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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니카들, 좌측 하단 미니카를 주목


티브이를 보면 또 유행이 돌고 돈다는 것을 단적으로 아주 잘 알 수 있다. 옛날에는 집에 있는 티브이를 들고 다니며 볼 수 없을까, 하는 염원이 있었다. 그 바람이 고속버스에서 티브이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가 더 작은 티브이가 있었으면 하던 바람으로 4인치 정도의 유선 티브이가 나왔다. 라디오 겸용 티브이가 유행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 소형 티브이는 대형 티브이보다 비쌌으며 대부분 일본 제품이었다. 후에 삼성 제품이 나오기도 했지만. 카세트 플레이어 만해서 어디든 들고 가서 플러그만 꽂으면 티브이가 나왔다,라고 하기에는 전파 수신이 어려워서 지지직 거렸고 방송 3사밖에 없어서 생각하는 것처럼 티브이를 제대로 시청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점점 더 작은 것을 원하게 되었고 일본의 소니 회사는 그 니즈를 파고들어, 미국에서 대형 제품을 만들어 놓으면 똑같은 제품을 반대로 소형으로 만들어서 제품을 내놓았다. 그러다 보니 티브이가 점점 작아져 현재의 휴대전화만 한 티브이들이 각광을 받았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 작은 손 안의 티브이를 누구나 다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부유한 계층의 사람들만이 그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손 안의 티브이, 카시오에서 나온 포켓용 티브이가 나오기도 했는데 걸어 다니며 티브이를 막 볼 수는 없었다. 역시 전파 수신의 문제와 옛날에는 정규방송 시간을 제외하고는 낮에는 방송 송출 자체가 없었다. 한때 사람들은 티브이의 마법에 걸렸었다. 티브이가 나오기 이전에는 전쟁 중에도 어디선가 발행한 잡지나, 문고본 소설을 읽었고 6, 70년대에는 모두가 매일 아침에 나오는 신문을 찾아서 읽었다. 신문 속에는 정치, 경제뿐 아니라 재미있는 만평이나 만화, 매일 연재되는 소설도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기를 쓰고 신문을 읽었다.


신문에 매일 연재되는 소설을 한때 황석영 소설가가 썼다. 1974년 7월부터 1984년 7월까지 한국일보에 연재를 했다. 정말 대단하다. 그때 황석영이 매일 소설을 써서 연재를 하는 것이 너무 힘이 들었다. 정말 미칠 것 같았다. 그래서 하루는 어디 멀리서 소설을 써서 우편으로 보내주겠다,라고 하면서 도망을 쳤다. 현실도피를 한 것이다. 에잇 나 몰라라 하며 어떻게든 되겠지, 라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후다닥 가버렸다. 신문사에서는 큰일이 난 것이다. 사람들은 하루도 장길산을 읽지 않으면 안 되었다. 요즘의 우영우를 눈 빠지게 기다리는 심정보다 10배는 더 할 것이다. 그래서 황석영 담담 기자가 있었는데 손을 번쩍 들고 제가 잡아 오겠습니다!라고 한 사람이 바로 현재 대작가가 된 소설가 김훈이었다.


김훈의 소설을 몇 권 읽었는데 ‘칼의 노래’라든가, ‘공무도하’나, 에세이 ‘밥벌이의 지겨움’ 같은 책은 어느 정도 그대로 술술 읽힌다. 남한산성을 읽을 때였는데, 한 페이지에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이 나오는 것이다. 그냥 휙 하고 지나가면 그만이겠지만 뭐랄까 남한산성 같은 경우는 김훈이 마치 타임리프를 해서 그 당시, 남한산성 그 장소에 가서 마치 눈으로 본 것을 그대로 적확하게 표기하는 기분이 들어서, 그 당시에 썼던 단어들, 그러니까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을 사전을 찾아서 일일이 각주를 달아서 읽다 보니 몇 달이 걸렸던 적이 있었다. 와 이 사람, 김훈이라는 작가는 참으로,,,, 같은 생각을 했었다. 아무튼 김훈 작가가 황석영 담당 기자였을 적에 – 휴대폰도 없을 시기에 아이구 힘들어라, 하며 내뺀 황석영을 잡으러 다녔던 말이지. 김훈의 딸은 영화제작자인데 싸이런픽쳐스 대표다. 여기서 오징어 게임을 만들었다.

