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블로프 : 발랄라이카를 연주하고 싶은 생쥐 그림책은 내 친구 11
존 버닝햄 글 그림, 장미란 옮김 / 논장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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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랄라이카?? 발랄라이카는 우크라이나의 토속악기란다. 우리아이와 나는 이 책을 보고서야 처음으로 알게 된 악기다. 세모꼴 몸통이 특이하고, 현이 3줄 밖에 없는 발현악기란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난 후에 인터넷으로 검색 해서 찾아보기도 했는데, 실제 발랄라이카 사진을 보더니만, 표지에 그려진 생쥐 트루블로프가 연주하는 악기 모양과 똑~ 같다며 기타같이 생겼으니 기타 소리처럼 나는지, 악기 소리를 궁금해 하기도~^^. 

'트루블로프... 엄마, 이 책에 나오는 생쥐 이름이 좀 어렵죠?'라며, 몇 번 생쥐 이름을 되내어 보는 아이 따라서 나도 몇 번 되내어 보았다.  유럽을 배경으로 하는 책이여서 그런지 (내가 보기엔 러시아나 우크라이나가 아닐까~ 싶다. 나오는 등장인물의 이름도 그렇고~ 마을의 모습이나, 옷차림에서도 그 나라의 색깔들이 느껴지기도...) 그림 보는 맛이 새롭다. 

이 책의 주인공 트루블로프는 음악을 사랑하는 생쥐다.  이 생쥐 트루블로프가 태어난 곳은 유럽의 어느 마을 작은 여관으로, 그 여관에 딸린 술집 벽 속에 가족들 모두와 함께 산다. 그 곳에 가끔 집시 악사들이 찾아와서 음악을 연주하곤 했는데 음악이 연주 될 때면 그 음악에 빠져들어 잠잘 시간조차 놓치기 일쑤이다보니 부모님께 혼도 많이 나지만, 음악을 무척 좋아하는 트루블로프는 잠을 자는 것보다 음악을 듣는 것이 더 행복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바코프 할아버지가 만들어 준 발랄라이카를 들고서 제대로 연주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은 마음에 그만 집시 악사들을 따라 집을 나서게 된다.  자신들을 따라 온 트루블로프를 보고는, 집시 할아버지는 발랄라이카 타는 법을 가르쳐 주고, 그 집시들과 함께 이곳 저곳을 다니게 되는데...  

트루블로프가 사라진 뒤로 걱정으로 몸져 누운 엄마를 위해, 트루블로프의 동생은 사라진 오빠를 찾으러 나서게 되고, 트루블로프는 동생을 만나 다시 고향 마을로 되돌아온다.  무사히 돌아온 트루블로프, 하지만 또다른 걱정이 생기는데, 그 여관에 사는 고양이가 이 생쥐 가족을 쫓아 내려 하기 때문이다.  그 때 마침, 이 여관에 음악을 연주하기로 했던 악사들이 오지 않자, 걱정만 하는 여관주인에게 트루블로프가 자신이 음악을 연주하겠다고 나선다.  그 이후로 트루블로프의 발랄라이카 연주는 유명해져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게 되고... 트루블로프의 가족은 이 곳에서 계속 살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다. 

