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소설,

댄스 댄스 댄스에서 고탄다와 키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장면은 마치 영화 같다. 게다가 이 소설에도 역시 엄청난 음악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음악을 찾아서 카테고리 안에 넣어 두고 들어가면서 읽으면 정말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는 말은 사실 좀 거짓말이지만.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었을 때 나는 남들에 비해 그 짧은 분량을 너무나 길게 읽었는데 그 세계 안에도 베토벤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좀 이상하지만, 짧으니까 천천히 읽지 뭐, 라는 생각에 병수가 등장할 때 베토벤을 들으며 병수에 대해서 생각을 하다 보니 병수에 좀 더 가까이 이입이 되는 느낌을 받았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왜 그런지 김영하가 시를 너무 적고 싶은데 이미 소설에 발을 담가 버려서 뺄 수 없으니 온통 직유와 은유로 가득한 살인자의 기억법을 쓰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속에 등장하는 베토벤의 음악은 병수를 신랄하거나 또는 조금 떨어져서 긍휼히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무튼 댄스 댄스 댄스에서도 하루키 식의 음악이 와장창 등장한다. 음악이 나올 때마다 틀어 놓고 들으며 읽는 것은 이제 일상다반사가 되었다. 음악을 찾아서 듣는 것이 예전처럼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옆에 잠자는 고양이 같은 기기로 틀어 놓으면 그만이다. 우리는 지금 좋은 세계의 중간에 있는 것이다.


소설 속 키키는 두 사람에게 어떤 트리거가 되었다. 댄스 댄스 댄스의 전신 격인, 양. 쫓. 모(양을 쫓는 모험)에서 키키는 아름다운 귀를 가지고 있다. 주인공은 양쫓모에서 키키와 함께 양의 행방을 찾으러 갔다가 양사나이에 의해 키키는 그곳에서 나가고 주인공만 결락을 가진 채 남게 된다. 그리고 몇 년이 흘러 ‘댄스 댄스 댄스’로 와서도 주인공은 내내 키키를 생각한다.


주인공은 양쫓모에서 키키에게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좀 더 배우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듣는다. 키키는 신비로워서 형태가 모호하지만 ‘시’ 같아서 구체적이다. 역시 키키는 '시'적이다. 키키의 모습은 획일화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눈을 감고 숨을 들이쉬고 깊이 있게 생각하면 키키의 모습이 어렴풋하게 떠오른다. 그래서 주인공과 고탄다는 키키로 인해 현실을 자각하고 비현실 같은 실재에서 도망가지 않고 버티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탄다는 그만 키키가 있는 세계로 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결국에는 물처럼 차오르는 결락을 어쩌지 못하고 만다. 키키는 명확하게 일어나 버린 일이며 동시에 아직 명확하게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모든 것과 제로 사이에 끼인 순간적인 존재라는 것을 알게 하는 키키는 어떤 방아쇠일지도 모른다.



 

예전에 키키를 표현해보기로 하고 집 앞 바닷가에서 사진을 촬영했다. 사진은 11장의 사진을 합성했다. 나무들이 보이는 곳에 아파트와 건물들이 있는데 다 날려버리고 나무를 합성했고 하늘에 구름 여러 개를 합성했고 바닷가에 있는 사람들도 삭제했다.


- 예쁘게 하고 나왔는데 또 이상하게 찍는 거 아니죠?


- 아니라니까 신비로운 여자를 담을 거야.


- 그러니까요, 그냥 모델처럼, 그냥 예쁘게, 그냥 얼굴이 잘 나오게 찍어줘요.


키키라는 신비로운 여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셔터를 눌렀다.


- 키키라고 부르지 말아요.


- 아니야, 오늘은 키키 여야 해. 키키는 이런 관념을 잔뜩 가진 여자니까 그렇게 걸어와. 명확하지만 명확하지 않게, 우연도 없고 가능성도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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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임박이다. 마치 세일하는 질 좋은 물건의 시간 임박처럼 대선이 조여 온다. 방송가에서는 세계를 초토화시킨 오미크론보다, 실종자 수색보다 더 많이 다루고 있다. 광고에서도 공약을 잘 지킬 수 있습니까, 노후도, 어린이의 안정도, 처우 개선도, 실업 문제도 자신 있습니까,라고 한다.


대통령 한 명이 바뀐다고 해서 이 모든 것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물론 거의 절대적 권력을 손에 거머쥐며 모두가 허리를 굽히다 보니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바꿀 것 같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시대다. 지금 이전까지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제부터 나오는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것을 대통령 후보자들도 아는지 우리가 혹 할 만큼 괜찮은 공약은 나오지 않고 있다. 대체로 5년 동안 청와대 안에서 모두의 보호를 받으며 지내다 보면 말기에는 레임덕이 되기 마련이다.


