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 자리
고민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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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어본 장편소설이다. 어쩌면 지금도 주변 약국에, 아니면 편의점에서 지나쳤을 법한 인물의 이야기. 20대에 정리해고를 당하고 급하게 이직한 회사마저 경영악화로 폐업을 하게 되면서 약국에 취업하게 된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문을 다루고 있는 잔잔한 소설이었다. 제목의 영은 처음엔 사람이름인가 싶었는데 숫자 0. 약국주인은 주인공을 유령이라 부르며 있는듯 없는듯 취급하지만 그 공간안에서 같이 근무하는 다른 직원과 매월 찾아오는 제약회사 영업사원들, 그리고 몇몇 특징있는 손님들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사람이 죽어나가거나하는 큰 사건이 있는건 아니지만 소소한 대화들이 잔잔한 재미를 안겨주었던 책이었다.


두달쯤 전인가 어쩌다보니 휴대전화를 챙기지 않고 외지에 갔다가 급히 전화할 일이 생겼다. 어쩔까하다가 바로 근처에 있던 편의점에 들어가 2천원이었나 2천 몇백원이었나 하는 1+1 음료를 하나 사고 계산하며 죄송한데 혹시 전화한통만 잠깐 쓸수 있냐고, 휴대폰좀 빌릴 수 있겠냐고 물어보니 20대 중반 또는 후반쯤으로 보이던 청년이 잠깐 망설이다가 잠금을 풀고 건네주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참 쉽지 않았을것 같은데...) 다행히 그 순간엔 다른 손님이 없었던 상황이라 계산을 마치고 테이블 위에 음료를 둔 상태에서 1분남짓 사용하고 감사표시와 함께 돌려주며 음료 하나를 같이 건네며 나중에 드세요라고 하니 깜짝 놀라며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나갈때까지 몇번을 하길래 아니예요. 제가 감사하죠, 네네, 하며 편의점문을 열고 나오면서까지 살짝 민망했던 기억이 났다. 그 직원의 상황은 모르겠으나 만약 이 책을 그때 들고 있었다면 보라고 건네주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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