남한산성은 책을 읽고 난 뒤 영화를 보는 것도 좋다. 영화 역시 책만큼 잘 만들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김상헌과 누리가 헤어지는 장면이다.

어린 누리의 눈에 비친 대감 김상헌은 유일하게 할아버지와 연결된 끈이었다. 이 전쟁만 아니었다면 할아버지와 민들레가 필 때 강가에 나가 꺾지를 잡고 놀았을 누리는 헤어져야만 하는 김상헌이 미우면서 고맙기만 하다. 민들레가 필 때면 저를 다시 데리려 오시는 겁니까.라고 울먹이며 묻는 누리의 말에 그리하겠다고 말하는 김상헌의 떨리는 목소리에는 만감이 교차한다.


김상헌의 눈빛에서 누리의 할아버지를 죽어야만 했던 자신의 과오를 끝끝내 밝히지 못함을 용서해달라, 나는 그리 할 수밖에 없었음을 용서해달라, 너를 지켜주지 못함을 용서해달라, 나 보다는 날쇠의 곁에 있음이 너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을 한 나를 용서해달라.


김상헌과 최명길의 김윤석과 이병헌은 영화인지 소설인지 분간을 할 수 없었다. 김상헌은 톨스토이와 비교가 되었고 최명길은 도스토옙스키와 비교가 되었다. 먹고살기 위해 죽어가면서 글을 쓴 도스토옙스키가 우아하고 허리를 굽히지 않는 톨스토이의 멋진 글보다 와닿는다. 하지만 소설을 읽을수록 영화가 말미로 갈수록 그렇게 단순하게 비교할 수 없었다.


김상헌과 최명길은 방법이 달랐을 뿐 같은 길을 갈 뿐이었고 서로를 몹시도 경외하고 있었다. 이병헌의 백두산 고군분투기에서 에이 뭐야, 했지만 남산의 부장들과 남한산성에서의 이병헌은 정말 최고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상헌이 누리를 끌어안고 보이는 눈빛은 나라를 이렇게 만들어서 미안하다는, 이 모든 잘못된 것들이 자신에게 돌리고 있다. 너는 반드시 살아나서 아름답게 민들레 꽃을 피우거라. 그렇게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뼈를 갉아먹던 추위를 몰아내고 산과 들에 꽃을 피웠다.


영화 1917에서도 처참하고 또 처참한 전시상황 중에서도 꽃은 피어난다. 황폐하고 무지하고 포탄에 엉망진창이 된 곳에서도 꽃은 피어나고 생명은 태동했다. 김상헌은 누리에게 자신의 생명을 나누어 준다.


영화는 그 어느 것 하나 오버하는 법이 없다. 소설에 신세를 지는 만큼 소설에게 욕을 들어먹지 않게 꾀부리지 않고 이전의 사극을 우려먹지 않았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왕과 나라를 생각하는 김상언과 최명길의 연기는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김훈의 날이 바짝 선 호흡을 정공법의 영상으로 옮긴 남한산성이었다.


이번에 안중근 의사의 7일 동안의 이야기가 소설이 되었다.


김훈의 아버지가 우리나라 1세대 소설가 김광주 선생이었다. 김광주 선생은 당시 중국의 남영의학대학을 다니다가 중퇴했다. 그리고 소설을 썼는데 그 당시에는 무협소설 격인 수호전으로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64년인가 김광주 선생은 후배 소설가들을 모아 놓고 아직 꼬꼬마였던 김훈에게 막걸리를 사 오라 심부름을 시켰다. 김훈이 이렇게 막걸리를 방에 넣어주며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버지와 소설가들이 하는 이야기가, 우리 우리의 밥줄이 끊겼다, 너 그 녀석 소설을 읽어봤냐? 그 녀석 소설이 한국문학의 판도를 바꿀 것이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녀석이 누구냐면 64년에 등장한 ‘무진기행’의 김승옥이었다.


뭐 아무튼 사람들은 그렇게 활자를 읽고 상상하는 것에 지치지 않았다. 티브이도 없고 뭐 그런 시대니까. 그러다가 영화의 붐이 일어났다. 아마 6, 70년대가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가 아니었을까 싶다. 사람들은 극장으로 모여들어 영화를 봤다.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서울이나 대도시에 한해서였다. 지방의 변두리에서는 영화는 상상도 못 할 이야기다. 일단 극장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고생들은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주말에 먼길을 나가서 극장이 있는 도시까지 가서 영화를 보고 오는 것에 하루를 몽땅 소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 클라크 케이블, 비비안 리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잉그리트 버그만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이었다.