대통령으로 당선되어서 우리가 바라는 것들을 이룰 수 있었던 시기는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집권 시기였다. 그 이후로 어떤 분야든 가속페달을 밟으며 오를 대로 올라 자리를 잡았기에 현재 그 시스템을 바꾸거나 갈아치우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그 시스템을 구축하는 동안 거기에 가담한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자동차 하나를 만들면 그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 개개인에게는 3인 또는 2인의 가족이 있다. 자동차 공장이 들어선 도시는 자동차 공장 때문에 메트로폴리탄이 되기도 한다. 그 시스템이나 구조가 잘못되었다 해도 거기에 이미 몸을 담고 있는 수많은 사람, 수많은 가족들을 무시할 수가 없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매불쇼의 심용환 역사교육 연구소 소장의 말을 참고로 했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으면 직접 보시면 될 듯하다. 1993년부터 2002년 정도까지가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 시기였고 이 시기에 대통령에 당선이 되면 개혁이 가능했다. 그 이전에 시스템이나 구조가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컨대 금융실명제를 93년에 김영삼 대통령이 통과시키고 그다음 해에 종합소득세 기준안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지금까지 종합소득세를 신고하고 있다. 또 외환위기 이후에 실물경제가 너무 떨어지고 나라 경기가 너무 어려워졌다. 사람들에게 월급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때 김대중 대통령이 아이디어를 낸 것이 미래의 자산을 당겨 쓰자, 지금 당장 돈이 없지만 앞으로 우리가 돈을 벌 거니까 미리 돈을 당겨 쓰자, 해서 카드 사용이 대대적으로 시행됐다.


카드를 쓴다는 건 다음 달 소득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카드를 많이 풀었는데 그만 풀어버린 양이 어마어마했다. 그때 엘지카드가 천삼백만 장을 남발했다고 한다. 부자 되세요, 의 비씨 카드도 그 당시에 엄청나게 남발했다. 그런 단점이 있었지만 그 당시에 카드 사용이 되었기 때문에 지금 모든 부분이 신용카드화가 되어 세금을 숨긴다던지, 포탈하는 것들은 어렵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세금을 뒤로 빼돌리는 인간이 있지만 예전만큼 그 양과 깊이가 심각하지는 않다, 예전에는 통장에 자기 이름을 쓰지 않고도 계좌가 개설이 되었다.


이제부터는 대통령 호칭을 빼겠습니다.


김영삼과 김대중은 일제강점기 때 태어났다. 10대 때 일본인 교사한테 대들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일본인에게 끌려가서 고생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기에는 또 나이가 너무 어렸었다. 김영삼과 김대중이 활발하게 활동을 하게 된 시기는 1950년대였다. 이 두 사람을 419 혁명의 아들들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정치를 시작하고 419 혁명이 일어나고 시스템도 무너뜨릴 수 있고 새로운 민주국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을 강하게 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를 이제 민주 공화국으로 만들자. 두 사람은 이 하나의 신념이 강하게 자리를 잡게 되었다. 모두가 알겠지만 김영삼은 우리나라 최연소 국회의원이었다. 아직도 그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요즘 이준석이 너무 어린것 아니냐 하고 하지만 김영삼은 26살에 국회의원이 되었다. 근데 실제로는 한 살 더 어렸던 걸로 나온다. 당시에는 커트라인이 26살이라 그렇게 한 살 올려서 출마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가 있다. 김영삼은 자신이 정치적으로 무엇인가를 할 때에는 정치자금을 모으기 위해서 집을 팔았다고 한다. 여러 번 팔았다. 김영삼은 투명하기로 유명한데, 정치 쪼랩부터 집을 팔아서 정치 자금을 모았다. 아마도 그 후광을 돌봐주는 사람이 마산에서 큰 멸치어장을 하고 있던 아버지가 아닐까라고 역사학자들은 말한다. 그 당시 정치인들은 중에 김영삼의 멸치 상자를 받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한다. 김영삼은 클리어하고 투명하게 돈을 벌면서 대통령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 김영삼의 대통령에 대한 갈망은 10대부터였다.


김대중은 원래 사업가였다. 사업으로 성공도 여러 번 했다. 두 사람의 특징이라면 김영삼은 어머니가 무장공비에 살해를 당했다. 김대중은 사업을 하고 있을 때 광주로 들어온 북한군에 의해서 체포되어서 죽다가 살아난 이력이 있다. 그리하여 이런 배경이 이 두 사람이 정치활동을 하는데 방어막이 되어 주었다. 김대중이 김영삼보다 나이는 한 다섯 살 정도 형이었다. 이 두 사람은 초기에는 아주 친한 것으로 추정하지만 말년에는 아주 사이가 안 좋은 걸로 유명하다. 김영삼은 자서전에서도 3분의 1이 김대중의 욕이라고 한다. 폭격 수준이었다. 아무튼 할 말은 시원하게 다 하면서 살았다. 김대중은 김영삼과 다른 방법으로 김영삼을 무시했는데 이를테면, 나 빼고 나머지 중에는 김영삼이 좀 괜찮아, 너는 나와는 급이 되지 않아, 하는 식으로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예전의 여야는, 두 사람은 필요로 할 때에는 서로 불렀고, 도움을 청하고 도와주었다. 서로가 서로를 경쟁하고 미워하지만 연대는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 비난만 있고 그 비난을 덮을 비난뿐이다.


이 두 사람이 정치 쪼랩 시절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사람이 조병옥이었다. 조병옥은 1800년대 사람으로 유학파에 제주 43 사건을 강경하게 대응해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승만의 라이벌이기도 했고, 정치적 거물이었고, 315 부정선거 당시 암으로 별세했다.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김두환의 스승으로 나오는 인물이다. 엘리트에 독립운동에 경찰 쪽의 우두머리(예전에는 검사보다 경찰이 더 힘이 있었다, 순사 시절)였던 사람이 조병옥이었다. 이런 조병옥이 김영삼과 김대중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줬다고 할 수 있다. 조병옥이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확실한 것은 투철한 민주주의자였다고 한다.