붉은 해가 걸린 하늘 아래 나귀가 끄는 썰매가 그려진 그림이 참 인상적인 이 책은 우리아이가 좋아하는 작가 존 버닝햄의 책이다.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 <우리 할아버지>와 같은 그림이 아니라 <깃털없는 기러기 보르카>와 비슷한 느낌의 그림이다.  우리아이가 무언가 하고 싶은 꿈이 있다면, 발랄라이카 연주자가 되고 싶어한 트루블로프처럼 자신의 꿈에 열정을 가졌음 좋겠다.  그냥 막연하게 자신의 미래를 꿈꾸기 보다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방향을 설정하고 노력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면 어느 순간 그 꿈을 이룬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지 않을까~.  자신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희망을 놓치 않았던 트루블로프를 따라가며 유럽 어느 마을의 정서를 한가득 눈에 담을 수 있어 또한 멋진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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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개구리 여행사 - 연못 탐험대 모집 과학 그림동화 30
마츠오카 다츠히데 글.그림, 이영미 옮김 / 비룡소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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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에 연꽃파크가 있다. 멀리서 일부러 찾아와보는 조금은 이름 난 곳인데,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 자주 다닐 수 있다는 핑계로 어째 아이 데리고 이제껏 딱 한 번 다녀왔다~하하.  연못 안에 가득한 연꽃들과 연밥들, 연잎들.  그리고 조그마한 청개구리도 꽤 많이 살고 있어서 우리아이는 청개구리하면 이 곳에서 본 청개구리를 지금도 떠올린다. 체험이 이래서 중요하다는데, 이후로 자주 가보자 했건만, 너무 가까워 자주 못가는 아이러니라니~.  이 책을 보고는, 연못에 청개구리 보러가자 졸라서 아무래도 따뜻한 날 다시금 찾아가 봐야 하지 싶다.   

이 책은 <청개구리 여행사>라는 제목만으로도 아이의 눈길을 사로 잡는데, 표지에 적힌 <연못 탐험대 모집> 글은 큰 흥미를 가지게 하기 충분했다.  한참 탐험을 좋아하는 6살 꼬맹이에게 말이다~^^.
연못에는 어떤 생물들이 살고 있을까? 연못 하면 떠오르는 청개구리... 이 책 속에 나오는 청개구리는 여행사의 사장님이시란다.  책을 보니 연못을 탐험 할 탐험대를 모집 한 후 자신이 만든 페트병 배를 이용해서 손님들을 태우고 연못을 다니며 연못에 사는 생물들을 소개해주는 일을 하는 연못 가이드인 셈이다~^^.  물 속까지 훤히 보이는 페트병 배에 오늘의 손님으로 무당벌레, 공벌레 부부, 달팽이를 태웠다.  이들이야 물 속 구경 해본 적 없을 터이니 연못 구경 할 손님으로 제격이구나~했다^^.   

무당벌레, 공벌레 부부, 달팽이를 태우고선 함께 연못 속을 들여다보며, 연못 가이드 청개구리의 연못 생물들 소개가 이어지는데... 하나 하나 소개하는 수생 곤충들이 매우 흥미롭다. 그들의 생태까지 자세히 알려 주는데,  암컷 물장군이 수컷 물장군 등에 알을 낳는다거나, 벌렁 누워있어 죽었나 싶지만 원래 그리 헤엄치는 송장헤엄치개, 신기하게도 물 속과 물 밖을 다 볼 수 있는 물맴이는 눈이 4개라는 사실 등등 어린 유아들에게는 흥미진진 신기한 물 속 생물 이야기들로인해 흠뻑 빠질만 하다.  이렇게 연못에 사는 생물들의 생태를 소개하는 과정도 재미있지만 이야기 속에 사건이 생기면서 읽는 재미가 더욱 쏠쏠해지는 책이다.  

이 책의 또다른 묘미는 세밀화로 그려진 생물들의 모습이다.  세밀화로 그려져 있어 아이와 함께 세세히 살펴 볼 수 있으니 참 좋다.  여러 세밀화 그림들 중에, 물방개 애벌레와 송장헤엄치개, 장구애비의 주둥이를 그려 놓은 것으로 각각 주둥이의 생김새에 따라 먹이를 먹는 방법이 다름을 알려 주는 그림이 특히 흥미로웠다. 

