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라 에프론’에 관한 이야기다. 노라 에프론? 그게 누구지?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녀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나 ‘유브 갓 메일’ 같은 유쾌한 로맨틱 영화를 만든 감독이다. 그리고 영화사에 길이 남을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시나리오를 쓴 작가였다.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이 세 편의 영화의 공통점을 잡아냈을 것이다. 세 편 영화에 ‘맥 라이언’이 나온다. 노라 에프론은 2016년 6월에 71살의 나이로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가 죽었을 때 가장 눈물을 많이 흘린 사람이 맥 라이언이었다.


할리우드의 잘 만들어진 로맨틱 코미디의 장을 열어놓은 감독, 여성 감독 ‘노라 에프론'의 삶이 재미있고 영화와 같다. 영화 요정 김혜리 기자에 따르면 세계의 영화사를 정리할 때 노라는 언급되지 않을 것이라 했다. 하지만 미국인이나 우리들 개개인이 소장하고픈 영화를 꼽을 땐 그녀의 영화가 추억을 만들어줘서 가슴에 길이 남을 것이다.라고도 했다.


그녀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그녀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시나리오를 완성한 때가 47살이었다.



그녀의 집안 대부분은 작가 출신이다. 부모님 모두가 시나리오 작가다. 게다가 노라 에프론의 딸 넷이 전부 작가 내지는 소설가다. 노라는 저널리즘의 기자로 시작해서, 백악관 인터뷰도 하고, 우편물 정리도 하다가 마침내 뉴욕포스트 기자로 칼럼니스트 글을 쓰다가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다.


그런 노라의 남편이 누구냐 하면, 워터게이터 사건을 파헤쳐 정의로운 기자가 된 두 명중 한 명인 ‘칼 번스타인’이었다. 칼은 미국인들에게 투철한 기자로 추앙받으며 미국의 영웅이 되지만 노라에게는 불행이 닥쳐온다.


닉슨 대통령을 쓴 기자들.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


칼은 노라 몰래 바람을 피운다. 노라에게는 들키지 않는데, 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노라는 칼이 바람을 피웠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개인적으로는 죽이고픈 남편이지만 미국인들에게는 영웅의 기자였다. 미국 사회의 정의가 살아있다는 걸 알게 한 칼의 개인사쯤은 묵살되기 마련이었다. 가정의 일탈이 기자의 투철한 사명의식을 깎아내릴 수는 없었다.


칼 번스타인을 연기한 더스틴 호프만의 영화도 있다. 그러다가 노라는 칼에게 복수하기 위해 칼을 겨냥한 소설을 써서 발표한다. 그 누가 봐도 소설 속의 추악한 주인공은 칼 번스타인이었고 칼은 노라를 고소하네 마네, 하기도 했다. 미국인들은 참 재미있고 다이내믹하다.


더스틴 호프만 주연.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노라가 처음으로 시나리오로 인정받은 영화가 ‘실크우드’였다. 메릴 스트립과 셰어가 나온다. 셰어는 당시에 지금처럼 의학의 힘을 너무 받지 않은 상태여서 그런지 훨씬 인간적으로 보인다. 실크우드는 핵발전소의 비밀을 폭로하는 영화로 상당히 좋은 영화였다.


메릴 스트립과 셰어 주연. 카렌 실크우드의 이야기 '실크 우드'


시나리오를 죽 써 오던 노라가 감독으로 전향한 이유는 부모님 때문이었다. 작가인 부모님은 둘 다 알코올 중독자였다. 그들은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로 삶을 순탄하게 헤쳐나가기가 힘들다고 늘 말했다.


노라가 ‘시애틀이 잠 못 이루는 밤’의 메가폰을 잡음으로써 인정받는다. 그때 그녀의 나이 51세.


정체기를 맞이한 로맨틱 코미디는 98년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을 다시 조합시켜 ‘유브 갓 메일’을 만든다. 참고로 한국의 ‘접속’이 97년에 나왔으니 비슷한 내용으로 한국판이 먼저 나온 셈이다. 지금은 너무 뻔한 내용이자만 당시에는 신선한 로맨틱 영화 내용이었다.


노라의 유작이 2009년 ‘줄리 앤 줄리아’다. 에이미 아담스와 메릴 스트립이 주인공이다. 현재의 줄리가 과거의 줄리아의 요리를 따라 해서 블로그에 올리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영화는 정말 캐릭터의 따뜻함이 묻어난다.



침체의 성장이 아니라 인생의 성장기를 느끼고 있다면 도움이 되는 영화가 ‘줄리엔 줄리아’다. 나이를 먹어가며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게 만든다.


노라는 직접 시나리오를 쓰면서 여배우들에게 탐나는 캐릭터를 만들어준 감독이다. 여배우를 주인공의 모습을 떠나서 영화 속에서 진짜 여자로 만들어준 감독 노라 에프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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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07-16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주 좋아하는 감독입니다!!! 그녀의 책도 다 읽었어요!!! 알라딘에서 노라 에프론에 대한 글을 읽게 될 줄이야. 넘 반갑네요,,오랜만에!

교관 2020-07-17 11:45   좋아요 0 | URL
정말 노라 에프론의 찐팬이시군요, 저도 반갑습니다 ㅎㅎ. 며칠 전에 실크우드를 한 번 더 봤더랬죠. 좋은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