김영삼, 김대중 두 사람은 계속 정치적으로 성장해오다가 1971년에 삼선개헌이 일어난다. 그때 김영삼이 앞으로 나오면서 ‘40대 기수론’을 펼친다. 그 때문에 김영삼이라는 정치인이 유명해지기 시작한다. 당시 거물 정치인들은 김영삼을 젓 비린내 나는 아이로 보고 무시를 했다. 김영삼이 김대중보다 먼저 치고 나오게 된다. 김영삼은 26살부터 정치를 했고 9선이다. 36년 동안 국회의원을 하면서 대통령을 한 번 했다. 김영삼은 퇴임 후에 편안하게 살다가 할 말 다 하면서 돌아가신 분으로 기억된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김영삼은 40대 기수론이라는 어젠다를 외치면서 그 당시의 오래된 정치인들을 다 은퇴시켜버린다. 그러니까 김영삼이 대선주자로 나오지만 자신은 떨어지고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 후보가 되니까 기성 정치인들이 다 날아가게 되었다.


419 혁명, 518 광주 민주화운동, 1212 군사쿠데타,라고 하는 이 말을 현직 대통령으로 확정시킨 사람이 김영삼이었다. 역사를 정리했다. 또 작년에 문재인 대통령이 홍범도 장군의 유해봉환을 했는데 그것의 최초의 선례가 김영삼 정부 첫 해에 임시정부요인들, 2대 대통령인 박은식 대통령의 유해를 모셔오는 역할을 했다. 또 공직자 재산등록제 같은 경우도 김영삼 정부 시작 이틀 만에 자기의 재산을 다 오픈을 해버린다. 나 17억 8천만 원 가지고 있어, 너는 얼마 있어? 라면서 다 까발린다. 일주일 내로 김종필 등등 전부 다 공개를 하게 된다. 육 개월간 법을 열심히 만든다. 그렇게 해서 나온 법이 공직자윤리법이다. 이후 공직자는 재산 공개가 의무화가 되었다. 지금의 공직자 재산공개가 그때 생겨난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지금의 국힘당을 만든 장본인 격이다. 그래서 법을 고치고 역사를 바로 잡는 일들이 어려웠다. 하지만 밀어붙이는 것은 또 밀어붙였다. 이렇게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다가 힘이 달리면 야당의 김대중 총재에게 연락을 했다. 직접적으로 연락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신호를 보내면 야당의 김대중 총재는 지금 김영삼에게 잘하고 있다며 일이 처리되도록 도와주었다. 연대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여야가 대화가 되었다. 하지만 문제도 많았다. 김영삼은 아들 문제도 있었고 정치자금 문제도 있었고. 김영삼 대통령은 선례는 잘 만드는데 구조와 시스템을 구축하지는 못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북핵문제를 전혀 관리하지 못했다고 한다. 클린턴이 와서 빨리 북핵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을 때 클린턴과 대립을 하면서 문제를 크게 만들기도 했다. 그때 일화 중 매일 아침 조깅을 하는 김영삼 대통령을 따라서 클린턴이 조깅을 했는데 지기 싫어하는 김영삼 대통령이 빠르게 달려버려서 클린턴이 따라다가 헛구역질을 할 정도로 달렸다고 한다. 김영삼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외환위기였다.


하지만 이 외환위기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기회를 주게 된다. 그 때문에 김대중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하거나 남북관계를 좋게 만드는 활동을 외환위기를 극복하면서 하게 된다. 그러면서 오늘날과 같은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었다. 그리고 인터넷 즉 초고속 광통신망 같은 경우 첫 시작은 김영삼 정부에 계획이 나왔고 그걸 김대중 정부가 받아서 IT산업으로 확 키웠다. 그 길을 열었다. 또 그때 재벌개혁, 빅딜이라고 해서 모든 재벌에 모든 계열사가를 다 가지고 있었다. 아무튼 그런 정책을 해서 재벌의 부채 비용을 낮추는 등 시스템을 정리했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추진력이 좋았다. 추진력은 좋았으나 구조를 만들지 못했다. 그 만들지 못한 구조를 김대중 대통령이 받아서 시스템을 구축했다. 김영삼은 추진하는 데 있어서 거침없었는데 요컨대 금융실명제를 하는데 경제수석이 반대를 하면 경제수석만 빼놓고 나머지를 모아 놓고 금융실명제를 발표를 하는 등 그냥 밀어붙이는 스타일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계속 인터뷰를 하는 스타일로 국제사회에서 더 유명했다. 하버드 경제를 배우는 학생들에게는 대중경제론인가 하는 수업이 따로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재벌개혁을 한다고 하면 IMF 총재를 데리고 오거나, 아니면 빌 클린턴 대통령을 데리고 왔다. 클린턴이 98년에 우리나라에 와서 외환위기를 해결하려면 재벌개혁을 해야 합니다,라고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게 했다. 대단한 전략적인 외교력을 가진 사람이 김대중 대통령이었다.


