베스트.라는 제목으로 다시 기록을 남긴다. 올해는 작년보다 훨씬 많다. 좀 더 집중해서 읽기 위해 소설을 많이 구입했으나, 내 변심은 끊임없었다. 다시 기록을 해 놔도, 내년 2012년에 이 중 또 몇 권이나 읽어낼 수 있을는지.. 자신할 수 없다.
그러나 책은 그때그때 사 놓아야 한다. 인기 없는 좋은 소설의 운명이란 대한민국에서는 좀 지독한 것이다. 그러니 그때그때 쟁여놓을 수 밖에. 2010년 뽑았던 책들과 2011년에 뽑은 책들.. 이 중 다만 한 권이라도 더 읽을 수 있는 2012년이 되기를 바라며….
허조그
문학동네 이벤트에 먼댓글로 남긴 글에서 솔 벨로의 이 소설의 번역을 기다린다고 썼었다. 스티브 잡스 전기와 김훈의 ‘흑산’ 등등이 나온 후 일정기간이 지나서 펭귄에서 솔 벨로의 소설이 한꺼번에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잘 팔리는 책들의 인기가 좀 진정된 시기를 노렸던 것 같다. 그래서 좀 늦게 만나게 된 거 아닌가 하고 원망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블로그에 나의 바람을 올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발간되었기에 기쁨이 훨씬 컸다. 올해 안에 읽는다면 올해의 베스트 소설에도 들었을 만 했겠지..
희랍어 시간
한강의 소설 앞에선 늘 머뭇머뭇했었다. 나와 맞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너무 강했다. 다른 블로거들의 평도 좋아 일단 이 책으로 시작해 보기 위해 샀으나 아직 첫 문장도 읽지 않고 있다. 같은 주문에 배수아의 ‘서울의 낮은 언덕들’도 구입했다. 배수아는 ‘사물의 안타까움성’의 역자여서, 한 작가에 한 권씩만 선정하기로 내심 작정한 이 리스트에서 일단 제외.
웃음과 망각의 책
드디어 밀란 쿤데라 책이 새로운 판형으로 나왔다. 도끼선생의 전집을 산 이후로 나는 이제 웬만하면 전집을 사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밀란 쿤데라 전집으로 인해 그 결심이 흔들리고 있다. 워낙에 밀란 쿤데라 소설의 예전 판형들이 마음에 안 들었었기 때문이다. 이번 책은 종이 질도, 책 크기도, 표지도 마음에 든다.
하자르 사전
제때 사지 못해 사라졌었던 책이 다시 나와 반가운 마음에 바로 구입했다. 예전에는 남자, 여자용으로 두 권의 책이었는데, 이번에는 한 권으로 하고 맨 마지막만 별도로 표기하는 방식으로 책을 만든 것 같다. 잘 했다.
라스트 차일드
평들이 상당히 좋다. 하지만 사 놓고도 읽기를 좀 꺼려하고 있는 중이다. 랜덤하우스에서 나와서.. 랜덤하우스가 초이스 한 책들 중 내 마음을 흔들어 놓은 책이 아직까지 별로 없었다. 내 기호와 잘 맞지 않는 출판사의 기호. 대표적인 곳이 랜덤하우스여서.. 그러한 편견을 깰 수 있기를 바란다.
유리알 유희
민음사에서 전에 헤르만 헤세 선집(이었나 전집이었나..)을 ‘세계문학전집’ 출간 전에 기획해서 한 권 한 권 내놓았던 적이 있었다. 그 중에서 정말 왜 이렇게 안 나오나 목 빠지게 기다렸던 소설이 바로 이 ‘유리알 유희’. 세계문학전집이 나름 자리를 잡은 이후 헤르만 헤세의 책들은 모두 세계문학전집 속으로 들어가버렸는데, 이제서야 민음사판 유리알 유희를 맞이하게 되었다. 기쁘다. 다만, 세계문학전집 말고 별도의 선집이나 전집으로 다른 멋진 판형으로 만날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전쟁쓰레기
‘멋진 추락’을 읽고 나서 하 진에게 반했다. 그의 장편을 읽고 싶어 구입. 허나.. 비중 있는 작가의 경우 한 해에 한 권이라는 나름 이상한(?) 원칙을 갖고 있어서, 독서는 연기.. 몹시 기대하는 소설.
비단
짧은 소설, 무엇이 다른 작가들의 찬탄을 불러 일으켰는지 궁금.