그러다가 티브이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한 동네에 티브이가 있는 집으면 매일 저녁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김일이 나오는 프로레슬링이 하는 날이면 동네 축제라도 열린 것 같았다. 모두가 모여 티브이를 보니 마치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만 같았다. 김일 선수의 몸짓 하나에 모인 마을의 사람들, 어른이고 애고할 것 없이 탄성과 환호가 오고 갔다. 그런 시대를 거쳐 70년대 후반기부터 각 가정에 티브이가 전부 보급이 되기 시작했다. 어떤 집에는 거실에 티브이가 한 대 있고 부모님 방에 따로 티브이가 있기도 했다.


티브이는 점점 작아져서, 그 바람인지 휴대전화가 나오기 시작했고 스마트폰으로 티브이를 볼 수 있는 시대까지 왔다. 그렇게 티브이 화면을 작게 만들려고 하던 예전에서 이제는 폰의 화면이 자꾸 커지고 있다. 이제는 걸어 다니면서 폰으로 티브이를 보는 게 너무나 당연해졌다. 그러나 사람들은 작은 화면에 만족하지 못하고 태블릿을 만들어내더니 태블릿의 화면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제는 아이폰 4만 한 작은 폰을 들고 다니면 신기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덱스터의 마지막 시리즈를 보면 모든 건물이나 자동차 내지는 옷들이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폰이 아이폰 4다. 그래서 아 벌써 그렇게 오래되었구나, 하게 된다.


어제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너는 돈이 많으면 뭘 하겠느냐고 묻던데, 나는 돈이 많으면 돈이 많이 드는 피겨를 구입하고 싶다. 요즘 피겨는 정말 어마어마한 가격들이라 일반인들은 큰 마음먹고 지갑을 열지 않는 이상 피겨를 구입할 수 없다.


피겨도 유행이 있고 돈다. 매체가 아무리 발전을 해도, 유튜브가 모든 영상을 독식하듯이 해도 또 책이, 책 속의 이야기가 모든 유행을 선도한다. 스토리텔링도 그렇다. 현재는 이[] 세계 이야기, 좀비나 히어로 물이 유행을 타고 있지만 역사 속의 이야기가 또 유행을 타게 될지도 모른다.

두 대 빼고 이 세상에 없는 미니카들


제일 위에서 좌측 하단의 미니카가 어디에 나왔냐 하면 바로 에반게리온에서 네르프 공식 업무용 쿠페로 나온다. 이전에는 울트라맨에서 나왔다. 이 정도로 유행은 돌고 또 돌고 계속 돈다. 유행에 가장 민감한 부분이 의상일 텐데 모두가 알겠지만 지구 상에 더 이상 새로운 의상이 없다. 그냥 계속 돌고 돌고 리폼하고 또 돌고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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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결착


여름은 바야흐로 색으로 물 든다. 여름은 물 드는 계절이다. 시원함으로 물 들고, 싱그러움으로 물 든다. 여름은 그렇게 결착된다. 여름은 다른 계절의 미움을 받는다. 온통 푸르고 열기가 가득하고 뜨겁고 활기에 찬 여름은 다른 계절의 질투를 부른다. 여름에는 여름만의 과일이 있다. 빨갛고, 그린그린에 씹으면 즙이 죽 나오는 복숭아와 자두 같은 여름의 과일은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올해 여름에는 다른 해보다 에어컨을 틀지 않고 지내고 있다. 시간상으로 보면 하루에 한 시간 정도 에어컨 바람을 쐬고 있다. 일하는 곳에는 에어컨이 없다. 로비에 건물 중앙식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는데 문을 열어 놓고 서큘레이터만 틀어 놓아도 시원하다. 오전과 저녁에 출퇴근을 할 때 운전을 하면서도 에어컨을 틀지 않는다. 본디 에어컨 바람을 싫어하는 경향도 있지만 올여름에는 다른 해보다 더 많이 달려서 그런지 에어컨 바람을 멀리 하고 있다. 에어컨 바람은 기묘하지만 여름의 싱그러움을 퇴색시킨다. 푸석하게 만들고 코 안까지 바짝 마르게 해 버린다. 저녁에 조깅을 하고 나면 바람도 시원하게 분다. 말도 안 되는 색감을 하늘은 보여준다. 요즘 여름 과일이 조금 덜 달았으면 좋겠다. 씹었을 때 약간 신맛이 탁 하고 입안으로 퍼졌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포도를 입 안에 넣고 껍질 째 오물오물 씹고 있으면 껍질에서 나오는 즙을 느끼며 시원한 맥주를 한 잔 마신다. 이토록 여름은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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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 ㅋㅋㅋ



