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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집중력 -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4월
평점 :
책을 영화에 비교할 수 있다면 저자는 헐리우드 웰메이드 무비를 만드는 베테랑 감독이다. 개인적 체험부터 시작해서 스토리를 조였다, 풀었다, 지루함을 느낄 틈을 주질 않는다. '집중력'을 논하는 책으로서 아주 바람직한 장점이다. 저자의 주장은 단순히 스마트폰 때문에 애들이 공부를 안한다 수준이 아니다. 집중력 상실으로 성찰적이고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가짜뉴스에 휘둘리며 민주주의가 위태로와지고 전지구적 위기에 대응하고 있지 못하다는 진단이다. 사실 새로운 내용은 없지만 기지의 사실을 새삼 상기시키는 효과가 있다. 소셜네트워크가 집중력을 해친다는 것은 이미 전부 아는 사실이고 페이스북 내부 회의에서 페이스북의 폐해를 진단한 보고서를 묵살했다는 것도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지금 갓 나온 따끈따끈한 책 답게 지금 여기의 세상을 조망해볼 수 있다.
빅테크 기업은 빅데이터를 통해 이미 개개인의 '캐리커처'를 이미 만들고 있다고 한다.(구글 내부자의 폭로다. 지메일은 메일을 스캔한다고 하는 데 그거 불법 아닌가? 유럽에서는 금지되어 있다고 하는데 한국지메일도 그럴까?) 한가지 궁금한 것은 결국 유투브 수익이 광고 수익인데 그 광고가 정말로 수요를 창출하는 걸까? 나는 중간에 끼어드는 광고를 보면 오히려 짜증이 나던데, 듣보잡 유투버가 버는 수억이 광고회사가 갖다 바친 돈이고 그게 결국 마케팅 비용으로 가격상승에 기여할 것이라고 예측하면 짜증이 난다. 누가 유투브 광고가 정말로 매출증가로 연결되는지 연구라도 해주었으면 좋겠다.그냥 에스엔에스를 자제하라는 식의 에프엠 충고도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야바위라고 한다. 에스엔에스를 절제하려는 한 명의 소비자 맞은편에는 그런 의지를 무너뜨리려고 연구하는 100명의 엔지니어가 있다는 거다. 저자가 집중력상실의 원인을 스트레스, 장시간근무, 나쁜 식생활,환경오염 같은 것으로 확대시키면서 살짝 지나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저자가 생각하는 것은 한 명의 개인이 주체적으로 사고하며 독립적으로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모습이다. 저자가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뽐뿌질'하는 대목에서는 살짝 희망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의 내용과는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지만, 유투브에서 다큐멘터리 보듯 편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저자의 마지막 타겟은 결국 자본주의다. 진부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일견 가장 근본적인 성찰 아닌가. 자본주의가 바라는 것은 더 빠른 "회전율"이고 그러려면 사람들은 음미하고 성찰하기 보다 표피적인 걽핧기를 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