달려라, 토끼
기대하고 있던 카메라나 렌즈들이 비슷한 시기에 한꺼번에 나오면 엄청 흥분된다. 올해 달려라, 토끼와 한 밤의 아이들이 문학동네에서 한꺼번에 나왔을 때, 나는 매우 흥분했다. 그런데 새로운 책들은 또 계속 나오고.. 나의 눈은 또 다른 데를 바라보고… 내년에는 존 업다이크의 본색을 제대로 느꼈으면…
호랑이의 아내
번역가인 왕은철을 대단히 신뢰한다. 이 번역가가 이 소설의 작가를 엄청 추켜세웠다. 신뢰하는 번역가인 만큼 이 소설도 훌륭하리라 기대.
낙원의 이편
스콧 피츠제럴드의 처녀작. 표지 사진이 아주 인상적.
페널티 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빔 벤더스의 ‘한번은,’을 읽던 중 ‘베를린 천사의 시’의 시나리오를 맡았던 사람이 페터 한트케 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자주 오르내린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급 관심이 가서 사놨다. 언제 읽지… 음…
로마의 테라스
단 한 권에 반해서, 나도 모르게 주섬주섬 사 놓는 작가가 있다. 파스칼 키냐르의 ‘은밀한 생’은 정말 멋진 책이었다. 거의 모든 책들을 샀는데 이 책만 빼놨었네.. 마지막 왕국 시리즈를 읽다 막혀서 이 책으로 갈아 타려고 했었는데.. 다음 기회에.
미스터 피넛
뉴욕 타임스의 북 리뷰어 중 Michiko Kakutani의 글은 정독하는 편이다. 이 책의 저자인 애덤 로스를 엄청 상찬하는 글을 본 이후에 구입. 앞부분을 읽었는데 이상하게 추진동력이 딸려서.. 다시 한 번 제대로 시도해 보고 싶다.
사물의 안타까움성
뒷표지의 추천글이 눈에 들어온다. ‘내용은 더럽지만 너무나 감동적인 소설’.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배수아가 번역한 소설로는 전에 마르틴 발저의 ‘불안의 꽃’을 읽었는데,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허나 독특했다. 독특한 취향을 지닌 번역가이자 소설가가 선택한 소설이니만큼, 이 책도 그렇겠지.
추락
‘엘리자베스 코스텔로’를 얼마 전에 읽었다. ‘추락’을 훨씬 먼저 구입했는데 결국 읽은 것은 코스텔로였다. 왜 그런지는 나 스스로 안다. 전에 ‘페테르부르크의 대가’와 ‘야만인을 기다리며’를 시도했다가 초반에 멈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존 쿳시의 작품 중 남성이 주인공인 소설은 읽기가 어렵다고 느껴졌다. 2010년에 ‘나라의 심장부에서’를 워낙 강렬하게 읽었기 때문에, 여성이 주인공인 쿳시의 다른 소설을 먼저 읽고 싶었던 것이다. 내년에는 남성이 주인공인 소설들을 도전해 보리라.
자유
미국에서는 정말 난리도 아니었던 책. 한동안 뉴욕 타임스도 이 책 관련한 글들로 도배 비슷하게 된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한국에선? 팬 층이 형성된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대단히 미국적인 작가. 예를 들어 존 업다이크도 그렇고.. 세계작가라기 보다는 아메리카라는 지역색이 유독 강하게 느껴지면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큰 인기를 얻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도 현재 미국에서 가장 선두에 선 작가 중 하나니 만큼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근데 두껍다. 아.. 두꺼운 소설들 별로인데.. 언제 읽나..
침묵의 무게
이 소설은 2009년에 발간되었다. 온라인 상에서 많은 이들의 뜨거운 평들을 보았다. 감정적으로 버텨낼 수 있을 때 읽고 싶다.
가면의 시대
역사소설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묘하게 땡기는 구석이 있다. ‘울프 홀’에 비해 덴마크 왕실은 또 어땠나… 호기심 약간.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삼분의 일을 읽고 멈췄다. 심리학적 상징들이 자꾸 나를 옭아매는 것 같은 느낌 때문에. 하지만 여전히 호기심은 그대로다. 읽고야 말겠다.
헬프
1권 중반에서 멈췄다. 아무도 그녀들(주인공들이든 주인공의 적대 여성들이든)만의 책임이다 라고 말할 수는 없다. 라는 식의 섣부른 결말을 짓고 싶지 않았는데, 자꾸 그쪽으로 흐르는 것 같아서 일단 멈춤. 다음에 다시 읽을 때는 일단 생각은 멈추고 글자만을 읽는데 주력할 것.
