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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내 몸을 위해 꼭꼭 약속해 - 유괴와 성폭력 예방 ㅣ 어린이안전 365 1
박은경 지음, 김진화 그림, 한국생활안전연합 감수 / 책읽는곰 / 2009년 1월
평점 :
두어 달 전에 아이가 다니는 문화센터수업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는 길에... 그 날따라 너무도 추워서 모자까지 깊숙히 눌러쓰고 몸을 웅크리며 걸었는데, 길을 건너기 위해 당연히 바로 내 옆에 있을거라고 생각한 아이의 손을 잡으려고 돌아 봤더니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문화센터 입구까지 다시 되돌아가 아이의 이름을 목청껏 불러댔지만 어디에서도 아이의 모습도,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갑자기 혹독한 겨울날씨가 너무도 더운 여름날처럼 느껴지면서 등줄기부터 땀이 솟기 시작했다.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거의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누가 보건말건 소리를 질러가며 아이 이름을 불러댔는데 어디로 가서 찾아야할지 그야말로 막막한 생각에 정신이 멍해지고 어지러움증까지 느껴지며 다리가 후들거려 서있기조차 어려웠다.
우리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거지??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겼지??라는 생각만 들면서, 그 모든 것이 내 잘못인것 같았다. 아직 6살 밖에 안된 아이, 수업마치고 나올 때부터 손을 잡고 나오지 않았던 내 잘못이 너무도 크단 생각만 들었는데, 다행히 조금 시간이 지나 핸드폰이 울려 받았더니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택시정류장까지 혼자서 뛰어 간 모양으로, 그 곳에서 엄마를 기다리다가 안오니까 택시기사 아저씨에게 핸드폰을 빌려서 내게 전화를 건 것이다. 아이가 기다리는 그 정류장으로 달려가다가 저 멀리 아이의 모습이 보이는 순간 이제껏 나오지 않던 눈물이 쏟아지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더랬다.
아이들에게 닥치는 사고나 사건들, 순식간에 일어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요즘처럼 흉흉한 세상에는 더더욱 아이를 밖으로 내돌리며 키우기 겁이 난다. 특히 갈수록 어린이를 상대로한 몹쓸 범죄들이 늘어나고 있다보니 집 앞 학원에 보내는 데도 그냥 혼자 내보내기엔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오며가며 아이를 데리고 다니고 있다. 그리고 나름 아이에게 안전교육을 가르친다며, 길을 잃었을 때나 엄마 아빠가 보이지 않을때 그 자리를 떠나지 말고 그 곳에서 가장 가까운 가게에 들어가 주인아저씨나 주인아주머니에게 부탁하여 엄마나 아빠 핸드폰으로 연락하라고 주의를 주곤 했더랬다. 그러면서도 설마, 내 아이가 내게 핸드폰으로 전화 할 일이 있겠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런 상황이 발생했고, 다행하게도 아이가 내게 전화를 하고 아무런 탈없이 만날 수 있었단 사실에 미리 주지시킨 그 교육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싶어 가슴을 쓸어 내렸더랬다. 엄마를 기다리다가 오지않자 아이도 당황을 했던 모양이여서 주지 시켰던 것처럼 가게에 들어가 전화를 하지 않고 택시기사아저씨에게 부탁한거라 다시금 아이에게 꼬옥 꼭, 혹여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가게에 들어가서 주인에게 부탁하라고 단단히 일러두었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머리가 쭈뼛 선다. 그 잠깐의 시간에도 내 마음이 이럴진대.. 이 책을 읽다보니 한 해 부모를 잃어버리는 아이 수가 4000명이나 된다는 사실에 가슴이 철렁했다. 고통의 시간을 보낼 부모와 아이들을 떠올리면 가슴이 싸아~해 지기도.......
그 날 일로 평상시 아이에게 일러 둔 안전교육의 힘을 느꼈기에 이번에 <어린이 안전 365>시리즈 출간이 무척이나 반갑다. 어린이 안전을 위한 책들이 출간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시리즈로 묶어서 주제별로 세세히 다룬다는 점, 유아들도 충분히 보고 인지할 수 있는 그림책이라는 점이 참 좋았다. 시리즈 첫번째로 다룬 유괴와 성폭력 예방을 위한 책 <소중한 내 몸을 위해 꼭꼭 약속해>!! 이 책을 시작으로 우리아이들에게 꼭꼭 필요한 안전교육이 잘 이루어져 그런 위험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다면 무얼 더 바라겠는가~.
이 책은 부모님도 필히 읽어야 하는 책이지 싶다. 이 책을 읽다보면 아마 어떤 부모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아이에게 계속적으로 질문을 하고 교육을 하고 주지시켜가며 읽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또한 아이들에게 닥칠 사고에 대해서 매우 현실적인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과 무엇보다도 그 상황에 따른 행동을 알려주는 데에 그림이나 실사를 이용했다는 점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이 뿐만 아니라 어른도 마찬가지로 어떤 것을 기억할 때에 그림과 함께 인식할 경우 그 걸 기억해내기가 훨씬 좋다고 한다. 매 페이지마다 그림으로알려주고 있다보니, 절대로 발생하면 안되겠지만 혹여 그런 나쁜 일이나 나쁜 사람과 맞닥뜨릴때에 아이가 재빨리 바르게 행동하여 그런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줄 것 같다.
얼굴만 봐서는 나쁜 사람인지 좋은 사람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할 때는 줄을 그어 찾아보게 하는 방법으로 알려주고 있으며, 낯선사람과 이야기 할 때는 다섯 걸음 떨어져서 말해야 한다며 다섯 걸음을 표현해 놓았다거나, 유괴범을 만났을 때 행동 지침을 분할 컷으로 자세히 그려서 아이들이 더욱 쉽게, 머리에 쏙쏙 인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또, 친구들 사이에도 해야할 장난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장난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하고, 어른들이 하는 행동이나 말에 아이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함정들을 꼭꼭 꼬집어서 적어 놓고 있는데, 미처 내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도 담고 있는 책으로, 이런 책들이 나올 수 밖에 없는 현실은 참으로 씁쓸하지만, 우리아이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선 꼭!꼭! 필요한 책이기에 누구나 읽었음 하는 바램이다.
덧붙여, 시리즈로 이어질 <어린이 안전 365>, 아이들 사고... 집 안에서 가장 빈번하다고 하니, 가정내 안전규칙이나, 먹거리에 관련된 안전 교육도 다루었음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