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예찬론자이자 일주일에 김밥을 두 번 이상 먹는 나는 어느 날 조금 비싼 김밥 전문점 앞을 지나다가 입간판에서 김밥에 들어가는 재료에 대해서 적어 놓은 문구를 보고 잠시 서 있었다. 계란은 어디의 달걀을 사용했고, 햄은 어디 꺼, 김은 어느 지역의 김, 오이는 어느 곳의 오이,,, 오이에서 잠시 멈췄다. 쳇, 하우스에서 재배하는 오이가 지역이 뭔 상관이야. 그래서 비싸게 팔고 있나. 흥,라며 잠시 서 있었던 기억이 있다.

 

딴짓하면서 허기를 사라지게 하는 마법을 부리는 것이 김밥이다. 김밥을 그냥 먹기도 하지만 딴짓을 하지 않을 때는 컵라면 먹고 남은 그릇에 김밥을 찢어서 넣고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어서 휘휘 저어 먹으면 최고의 비빔밥이다. 길을 걸으면서 먹기에는 자르지 않고 통째로 우걱우걱하기에도 좋다.

 

이 좋은 김밥에 대해서 김밥답게 맛있게 써 놓은 박연준 시인의 글이 있어서 발췌했다. 김밥의 얼굴을 보려면 잘라야 볼 수 있는 김밥의 얼굴은 태어난 곳에 따라 참 별나고 각각이다. 누구에게나 김밥에 대한 추억 하나씩은 있을 텐데 박연준 시인은 김밥 하면 떠오르는 장면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어쩐지 이 짧은 글을 읽으면서 김승옥의 단편 ‘차나 한 잔’에 나오는 이 형이 왜 떠올랐을까.

 

그녀의 말마따나 특별해서, 평범해서, 슬퍼서, 기뻐서 더 어울리는 김밥이여 영원하라. 김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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