처음엔 수생 곤충만 다루는 책이겠거니 했는데, 수생 곤충에만 국한되지 않고 연못 속 물고기를 먹는 사는 물총새도 만나 볼 수 있는 책으로, 연못에 사는 물고기들, 연못 주변 수풀에 사는 곤충과 동물들, 그리고 새들까지도 다루고 있어 여러모로 꼬맹이들을 위한 알찬 과학그림책이란 느낌이 든다.  또한 작은 연못 안에도 수많은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배우며, 더욱 자연의 소중함을 새기게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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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도깨비 책귀신 1
이상배 글, 백명식 그림 / 처음주니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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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방에 가는 기쁨.
아이 4살 때 아이와 함께 처음으로 서점 나들이를 했다. 유아책 코너에 진열되어 있는 유아책들은 색상도 화사하고 큼직한 사이즈에 그림 또한 얼마나 예쁜가?  교구가 딸린 책들, 장난감이 딸린 책들도 많다보니 서점에 가면 책구경에 정신 없어 했더랬다. 그 당시 자주 가던 그 서점은 큰 마트가 있던 건물 내에 위치하고 있어서 장을 보러 갈 때마다 그 서점에 들리곤 했는데, 몇 번 그러다보니 우리아이는 당연 그 건물 안에 들어 서면 서점을 향해 뛰어가기 일쑤였다.  책방을 가는 기쁨은 그 곳을 자주 갈수록 더 느끼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고리짝도깨비, 빗자루도깨비, 공책도깨비가 사람에게 물어 물어 큰 서점에 들어 섰을 때 책책책책책책책책책책... 책도 많고 사람도 많은 그 곳이 별천지 같다는 표현에 미소가 지어진다. 아마 우리아이도 처음 서점에 갔을 때 느낌 표현을 제대로 할 줄 알았다면 ’별천지’라고 했을 것 같았으니까.  책을 별로 보지 않는 사람은 서점에도 갈 일이 없다. 그러니 서점엔 사람이 별로 없을 거란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어쩌다 누군가에 의해 서점에 같이 가게 되면 그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는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 지기도 하지 않을까~^^.
도깨비들은 처음으로 간 책방에서 책을 보는 사람들의 얼굴을 훔쳐본다.  얼굴은 환하고, 눈동자는 또릿또릿... 아마도, 이런 별천지 맛을 느꼈으니 다음 번에 다시 찾는 책방은, 나서는 발걸음에도 기쁨이 잔득 묻을게다. ’서점가자!’라는 말에 지금도 펄쩍 뛰며 기뻐하는 우리아이처럼 말이다. 
본문에 책방에 간 도깨비들의 모습을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 옮겨 본다.
’도깨비들은 사람들 틈을 비집고 다녔어요. 아무 책이나 들었다 놓았다 했어요. 그렇게 안 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고리짝도깨비와 빗자루도깨비는 책을 거꾸로 보았어요. 무언가 열심히 찾는 것처럼 살피고, 천천히 책장을 넘기고 중얼중얼, 끄덕끄덕!’(p90)  

*** 책 사는 기쁨.
나는 누군가에게 선물을 할 때, 가장 많이 하는 것이 책이다.  누군가 내게 선물을 줄 때 가장 기쁜 선물이 책이다보니 자연스레 나도 선물할 때 책으로 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많은 출판사들에서 나오는 수많은 책들, 책 한 권 사려면 뚝딱 사지 않고 이것저것 살펴보고 알아보고 찾아보고 들여다보고...^^ 나에겐 그렇게 하는 그 시간조차 즐겁다.
세종대왕이 사달라 부탁한 책을 사러 책방에 간 도깨비들...  그 책을 사고서 품에 안게 되자 기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원했던 책, 필요한 책 목록을 적고 그 책을 내 것으로 가질 수 있게 되었을 때 정말 흐믓하지 않는가~.  비록 도깨비들은 세종대왕이 부탁한 책을 사고 자신들이 알고자 했던 <인불통고금이면 마우이금거니라>의 뜻을 알려줄 책을 찾지는 못했지만 서점 한 번 방문에 크게 깨친거 하나...
"책을 읽자, 오늘부터 책을 읽자."~^^

*** 책 읽는 기쁨.
세가지 기쁨 중 누구나 가장 큰 기쁨을 들라하면 책 읽는 기쁨일게다.  책 안에 쓰여진 글을 내 것으로 취한다는 것, 참으로 큰 즐거움이 아닐까~. 인간 세상의 지극한 맛은 독서(택당 이식의 글 중)란다. 그 지극한 맛을 모르고 산다면 얼마나 휑휑할까 싶다. 

