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손석구의 판타지 호러 단편 영화. 마음에 든다. 잘 만들었다. 재미도 있다. 이런 단편은 자본이 많이 든다. 손석구 혼자 등장해서 몰입감이 좋다. 러닝타임이 짧아서 대사가 없는 게 더 빠져들게 만든다.

이 단편을 죽 늘려서 장편으로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게 만들었다가 실패할 확률이 농후하니 그냥 이대로 멈췄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다.

외계종족 같은 초현실 존재가 등장하는 한국 판타지 장편 영화 중에 괜찮거나 재미있었던 영화가 있었나 하고 떠올리면 선뜻 생각나는 영화가 없다.

이제 손석구가 나오면 영화나 드라마를 볼 정도로 손석구도 장르의 배우가 된 것 같다. 손석구의 그 연기가 처음 마음에 들어온 건 멜로가 체질이었다. 거기에서 연기가 좋았다.

원래는 짧게 등장하고 빠지는 캐릭터였는데 사람들이 좋아해서 분량이 늘어나는 바람에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지 않나 싶다.

그나저나 손석구가 밤에 낚싯대로 잡으려던 그 생물체는 아무래도 아직 아기인 듯 보인다. 장편이 된다면 손석구에게서 벗어난 아기요괴가 지 엄마를 데리고 와서 서울에 침공을 하는 ₩&#‘[_£$

지옥 2도 나오고, 존 윅의 발레리나도 나오고, 마블에서 엘레나를 필두로 다시 어벤저스 급 멤버들을 모은 영화도 나오고 뭐 영화는 지치지 않고 매년, 매달 나오고 있다. 봉 감독의 미키는 재미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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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스트들아 오늘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하루키의 ‘잡문집’이야. 요 며칠 고개를 꺾어 올려다본 하늘은 가스층이 걷혀 새파랗게 질릴 대로 일린 얼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더라

가을이 오면 모든 것이 변하고 바뀌잖아. 뭔가 호르몬도, 눈으로 보이는 색감도, 옷도 다 바뀌고 말이야. 하루키의 잡문집에도 하루키가 가을을 하루키식으로 표현을 했어

잡문집을 보면, 1921년 10월 주가 대폭락, F. 스콧 피츠제럴드는 대서양 너머 저 멀리 북아프리카 사막에서 뉴스를 접했다. 그 소리는 사막 끝까지 메아리쳤다,라고 그는 훗날 회고했다. 하루키 식으로 시월, 가을의 급변함을 말하고 있어. 가을이란 그렇지. 여름의 끝자락을 아무리 잡고 있어도 급변하듯 가을은 오고야 만다고

저녁에 조깅을 하고 있으면 고추잠자리들이 하늘을 장식하더라. 가을이 오고, 잠자리가 눈에 보이면 어김없이 다자이 오사무의 수필 ‘아, 가을’이 떠올라

다자이 오사무는 가을을 말할 때 ‘잠자리, 투명하다’라고 했어. 가을이 되면 잠자리고 쇠약하여 너홀 너홀 날아다니는 것만 같은 모습을 오사무는 말하고 있어. 잠자리의 모습이 가을 햇살에 투명하게 보인다고 말이야. 그리고 그 멋진 말 ‘가을은 여름의 타고 남은 것’이라고 했지

다자이 오사무 – 오, 가을

본직이 시인이라면 언제 어떤 주문이 있을는지 모르므로 항상 시제를 준비해 놓아야 한다. [가을에 대하여]라는 주문을 받으면, 그래 좋아, 하면서 [가]의 서랍을 열고, 가 줄의 여러 개 노트 중에서 가을 부분 노트를 꺼내놓고는 침착하게 그 노트를 살핀다. 잠자리, 투명하다,라고 쓰여 있다. 가을이 되면 잠자리도 나약해져서 육체는 죽은 채 정신만으로 비틀비틀 날고 있는 모습을 가리켜 한 말 같다. 잠자리의 몸이 가을 햇빛에 투명하게 보이는 것이다.

가을은 여름이 타고 남은 것, 이라 쓰여 있다. 초토다. 여름은 샹들리에, 가을은 등롱, 이라고도 쓰여 있다. 코스모스, 무참하다,라고도 쓰여 있다.

그리고 밑으로 오사무의 코스모스에 관한 글이 이어져. 다자이 오사무의 글에는 공허가 있고 그 공허 속에는 허무가 가득해. 그리고 황량함이 마지막으로 허무의 자리에 차고 올라. 이번 여름에도 폭염이었잖아. 폭염 속에 모든 것이 다 타고 남은 것이 가을로 이어지는 것 같아

폭염에 활활 타오르는 저 하늘,

붉은색으로 세상을 다 태운 여름이 울고,

우는 틈을 타서 가을은 몰래 숨어 들어와 치장을 하고 교활한 악마처럼 잠자리를 투명하게 비춘다.

가을은 저 여름이 온전히 타고 남은 것.