대통령 후보가 나오면 이렇게 후보들의 지난 이야기를 사람들이 하며 관심을 가진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이는 후보가 현재 있냐는 것이다. 나처럼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이 정도로 예전 대통령들에 대해서 흥미롭게 검색하고 책도 읽어 보지만 지금 나오는 후보자들에게 이런 관심을 기울이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다. 지금 시대에 대통령 한 사람이 바뀌어서 개혁을 이루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서로 비방만 하다가 대통령이 어영부영되는 것도 참으로 이상하다.


워낙 이상한 시기이고 이상한 사람들이 많아진 지금이지만  잘못된 시스템 하나 정도는 대통령이 나서서 노력을 하고, 여당은 야당의 도움을 받아서 국민들이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대선 구도와 행보를 보면 너무나 끔찍할 뿐이다. 게다가 현재 후보들이 김영삼 대통령이나 김대중 대통령처럼 정치 쪼랩부터 활동한 과거의 이력이 지금 우리가 궁금해서 찾아보고  관심 가질 만한 것인가. 현재 후보의 과거가 너무나 궁금하지도 않고 알고 싶지도 않다. 그런 사람들 중에 대통령이 나온다 하니 외신에서도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고 평을 했다.


정치는 생활 그 자체라 관심을 두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정치인들은 너도나도 말 하지만 그들이 우리에게 관심을 끊게 만드는 것 같다. 나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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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하루가 지나간다


하루가 오전 6시의 목욕탕처럼 고요하고 그림처럼 지나간다. 조용한 그림 속에서 나는 주인공은 아니지만 배경으로 한 부분으로라도 차지하고 있을까.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반짝이는 햇살 때문에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데 영하 10도 가까이 되는 날이다. 너무 차가운 공기 때문에 사람들도 드문드문 지나다니고 인파라는 말은 정말 오래 전의 말처럼 되어 버렸다. 이 고요를 깨는 건 라디오의 디제이들뿐이다. 일요일이 이토록 고요하게 흘러도 될까.


코로나는 사람들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다. 이동이 없어 고요하면 그만큼 코로나에서 조금 떨어져 안전망에 들어 있다는 기분이 들지만 생계의 위협 때문에 불안하고, 사람들이 몰려들어 북적이면 생활은 괜찮으나 코로나와 조금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안전망에서 벗어났다는 불안이 든다. 사람이 오지 않아도 생계가 불안하고, 사람들이 많이 와서 혹시 코로나가 거쳐 갔다는 소식이 들리면 그에 따른 절차를 따라야 해서 또 불안하다. 코로나는 사람들을 이래도 불안하고 저래도 불안하게 만들었다.


코로나가 덮친 이후 사람들의 유튜브 활동은 적극적으로 활발해졌다. 사람들과 대면하지 않고도 유튜브 영상만으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으니 이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분명 좋은 패러다임이지만 또 단점은 확실하게 드러나고 그 단점은 점점 구멍이 커져간다. 유명 비제이와 배구선수가 악플을 감당하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했고 그에 따른 방송으로 또 다른 유튜버들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사람들은 대선 후보자들의 토론도 티브이보다는 유튜브로 시청하는 것을 선호한다. 실시간으로 직접적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달아 놓은 댓글은 남아서 기록이 된다.


코로나 시기와 맞물려 폭발적으로 늘어난 유튜브 영상을 보면 지금은 대비 구조가 확실한 사람들이 생겼다. 정확하게 동전의 양면처럼 확고한 대립구조를 이루고 이 대립은 거의 폭력 수준이다.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디카프리오의 ‘돈 룩 업’을 보면 미국 사회를 병맛으로 꼬집는데 엄청난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대립의 구조가 확실해지면 말도 안 되는 병맛 내지는 거의 폭력 수준이 되어야 사람들이 좋아하고 달려든다. 티브이 예능 프로그램을 봐도 그렇게 패러다임이 흘러간다. 그저 모여서 하는 이야기를 관찰 예능이라는 타이틀로 방송을 할 뿐이다. 그 속에는 모여있는 사람 외에 없는 누군가를 향한 이야기에 모두가 재미있어한다. 관찰 예능이지만 그 마저도 대본으로 짜고 치는 방송으로 전락을 하고 말았다. 드라마도 욕을 하면서도 보는 막장 드라마가 시청률이 높다. 곧 수익이 이루어지는 구조가 그렇다는 말이다.


국가의 큰 행사인 대선이 코앞이라 대립 구조는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고학력자들이 가득한 정치인들도 초등학생들처럼 싸운다. 도대체 이게 뭐지? 같은 수준으로 상대방을 비난하고 헐뜯는데 서류를 만들어 발표를 한다. 어쩌면 초등학생들보다 못한 수준으로 상대방을 비방한다. 이렇게 되면 메신저보다는 메시지에 사람들은 반응을 보이게 된다. 그게 바로 대중 심리를 조종하는 광고 마케팅의 천재 에드워드 버네이스의 방법이다. 에드워드 버네이스는 그럴 것이다를 정말 그렇다로 만들어버린 마케팅의 천재였다. 괴벨스의 스승이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조카이기도 하다. 그가 만들어 놓은 마케팅은 아직도 전 세계에 널리 퍼져 바뀌지 않는 것들이 있다. 마치 불변처럼 절대 바뀌지 않고 있다. 그에 관한 책을 들여다보는 건 소설만큼 재미있다.


