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처럼 보내던 중학교 시절 아침마다 일어나기 싫었던 나는 매일 아침 귀를 때리는 듣기 싫은 노래를 들으며 일어났다. 그 노래가 엘튼 존의 ‘크로커다일 록’이었다. 정말 미칠 것처럼 듣기 싫은데 잠결에 듣고 있으면 무척 신나면서 짜증 났던 그 노래를 3년 내내 들었다. 모친이 그걸 매일 아침마다 틀었다. 3년 내내 라 라라라라 하는 후렴구가 따라다녔다

 

후에 고등학생이 되어 음악감상실을 집처럼 들락거리며 엘튼 존의 저 노래를 진지하게 들을 수 있었는데 일말의 짜증이 다 증발하고 엘튼 존의 여러 노래를 찾아서 듣게 되었다. 그때는 한창 바쏘리, 오비츄어리, 판테라 같은 신경을 긁는 강한 헤비메탈을 듣던 때였는데 그 사이를 벌리고 엘튼 존이 파고들었다. 엘튼 존은 세계적인 인기에 비해 한국에서는 마니아들을 제외하고는 썩 알려지지 않았다

 

영화 로켓맨을 보면서 놀랐던 건 엘튼 존의 전기 영화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인간 엘튼 존을 잘 조명했고 무엇보다 태런 에저튼이 몽땅 직접 부른 엘튼 존의 노래를 이렇게나 잘 불렀다니, 하는 거였다

 

영화는 뮤지컬처럼 엘튼 존의 노래가 끊임없이 나오는데 배우들이 직접 부른다. 환상과 초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며 엘튼 존의 노래가 영화를 꽉꽉 채운다. 한 번 들으면 피아노로 연주해버리는 천재였던 엘튼 존은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해 사람들에게도 애정을 쏟지 못하고 사랑을 얻지 못해 점점 술과 약과 쇼핑의 중독에서 해어 나오지 못한다.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었던 꼬꼬마 엘튼 존, 그 모습은 마치 아버지의 눈에 들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프렌츠 카프카의 모습과도 흡사하다

 

보헤미안 렙소디가 인기를 끌었는데 지난번 리뷰에서도 말했지만 나에게는 회의적이었다. 프레디 머큐리의 전기 영화인데 프레디 머큐리에 초점은 튀어나온 차아에게만 맞추었고 나머지는 희미해지고 감독이 바뀌고 마지막 촬영에는 아예 나오지 않고, 그래서 그저 흥행에만 몰두했고 그것을 한국에서 덥석 문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로켓맨은 영화 적으로 보헤미안 랩소디보다 정말 좋았다. 물론 엘튼 존 본인이 제작자로 뛰어들었기에 자신의 민낯을 낱낱이 까발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제목은 왜 로켓맨일까. 엘튼 존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약과 술에 절어 갔지만 팬들의 열광과 환호만 있으면 요사스러운 복장을 하고 피아노를 두드리며 록스타로서 로켓처럼 무대를 누볐다. 그는 진짜 로켓맨, 록엣맨이었다

 

엘튼 존이 젊을 때 저쪽 구역의 미친놈은 빌리 조엘이었다. 빌리 조엘이 발가락으로 피아노를 친다고 하면 엘튼 존은 블라블라 하며 가십을 장식했었다. 엘튼 존은 영국의 후배 가수들에게 영향을 많이 끼쳤다. 로비 윌리암스나 테이크 댓의 노래에서도 엘튼 존의 감성이 가득하다. 지금은 죽었지만 조지 마이클과 함께 부른 ‘돈 렛드 선 고 다운 온 미’는 정말 좋은 노래라고 생각한다. 1절을 조지 마이클이 부르고 2절에서 ‘신사 숙녀 여러분 디스 이즈 엘튼 존’ 하며 조지 마이클이 소개를 할 때 찌릿하다. 나만 그런지는 몰라도. 물론 영화에도 이 노래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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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북사랑 2019-10-10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지처럼 보내던˝이라는 문구는 마구 상상을 불러일으킵니다. 바람처럼 가벼웠다는 것일까, 축적이 안 된다는 뜻일까?
저는 엘튼 존과 빌리조엘 두 구역이 동시대적인줄 몰랐는데 덕분에!!!^^

교관 2019-10-11 12:26   좋아요 0 | URL
먼지처럼 보낸 건, 존재감이 없이 보냈다는 ㅎㅎ.
참 존재감이 없었네요. 수업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내내 음악을 들었던 같습니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