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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 정글 - 도시와 야생이 공존하는 균형과 변화의 역사
벤 윌슨 지음, 박선령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9월
평점 :
"도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예전에 <돈한푼 안 쓰고 1년살기>에서 마크 보일이 도시를 태생부터 잘못된 것처럼 저주하는 것을 읽고 위화감 반 불안 반이었는데, 전작 <메트로폴리스>에서 도시를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라는 식으로 호감을 보내던 저자마저 이렇게 돌아서니, 음 역시 그랬었군 하는 생각이 든다. 전작 <메트로폴리스>에서 매끄럽게 이야기를 진행시키던 저자는 이 책에서 왠지 말주변을 잃은 것 같다. 전작에 비하면 말하고 싶은 포인트가 뭔지, 유투브 보듯 도시를 생동감있게 묘사하던 솜씨도 시들한게 <메트로폴리스>에 비하면 지루하다. 차라리 이 책을 다큐같은 영상물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저자의 분석은 도시는 (혹은 자본주의는 혹은 지금 현대인은?) 전부 다 내거야 하고 주변으로 부터 뺏어서 쌓아놓기만 하지 다시 내어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젠가 균형은 무너질 것이다. 중년의 위기인가, 요즘 꽤 우울하다. 체감하는 것은 예전에 비하면 엄청나게 느껴지는 일교차다. 사무실에서는 불과 며칠 전까지 낮에는 에어콘을 틀었다. 날씨가 왠지 꼰대처럼, 말 안 통하는 친구처럼 느껴진다. 지금까지 내가 느껴왔던 가을이 점점 사라지는 느낌이다. 이러다가 올 여름 같은(아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더위가 일 년의 반, 극단적인 추위가 나머지 반, 이런 식으로 날씨가 재편되지 않을까? 예전에 강헌이 좌파명리 강의에서 인간은 더 이상 기후에 지배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제 그 시대는 다시 끝나가는 것 아닐까? 등장하는 여러 도시들과 관련 내역들을 구글로 검색해가며 읽으면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