타고 남은 재를 뚫고 그을음에 붙여 코스모스가 피고 나면 가을은 무섭도록 나를 노랗게 물들인다. - 오사무

우리 최승자 시인의 가을은 개 같은 가을이었지.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온다.라고 했어. 매독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쪽 다리에 찾아온다고 했고

김남조 시인의 가을은, 모든 가을에 앞질러 그리움이 오곤 했었지 병이 깊어지듯 가을도 무겁고 힘든 수레라고 했어

가을은 그렇게 짧지만 강하게, 곁을 스치듯 팔에, 얼굴에 금을 긋고 지나가는 것 같아. 그 어느 계절보다 아름다워서 따갑고 슬픈 이름이 가을이야 ㅋㅋ

가을이 오는 소리가 들려. 야금야금 맛있는 것을 갉아먹듯, 애틋하지만 의지를 가지고 열심히 가을이 오는 소리가 들려. 그 소리 중신에 우리가 서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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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씨육공삼 이승환 2집이야. 근데 비씨육공삼이 뭔 뜻 이래?ㅋㅋ 승환 옹의 1, 2집은 여름이 안녕을 고하고 계절이 옷을 갈아입으면 꺼내서 듣게 되는 거 같아.


어릴 때 집에 마당이 있었거든. 겨울의 마당은 차갑지. 지나치게 세제를 많이 넣은 빨래처럼 새하얀 마당은 참으로 냉랭했어.


하얗게 표백된 세계였어. 등에 담요를 덮고 귤을 까먹으며 하얗게 표백된 마당을 보며 이승환의 앨범을 듣는 거야. 그저 멈춰있는 하얀 마당의 뷰를 보며 승환 옹의 노래를 듣는 게 지겹지 않았던 거지 ㅋㅋ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카페나 뭐 이런 데에서 뷰를 따지지 않아. 논뷰도 좋고, 앞이 막힌 골목뷰나 벽돌뷰도 멍하게 보고 있으면 그 나름대로 하나의 세계라서 좋더라고. 카페에 승환 옹의 노래가 나온다면 더 좋고.


2집의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은 히트를 친 다음 아직까지 여기저기서 불리고 있잖아. 좋은 노래는 세대와 시간을 구분하지 않는 거 같아. 영화에서 타임슬립 이야기가 많은데 노래가 시간을 후퇴시키는 기묘한 메타포가 아닐까 싶어.


1집의 쓸쓸함과 고독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 같은데 2집은 좀 더 여러 사운드를 담아냈어.


“본격적인 음악을 시작하려니 막막하기만 했어요. 경제적인 여건은 물론 변변한 PR계획도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팬들에게 제 노래를 직접 들려주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칠 때까지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고 그대로 만약 사람들이 외면한다면 그때는 음악을 포기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라고 1991년 3월 당시 인터뷰를 했어.


앨범 표지에서 엘리베이터 안의 고개 숙인 여자와 그 앞을 스치는 승환 옹으로 보이는 남자의 스침은 어떤 표현일까 하며 예전에는 한참 생각했던 적도 있었어. 생각으로 끝내기 안 될 것 같아서 그 생각을 단편소설로 써보기도 했어ㅋㅋ


2집의 노래들을 죽 듣다 보면 인간과 인간의 만남, 해복 그리고 헤어짐, 추억 등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더라고.


오후의 아무도 없는 시간. 담요를 등에 덮고 귤을 까먹으며 마당을 보며 이승환의 노래를 들었다. 조금 있으면 동생이 엄마와 집으로 오고 그러면 이 고요한 자유의 시간이 깨질 것이다. 그전까지는 어떻게든 이 시간을 즐겼다. 마당의 화단에 있는 나무의 마른 가지가 바람에 미미하게 흔들렸다. 그것마저 그림처럼 보였다. 새 한 마리 없고 누구 하나 초인종을 누르지 않았다. 세상은 분명 이런저런 이유로 빠르게 흘러가고 있을 텐데 이렇게 고요하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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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봤을 때 개봉 전부터 떠들던 것만큼 재미있었나 하는 것이다. 정말 이 영화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흥미는 있었다. 그러나 드라마 로키 시리즈를 보지 않으면 평행우주 속에서 활동하는 조직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진입장벽이 생긴다. 그러나 각종 우주에서 온 각종 데드풀들과 그 예전의 일렉트라를 볼 수 있는 점, 훌쩍 커버린 저쪽 세계의 로건의 딸을 볼 수 있는 점 등이 흥미로웠다.

일렉트라도 나왔는데 데어데블도 나와 줘야지. 그 옛날 일렉트라의 제니퍼 가너와 데어데블의 벤 에플릭이 만나 결혼까지 했는데. 벤 에플릭도 나와 줘야지, 그러면 더 흥미로웠을 텐데. 그래서 데드풀이 데어데블 벤 에플릭에게 너, 제이로와 헤어졌다며 다시 제니퍼 가너야? 이러면 얼마나 재미있겠어.

