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축구를 보면 인간의 진화가 얼마나 진일보했는지 알 수 있다. 그건 정말 대단하다고 새삼 느낀다. 발은 손에 비해 진화가 거의 되지 않았다. 손이라는 것은 어찌나 정확하고 정교한지 농구 같은 경우 공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바구니에 멀리서 던져도 획획 들어간다. 심지어 감각적으로 버저비터도 성공시킨다.


발이라는 건 인간의 신체를 지탱해주는 대신 손처럼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한다. 파워는 손의 두 배가 넘는 대신 정확도는 늘 뒤처졌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인간은 발의 움직임을 진화시켰다. 축구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대단한 진화다. 공을 가지고 드리블을 하는 모습에 우리는 그만 모든 신경을 빼앗겨 버리고 만다. 심지어는 예능에서 발로 공을 차서 농구 골대에도 넣어 버린다. 물론 몇 번의 실수를 거쳤겠지만 이건 실로 대단한 진화다.


그러는 동안 현실에서도 인간의 상상력이 실현 가능해졌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70시간 이상 비행에 성공했고, 영화감독인 제임스 카메룬이 과학자들보다 먼저 잠수정 챌린저호를 타고 마리아나 해구로 내려가 바다 저 깊은 곳을 탐사했다. 그 깊이가 무려 3천 미터가 넘는다고 한다. 생명체가 압력 때문에 살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견해를 무시하듯 수많은 생명체가 그 깊은 바다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이제는 로봇이 서빙을 보고, 원격으로 재택 치료가 가능해졌고, 폰으로 티브이를 보며 주식을 하고 영화예매도 가능해졌다. 전기차가 길거리를 다니고, 편의점에서 명품 골프채나 스마트 워치, 고급 기기를 단 기간 빌려서 사용을 할 수 있다. 상상은 상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실생활에 적용이 되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가 사용하는 키보드는 처음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비슷한 모습이다. 상상력의 접근이 허락지 않고 있다. 키보드를 제외한 컴퓨터와 컴퓨터 주변기기들은 모두 진화를 했다. 어째서 그럴까. 분명 키보드를 지금보다 더 효율적이고 간편하게 타이핑이 가능하게 진화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키보드는 디자인이나 키감이 발전되고 달라졌을 뿐, 진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한 손 키보드가 있고, 인체 공학적으로 타원형으로 나온 키보드가 있지만 게임용이거나 그림을 전문적으로 그릴 때 단축키로 사용하는 목적이다.


기묘하지만 키보드의 진화에 상상력으로 접근하려면 전혀 가 닿지 않는다. 현재 사용하는 키보드의 스타일이 자판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아직은 최고이며 제일이라 다른 방법적인 상상의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애니메이션이나 미래의 영화 속에 등장하는 키보드 역시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매트릭스 속 모든 부분은 지금과 다르지만 키보드는 지금과 같다. 만약 한 손으로 지금처럼 이렇게 활자의 입력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또는 트랙패드 같은 곳에 손가락으로 한글을 슬슬 쓰면 화면에 그 글자가 타이핑이 되어도 괜찮을 것 같지만 이런 상상은 곧 허공으로 사라지고 만다.

마이크로소프트 Surface Ergonomic Keyboard. 사진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공식 홈페이지



내가 살아있는 동안 진화된 키보드를 볼 수 있을까. 지금 같은 키보드로도 괜찮지 않아?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10년 전의 자동차로도 괜찮고, 냉장고, 폰도 괜찮았고 지금도 괜찮다. 오히려 소설은 10년 전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내면에 진화하기를 바라는 신경조직이 있는지도 모른다. 좀비도 신나게 진화했다.


인간은 시간과 함께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 이는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키보드는 탄생된 그 모습 그대로다. 어떻게 봐도 아이러니다. 꼭 바닥에 놓지 않고도 자판을 두드릴 수 있는 키보드가 나와야 하는데 전혀 키보드의 진화에 대한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패드나 폰으로 들어온 키보드는 음성지원으로 타이핑이 가능해졌다. 조깅을 하다가 뭔가가 떠올라서 메모장을 열어 음성으로 메모를 종종 하는데 발음이 똥 멍청이 같아도 거의 정확하게 활자를 기입해준다. 그렇지만 키보드 진화에 대한 갈증은 있다. 분명 나만 그렇지는 않겠지. 조이스틱이나 권총 손잡이처럼 간편하게 한 손으로 잡고 몇 개 되지 않는 자판을 눌러 한글이 입력이 된다면 꽤나 진화된 타이핑 방법이 될 터이다. 하지만 접근이 불가능하다. 누군가는 이런 키보드의 갈증을 안고 패러다임 변화의 연구를 하고 있을 거라 믿어본다.


사진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공식 홈페이지



사진 출처: Jestik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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