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초등생들은 코로나가 덮치면서, 또 오미크론의 폭증으로 인해 같이 모여서 우당탕탕 노는 문화가 거의 사라졌다. 주로 폰으로 대화하고 게임하고 사진 찍고 공유한다. 조카는 그림 그리기를 아주 좋아하고 패드로도 그림을 곧잘 그린다. 그래서 포토샵을 가르쳐 주었다.
미래소년 코난이라고 있었단다, 한 섬에 사는 코난에게 라나라는 소녀가 블라블라. 나에게는 미래소년 코난의 피규어가 있어서 사진으로 담아서 코난 만화의 배경과 합성을 해보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와꾸, 와끼, 그러니까 틀을 따야 하니 집중도 상승이다.
배경에 스며들듯 합성을 하려면 코난과 라나를 사진으로 담을 때 너무 위에서 아래로 찍어도 안 될 것이며 밑에서 위로 찍어도 안 된다. 배경이 정해졌으면 그에 맞게 촬영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여러 사진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배경에 합성을 한다. 와꾸를 열심히 따서 배경에 스며들듯 집어넣는다. 멀리는 아웃 포커싱이 되고 가까이 있는 것들은 심도를 맞추어서 합성을 한다. 다행히 조카는 포토샵을 하는데 너무 재미있어했다. 그러다 보면 시간에 훌쩍 간다. 안 그래도 시간이 화살촉이라 천천히 갔으면 좋으련만. 코난과 라나 버전이 끝났으면 포비도 한 번 합성해본다.
코난은 라나를 위해서는 뭐든지 한다.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그건 만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코난은 라나가 위험에 처하면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다 아니다,를 생각하기 이전에 몸이 먼저 반응을 한다. 라나의 위험이 감지되면 그대로 돌진한다. 팔딱팔딱 뛰는 숭어처럼.
어떤 방해 요소도 두렵지 않고 무서움도 모른다. 어른이 훌쩍 되어서 보는 코난의 사랑은 더 감동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어른이 된 미야자키 하야오가 코난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보는 만화도 전부 아이의 마음을 지니고 있는 어른들이 만든다. 그래서 어른이 되어서 만화를 보면 감동을 더 느끼는 경우가 많다. 미래소년 코난은 원작 소설이 있다. 알렉산더 케이의 ‘남겨진 자들’이 원작이다. 하지만 소설은 너무 암울하고 디스토피아적이라 하야오가 수정을 엄청 했다. 라나도 코난과 함께 하면 그저 좋다. 하야오는 후에 코난과 라나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어서 라퓨타에서 시타와 파즈를 만들고, 아시타카와 모노노케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미래소년 코난은 다이스 선장과 몬스키가 결혼을 하면서 끝난다. 아주 기분 좋다. 악마 같았던 몬스키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천사 같은 모습으로 다이스와 나란히 함께 한다.
이번 합성 버전은 팔코 디오라마를 연출했다. 팔코의 착륙 버전인데 팔코의 비행 버전도 피규어로 나는 가지고 있다. 몬스키와 부하들이 라나를 납치하고 코난이 창 하나 들고 라나를 지키기 위해 팔코 위에서 발가락으로 날개를 부여잡는 장면은 코난을 좋아하는 모든 이들이 압도적으로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다.
조카는 처음에 갈매기들이 라나를 쪼사 먹는 줄로 ㅋㅋ
캡처는 팔코와 기간트의 차이를 비교하기 위해
코난에서 비행선이 몇 종류 나오는데 저기 팔코가 있고 어마 무시하게 거대한 기간트 비행선이 있고 라나 할아버지를 찾았을 때 모두가 같이 타고 탈출하는 비행선이 있다.
미래소년 코난의 시대적 배경은 2008년이다. 좀 벗어난 얘기지만 빽 투 더 퓨처의 미래는 2015년이었다. 그래서 15년도에 빽 투 더 퓨처를 기념하는 행사가 미국에서 열리기도 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나이키 신발이라든가, 코카콜라라든가. 영화처럼 실제로도 많은 부분이 발전을 했지만 현실은 영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그리고 블레이드 러너의 암울한 시대적 배경은 2018년이었다. 70년대 만들어진 블레이더 러너에서 미래에는 일본이 세계의 대국으로 표현되는 거 같은데 그 판도가 사실은 많이 바뀌었다.
미래소년 코난 속 2008년에는 지구가 대 지각변동으로 폭삭 망하고 만다. 라나의 할아버지 리오 박사가 연구한 태양 에너지를 갈취하려는 인더스트리아의 국장 레프카가 라나를 납치해서 리오 박사의 연구를 손에 넣으려고 한다. 그런데 그만 거기에 코난이 끼게 된 것이다. 이상하지만 코난은 더빙으로 보는 게 더 맛이 난다.
이 장면은 미래소년 코난 중에서 가장 기분이 좋은 장면이다. 인더스트리아에서 그 개고생을 하고 라나를 구해서 라나의 할아버지와 포비와 함께, 그리고 다이소가 아닌 다이스 선장도 같이 그곳을 탈출해서 꿈의 섬 하이하바로 가는 장면이다. 아이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기뻐하고 절대 웃지 않던 리오 박사도 라나가 품에 안기니 하하하하 웃는다. 포비와 코난은 얼싸안고 있다가 주먹으로 한 대 복부를 가격하고 포비는 읔, 하며 포비가 코난을 맞받아친다. 두 녀석의 장난이 마음에 드는 장면이다.
아이와 함께 볼 때 어른이 진정으로 좋아해서 그걸 표현하면 아이도 오래된 만화지만 푹 빠지게 된다. 아이가 질문을 하고 대답을, 아는 한 마음껏 해주고. 그리고 같이 코난의 디오라마를 합성하고 만들어 간다. 그런 과정이 아이와 어른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그저 하나의 재미에 빠지게 된다.
포비가 라나를 처음 만났을 때 코난의 친구라는 걸 알고 자신이 가장 아끼는 개구리 뒷다리(도마뱀 꼬리인지)를 준다. 라나는 먹지 못하지만 그래도 고맙게 받는다. 그런 장면들이 많다. 재미있고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깃든 그런 장면들 말이다. 포비가 아기돼지들과 어울리는 장면도 내가 좋아하는 장면이다. 포비는 사람 빼고는 다 잡아먹는데 돼지를 돌보며 동물들에 대한 애정을 알아간다. 포비는 새끼 돼지와 함께 잠을 자기도 하며, 그 새끼 돼지는 영리해서 쓰러진 라나 곁을 맴돌기도 하고 코난을 찾아내기도 한다. 암울하기 짝이 없는 미래지만 마지막은 밝게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