이 책에는 위에 열거한 세가지 기쁨을 알게 된 도깨비들을 만나게 된다.  이 책의 주인공 고리짝도깨비는 돈을 무지 사랑하는 도깨비다. 그 돈 냄새가 좋아 구두쇠영감이 모아 둔, 돈이 가득 든 고리짝을 훔쳐다 제 집에 숨겨 놓고 그 냄새를 맡고 돈 위에서 자고 먹고 하지만 영 불안하다. 움켜쥐고 아끼다가 똥 될까봐 걱정, 누구에게 빼앗길까봐 걱정, 이래 저래 한숨 보따리 돈뭉치를 안고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중에 친구 도깨비들과 함께 좋은 땅을 사서 새 집을 지어 이사할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그 땅을 차지 하려면 그 땅을 산 선비와 문답 겨루기를 해서 이겨야만 했다.  하여 선비의 질문에 답변을 얻고자 책을 밥보다 더 좋아한다는 세종대왕을 만나게 되고, 세종대왕으로부터 책을 사달라 부탁을 받고 서점이란 곳을 처음 가보게 된다.  그리고 처음으로 책도 사게 되면서, 이제껏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희열을 느끼는 도깨비들.  
그 문답의 뜻이 들어있는 책을 세종대왕으로부터 받은 그 날 이후로 글자도 깨치고, 책 읽는 재미를 톡톡히 느끼며, 책을 사랑하는 책벌레 도깨비로 탈바꿈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럼 그 많던 도깨비 돈은 어디로 갔을까?~^^ 

본문 글 중간 중간 추임새 같은 문장이 들어 있어서 그런지, 읽는데 더욱 감칠맛이 나는 이 책은, 재미있는 도깨비 묘사와 그 도깨비들이 책벌레가 되어 가는 모습을 유쾌하게 담아 놓았다.  우리아이들이 한바탕 낄낄대고 웃으며 책읽기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면, 이 또한 ’행복한 책읽기’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서는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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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1-24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못 읽은 책이라 재밌게 읽고 갑니다~ 우수리뷰 순례중이예요.^^
 
아버지의 편지
정민.박동욱 엮음 / 김영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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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를 다닐 때에 집안 일로 인해 나만 떨어져 친척 집에 맡겨진 적이 있었다.  가족들이 사는 곳과는 아주 먼거리여서 시간 내어 보러 가기도 어려운 곳에 떨어져 있다보니 왠지 나만 버림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어린 마음에 한동안 속상함과 서글픔과 외로움으로 뒤척였는데, 그 때 처음으로 아버지에게서 편지를 받았다.  편지글 속에는 보고 싶다는 말 한마디 없었지만, 구구절절 나의 걱정으로 가득 채워져 있어, 눈물 줄줄 흘러가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편지를 보고서야 혹여 내가 친척에게 눈치밥 먹을까봐 매달 쌀까지 부치고 계셨다는걸 알았다.  그 편지를 받기 전까지 계속 눈치밥을 먹고 있었더랬는데 말이다~. 

이 책을 읽는 중에, 그 때 기억이 떠올라 코가 시큰거리기도 했다.  시대를 떠나 부모님의 자식 걱정은 모양새가 어찌 그리 똑같을까~.  이황, 백광훈, 유성룡, 이식, 박세당, 안정복, 강세황, 박지원, 박제가, 김정희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이들의 편지글을 담아 놓은 책이기에 처음엔 조금 무겁지 않을까란 생각을 가졌더랬다.  당시의 사회가 가부장적 유교 사회이기에 그런 생각을 더 했는데 책을 펼쳐 하나 하나 읽어 보니 처음 가졌던 그 생각과는 달리, 조선시대 지식인과 예술인으로 대표되는 그들의 편지글에선 권위적인 모습보다는 한 아들의 아비로서 살가운 부정이 물씬 흐른다.  때로는 훈계를 하면서도 걱정을 앞세우고 노심초사하는 마음에 애틋함이 느껴진다.   

