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마을의 골목에 어김없이 봄이 왔다. 


봄이 되면 악몽 같은 봄에 대해서, 

나의 결락에 대해서, 

봄의 슬픔에 대해서 생각한다. 


노래도 그렇게 말하지만 봄은 너무 아름다워서 슬픈 계절이기 때문에. 


봄날의 곰이 아니라 동백이 되어 목을 꺾어 밑으로 떨어질 때 나 역시 봄과 함께 심연의 결락으로 이어진다. 


봄이 아름다운 여러 색을 띠는 이유가 빛이 고통으로 빚어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은 흑백으로 사진을 담기도 한다. 


빛은 고통이 심해질수록 십수만 가지의 색으로 나타난다. 


고통이 점철되고 극화되는 봄이 골목으로 온다. 이런 봄에 우울을 느끼지 않으면 언제 느낄 수 있을까. 


날이 따뜻하여 두꺼운 옷을 벗었지만 봄의 바다는 몹시 차갑거나 아주 차가울 뿐이다. 


그래서 봄의 바다 역시 슬프다. 세상의 슬픈 것들은 봄으로 집약되고 우리는 그 슬픔을 조금씩 떼먹으며 등에 살찌운다. 


그러나 봄은 머무르기를 원하지 않고 그저 잠시 스쳐 간다. 


사람들의 이 고통도, 사람들의 이 울분도, 사람들의 이 분노도, 사람들의 이 힘듦도 그저 잠시 스쳐 가기를 바랄 뿐이다. 


모든 이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유독 이번 3월의 봄은 슬프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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