이런 일들이 코로나 이후 더 심해졌다. 뉴스를 장식하는 기가 막히는 일들이 매일 터지고 있다. 편의점에서 10시 이후 음식물을 못 먹게 하니 아르바이트에게 음식을 던진다던가, 손소독제를 시럽으로 잘못 알고 커피에 넣었다가 직원과 싸움을 했다던가. 이런 일들은 명확하게 누가 잘못했는지 나오지만 시간이 하루만 지나면 의견이 반반으로 갈리며 대립구조를 이룬다. 유튜브에서 누군가가 이런 사건을 다루면 그 밑에 사람들은 댓글을 활발히 단다. 그리고 의견이 갈린다. 어딘가에 분노를 표출하고 싶은 울분을 댓글을 통해 욕으로 푼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빌미를 제공하면 그 사람을 걸레가 될 때까지 공격을 한다. 대중은 폭주기관차가 된다. 어딘가, 어느 지점에서 멈춰야 하는데 폭주기관차는 절대 멈추지 않는다. 욕받이가 무릎을 꿇고 잘못을 인정해도 멈출 수가 없다.


이런 복잡한 구조의 세계인데 눈으로 보이는 하루는 너무나 고요하고 조용하게 흘러간다. 그것처럼 나의 몸도 조금씩 조용하게 늙어간다. 어느 날 보니 흰머리가 나기 시작했다. 많이 나면 그것대로 괜찮지만 귀 옆에 한 가닥씩 나는 게 보기 싫다. 뽑고 나면 일주일 정도 지나면 그 자리에 또 하나가 보인다. 시간도 1초씩 조용하게 흘러간다. 그러나 1년은 금방 지나가 버린다. 어느새 한 바퀴 돌아서 자동차보험을 다시 계약을 해야 한다.


나의 문제점을 말해보자. 사람들에게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라는 말을 근래에 한다. 참으로 무난한 말이다. 행복하세요, 만큼 안전한 말이 없다. 하지만 매일 행복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삶의 목표를 행복으로 두고 있다. 매일 행복할 수 없는데 그것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이 말은 나는 날 수 없지만 가끔 어떤 장치를 통해 가끔 하늘을 날기에 하늘을 나는 것이 목표인 것과 비슷할까. 어떻든 행복하자고 우리는 우리에게 늘 말한다. 그게 잘 못된 것은 아니지만 옳은 것인가, 하는 문제에 들어가면 역시 제대로 말을 할 수는 없다. 행복은 순간이며 금방 지나가버리기 때문에 행복과 행복 그 사이를 좁히려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하고 노력 속에는 고통과 아픔, 심지어는 불행이 도사리고 있다. 나는 꼭 행복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게 오래되었고 내 주위는 나를 그런 인간으로 알고 있고 받아들이고 있다. 행복을 좇다 보면 지친다. 일단 한 번 지치고 나면 다시 일어나서 영차 하기가 쉽지 않다. 행복하기보다 덜 불행하기를 바라며 매일 덜 불행하다면 그게 행복에 맞먹는 기쁨이라 여기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되었다. 퇴근길에 포장해온 통닭 한 마리에 가족들이 행복해하고, 오전에 한 잔의 커피에 소확행을 즐기게 되었다.


근래 이전에는, 한 때는 사람들에게 덜 불행한 하루가 되세요, 했는데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약 짓는 약사 시인이 있는데 그녀만 덜 불행한 것에 크게 공감을 해 줄 뿐이었다. 행복은 인간에게 끔찍한 것일지도 모른다. 찰나의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나 이외의 사람들을 괴롭히고 불행하게 만들기도 한다. 모두가 행복할 수 없는데 우리는 모두 행복하세요, 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뻔 한 얘기지만 누군가 행복하려면 누군가는 지하에서 햇빛도 못 받으며 열심히 페달을 밟아야 한다.


우리는 행복이라는 감정을 빨리 잊는다. 에르메스를 구입하거나, 새 차를 뽑거나, 집을 계약했을 때의 그 행복감이 지금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망각을 한다. 이 망각 때문에 우리가 멀쩡하게 살아갈 수 있다. 사고로 크게 다치거나 병에 걸려 심하게 아팠던 경험이 있는 사람은 다행히도 다쳤을 때 죽을 것만 같은 그 아픔은 이미 다 잊었다. 아픔 때문에 따라오는 힘들었던 기억은 있으나 아픔 그 자체는 기억하지 못한다. 만약 죽을 것만 같았던 아픔을 기억한다면 인간은 살아가지 못할 것이다. 조물주가 인간은 참 잘 빚었다. 신이 있다면 참으로 인간을 기가 막히게 프로그래밍했다. 행복이라는 순간의 감정도 시간이 지나 일상이 되면 잊어버린다. 행복한 가정은 그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 가족의 누군가가 죽을 만큼 힘을 내고 있다는 것도 우리는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이렇게 조용한 일요일이 고요하게 흘러간다. 어딘가에서는 포탄이 터지고 누군가는 울부짖으며 죽어갈지라도 지금 오늘은 이렇게도 고요하게 흘러간다. 라디오에서 사베지 가든의 노래가 나온다. 고요해서 따뜻하지만 슬프고 차가운 하루이기도 하다. 그런 하루 속에 각자 각각의 장소에서 보내고 있다.