우영우 보는 재미가 좋다. 우영우의 어떤 타이밍이 좋냐면 요컨대 주위에서 하는 말이 우영우가 듣기에 이건 아닌데?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 놓고 아니다 할 수 없을 때 짓는 표정이나, 타인과 코드가 맞아떨어졌을 때 기뻐하는 그 타이밍을 보는 게 좋다.


이번 12화에서 준호의 레이스에 우영우와 함께 모두가 놀라 자빠지는 표정들이 재미있었다. 깔깔깔. 마지막에 류재숙 변호사와 함께 모여 비빔밥을 먹을 때 시를 낭송한다. 그때 다른 두 명도 좋아하는 시인을 이야기한다.


나 역시 시를 아직까지는 좋아하는 사람으로 그 시인들에 대해서 짤막하게나마 이야기를 하고 싶다. 류재숙 변호사와 함께 한 명은 고정희 시인을 좋아했고, 또 한 명은 김수영 시인을 좋아한다. 고정희 시인은 지리산 시인으로 불릴 만큼 지리산을 자신의 몸처럼 좋아한 시인이었다.


불행하게도 지리산에 올랐다가 실족사로 죽음을 맞이했지만 해남에 가면 고정희 시인의 생가를 개방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녀가 시를 쓰기 위해 얼마나 청렴하게 마음을 비우고 시에 다가갔는지 알 수 있다. 고정희 시인은 ‘오늘 하루를 생애 최고의 날처럼, 또한 마지막 날같이’를 지침으로 삼고 43년 짤막한 삶을 살다가 갔다. 그녀의 시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데, 이번 12화에서 언급이 된 이유는 아마도 고정희 시인이 살아생전 여성운동의 길을 닦았기 때문일 것이다.


서강대 대학원 문학 박사인 김승희 시인에 의하면 [고정희에 와서 젠더를 문제의식으로 가지게 되었고 ‘여성도 민중‘이라는 역사적 발견을 외쳤으며 ‘가부장제적 유교 문화 비판’과 ‘여성적 글쓰기’의 고민을 할 줄 알게 되었다고. 한국 여성 시는 고정희 이전과 이후로 확연히 갈라지는 새로운 경계를 그었다고. 황무지 같았던 한국 여성주의 문학의 개척자이자 여성운동에 마중물을 부어 ‘푸르른 봇물’을 튼 고정희.]라고 했다.


또 김수영 시인이 언급이 되는데 그는 알다시피 모든 권력과 불이익과 부조리에 대항하는 저항 시인의 대표적인 시인이다. 419 시인이라 불리는 김수영은 거제도 포로수용소 출신의 625 시인이라 할 수 있다.


그 당시 참담함과 꺼져가는 당시의 대한민국에서 김수영 시인을 하루하루를 견디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전쟁 후 정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도로에는 시취가 아직 났고 부서진 건물은 복구가 되지 않아 뼈대가 다 드러나 있던 시대. 친구였던 박인환 시인은 밤이면 혼돈 속에서 어쩌지 못해 술을 마시기만 했다.


친구인 박인환 시인이 박살 난 대한민국을 몽마르트르 언덕과 숙녀와 목마로 예쁘게 덮을 때 김수영은 피가 흐르는 땅바닥에 나무를 심고 물을 흐르게 해야 했다. 시간이 걸려도 그래야 했다. ‘김수영의 연인’이라는 그의 아내(역시 문필가)가 쓴 에세이를 읽어보면 김수영의 뾰족한 날카로움에 대해서 잘 드러나 있다. 그러면서도 그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김현경 여사.


