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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얼굴들 - 빛을 조명하는 네 가지 인문적 시선
조수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21년 11월
평점 :
주광색이 아직도 몇K인지는 커녕 흰색인지 주황색인지도 헷깔리는 내게 빛의 얼굴들이라는 빛에 관한 인문학 책은 색다른 즐거움을 가져다 주었다. 심지어 주광색이 낮의 태양 빛이라는 의미였고 형광등 빛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알게된 것은 덤. 그럼 주황색 전구는 전구색이었나. 저자는 해당 파트에서 빛의 질로 따졌을 때 형광등은 전구보다 떨어지는 조명이라며 넓은 면적에서 빛을 내는 형광등은 대비가 적은 빛 형태를 만들기에 아무리 노력해도 사진을 예쁘게 찍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밝히고 있었다. 집에서 셀카를 찍기 좋은 빛을 가진 공간이 화장실이 된것도 우연이 아니라고.
골든 아워라는 표현은 전에 이국종 교수님의 책에서 생명을 살리기 위한 찰나의 시간으로 본듯 한데 여기서는 사진작가나 영상 제작자가 가장 사랑하는 시간으로 소개되고 있었다. '건축학 개론'에서 수지가 반짝이는 머리를 넘기는 장면,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가 논두렁을 다시 방문하는 마지막 장면, '기생충'에서 제시카가 복숭아의 털을 입으로 부는 장면 등에서와 같이 인상적인 장면을 담기 위해서 자주 쓰이는 시간대라고.
빛을 디자인 한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었는데 이 책을 보고 전혀 생각지도 않고 있었던 장스탠드 조명을 하나 샀다. 오랜만에 보는 전구색 조명. 스테인리스 집에서 책을 보거나 한잔할때 켜두면 좋을것 같아서 였다. 그리고 다소 시일이 지난 요즘 그 조명은 점점 애물단지가 되어가는 중이다. 이건 빛에 대한 무심함인지 귀찮음인지 모르겠다. 제대로 좀 써볼까 싶어 위치를 바꿔본다. 그러다보니 문득 거실등 두개중 하나가 나가서 절반만 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지금까지 안불편했으니 몇백원을 아껴서 다행인걸까. 그러고보니 스탠드 조명에는 몇만원을 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