메타버스 세계에서 사람들의 대립을 볼 수 있다면 현실에서는 보색의 대비를 볼 수 있다. 해넘이 직전 추위를 무릅쓰고 조깅을 하러 나오면 밤하늘과 낮의 하늘이 만나 그러데이션을 만드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다음 날에도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곧 어둠으로 바뀔 것이다. 냉기가 얼굴을 할퀴지만 이렇게 잠시 서서 하늘의 얼굴색이 바뀌는 걸 본다. 저기 아파트에 살면 매일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겠지. 하지만 막상 눈앞에 있으면 소홀하게 된다.

하루는 바닷가를 달렸다. 정말 추웠는데 그래서 그런지 해안에 붙어 있는 술집과 카페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이런 모습은 오랜만이었다. 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밖에는 사타구니가 얼마큼 춥지만 카페 안에는 따뜻해서 겉옷을 벗고 모두가 삼삼오오 테이블에 앉아 소주와 맥주를 마시고 있다. 행복하게 보였다. 바람이 심하면 바닷가는 정말 춥다. 하지만 9시까지 열심히 마셔야겠지.

이는 하천에 반영된 불빛의 모습이다. 날이 너무 차고 하천이 너무 고요해서 그대로 멎은 것 같아서인지 반영된 불빛이 마치 하천 밑에서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보통날이 추워서 오리들 때문에 물결이 있지만 이날은 조깅을 하다 보니 정말 고요했다. 날이 생각 이상으로 차가우면 사람도 동물도 대체로 움직임이 없어서 세상은 정말 멎은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이제 곧 날이 풀리겠지.


기묘하지만 이 구도에서 사진을 담으면 이렇게 누군가 가로등 밑을 지나가고 저기 아파트 단지 위에 뜬 달과 함께 꼭 그림처럼 보인다. 그리고 늘 고요하다. 조깅 코스지만 여기서 이 구도로 사진을 담으면 사람도 차도 아파트도 하늘도 달도 별도 고요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해 가장 추운 날 조깅을 하니 평소보다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늘 나오는 사람들은 늘 와서 자전거를 타거나 운동을 한다. 가장 추운 날이지만 바람이 없어서 또 달리다 보면 등에서 땀이 난다. 서쪽을 향해 달리면 해가 지면서 오렌지빛이 하늘이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며 죽 달릴 수 있다.

정말 아름답다. 아름다운 색감이다. 화려하지 않은 보색 대비가 주는 이 멋진 컬러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풍경에 그림이라도 그리듯 오리 가족이 선을 그으며 지나간다. 평화롭고 고요하다. 바쁜 세상의 일과는 무관하게 이토록 고요하고 조용한 하루가 흘러간다. 우리도 그에 맞춰서 조금씩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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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축구를 보면 인간의 진화가 얼마나 진일보했는지 알 수 있다. 그건 정말 대단하다고 새삼 느낀다. 발은 손에 비해 진화가 거의 되지 않았다. 손이라는 것은 어찌나 정확하고 정교한지 농구 같은 경우 공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바구니에 멀리서 던져도 획획 들어간다. 심지어 감각적으로 버저비터도 성공시킨다.


발이라는 건 인간의 신체를 지탱해주는 대신 손처럼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한다. 파워는 손의 두 배가 넘는 대신 정확도는 늘 뒤처졌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인간은 발의 움직임을 진화시켰다. 축구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대단한 진화다. 공을 가지고 드리블을 하는 모습에 우리는 그만 모든 신경을 빼앗겨 버리고 만다. 심지어는 예능에서 발로 공을 차서 농구 골대에도 넣어 버린다. 물론 몇 번의 실수를 거쳤겠지만 이건 실로 대단한 진화다.


그러는 동안 현실에서도 인간의 상상력이 실현 가능해졌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70시간 이상 비행에 성공했고, 영화감독인 제임스 카메룬이 과학자들보다 먼저 잠수정 챌린저호를 타고 마리아나 해구로 내려가 바다 저 깊은 곳을 탐사했다. 그 깊이가 무려 3천 미터가 넘는다고 한다. 생명체가 압력 때문에 살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견해를 무시하듯 수많은 생명체가 그 깊은 바다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이제는 로봇이 서빙을 보고, 원격으로 재택 치료가 가능해졌고, 폰으로 티브이를 보며 주식을 하고 영화예매도 가능해졌다. 전기차가 길거리를 다니고, 편의점에서 명품 골프채나 스마트 워치, 고급 기기를 단 기간 빌려서 사용을 할 수 있다. 상상은 상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실생활에 적용이 되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가 사용하는 키보드는 처음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비슷한 모습이다. 상상력의 접근이 허락지 않고 있다. 키보드를 제외한 컴퓨터와 컴퓨터 주변기기들은 모두 진화를 했다. 어째서 그럴까. 분명 키보드를 지금보다 더 효율적이고 간편하게 타이핑이 가능하게 진화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키보드는 디자인이나 키감이 발전되고 달라졌을 뿐, 진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한 손 키보드가 있고, 인체 공학적으로 타원형으로 나온 키보드가 있지만 게임용이거나 그림을 전문적으로 그릴 때 단축키로 사용하는 목적이다.