편지를 읽다보면 그 시절 풍속이 절로 그려지기도 하는데 안타까운건 가난이다.  전형적인 명문가 강세황도 어려운 가정 형편을 생각해 사후 자신의 제사상에 술을 올리지 말것을 다짐받는 글을 보면서 조금 놀라기도 했다.  벼슬길을 살면서도 가난으로 힘든 시절을 보내는 모습들이라니~.   

이들 중에 읽는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던 글은 박지원의 편지다.  [연암선생서간첩]에 실린 30통 중에 11통만 소개하고 있음이 못내 아쉬울 정도다. 당대 최고의 문장가 연암의 편지글은 맛깔스럽기 이를데 없다.  직접 고추장을 담았다는 사실도 놀라운데, 그렇게 담근 고추장 한 단지랑  볶은 고기, 말린 고기, 곶감을 챙겨 보냈건만, 아들이 그걸 받아 놓고 어째 가타부타 맛에 대한 얘기가 없자 투덜 대며 보낸 또다른 편지글에 미소가 절로 고인다.  영.정조 당시에 시서화 삼절로 칭송을 받았다는 강세황의 편지글에선 일상 생활에서 필요한 물품들에도 관심을 가지고 살피는 모습을 만날 수 있고, 추사 김정희의 편지글 속에선 난을 제대로 치는 법을 세세히 알려주기도 하는 등 예술가 다운 면모가 엿보인다.  백광훈의 편지글에서 눈길을 끈 대목은 과거시험장에 들어갈 때 초장에서 혹 서로 도와주자고 권하는 자가 있어도 절대 들어서는 안된다는 당부의 글이다.  그때도 부정시험을 치러 합격하기도 했구나 싶어 흥미로웠다.  

[요즘 서울의 젊은이들은 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처럼 다만 효과가 빠른 것만 취하고 빨리 되는 방법만 찾는다. 성현의 책은 높은 시렁 이에 묶어 두고, 날마다 영리하게 남을 기쁘게 할 자질구레한 글만 찾아다가 훔쳐서 슬쩍 바꿔 시험관의 안목에 들어 합격을 이룬자가 많다.]
유성룡이 여러 아들에게 보낸 편지글 속에 쓰인 글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지금의 세태와 다르지 않아 헛웃음이 나왔다.  쪽집게 학원이다, 쪽집게 과외다 해서 유명세 좀 있는 사람에게 몰려 다니고, 그 또한 효과는 있어서 합격을 하기도 하지 않는가~. 아들들 바탕 공부 소홀을 탓하는 유성룡의 편지글에 지금 2008년을 사는 우리가 뜨끔하다.  사람 사는 세상....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 보니, 돌고 돌아 해 아래 새 것 없다~싶기도 하다. 

며느리에게 접부채와 참빗을 직접 챙겨 보내는 살가운 모습의 이황, 비리를 보면 참지 못하는 자식 성정에 노심초사하여 말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는 박세당, 병자호란이 일어난 이듬해에 포위된 남한산성에서 아우와 두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가족들 걱정으로 초조한 이식, 누이를 무지몽매한 채 내버려 두지 말라며 <내범>과 한글을 가르치라 당부 하는 안정복, 유배지에서 쓴 편지를 통해 유배 생활을 가늠해 볼 수 있었던 박제가의 편지까지... 각각의 색깔이 조금씩 다르고, 편지를 보내는 상황이 조금씩 다른 아버지들이였지만 그들의 편지 속에 하나같이 빠지지 않고 들어 있는 글은 과거시험을 치르기 위한 공부 방법들과 독서에 대한 글이다.  입신양명을 위한 독서가 아니라 평생의 반려로 삼을 의미를 터득하기 위한 독서가 되어야 함을 아버지들은 인생의 스승이 되어 아들에게 전한다.   