그리고 류재숙 변호사가 낭독한 안도현 시인의 ‘연탄 한 장’이 나온다. 제 몸을 불태워 재가 되어가면서 누군가를 따뜻하게 하는 연탄에 대해서 안도현만큼 쓴 작가도 없을 것이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버려질 연탄처럼 되는 게 싫어 인간은 늘 여지를 남겨두고, 배후에서 무엇인가 노리고 있다.


안도현 시인은 연탄재 시인으로 유명하지만 더 유명한 시는 간장게장 시로도 유명한 ‘스며드는 것’이 있다. 이미 티브이 방송부터 여러 매체에 나왔는데 해가 지는 어스름 저녁에 읽어보면 울컥하게 되는 시다.


안도현 시인은 백석 시인의 뭐랄까, 추종자 내지는 광팬, 백석 시인을 사랑하다 못해 백석이 되고픈 현시대의, 현시대의 뭔가 어울리는 말이 있을 텐데, 암튼 그렇다. 안도현 시인은 결국 ‘백석 평전’을 펴냈다. 이게 거의 500페이지나 되어서 읽는 데 식겁했다. 만약 백석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백석 평전을 권한다. 백석에 관한 모든 것이 다 있고, 더불어 안도현 시인의 그에 대한 사랑도 느껴 볼 수 있다.


또 안도현 시인은 동화 작가로도 유명한데, 고래가 나오는 동화책도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가. ‘남방 큰 돌고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돌고래가 인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돌고래 이름도 ‘체체’. 그리고 ‘밤새 콩알이 굴러다녔지’라는 시집의 표지에도 고래가 있다는 사실. 또 바다에 나간 아빠가 돌아오지 않아서 주인공 강푸른이 아빠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 ‘고래가 된 아빠’의 표지에도 강푸른이 흰 수염 고래를 타고 나는 그림이 있다.


그래서 이쯤 되면 비록 짤막하게 언급되었지만 고정희 시인과 김수영 시인과 안도현 시인이 왜 수많은 작가들 중에서 우영우에서 언급이 되었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우영우가 대표를 엘베에서 만나 고민을 말할 때 키스타임과 아빠가 넌지시 사귀는 사람이 없냐고 물었을 때 없습니다,라고 칼같이 말할 때 큭큭큭. 권모술수는 날이 갈수록 빙구미가 나오는 것 같고. 카체이싱 장면에서 뒷자리 표정들 ㅋㅋㅋ 커엽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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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히어로를 원하고 있다. 누군가 나서 주기를 바라고 있고, 또 그 누군가에게 우리는 기대고 싶다. 원펀맨이 이렇게 인기가 많고 재미있을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 원펀맨 첫 회에서부터 보는 이들을 잡아끌더니 바로 사이타마의 팬이 되어 버린다. 평소에는 멸치 같은 눈으로 멍하게 하루를 보내지만 히어로가 되었을 때에는 정말 멋있다. 멋있다는 의미 속에는 많은 것들이 들어있다. 그저 괴인들을 때려눕히는 일격에서부터, 생각(원래부터 사이타마가 생각하던 히어로에서 자꾸 벗어난다고 느끼는 것)과 일상을 포기하지 않는 것. 무심한 듯한 표정과 대비되는 동작과 원 펀치로 모든 것을 끝내 버리는 괴력. 사이타마 주위를 맴돌고 있는 여러 캐릭터들의 관계들까지. 회를 거듭할수록 재미는 더 해 간다. 원작 만화는 모르겠지만 원펀맨 2기가 나오고 몇 해가 지났지만 아직 3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왜, 왜, 왜 나오지 않을까. 거기에 새침하지만 막강한 초능력을 가진 원펀맨 최고의 인기 캐릭터 전율의 타츠마키까지. 정말 히어로 물이지만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을까.


히어로 물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어벤저스 역시 히어로 영화다. 극장 상영물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영화에 속한다. 사람들은 히어로를 원한다. 그건 분명하다. 왜? 나 대신 나서 주기를 바라고, 그 사람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는 더 그렇다. 간절하게 그들에게 기대고 싶다.