기묘하지만 키보드의 진화에 상상력으로 접근하려면 전혀 가 닿지 않는다. 현재 사용하는 키보드의 스타일이 자판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아직은 최고이며 제일이라 다른 방법적인 상상의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애니메이션이나 미래의 영화 속에 등장하는 키보드 역시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매트릭스 속 모든 부분은 지금과 다르지만 키보드는 지금과 같다. 만약 한 손으로 지금처럼 이렇게 활자의 입력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또는 트랙패드 같은 곳에 손가락으로 한글을 슬슬 쓰면 화면에 그 글자가 타이핑이 되어도 괜찮을 것 같지만 이런 상상은 곧 허공으로 사라지고 만다.

마이크로소프트 Surface Ergonomic Keyboard. 사진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공식 홈페이지



내가 살아있는 동안 진화된 키보드를 볼 수 있을까. 지금 같은 키보드로도 괜찮지 않아?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10년 전의 자동차로도 괜찮고, 냉장고, 폰도 괜찮았고 지금도 괜찮다. 오히려 소설은 10년 전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내면에 진화하기를 바라는 신경조직이 있는지도 모른다. 좀비도 신나게 진화했다.


인간은 시간과 함께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 이는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키보드는 탄생된 그 모습 그대로다. 어떻게 봐도 아이러니다. 꼭 바닥에 놓지 않고도 자판을 두드릴 수 있는 키보드가 나와야 하는데 전혀 키보드의 진화에 대한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패드나 폰으로 들어온 키보드는 음성지원으로 타이핑이 가능해졌다. 조깅을 하다가 뭔가가 떠올라서 메모장을 열어 음성으로 메모를 종종 하는데 발음이 똥 멍청이 같아도 거의 정확하게 활자를 기입해준다. 그렇지만 키보드 진화에 대한 갈증은 있다. 분명 나만 그렇지는 않겠지. 조이스틱이나 권총 손잡이처럼 간편하게 한 손으로 잡고 몇 개 되지 않는 자판을 눌러 한글이 입력이 된다면 꽤나 진화된 타이핑 방법이 될 터이다. 하지만 접근이 불가능하다. 누군가는 이런 키보드의 갈증을 안고 패러다임 변화의 연구를 하고 있을 거라 믿어본다.


사진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공식 홈페이지



사진 출처: Jestik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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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개는 집에서도 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 밖에서까지 찌개를 사 먹어야 해,라고 생각하지만 사 먹는 찌개는 맛있다. 찌개는 어려운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식당 찌개는 집에서 한 찌개보다 이상하지만 훨씬 맛있다. 집 밖에서 먹는 찌개는 뭐든 맛있지만 나 같은 경우는 특히 구치소 찌개는 아주 맛있었다. 구치소에서 군 생활을 한 나는 구치소에서 점심에 찌개가 나오면 꼭 한 그릇씩 더 먹었다. 한 그릇이라고 해봐야 밥그릇보다 약간 크다. 따지고 보면 구치소에서 나오는 음식은 전부 맛있었다. 추어탕도 미꾸리가 아닌 고등어를 갈아서 만든 추어탕인데 아주 맛있었고, 복날에는 갈비탕이나 반계탕이 나오는데 역시 맛이 좋았다. 모든 반찬과 음식을 형을 살고 있는 여자 기결수들이 하는데 집밥처럼 맛있었다.  


식사 양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먹고 싶으면 배부를 때까지 먹으면 된다. 뷔페식이며 일주일 동안 매일 아침, 점심, 저녁이 같은 음식으로 나온 적이 없다. 그런 것을 보면 요즘에 군인들의 부실한 식사가 인터넷에 올라오면 안타깝고 이해할 수가 없다. 오래전에도 이렇게나 우리는 군생활을 하면서 잘 먹었는데. 또 구치소에서 나오는 찌개에는 고기가 많이 들어가 있다. 구치소 군생활은 법무부 소속이고 육군 내지는 공군이나 해군은 국방부 소속인데 어떻든, 어디든지 비리는 있지만 예전부터 국방부의 비리가 가장 심하다, 라는 말이 요즘 인터넷의 군인들 식사를 보면 그럴싸하게 들린다.

 

찌개는 한국인의 소울푸드다. 냉면처럼 어딘가에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도 아니며 집집마다 맛이 다른 김치나 깍두기가 있으면 그것을 넣어서 끓이면 된다. 거기에 고기, 채소, 두부 따위를 넣고 된장이나 간장 고추장도 같이 넣어서 끓이면 된다. 냉장고의 반찬을 처리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이 찌개를 끓이는 것이다. 자취방에 모여 소주 한 잔 돌리기에 찌개만 한 것도 없다. 찌개에 치약을 넣어서 끓이지 않는 이상 찌개는 뭘 어떻게 해도 맛이 좋다. 한 번에 다 먹지 않고 남으면 다음 날에 다시 거기에 비계가 붙은 돼지고기를 넣고 각종 채소와 마늘과 이것저것 넣어서 끓이면 기묘하지만 그 전날 먹었던 것보다 더 맛있다. 그리고 탕반 문화를 가지고 있는 우리는 찌개에 밥을 말아먹었다.


살이 찌니 어쩌니 해도 추운 겨울날 뜨거운 찌개에 밥을 말아 후후 불어 먹고 나면 몸도 마음도 따뜻해졌다. 그래서 티브이 화면 속에서 찌개가 가장 맛있게 보이는 영상은 추운 겨울날 먼바다에 나가서 고기를 잡는 어선에서 찌개를 팔팔 끓여 둘러앉아 후루룩 먹는 장면이다. 거기에는 삶이 있다. 거기의 찌개는 별미가 아니라 생존이다. 살아남기 위해 추위를 이겨가며 후후 불어 찌개에 밥을 말아서 후루룩 먹는다. 나는 찌개는 안 먹어, 맛이 없어,라고 말하는 어른들에게는 아마도 젊은 시절 찌개가 생존에 바짝 붙어 있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찌개는 한국인에게는 소울 푸드다.