독서에 대한 그들의 생각과 공부 방법을 읽다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데... 자식을 향한 기대와 염려, 사랑과 훈계를 담은 옛아버지의 편지글을 읽는데 지금 우리의 아버지 모습이 겹쳐지는건, 변하지 않는 '아버지'라는 이름이 갖는 모습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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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달라 파랑새 그림책 73
이치카와 사토미 글.그림, 조민영 옮김 / 파랑새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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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을 보고선, 뭐가 달라서 달라 달라지? 했었는데, 물론 아이랑 함께 똑같이~^^. 책을 읽어보니 '달라달라'는 이 나라에서 운행하는 작은 버스의 이름이다. 그 이름이 '달라달라'인 이유가 참 재밌는데, 옛날에 이 작은 버스를 타려면 한 사람 앞에 일 달러씩 내야 했기 때문이란다.  책을 보면 이 '달라달라'가 운행되고 있는 나라이름이 적혀 있지 않아 어느 나라인지 알 수가 없지만, 우리아이는 나와 함께 처음 이 책을 읽을 때 "이 나라는 스리랑카일거야."라고 말하면서 자기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내게 설명해주기도 했다~^^.  섬이라는 점, 바다가 인도양이라는 점, 가까운 곳에 인도라는 나라가 있고, 좀 더 멀리에는 아프리카가 있는 것을 보면 그렇다나~^^.  아이가 유추해 낸 나라, 스리랑카가 확실한지 그건 나도 모르지만, 그림에 그려진 까무잡잡한 피부의 사람들, 이 책의 주인공인 쥐마의 할아버지가 입고 있는 긴 치마같은 옷, 아이들은 신발 대신 맨발이 대부분이고, 우리네 시골 마을에 가면 시래기가 매달린 만한 곳에 대신 바나나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야자수 나무들이 많이 보이는... 우리와는 다른 환경에서, 우리와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한 책이다.  그리고 어느 곳에 살든, 피부색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다해도 부모님은 아이들이 잘 되길 바라고, 아이들은 모험 하기를 원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꿈을 키워나가는 것은 똑같음을 알려 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책 안으로 들어가보자~. 꼭두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시는 쥐마의 아빠는 달라달라를 운전한다.  쥐마의 할아버지도 달라달라를 운전하셨더랬는데 이젠 쥐마의 아빠가 운전하는 달라달라 버스.  나무를 이용해서 손주에게 달라달라 버스 장난감을 만들어 주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애틋한 손주 사랑이 느껴진다.  쥐마가 자신도 이다음에 크면 아빠처럼 달라달라 운전사가 될거라고 말하자, 할아버지는 그런 쥐마에게 그 보다 더 좋은 직업을 가졌음 좋겠다 얘기한다. 
"좋은 직업이요? 어떤 게 좋은 직업인데요?"
사실, 쥐마의 눈에 보이는 아빠는 멋지다. 비록 꼭두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시느라 고단하시기는 하지만 쉬는 날에는 그 버스를 마음대로 운행할 수 있으니 말이다. 아빠와 함께 달라달라를 타고 원하는 곳은 어디든 갈 수 있는 쥐마. 하지만 이곳은 섬나라다. 어느 쪽을 향하여 가든 마지막엔 바다를 만나게 되는 곳.  그러던 어느 날 쥐마는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보며 드디어 자기가 꼭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게 된다.

아주 어렸을 적 우리아이의 꿈은 아빠였다. 아빠가 하는 일이 가장 재미있고 멋있어 보였기 때문인데, 지금도 여전히 자신이 크면 하고 싶은 일 중에 아빠가 하는 일도 포함을 하기는 하지만, 점점 자라면서 알게 되는 많은 것들로 인해, 하고 싶은 일 또한 자꾸 자꾸 변해간다.  하지만 그 일이 어떤 일이든지 나는, 우리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면 좋겠다.  자신이 원하고 사랑하는 일을 평생을 두고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그 일로 스트레스 받는 일도 없을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직업이야말로 가장 '좋은 직업'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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