우리나라처럼 자살률이 높은 나라도 없다. 사람들은 발버둥을 치다 힘이 들어 자살을 해버린다. 어린아이들이 있어도 같이 데리고 죽어 버린다. 만약 이들에게 마음속의 히어로가 있었다면 자살 같은 건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종교에 기대고, 정치인에 기댄다. 정치인에게 기대면 마음이 어느 정도 안정을 한다. 그들에게 실질적인 직관적 힘은 없으나 권력이 있기 때문에 히어로의 대체가 되기도 한다. 그들의 한 마디는 그들에게 기대는 추종자들에게는 절대적일지도 모른다.


원펀맨을 보면 히어로들은 등급이 있다. A급, B급, C급으로 나뉘고 그 안에서도 등수로 나뉜다. 그래서 히어로들도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리기 위해 난동을 피우거나 괴인들을, 또는 범죄자들을 잡으려고 발악 같은 노력을 한다. 그 과정에서 히어로들끼리 결투도 한다. 이런 등급을 뛰어넘는 S급 히어로들도 있다. 그게 사진 속 피겨 전율의 타츠마키다. 염동력을 사용하는 최고의 히어로.


아마 이런 최고의 힘을 가진 사람은 현실에서는 통수권자 정도가 될 것이다. 지금 현재 사람들이 실지로 히어로를 간절히 바라는 이유는 통수권자, 즉 대통령의 입지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정치 이야기는 하기 싫지만 이번 여당은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기고, 지선에서도 완승을 거두었다. 그러면 이제 야당과 티키타카 견제하면서 코로나 시국으로 망가진 국민들의 생활을 끌어올리는데 힘을 기울이면서 자신들의 이름과 실력을 알리면 된다. 그런데 이 권력욕이라는 게 그만 넘치고 넘쳐 생각을 집어삼키면 모든 것을 가졌음에도 집권당 안에서도 권력을 더 가지려고 안간힘을 쓰는 꼴이, 전혀 국민들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모습이다. 통수권자와 그 주위의 권력자들의 지금의 행태는 그간 정부에서 전혀 보지 못했던 안하무인 격이라 사람들은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히어로가 필요해서, 그런 히어로를 믿고 기대고 싶어서 지금의 대통령을 선택했을 텐데.


이것 봐라, 정치 이야기를 하면 한 없이 할 말이 많아지고 우울해지며 비참해진다. 화자가 비참해지는 것, 그게 현 정치, 정치의 현실이다. 정치 이야기는 멀리서 봐도 비극, 가까이서 보면 더 비극이다. 좀 더 비극적이고 확대된 비극이 가득한 곳이 정치판이다.


아마 원펀맨의 사이타마 같은 히어로가 나타나려면 그 세계관에서 처럼 도시의 이름도 없고, 괴인들에 의해 도시가 박살이 자주 나야 할 것이다. 그래서 꼭 사이타마 같은 멋진 히어로가 지금은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사람들은 기대야 할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건 인류가 탄생된 이래 늘 그래 왔다. 부족 국가였을 때에도 족장이 있어야 그 집단이 제대로 돌아간다. 사람들은 족장을 믿고 기댄다. 공동체를 이루려면 그래야 한다.


내가 있는 도시는 고래의 도시로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서 운이 좋으면 고래 떼를 볼 수 있는데, 요즘 우영우 덕분에 이 도시로 엄청난 인구가 들어와서인지 매일 코로나 확진자가 2000명이 넘게 확진이 되고 있다. 어제는 3800명이 확진이 되었다. 정말 코로나 사태 이후 역대급의 매일이다. 그럼에도 도시는 어떤 뚜렷한 조치를 취하는 모습은 없다.


고래가 요즘 인기이니까 이 도시의 고래 이야기를 한 번 해보자. 이 도시는 예전부터 고래잡이로 유명한 장생포항이 있어서 고래로 유명해졌다.

