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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라면 유대인처럼 - 유대 5천 년, ‘탈무드 유머 에센스!’
박정례 편역 / 스마트비즈니스 / 2021년 1월
평점 :
사회관계망 속에서 ‘유머’가 주는 장점은 많다. 대화의 분위기를 부드럽고 매끄럽게 이끌어 가기도 하고, 친밀감을 강화하기도 한다. 유머는 담화 간 맥락이 중요하다 보니 적절한 포인트에 던지는 유머는 아주 짧은 한 문장만으로도 듣는 이에게 웃음을 터트리게 만들 수 있다. 당대 사회를 향해 또는 인물에게 비판적 시각을 담아 풍자적 유머를 너끈히 구사할 수 있다면 ‘촌철살인’도 가능한 것이 바로 유머다.
‘유대인의 시련’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은 ‘디아스포라’와 아우슈비츠 수용소 이름으로도 대응되는 ‘집단학살’이다. 살던 땅을 잃고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그들이 20세기에 맞닥뜨린 건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갇혀야 했고, 또 죽어야 했던 수용소 생활이었다.
이 책은 위의 두 가지, 유머와 유대인을 연결하여 제목을 붙였다. 뒤표지에 실린 유머 관련 글 중에서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활을 했던 빅터 프랭클 박사의 글은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유머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더욱더 와 닿는 글이 되었다.
본 책은 편역자가 탈무드와 유대인 유머를 담은 책을 포함하여 열다섯 권의 책 중에서 가려 뽑아 각색을 더 해 펴낸 책이다. 본문 글을 전개하기에 앞서 실려 있는 ‘Insight’ 주황색 글박스의 글은 편역자가 본문 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쓴 글이다. 순서상, 이 글박스 글을 먼저 읽게 되는데, 어떤 글은 본문 내용과 맥락적으로 조금 벗어나 보이는 글도 있고, 어떤 글은 나의 가치관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insight라는 단어를 달고 쓰이기에는 수긍하기 힘든 글도 있었다. 물론 좋은 글도 있어서 메모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웠다.
본문은 짤막한 글로 이루어진 유머를 꽤 담고 있다. 읽다보면 유머 글이 그러하듯 마지막 부분에서 ‘아하’ 하기도 하고, 교묘하게 상황을 끌어가는 영리함이 돋보이는 글도 있고, 이미 익숙히 알고 있는 이야기들도 꽤 실려 있어 한 번 더 읽는 느낌으로 읽기도 했다. 익숙히 알고 있는 이야기 중에 결말이 달라 눈에 띄는 글이 있다. ‘거짓말 3’에 실린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는 그 결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결말이 아닐뿐더러, 적당한 거짓말 혹은 뻔뻔스러움은 위기에 처한 양과 양치기를 구할 수도 있다는 매우 슬프게도 현실적인(?) 시각을 가지고 내비친 결말처럼 읽혔다. 혹은 그 결말의 이면을 반어적으로 읽어내야 하는 건지 어리둥절했다. 아니면 그 어리둥절함을 유머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마음에 남은 이야기들 중에, ‘미운 사람 죽이기’는 좋은 관계를 형성에 있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생각해보게 하고, ‘졸부 가족과 유대인 가족’은 겸손한 태도에 대해서 생각게 만든다. ‘열매가 아니라 씨앗’은 우리가 추구하는 ‘평화, 사랑, 행복’은 그러한 열매를 맺기 위해 그에 맞는 씨앗을 심고 키워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운다.
짤막한 이야기지만 그 속에 깊은 생각거리를 담아 놓은 이야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