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와 곡주


만두는 시장에서 파는 왕만두다. 하나에 천이 백 원 하는 만두다. 크고 맛있다. 두 개 정도 먹으면 배가 찬다. 천 원이었는데 물가의 상승으로 여기도 하나에 이백 원이 올랐다. 군것질 거리 중에서는 그래도 저렴이다. 김치만두도 있는데 고기만두가 더 낫다. 어린이들에게도 만두 하나씩 손에 쥐어 주면 냠냠 맛있게 먹고 배불러라 한다. 이런 만두는 중국풍 만두다. 일본의 교자는 기름에 튀기는데 그게 훨씬 개인적으로 더 맛있다. 하지만 교자는 어딘가에 들어가서 젓가락을 들고 식초에 간장을 풀어서 콕 찍어 먹어야 하기 때문에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시장표 왕만두를 왕왕 사 먹는다.


만두의 종류도 아주 많다. 튀기고 삶고 탕에, 국에도 들어가고 라면에도 잘 어울리고 구워도 맛있다. 우리가 보통 설날에 떡국을 먹는데 떡국에 만두를 넣어서 먹는 지역도 있고, 그냥 떡만 넣어서 떡국을 해 먹는 지역도 있다. 떡국에 만두가 들어가면 맛은 훨씬 더 있지만 밑의 지방으로 내려올수록 설날에 그저 떡으로만 만든 떡국을 많이 먹는다. 그리고 윗 지방으로 올라갈수록 떡국 속에 만두를 넣는 경향이 짙다. 그래서 만둣국이 있고, 떡만둣국, 그리고 그냥 떡국이 있다. 국에 만두를 넣어서 먹은 지역이 아무래도 북쪽, 추운 곳이다 보니 지역별로 그렇게 조금씩 다르게 떡국과 만둣국을 먹는 것 같다.


국물요리를 거의 먹지 않고 있지만 일주일에 한 번은 국물이 당겨서 라면을 끓여 먹는다. 그럼에도 겨울의 추운 날 오들오들 떨다가 먹는 만둣국의 유혹 내지는 추억은 내내 남아있다. 정말 만둣국은 어린이도 만들 수 있다. 계란을 풀어서 위에 부어 주는 것은 못하더라도 그냥 만두 넣고 물 넣고 떡국떡 넣고 끓이면 되니까 세상 간편한 음식이다. 어쩌면 만둣국도 패스트푸드에 속할지도 모른다. 금방 되니까.


시장에 가면 만두를 쪄서 파는 집이 있었다. 작은 만두를 쪄서 파는데 어릴 때 그게 너무 맛있는 것이다. 만두집 아들내미가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그때 괴담이 있었다. 인육을 가지고 만두를 만들어서 판다는 둥 하는 괴담. 신문에 실종된 아이들 기사가 있으면 만두 집에서 잡아서 밤에 그 아이들을 삶아서 인육으로 만두소를 만든다, 그래서 만두를 쪄서 놓으면 아주 맛있다, 하지만 그 만두를 먹을 때는 너무 맛있어서 모르지만 먹고 나면 몸이 계속 가렵다, 같은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이런 괴담이 예전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어제 집으로 가는데 아파트 놀이터에 아직 놀고 있던 초등생들이 거꾸로 매달려서 귀신이 나오는 괴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 괴담은 지치지도 않고 유전자처럼 사람의 등에서 등을 타고 내려오는구나.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그때 시장의 만두 집에서 찐만두를 나란히 앉아서 맛있게 먹었다. 그러면 주인아저씨가 아이구 잘 먹네, 라며 만두를 하나씩 더 주었다. 우리는 그걸 마치 소중한 무엇인 거 마냥 손에 쥐고 맛있게 냠냠 먹었다는 이야기다.


이건 흔히 먹는 떡국인데, 이름을 붙이자면 떡국일까? 떡만둣국일까? 만둣국일까. 떡국은 명절 음식으로 우리는 일 년에 두 번 정도는 꼭 먹는 음식이다. 이 떡국에 만두를 넣어서 먹는 경우가 있다. 음식 이름에서 뒤에 오는 이름이 주인공 격이다. 요컨대 해물 짜장 하면 짜장면이 주인공이고 해물이 조연이 된다. 떡만둣국이라면 만두가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여기 남부지방에는 만두를 거의 잘 넣지 않는 떡국을 먹었다. 소고기로 국물을 우려낸 떡국을 먹었다. 이상하지만 소고기 떡국에 만두가 들어가면 맛있지만 잘 안 넣게 된다. 그건 도민성일까.


만둣국의 주인공은 만두


떡만둣국의 주인공은 떡과 만두 ㅋㅋ


맨 위의 사진에서 만두와 함께 마셨던 곡주다. 유자주인데 정말 맛있다. 술 같지 않아서 홀짝홀짝 마시다 보면 어느새 술에 취해 취권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맛이다. 이런 술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선물을 받아서 아 이런 술이 존재하는구나. 하고 알게 되었다. 맛이 깊고 술 같은데 술 같지 않아서 꽤나 비싼 것 같다. 아무튼 이런 좋은 술을 나는 왕만두와 함께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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