캠핑을 가면 마지막은 찌개를 먹었다. 물놀이 후 식은 몸을 데워줄 만한 좋은 음식이 찌개다. 반쯤 건져 먹은 후에 라면을 넣어서 다시 폴폴 끓인다. 찌개는 다시 한번 태어난다. 우리는 모여들어 푸릅푸릅 찌개를 먹었다. 찌개를 먹으면서도 온통 끓인 찌개 얘기뿐이다. 그 얘기를 채우는 건 맛있다는 말이 전부다.

 

어린 시절 연탄불에 팔이 들어가 한쪽 팔이 쪼그라든 김 씨 아저씨를 만난 건 구치소의 취장 계호를 맡으면서였다. 492번이었지만 취장에 같이 있을 땐 김 씨 아저씨라 불렀다. 김 씨 아저씨는 한쪽 손이 어린아이처럼 작고 쪼그라들었지만 그 손으로 취장에 들어온 각종 음식 재료를 손질하고 잘도 썰었다. 보고 있으면 꼭 마법을 부리는 것만 같았다. 김 씨 아저씨는 미결수만 있는 구치소에서 형을 살고 있는 기결수였다. 사람 좋아 보이는 김 씨 아저씨는 사기를 당해 그만 들어오게 되었다. 사기를 당해서 사기를 저질렀다. 자신도 모르게 거기에 가담하게 되었다. 취장은 새벽 5시 전에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모두가 잠든 시간 취장 근무자들은 굽은 등을 이끌고 겨울의 차가운 취장으로 온다. 냉기가 가득한 취장에 온기를 불어넣는 사람은 김 씨 아저씨와 음식을 만드는 재소자들이다. 그들은 시간이 지나면 몸이 땀으로 전부 젖는다.


취장은 재소자들이 먹을 음식을 만드는 곳으로 일종의 공장이다. 음식 공장의 가동이 김 씨 아저씨와 취장 근무자들에 의해서 열심히 돌아간다. 우리는 계호를 한다지만 사실 크게 두 눈을 뜨고 계호를 할 것이 없다. 의자에 앉아 있다 보면 잠이 솔솔 오기에 팔짱을 끼고 그만 스르륵 잠이 든다. 그동안 취장, 공장은 열심히 돌아간다. 스팀기로 돌아가는 대형 찜통에서 쌀이 밥이 되고, 각종 나물 요리와 국이 만들어진다. 김 씨 아저씨는 티브이에 나온 스라소니 역의 그 배우를 닮았다. 말 수가 적었지만 잘 웃고 같이 일하는 취장의 근무자들을 챙겼다. 구치소의 재소자들 아침식사는 8시에 일괄 시작된다. 그전에 음식이 전부 만들어지면 샘플을 담아서 보안과장에게 가서 검시를 맡는다.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면 각 사방으로 음식들이 올라간다.


드르르륵 음식을 실은 거대한 바퀴가 굴러간다. 보안과장에게 올라갈 때 김 씨 아저씨는 졸고 있는 나를 깨운다. 우리는 일어나서 김 씨 아저씨가 따로 만든 찌개를 같이 앉아서 먹는다. 오전을 알리는 명멸하는 빛이 취장에 난 작은 창으로 비치고 안개와 같은 수증기가 취장에 한가득 피어난다. 우리는 그 사이에 식탁을 마련해서 둘러앉아 찌개를 먹는다. 김 씨 아저씨는 연신 맛있다는 소리에 수줍어하며 고기가 많은 부분을 우리 그릇에 덜어준다. 김 씨 아저씨의 앞주머니에는 딸의 사진이 들어있다. 딸은 이제 초등학생으로 아주 귀엽게 생겼다. 작고 쪼그라든 손으로 딸의 사진을 쥐고 나갈 날 만 기다리는 김 씨 아저씨가 만든 찌개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찌개였다. 겨울의 구치소 취장 한 구석 테이블을 마련해 둘러앉아 먹었던, 한 손이 쪼그라든 김 씨 아저씨의 찌개.

 

요즘은 찌개가 조금 천대받고 있다. 살이 찌는 주범이고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든 소울 푸드는 건강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가끔씩 맛있게 먹는 찌개는 맛과 추억을 다 머금고 있다. 누구나 찌개에 관한 추억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추억 속에는 분명 눈물이 나는 기억도 있고 행복한 기억도 있을 것이다. 이상하지만 불편한 사람과는 찌개를 먹지 않는다. 찌개를 빙 둘러앉아서 같이 먹는 사이라면 분명 많은 것을 나눠도 좋을 관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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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2-07 1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점심시간.부근에.읽으니...찌개맛집 검색하고싶어지네여

교관 2022-02-08 10:37   좋아요 0 | URL
찌개는 언제나 맛있죠 ㅎㅎ

2022-02-08 0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교관 2022-02-08 10:38   좋아요 0 | URL
교도대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ㅎㅎ 저도 그때가 생각이 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