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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공화국 1 - 아이들만 사는 세상
알렉상드르 자르뎅 글, 잉그리드 몽시 그림, 정미애 옮김 / 파랑새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잔인하고 위협적이며 매우 무서운 존재.
뻔뻔스러운 폭군들.
자기들의 비겁함을 우리에게 덮어씌우는 비겁한 종족들.
늘 자기 감정을 감추려고만 하고, 정작 자기들은 못하면서 애들에게는 일관되게 행동하라고 강요하는 사기꾼들.
누구에게 저렇게 표독스러운 말을 던지는 거라고 생각하는가! 위의 글은 책 속 주인공으로 이제 열살 된 아리 샹스가 '어른'들에 대해서 느끼는 생각들을 옮긴 것이다. 어른에 대한 아리 샹스의 생각에 조금 소름이 돋았지만, 다른 아이들의 눈에도 어른들이 모두 그렇게 잔인하고 위협적이며 매우 무서운 존재로, 뻔뻔스러운 폭군들로만 비추어지진 않겠지~라고 읽어가다가 정작 자기들은 못하면서 애들에게는 일관되게 행동하라고 강요하는....이라는 글에 갑자기 콕~ 마음이 찔렸다.
아리 샹스! 아리는 자신의 부모에게서 학대를 받는 아이다. 언어 폭력과 무관심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아리는 부당한 어른들 세계가 너무도 싫다. 그러던 어느 날 옆마을 섬에 큰 재해가 일어나고 아리가 살고 있는 섬 주민들에게 그들이 도움을 요청한다. 그 요청을 받아들여 이 곳 섬에는 학교 선생과 아이들만을 남겨두고 모든 어른들이 배를 타고 옆마을 섬으로 떠나던 중 사고를 당해 아무도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부모들을 기다리다 지친 아이들은 학교 선생의 포악스러움에 드디어 반기를 들기 시작하고, 아리는 학교 선생마저 제거하고는 아이들만의 세상을 만드는데 앞장을 선다.
항상 부당한 어른들에 대한 반발심이 강했던 아리... 아리는 남아있는 아이들에게 어른의 부당함을 알리고 어른이 되지 말자고 한다. 놀이와 즐거움만으로 세상을 꽉채워 나가자고 말이다.
하지만 아이들만 있는 세상에서도 뜻이 맞지 않아 반목이 생기기도 하고,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들의 뚜렷한 사고 차이로 인해 서로 분리되기도 하는등 평화로움과 행복만이 깃든 세상이라기 보다는 좌충우돌, 그러면서 조금은 잔인해지고 조금은 폭력적인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기도 하다.
어른 없는 세상을 꿈꾸는 아이들... 어른도 없고 부모도 없고, 아이들만 있는 세상... 그 세상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며 비판적이고 진지한 어른들 세상에 반기를 든 아이들이 만든 상상 속 세상일 터였다. 그런 아이들만 사는 세상 속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입고 있던 옷도 모두 벗어던져 버리고 온 몸에 알록달록 물감으로 자신의 기분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의상을 그려 넣는 아이들이 만든 <알록달록 공화국>에서는, 빨래를 할 필요가 없이 새로운 옷을 입고 싶으면 물가에 가서 몸만 담그면 된단다~^^. 즐거운 놀이만 있고 배움이 필요없기에 글자를 배우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고 누구나 봐도 척 알수 있는 그림글자를 사용하고, 학교도 다니지 않고,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숨기려하지 않아야 한단다.
이 책에는 아리 샹스와는 반대로 어른처럼 되고자 애를 쓰는 반대의 인물이 있다. 바로 카시미르... 카시미르는 아리의 형이지만 아리와는 달리 부모에게 커다란 애정을 받고 자란 아이였다. 그 둘의 반목 또한 흥미진진한데.... 그 중, 카시미르가 아리에 의해 어른에 대한 연극을 공연하게 되는 대목에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기분 상태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른 자연스러운 반응이 아닌가. 그런데도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라고 명령하기 위해 안달이 난 것처럼 보였다. 동생을 사랑해야지, 좀 더 친절해야지, 정말 죄송합니다. 내가 널 위해 얼마나 많은 걸 했는데 고마워할 줄 알아야지 등등. 이런 말도 안되는 말들로 인해 극장 안은 종종 웃음바다가 되고는 했다. - 240쪽
카시미르의 공연을 지켜보는 아이들의 반응은 이미 자기 감정과 본능에 충실해진 아이들이 보기에는 너무 어처구니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른의 세계는 진짜 어른들이 사는 걸까, 아니면 어른으로 변장한 늙은 어린이들이 사는 걸까? 어쩌면 어른의 나이라는 게 없는 건 아닐까? 유년기만이 유일한 현실이 아닐까? 그렇다면 소위 어른이라는 사람들이 왜 본래의 신분을 감추려 하는 걸까? (중략) 어른세계라는 것이 결국 이런 건 아닐까? 어리석은 아이들의 놀이인게 아닐까! -240,241쪽
어른에 대한 공연을 계속 하던 카시미르에게 생긴 의문은 읽는 내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더랬다.
어른들 없이 아이들만 살아가던 섬... 이 섬 아이들도 시간이 지나 서른이 넘어 섰지만 행동과 마음 모두 아이 상태에 멈춰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돌아오지 않는 부모의 흔적을 찾기 위해 어른들의 세계로 '다프나'가 떠나며 1권의 끝을 맺는다. 어른들의 세계로 떠난 '다프나'는 어떻게 될까? 적응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게 될까? 나름의 여러 상상을 하며 책을 덮었는데, 아직 2권을 읽지는 못했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 가지들을 따라 2권에서는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 덧붙여 이 책은 우리 부모들,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