이 기사는 2017년도 기사인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 있는 아기 돌고래에 관한 기사다. 기사를 읽어보면 ‘혹시나 아기 돌고래가 이상행동을 보이거나 특이사항이 발견되면 곧바로 일본 수의사와 사육사를 불러오는 비상연락체계도 갖춘 상태다’라는 문구가 있다. 이 문구에서 ‘곧바로’ 일본 수의사에게 연락을 해서 불러온다는 말인데 연락이야 곧바로 할 수 있지만 연락을 받고 일본의 수의사가 옷을 차려 입고 가방을 들고 배나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곧바로 오지는 못한다. 오는 동안 새끼 돌고래는 ‘그래, 의사가 오고 있으니 조금만 참고 기다려 볼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남구 도서관리공단 서진석 이사장은 “아기 돌고래를 직접 보고 싶다는 관광객들의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며, 라는 문구에서도 의문 투성이다. 이 기사가 나기 불과 얼마 전에도 돌고래 두 마리를 일본에서 데리고 오다가 한 마리가 죽어서 단체와 시민들은 돌고래를 가둬놓고 사육을 하거나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걸 탐탁지 않았다. 우영우에서도 그렇듯이 고래는 밥은 동해안에서 먹고 낮잠은 일본 근해에서 잘 정도로 활동량이 어마어마하다. 특히 돌고래 같은 경우 무려 5000킬로미터 정도를 헤엄쳐 다녀야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그런 돌고래를 작은 수족관에 가둬놓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식으로 키운다니. 무엇보다 일본에서 많은 돈을 주고 사 오는 돌고래는 그 유명한 돌고래를 잡아 죽이는 다이지 섬인가 하는 그곳이다.


이 기사 이전에 나온 돌고래 죽음에 관한 기사는 조용하게, 곧바로 뒤로 물러나고 돌고래 관광으로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기사가 쏟아졌다. 전 세계적으로 사라지고 있는 돌고래 밀실 사육이 어째서 이 도시에서는 당연하다는 듯 일어나고 있을까. 이 현실이 2017년도였다. 그런데 지금 2022년에도 변하지 않고 똑같다. 고래 박물관 근처에 가보면 알겠지만 고래고기 식당이 수두룩하다. 지금 우영우 때문에 고래는 인기가 엄청나다. 그리고 현재 여기 도시의 바다에 나가면 고래 떼를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득실득실한다.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상 최고로 많은 코로나 확진자가 매일 쏟아지고 있다.


이렇게 불안한 가운데에서도 평화롭게 하루를 이어 갈 수 있는 건 오로지 사람들 개개인이 조심하면서 잘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무슨 말이냐 한다면, 아이들에게는 아빠와 엄마가 히어로가 되어서 관리를 하고 훈련을 시키고 맛있는 요리를 해준다는 말이다. 개개인 각각이 히어로가 되어 팔로 끌어안을 수 있는 나의 사람들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혼신의 힘을 다해 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는 히어로를 원한다. 하지만 히어로가 되기는 꺼려한다. 히어로가 되면 이것과 저것 사이에서 너무나 큰 고민과 많은 생각과 갈등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히어로는 나보다는 타인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히어로의 가족들은 남편이, 아빠가, 엄마나 누나가 히어로인 것이 때로는 감당하기 힘들어한다. 히어로는 타인을 먼저 생각하느라 자신의 목숨을 내놓기도 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그런 히어로는 거의 보기가 힘들다.


무심하고 자신만 중요하고 막말을 막 내뱉는 것 같아도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는 전율의 타츠마키와 응가하는 사이타마의 멋진 활약을 보고 싶은데, 몇 년째 아직 원펀맨 3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우리가 지금 바라는 히어로는 직관적으로 목숨을 구하고 악의 무리를 파괴하는 힘을 가진 울트라맨이 아닌, 사람들이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사 먹고, 가고 싶은 곳에 마음껏 가고, 입고 싶은 옷을 사입을 수 있고, 사람과 사람들이 분열하지 않게 하는 권력을 잘 이용할 줄 아는 현명한 사람이다.

말벌과 뮬란 찬조출연



원펀맨 3기 은제 나와요?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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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와 곡주


만두는 시장에서 파는 왕만두다. 하나에 천이 백 원 하는 만두다. 크고 맛있다. 두 개 정도 먹으면 배가 찬다. 천 원이었는데 물가의 상승으로 여기도 하나에 이백 원이 올랐다. 군것질 거리 중에서는 그래도 저렴이다. 김치만두도 있는데 고기만두가 더 낫다. 어린이들에게도 만두 하나씩 손에 쥐어 주면 냠냠 맛있게 먹고 배불러라 한다. 이런 만두는 중국풍 만두다. 일본의 교자는 기름에 튀기는데 그게 훨씬 개인적으로 더 맛있다. 하지만 교자는 어딘가에 들어가서 젓가락을 들고 식초에 간장을 풀어서 콕 찍어 먹어야 하기 때문에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시장표 왕만두를 왕왕 사 먹는다.


