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비포 유, 영화도 있고 책도 있는데 저는 아직 영화는 보지 못했어요. 그리고 앞으로 가까운 미래까지는 안 보려고 해요. 책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한 번 읽어 보세요. 마치 마음 속에 아직 아이로 남아있으려고 하는 부분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미 비포유를 읽으며 며칠 동안 매일 자정이 넘으면 내가 주인공 루가 되어서 윌을 만나는 기분이 들었어요.


말미에 루가 스쿠버다이빙을 바다에서 하면서 원색에 곱절은 더 다양한 아득한 풍경을 보듯, 미지의 생물들이 햇빛을 받아 은은히 빛나는 먼 곳의 형체들을 보듯 미 비 포유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이렇게 아름답고 겁이 날 만큼 슬프게 글을 적은 작가도 멋지지만, 이 글을 읽기 쉽게 번역한 김선형 번역가에게 박수를 치고 싶어요.

어쩌면 작가와 번역가는 머리를 맞대고 작정하고, 우리 한 번 사람들 가슴 속에 있는 눈물을 한 번 다 뽑아내보자, 요즘 사람들은 책을 읽으며 예전처럼 눈물을 쏟아내지 않는 거 같아, 어때? 좋아 그럼 해보자. 라는 식으로 아주 마음먹고 책을 출판해 버린 것 같습니다.

특히 한국적인 단어를 많이 집어넣어서 번역을 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한국 사람들이 루의 감정에 더 다가가서 읽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괴한 외모에 아니꼬움을 그대로 입 밖으로 뱉어내며 루의 성질과 인내의 한계와 자존심을 건드리는 윌에게서 어느 날 루는 세상과 몇 걸음 떨어져 살아가는 공허한 표정을 읽어냅니다.


우리는 글을 읽으며 덤벙대고 감정에 충실하고 모든 일들이 비밀 없이 마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모든 것을 트리나와 함께 공유하는 루에 이입됩니다.


트리나와 '방' 때문에 다툼을 벌이지만 결국 루는 동생 트리나의 어깨에 기대고 어깨를 내밀어 줄 수 있는 단 한사람이 트리나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트리나는 '병신'이라는 말을 달고 사는 어린 토마스를 낳았을 때 이미 어른이 되었습니다.

꼭 깔때기를 통해서 세상을 보는 기분이야. (트리나가) 새로 태어난 생명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온 세상이 쪼그라들어서 나와 저 아이만 남은 것 같아. 라고 말한 트리나는 동생이지만, 루가 어려움을 토해낼 수 있는 어른으로의 동생이 이미 되었어요.

 

루는 네이선(사지마비인 윌을 돌봐주는)과 함께 윌을 데리고 경마장을 갔다가 식겁을 하는데요.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는 이 땅이 너무나 미웠고 마치 외계인을 쳐다보듯 하는 사람들의 경멸 섞인 눈빛에 분노마저 느낍니다.

왜? 그게 루의 모습이니까.

우리는 서서히 루의 감정에 이입이 되기 시작해요.

진흙에 빠진 윌의 휠체어를 들어 올리다가 온통 진흙투성이가 되어 버리고 결국 술이 취한(루에게 저질 추파를 던지는) 일행에게 가서 거짓말을 술술 하며 휠체어를 건져내 자동차까지 운반하게 하며, 절차 때문에 윌이 들어가지 못하는 레스토랑의 입구에서 대역죄인 같은 머리와 몰골로 직원에게 분노하며 소리를 지르는 모습에서 우리는 점점 루가 되어 갑니다.

처음은 윌에게서 벗어나 집으로 빨리 가고 싶었지만 서서히 윌에게서 떨어지기 싫어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우리는 그런 루의 모습에 응원을 하게 됩니다.

루는 윌의 직선적이고 딱딱한 말투와 농담에 비슷하게 받아치면서 어떻든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됩니다.

 

주어진 시간 6개월. 윌의 마음을 돌려 놓기 위한 빠듯한 시간.

어느 날은 윌의 고통이 하늘의 별처럼 점철 되었습니다.