하지만 재미있냐고 한다면 애매하다. 나는 그다지 재미를 못 느꼈다. 이런 애매한 기분은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을 볼 때에도 들었다.

마블을 살리기 위해 발악을 하는 모습 덕분에 흥미로운데 발악을 하는 모습 때문에 재미를 잃은 것 같다. 거기에 어떤 장면들은 지루하기까지 했다.

이 영화에서는 카산드라로 나오는 최고의 빌런 엠마 코린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 엠마 코린은 시즌 5까지 나온 ‘더 크라운’에서 비운의 왕비 다이애나 비를 다이애나보다 더 다이애나처럼 연기해서 21년에 드라마 시리즈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엠마 코린은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이미진데 올해 붉은 망사 스타킹을 유행시킨 장본인이다. 양파망 알지? 그런 재질의 빨간 스타킹을 신고 지미 키멜 라이브쇼에 등장했다.

엠마 코린의 재미있는 점은 핸드백에 티백, 준 보석, 바이브레이터를 가지고 다닌다는 점이다. 바이브레이터를 항시 들고 다니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건강을 유지한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다닌다.

이번에 제니가 미국의 인터뷰에서 너네 나라는 아이돌에게 너무 심한 거 아냐? 같은 질문을 했고, 제니는 스텝 앞에서 흡연한 것에 대해서 대중이 질책을 하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만약 우리나라 잘나가는 여배우가 백에 바이브레이터를 넣고 다니며 스트레스 해소한다고 하면 난리 난리 개난리가 났을 것이다.

또 엠마 코린은 라벤더와 캐모마일의 향이 첨가된 나이트 타임이라는 티백을 낮에도 마시며 마음을 진정시킨다고 했다. 더 크라운에서 엠마 코린은 정말 다이애나 비였다. 이 역을 맡게 된 과정이 이례적인데 너무 길어서 패스.

흥미로웠지만 재미는 없었던 데드플과 울버린이었다. 앞으로는 휴 잭맨의 울버린은 건드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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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팬들아, 사람들이 별로라는 이 소설이 나는 너무 좋았거든


나는 이 소설이 마치 마이클 부블래의 ‘홈’을 듣는 느낌이었어. 노래는 편안한데 쓸쓸한 느낌이 드는, 집은 나에게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안식처인 동시에 외로움과 고독에 사무치게 하는 곳인 것처럼


집은 입구와 출구가 있지만 그 두 곳이 같은, 그래서 입구와 출구가 어쩌면 모호한, 그리하여 입구와 출구가 없을지도 모르는 게 이 소설이라는 기분이 들어


1973년의 핀볼에서 나오코가 입구고 핀볼이 출구일지도 몰라. 아니면 그 반대이거나, 아니면 입구와 출가 당최 없을지도 몰라. 핀볼이 나오코잖아


쥐덫처럼, 세상에는 그런 물품이 존재해. 모든 물품이 입구와 출구가 있지만 우물처럼 같은 곳인, 그런 기이한 곳도 있어


1973의 핀볼은 건조한 눈물 같아. 건조해서 눈물이 아무 맛도 안 나야 하지만 짠맛이 나는 거야. 눈물은 짠맛이 나지 않지만 건조한 눈물은 짠맛이 나는 거지. 왜냐하면 우리 몸속에서는 바다가 있어서 끊임없이 눈물이 나와. 몸속의 바다가 흘리는 눈물의 맛이니까


그 속에는 목숨을 다해 유형지에서 탈출시키고 눈을 감은 순록을 끌어안은 트로츠키의 눈물도 있고, 쌍둥이의 무미건조한 눈물도 있고, 전차에 몸이 산산이 부서진 우물 파는 남자도 있어


핀볼은 완벽한 나오코야. 나오코는 죽음으로 해서 핀볼이 된 거야. 그 수많은 핀볼들 중에서 나오코를 바로 알아볼 수 있는 것은 나오코가 죽기 직전 마을에서 건조한 눈물을 흘렸기 때문이야


세상은 그러한 반복으로 끊임없이 순환하지. 손바닥만이 많은 일을 해. 주사를 맞은 엉덩이를 주무르는데 손바닥이 없으면 안 돼.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주무르고 손바닥을 내려 보면, 손바닥 안에는 외향적인 변함에도 하나의 일관적인 모습으로 꾸준한 세계가 있어


세계의 곳곳에는 肛門聖愛가 만연했고, 대통령이 여러 번 바뀌었고, 사람들은 언어에 욕을 섞어했고, 시간의 방향성은 전진을 거부하고.


손바닥 안에는 그 작은 통증을 느낄 수 있었던 완벽한 세계가 있었어. 1973년은 완전한 세계, 핀볼의 세계, 나오코의 세계.


영원한 시간도 없고, 영원한 공간도 없었지만 손바닥에는 완벽한 세계가 분명 웅크리고 쥐와 나를 붙들고 있어. 입구와 출구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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