하얀 암사자
‘이탈리아 구두’를 읽고 헤닝 만켈을 알게 되었다. 시각적으로 공간적인 것들의 형상화에 능했다. 추리소설이 원래 전공분야인 만큼, 어떤 이야기를 펼쳐 나갈지 궁금하다.
천년 동안에
‘달에 울다’는 짧지만 잊혀지지 않는 소설이 되었다. 수령이 천 년이 된 나무라.. 두근두근.. 장편을 연속해서 읽을만한 여유가 생길 때, 도전~!
팔코너
위키리크스에 미국 정부의 주요 정보를 내부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브래들리 매닝 일병에 대한 미국 군사법원의 심리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이 얼마 전에 들려왔다. 감옥 안에서 어떤 취급을 받고 있을까… 우리나라였다면 군사재판에 회부나 되었을까? 교도소를 무대로 삼는 이 어두워 보이는 소설은, 그래서 좀 정신이 강건할 때 읽어야 하리라…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
민음 모던클래식은 세계문학전집 보다 훨씬 마음에 든다. 포함된 작가들도 그렇고 작품도 그렇고.. 기상학과 연관된 심리 묘사라, 흥미롭다. 실은 이 책 때문에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를 초반에 놓아버린 점도 있다. 낯선 아내. 라는 모티브가 비슷비슷해서..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의 기본 설정이 너무 전형적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 책도 그 혐의에서 벗어나기 힘든데, 어떤 식으로 전개하고 있는지.. 나중에 꼭 확인해 봐야지.
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의 단편들에 대한 상찬이 끊이지 않는다. 체호프나 레이몬드 카버급? 어서 정식으로 펼쳐 봐야 하는데…
이즈의 무희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글을 읽고 싶어질 때가 간혹 있다. ‘설국’, ‘서정가’의 문장들이 귀에 생생히 들려 올 때가 있다.
눈 먼 암살자
‘시녀 이야기’의 화자처럼 지적인 목소리일까? 그 목소리와 비슷한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다.
마오2
역시 국내에서는 별 이슈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새 책만 나왔다 하면 뉴욕타임스에 무조건 소개되는 작가 중 하나인데.. 하긴 나부터도.. 수 년 전에 사 놓은 ‘화이트 노이즈’도 아직 안 읽었으니…
울분
필립 로스의 소설은 모두 문학동네에서 나왔다. 헌데 정영목이 번역한 ‘에브리맨’과 ‘울분’만 사람들의 관심선 상에 오르는 것 같다. 사람들은 필립 로스의 소설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혹 정영목의 번역 글을 좋아하는 것 아닐까.
핑거스미스
네가 읽어야 할 유일한 추리소설. 이라고 추천한 이가 있어서 샀다. 그런데, 두껍다. 두꺼움은 나에게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이다. 소설을 읽는데 있어서… 아휴.
죽은 아버지
‘몬스터 멜랑콜리아’에 산-죽은 자와 죽은-산 자에 대한 글이 있다. 그 부분 아주 흥미롭게 읽었는데 이 소설은 그것에 관한 소설이다.
몽유병자들
무라카미 하루키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상찬하듯, 밀란 쿤데라는 헤르만 브로흐의 이 소설을 상찬한다. 그러니 읽지 않을 수는 없지. 아. 그런데 열린책들이다. 눈이 피곤해…
예루살렘
주제 사라마구가 칭찬을 했다. ‘눈먼 자들의 도시’의 그 작가가.
킵
2011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깡패들의 방문’이 근간이라고 이 소설의 뒷날개에 적혀 있다. 아마 이 책은 그 책의 출간을 위해 먼저 날린 쨉인 것 같은데, 아주 흥미로운 설정이 눈에 띈다.
인공호흡
최근에 구입한 ‘바틀비와 바틀비들’에도 수많은 작가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이 소설도 꽤나 만만치 않다. 이런 소설은 흥미롭기도 하지만 모르는 작가나 작품들이 계속 언급되면 어느 순간 질리기도 한다. 독자인 내가 잘 모르는 사람들이니까.. 그렇지만 평이 좋다. 어떨지.
숨그네
어마어마하게 성공했다. 근래 노벨문학상이 만들어 낸 최고의 스타가 아닌가 싶다. 시적 문장이라는 표현이 많던데, 그게 마음에 걸려서 사놓고 읽지 못하고 있다. 시적인 문장이란 것이 과연 번역 가능한 것인지.. 그 시적인 문장이란 것이 원작의 특성이 아니라 번역작의 특성인 것은 아닌지.. 하는 막연한 불안. 같은 것. 그래도 워낙 좋다는 독자들이 많으니 믿고 읽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