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나다니는 길목의 한 고깃집에 이런 문구를 적어서 붙여놨다.


“돼지갈비 구워서 포장됩니다”


나는 매일 이 길목을 지나다닌다. 조깅을 하고 돌아올 때 이 길목을 지나와야만 한다. 이 고깃집도 코로나의 영향으로 인해 이 같은 결정을 한 것 같았다. 코로나 시기에 이 문구가 붙었으니.


코로나가 터지고 이 길목의 많은 술집과 식당이 폐업을 했다. 이 고깃집은 사람들이 줄어들고 오지 않아도 어떻게든 버틴 것 같았다. 그래서 올해 3월인가. 모친이 코로나에 걸려 아무것도 먹지 못할 때 돼지갈비가 먹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기에 구운 돼지갈비를 포장해준다는 생각이 났다.


나는 보통 조깅을 하러 나가기 전에 주문을 해 놓고 조깅을 하고 오면서 포장이 끝난 음식을 들고 온다. 치킨도, 탕수육도 대부분 다 그렇게 포장을 해서 온다. 주문배달을 하지 않는다. 그런 사이클이다.


저녁이니까 장사를 하고 있기에 들어갔다. 고깃집에는 한 테이블이 있었다. 올해 3월이었다. 아직 한창 코로나 때문에 예민한 시기였다. 테이블에는 남녀 커플로 고기를 3인분을 주문해서 구워 먹고 있었다.


이 고깃집에는 부부가 장사를 하는데 남편은 대략 60대 후반, 아내는 60대 중반 정도로 보인다. 매일 가게를 지키는 아내는 그날 없고 남편만 등이 젖히는 의자를 반백 소파처럼 앉아서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나는 사장에게로 가서 저기 문에 붙어 있는 구운 고기를 포장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참 이상했다. 사장님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 모습이 얼굴에 드러났다. 나는 3인분을 포장해 달라고 했다. 1인분에 9천 원이니까 3인분이면 2만 7천 원이죠?라고 계산을 하려고 하니까 구우면 양이 얼마 안 된다고 말했다.


나는 그러면 4인분을 구워달라고 했다. 그랬는데 그 사장님, 뭔가 아주 이상했다. 계속 양이 얼마 안 된다고 말을 하면서 반백 소파 같은 의자에 비스듬히 누워서 일어날 생각을 않는 것이다.


저기 뒤의 한 테이블에서 고기 3인분을 먹는 커플을 보며 그럼 5인분을 구워 달라고 했다. 안 된다는 말은 하지 않고 양이 어쩌고 하는 것이다. 뭔가 구워서 파는 것은 양의 차이가 나는 겁니까? 옆의 테이블에서는 커플이 3인분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5인분을 구워서 포장해 달라고 해도 양이 적다고만 하면서 소파에 눕다시피 기대서 일어날 생각도 없었다.


구워서 포장을 하는 것이 귀찮은 것인지, 귀찮은 것이면 귀찮다고 말하는 게 어렵다면 오늘은 안 된다고 하든지. 그러면 수긍을 하고 아 안 되는군, 하며 그냥 갔을 텐데. 무엇보다 비스듬히 누워서 나를 올려다보며 말을 하는 그 모습이 너무 기분이 나빴다.


구워서 포장을 해서 팔지 않을 거면서 구워서 포장을 한다는 저 문구는 왜 붙여놨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하기 싫거나, 해주기 그렇거나, 못하겠으면 저런 말은 붙여놓지 말아야지, 이렇게 판매를 한다고 해놓고 너무나 말을 돌려가면서, 시간은 시간대로, 기분은 기분대로 망치고, 홀의 테이블에는 커플이 3인분을 버젓이 먹고 있음에도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이 이상했다.


고기를 먹고 있던 커플도 이상하게 생각을 한 것처럼 보였다. 그들도 '아니 그렇다면 왜 저런 걸 붙여놨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왜냐하면 그들의 시선이 문에 붙은 그 문구를 보고 나와 사장을 번갈아 봤기 때문이다.


나는 됐다며 그냥 나왔다. 그 뒤로도 매일 이 길목을 지나다니고 있다. 나쁜 마음을 먹은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 이후로 이 고깃집에 손님은 늘 없다. 보란 듯이 저 문구는 아직도 붙어 있다. 아마 그 누구도 구운 고기를 포장해서 가져가지 않았을 것이다.


고기를 구워서 팔면 상추와 된장, 마늘 같은 것도 같이 넣어줘야 하는데 그게 귀찮아서일까. 아니면 고기를 구워서 포장을 하는 것이 귀찮은 것일까. 5인분이면 거의 5만 돈인데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세상에 완벽한 인간은 없지만 이상한 건 이상한 것이다. 그리고 이상한 일들이 도처에는 늘려있다.


그리고 얼마 뒤에 이 문구는 사라졌고 지난주에 고깃집은 폐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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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 2022-12-13 1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적극적으로 장사할 의지가 없었던가 봅니다. 아니면 아주머니가 주로 장사를 하고 아저씨는 셔터맨이던가. 저희 동네에는 군에서 지정했다는 맛집 간판이 붙은 집이 있었는데 점심을 먹으로 갔다가 대단히 실망을 했어요. 묵무침이 나왔는데 냄새가 나는 거 같고 밑반찬도 가짓수만 많고 맛은 없고. 꼭 솜씨가 있어야 음식점을 할 수 있는 건 아니구나 했었답니다

교관 2022-12-14 11:30   좋아요 0 | URL
그런가봐요 ㅠ 이해하기도 받아들이기도 힘든 사람들이 있네요 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