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맘때 먹는 요맘때


부라보콘 같지만 같지 않은 슈퍼콘


요맘때와 슈퍼콘을 처음 먹어봤다. 뭐 다 그렇겠지만 아주 맛있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이게 맞나? 찾아봄 – 마파람이 아니라 맞바람이 아닌가 싶었는데 마파람이다. 마파람은 남풍이라고 한다. 마파람의 ‘마’는 ‘마주 보다’의 의미로 집을 등지고 섰을 때 불어오는 바람을 마파람이라고 한다. 마파람의 반대말? 은 된바람이다. 된바람은 북풍인데 마파람을 마주 맞을 정도로 바람의 세기가 역한 반면에 북풍은 세게 분다는 의미라고 한다. 그래서 겨울바람이 아주 차갑고 세게 불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높바람이라고 불린다) 먹어 치웠다.


슈퍼콘은 부라보콘의 바리에이션인데 슈퍼콘의 종류만도 5가지나 된다. 거기에 부라보콘은 6종류, 월드콘 역시 4종류인가 그렇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크기가 그렇게 크지 않다. 어릴 때 부라보콘은 큰 아이스크림에 속했는데 시간이 야속해.


이런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이런 콘 종류나 투게더 아이스크림은 어쩐지 겨울에 더 어울리는 것 같다. 겨울에 목욕을 하고 집으로 와서 이불을 덮고 퍼먹는 투게더는 정말 맛있었지. 거기에 부라보콘까지 먹으면 정말 행복한 밤이었다. 투게더는 1974년에 탄생했다. 빙그레의 투게더는 미국의 퍼모스트 맥킨사(라고 검색을 하면 바로 빙그레 투게더가 나옴)와 제휴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재미있게도 2020년 매출액 기분으로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아이스크림이 투게더라고 한다.


그런데 이 투게더보다 더 오래된 아이스크림이 바로 해태 부라보콘이다. 그 유명한 노래 ‘해태 부라보콘’은 1970년에 나왔다고 한다. 슈퍼콘은 빙그레 제품이지만 부라보콘의 바리에이션 정도로 보면 되겠다. 아무튼 거의 신경 쓰지 않고 있다가 가끔 생각이 나서 편의점이나 근처 슈퍼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려고 하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많은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볼 수 있다.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먹으니 정보가 없어 뭘 먹을지 몰라 이것저것 주워 담아 오곤 한다.


투게더나 콘 종류의 아이스크림은 식빵과도 잘 어울린다. 또는 바게트 안에 빡빡 욱여넣어서 먹어도 맛있다. 많이 먹게 되고 먹고 나면 후회한다. 상상 이상으로 먹게 되니 다 먹고 나면 아 이런 제길, 하게 된다.


겨울에 이불에 몸을 폭 넣어서 투게더를 떠먹으며 어두운 밤하늘의 별을 보며 이야기를 하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고 티브이를 보며 동생과 누가누가 더 많이 퍼먹나 내기를 하다가 엄마에게 혼나고 내일 먹어라, 하며 다시 냉장고에 들어가는 모습을 봤던. 여름에는 이런 콘 종류나 아이스크림보다는 쮸쮸바가 제격이다. 쮸쮸바의 꼭지를 물어뜯어 물을 쪽 빼먹은 다음 본격적으로 내용물을 공략하는 전법은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 마치 바지를 입으려면 먼저 팬티를 입는 것처럼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게 된다. 세상에는 그런 것들이 있다.


딸기 맛이 나는 쮸쮸바를 빨고 있으면 무더운 여름의 땡볕 아래에서도 견딜만했다. 대야에 물을 받아 놓고 그 안에 들어가서 쮸쮸바를 빨아먹는 재미 또한 어떠했을까. 더위에 대야 속의 물이 미지근해도 상관없었다. 이야기 잘하는 녀석이 해주는 무서운 이야기를 들으면 시원하게 보낼 수 있었다. 물이 찰방 한 대야에 몸을 담그고 쮸쮸바를 먹으며 무서운 이야기를 듣는 건 여름을 잘 보내는 3종 세트다. 그날 저녁에는 꼭 일기를 썼다. 쮸쮸바가 여름에 더욱 잘 어울리는 건 손에 쥐고 있기 때문에 손의 온도와 쮸쮸바의 냉기가 서로 만나서 공유를 한다. 손바닥의 열기는 딱딱하고 얼어붙은 쮸쮸바로 옮겨가서 조금씩 녹이고 쮸쮸바의 냉기는 뜨거운 손바닥을 시원하게 해 주었다. 그래서 쮸쮸바는 다른 아이스크림에 비해 다 먹을 때쯤에는 더욱 아쉬웠다.


비비빅은 작년에 먹었는데 역시 역사가 오래되었다. 껍데기에도 쓰여있지만 1975년에 탄생했다. 외국 친구는 아니 왜 팥을 열려서 먹으려고 그래! 라면서 비비빅을 이상하게 보지만 막상 먹어보면 또 달라진다. 음, 오물오물, 음, 와우. 모친은 비비빅에 무슨 원수를 졌는지 오늘도 비비빅을 냉장고에 가득 사 넣어 놨다. 비비빅이 냉장고에 많다면 비비빅을 부셔서 우유를 붓고 얼음과 인절미 쪼가리와 함께 빙수를 만들어 먹으면 맛있다. 거짓말 좀 보태서 팥빙수 맛과 똑같다.


요맘때는 참 이름도 잘 지었다. 요맘때 먹는 요맘때. 맛도 있다. 아니 맛있다. 한 번에 세 개를 먹어야 할 것 같다. 양도 작고 몇 번만에 없어지는 흠결을 가지고 있어서 한 번에 몇 개는 먹어야 할 것 같은데 참는다. 아이스크림은 꼭 희극과 같다. 멀리서 볼 때 보이는 그 희극. 아주 잠깐의 행복을 느끼고 어느 순간 그 행복은 사라지고 만다. 행복이란 길게 느끼기보다 잠깐이지만 자주 느끼는 게 낫다고 아이스크림 따위가 말해주고 있다.


이 죽일 놈의 비비비비비비비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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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08-17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쌍쌍바는 잘 모르시나 봅니다. 두 개가 한몸으로 붙어있어
둘로 쪼개 먹는 맛이 있었죠. 그래서 너 하나, 나 하나 먹는 맛.
줄 사람 없으면 다 먹어도 좋고.
바밤바와 아맛나란 바도 있었죠.ㅎ
암튼 저런 아이스크림들이 지금도 나와준다는 게 고마울 때가 있어요.
옛날 생각도 막 나고. 흐흑~

교관 2022-08-18 11:26   좋아요 0 | URL
ㅋㅋㅋ 글의 맥락 상 저 정도에서 종류는 끝을 내는 게 맞을 듯요 ㅋㅋ. 쌍쌍바에 대해서 한 번 멋지게 에세이 적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