윌의 턱에 노끈 같은 근육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모습을 보았고, 고통으로 잠 못 이룬 숱한 밤을 말해주는 자줏빛 그늘을 윌의 얼굴에서 보았고 소리 없는 통증을 증언하는 미간의 주름을 보았어요.

 

그리고 루는 윌의 맨살에서 나는 따뜻하고 달콤한 향기를 맡습니다.

오직 윌에게서만 나는 독특한 그 무엇, 차분하면서도 값비싼 향기. 

 

윌과 함께 난생처음으로 세상의 잘난 사람들이 가는 연주회를 가게 됩니다.

루는 자신과 동떨어지게만 생각했던 연주회에서 들리는 음악의 여운이 감동을 넘어선다는 것을 느꼈고 돌아와서도 그게 희미해질까 아쉬웠습니다.

윌은 루에게 잠시 옆에 있어달라고 해요.

그저…….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자를 데리고 콘서트에 다녀온 남자로 있고 싶다면서.

그리고 온갖 방법을 이용해 윌의 컴퓨터에 윌이 이메일을 쓸 수 있게 했는데 윌에게서 이메일이 들어옵니다.

 

친애하는 클라크.

이건 내가 구제불능으로 이기적인 머저리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쓰는 거요. 그리고 당신의 노고를 높이 평가는 바요. 고마워요. 윌. 

 

루는 자신도 알 수 없는 감정이 올라오는 느껴요.

그리고 루는 윌과 함께 여러 가지를 나누고 대화를 하고 노래를 부르고 웃습니다.

드디어 루는 휠체어를 타고 있는 윌과 함께 친구의 결혼식에서 춤을 추게 됩니다.

그 장면은 눈에 선하게 그려지며 입가가 올라가요.

아름다운 장면이었거든요.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죽고 싶다고 생각하던 윌이 루에게, 가끔은 말이에요, 클라크. 이 세상에서 나로 하여금 아침에 눈을 뜨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건 오로지 당신밖에 없다는 거. 

 

루는 자신의 세상과 동떨어진 호텔에서 하룻밤 묵고 나오면서 닥치는 대로 챙겨온 공짜 샴푸, 컨디셔너, 미니 바느질 키트와 샤워 캡 등등이 끝도 없이 나오는 장면에서 루는 정말 사랑스러운 모습입니다.

단지 본인이 너무 모르고 있었어요.

 

루는 자신의 역량을 넘긴 일들을 해가면서 윌과의 여행을 준비했고 결국 목적지로 갑니다.

거기 정말 우리가 와 있었다. 내가 해냈다. 라는 대사에서 나까지 뿌듯했습니다.

윌이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자신이 먼저 행복해져야 한다는 착한 아가씨 루.

윌의 피부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간 태양의 냄새를 맡았던 루.

마지막 루와 윌은 어떻게 될까. 

 

책을 읽으며 두 사람의 감정에 이입되기도 했지만 장애인에 대해서 특히 사지마비환자에 대해서 깊게 들여다볼 수 있었어요.

선진국이라고 하는 영국과 프랑스역시 휠체어는 아직 대중의 관심과는 거리가 멀었으며 무엇보다 스위스에 있는 디그니타스병원(합법적으로 죽기를 도와주는-근래에 우리나라에도 생존연명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죠)에 대해서 알아 볼 수 있었고 60개국의 나라에 5500명의 회원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삶의 끝에 대해서 매일 생각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지니는 괴리감과 고통에 대해서 잘 서술해 놓아서 더 마음이 덤덤했습니다.

 

눈을 감고 있는 윌을 바라보는 루의 장면에서는 올리비아의 노래 winter sleep이 너무 어울렸어요. 파리하게 잠들어 있는 윌을 촉촉한 눈으로 바라보는 루의 얼굴에 윈터 슬립이 내려 앉습니다. 한 번 들어 보세요.

며칠동안 자정이 되면 완전히 아이로 돌아가 있었어요. 영화는 아직 못 봤지만 영화도 보시고 책으로 먼저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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