만두의 종류도 아주 많다. 튀기고 삶고 탕에, 국에도 들어가고 라면에도 잘 어울리고 구워도 맛있다. 우리가 보통 설날에 떡국을 먹는데 떡국에 만두를 넣어서 먹는 지역도 있고, 그냥 떡만 넣어서 떡국을 해 먹는 지역도 있다. 떡국에 만두가 들어가면 맛은 훨씬 더 있지만 밑의 지방으로 내려올수록 설날에 그저 떡으로만 만든 떡국을 많이 먹는다. 그리고 윗 지방으로 올라갈수록 떡국 속에 만두를 넣는 경향이 짙다. 그래서 만둣국이 있고, 떡만둣국, 그리고 그냥 떡국이 있다. 국에 만두를 넣어서 먹은 지역이 아무래도 북쪽, 추운 곳이다 보니 지역별로 그렇게 조금씩 다르게 떡국과 만둣국을 먹는 것 같다.


국물요리를 거의 먹지 않고 있지만 일주일에 한 번은 국물이 당겨서 라면을 끓여 먹는다. 그럼에도 겨울의 추운 날 오들오들 떨다가 먹는 만둣국의 유혹 내지는 추억은 내내 남아있다. 정말 만둣국은 어린이도 만들 수 있다. 계란을 풀어서 위에 부어 주는 것은 못하더라도 그냥 만두 넣고 물 넣고 떡국떡 넣고 끓이면 되니까 세상 간편한 음식이다. 어쩌면 만둣국도 패스트푸드에 속할지도 모른다. 금방 되니까.


시장에 가면 만두를 쪄서 파는 집이 있었다. 작은 만두를 쪄서 파는데 어릴 때 그게 너무 맛있는 것이다. 만두집 아들내미가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그때 괴담이 있었다. 인육을 가지고 만두를 만들어서 판다는 둥 하는 괴담. 신문에 실종된 아이들 기사가 있으면 만두 집에서 잡아서 밤에 그 아이들을 삶아서 인육으로 만두소를 만든다, 그래서 만두를 쪄서 놓으면 아주 맛있다, 하지만 그 만두를 먹을 때는 너무 맛있어서 모르지만 먹고 나면 몸이 계속 가렵다, 같은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이런 괴담이 예전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어제 집으로 가는데 아파트 놀이터에 아직 놀고 있던 초등생들이 거꾸로 매달려서 귀신이 나오는 괴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 괴담은 지치지도 않고 유전자처럼 사람의 등에서 등을 타고 내려오는구나.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그때 시장의 만두 집에서 찐만두를 나란히 앉아서 맛있게 먹었다. 그러면 주인아저씨가 아이구 잘 먹네, 라며 만두를 하나씩 더 주었다. 우리는 그걸 마치 소중한 무엇인 거 마냥 손에 쥐고 맛있게 냠냠 먹었다는 이야기다.


이건 흔히 먹는 떡국인데, 이름을 붙이자면 떡국일까? 떡만둣국일까? 만둣국일까. 떡국은 명절 음식으로 우리는 일 년에 두 번 정도는 꼭 먹는 음식이다. 이 떡국에 만두를 넣어서 먹는 경우가 있다. 음식 이름에서 뒤에 오는 이름이 주인공 격이다. 요컨대 해물 짜장 하면 짜장면이 주인공이고 해물이 조연이 된다. 떡만둣국이라면 만두가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여기 남부지방에는 만두를 거의 잘 넣지 않는 떡국을 먹었다. 소고기로 국물을 우려낸 떡국을 먹었다. 이상하지만 소고기 떡국에 만두가 들어가면 맛있지만 잘 안 넣게 된다. 그건 도민성일까.


만둣국의 주인공은 만두


떡만둣국의 주인공은 떡과 만두 ㅋㅋ


맨 위의 사진에서 만두와 함께 마셨던 곡주다. 유자주인데 정말 맛있다. 술 같지 않아서 홀짝홀짝 마시다 보면 어느새 술에 취해 취권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맛이다. 이런 술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선물을 받아서 아 이런 술이 존재하는구나. 하고 알게 되었다. 맛이 깊고 술 같은데 술 같지 않아서 꽤나 비싼 것 같다. 아무튼 이런 좋은 술을 나는 왕만두와 함께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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