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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 신화 ㅣ 알베르 카뮈 전집 4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1997년 4월
평점 :
절판
이 시점에 왜 이 책인지 모르겠다. 『아이러니스트의 사적인 진리』에서 이런 문장을 보았다.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한 가지뿐이다. 그것은 자살이다.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 이것이 곧 철학의 근본 문제에 대답하는 것이다. (시지프 신화)
나는 저자 이유선의 “명료하고 논증적인 문제는 오히려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의 물음이 해명되지 않는 이상 ‘장난에 불과하다’는 카뮈의 생각에 나는 동조하고 싶다.”라는 발언에, 맞소, 라고 응답하고 싶었다. 이렇게 해서 “시지프 신화”를 만났는데 하필 연말연시였다. 그리고 대구 중학생의 자살이 있었다.
언젠가 평범해 보이던 하루가 떠올랐다. 같은 부서 직원의 아버님께서 돌아가셔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들렀다. 미처 준비되지 않은 이런 저런 일들을 돕는 중에 다른 직원들도 하나 둘 일손을 보태기 위해 도착했다. 저 장례식장이나 장례식에 와 보는 거 처음이에요. 그 친구가 이런 말을 꺼냈다. 나는 아마 순간 당황했다. 부서 안에서 가장 좋아했던 그 친구가 그 말을 꺼낸 순간, 나중에 생각해 보니 나는 그때 어마어마한 거리감을 느꼈던 것 같다. 거의 믿을 수 없을 정도. 스물 여서 일곱이나 되었는데… 나는 뭐랄까, 정말 세상을 달리 보게 되었다. 아마 초등학생 때 아주 친한 친구 집에서 검은색 윤기 나는 피아노를 본 이후로 처음으로 부러운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보다 더 한 마음으로 (아마도) 얘를 어떻게 델꼬 살까. 하는 걱정도 했던 것 같다.
한참이 지난 지금, 나는 그때보다 더 많은 죽음과 심지어 알고 지내던 여러 사람의 자살까지도 접했다. 다른 문제는 장난에 불과하다는 카뮈의 저 단순한 말이 주는 진동은 쉽사리 멈춰지지 않는다.
부조리의 추론의 귀결. 반항, 자유, 열정.
이미 진부한 것들이 되어버린 단어들이지만 카뮈의 글을 읽는 도중 다시금 살아나는 것들. 누군가의 심장에서 다시 살아날 언어들.
이른 새벽 감옥의 문이 열릴 때 문 앞으로 끌려 나온 사형수가 맛보는 기막힌 자유로움, 삶의 순수한 불꽃 이외의 모든 것에 대한 그 엄청난 무관심, 죽음과 부조리야말로 단 하나 온당한 자유의 원리, 즉 인간의 가슴이 경험할 수 있고 체현할 수 있는 자유의 원리임을 우리는 분명히 느낄 수 있다.
量的 자유. 최대한 많이 느끼는 것.
내게는 이게 적시타였다.
읽는 사람마다 땅~하고 제대로 때리고 출루할 수 있다면 좋겠다. 스스로의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