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물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빌런이다. 빌런은 보수적인 경향을 지니려는 슈퍼히어로들의 반대편에서 기존의 틀과 질서를 비틀고 파괴하여 변화를 꿈꾸고 변혁을 이루려 한다. 판타지 히어로물의 빌런은 공리주의 성향을 지니고 있으며 빌런을 보는 우리들은 쳇 바퀴 돌듯 돌아가는 일상에서 일탈을 꿈꿀 수 있게, 이상주의적인 동기부여를 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빌런에게 매력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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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베이더도, 한니발 렉터 박사도, 에일리언도, 히스 레저의 조커도, 모두가 영화의 중심이었고 극을 이끌었고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그들의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했다. 작금의 이 답답하고 도저히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딱딱하고 갑갑하고 차별이 심하고 힘없는 자가 핍박받는 이 세상의 틀을 깨버릴 것만 같다. 우리는 그런 매력적인 빌런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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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데드풀의 웨이드는 슈퍼히어로이면서 빌런의 성향을 지니고 있다. 슈퍼히어로 영화인데 19금을 걸고 끝도 없이 내뱉는 씨발과 가좆과 걸핏하면 사람의 머리에 총구멍을 낸다. 애초에 액스맨 울버린의 탄생에 잠깐 등장한 데드풀을 영화로 만들기로 했기에 실험적으로 탄생한 데드풀 웨이드는  액스맨을 욕하며 성인 취향을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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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드는 빌런보다 더 악당스럽다. 이 영화의 히어로는 모순이다. 빌런이라고 등장한 케이블은 침묵을 지니고 있다. 영화는 빌런의 경계를 허물어트림으로 모순과 침묵이 (잘 안  되지만)밸런스를 맞춰가려 하며 영화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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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풀의 웨이드는 항상 밝다. 유쾌한 인물이 웨이드다. 이 유쾌함이 웨이드가 지니는 동전의 앞뒤 면이다. 암이 온몸에 퍼져 감에도 바네사를 잃어버리고서도 웨이드는 시종 밝은 모습이다. 사실 뭐랄까 그런 웨이드의 모습을 보면서 감정이 이입이 되어 버렸다. 꼭 저 꼴이 나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주위에서도 이렇게 밝은 사람, 늘 통통 튀고 항상 웃고 눈이 맑은 사람이 아픔이 깊고 너무 커서 누군가에게 말도 못 하고 혼자서 힘들어하다가 좌절하는 경우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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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늘 힘들고 매일 죽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은 의외로 늘 잘 지내는 경우가 많다. 정말 힘들고 절망이 깊으면 그런 말 자체를 못한다. 나 힘들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나는 사실 아직 힘들지 않다고 말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정치인들이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라는 말과 비슷하다. 그 말은 우리는 책임이 없습니다.라는 말과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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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풀의 웨이드는 어쨌든 밝다. 자신의 아픔도 미화로 승화시키고 뭣 같은 상황도 그대로 받아들인다. 마지막에 정말 죽음으로 가고 싶어서 능력을 소거시키는 목걸이를 차고 총알을 맞는 것을 보면 유쾌함 뒤의 어두운 면을 볼 수 있었다. 웨이드가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 이유는 바네사 때문이다. 1편에서도 그렇지만 이 두 사람의 사랑은 가난하지만 당당하고 거침없고 정말 아름답다. 이런 모습이 눈물을 나게 한다. 환경이 너무 안 좋기에 두 사람의 사랑은 더 반짝거린다. 두 사람의 사랑에는 여자친구가 토플리스에서 일을 해도, 남자친구가 암세포가 온몸에 퍼진 쭈글쭈글한 얼굴을 가진 욕쟁이라고 할지라도 그들의 사랑을 막을 순 없다. 그들은 앞뒤 재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사랑한다. 두 사람은 가난하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가난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고 그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그들의 사랑을 찾는 모습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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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은 모든 것을 뛰어넘고 기괴하고 음산하면서도 서로의 몸을 만지고 사랑을 나누었던 아름다운 사랑의 모양이었던 셰이프 오브 워터를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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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풀은 제4의 세계를 넘나든다. 데드풀은 영화를 통해서 자신의 욕망을 관객에게 말하고 있다. DC 유니버스에서 온 거냐느니, 설정에 문제가 있을 법 했을 때 카메라를 보며 대본 대충 쓴다며 쓴소리를 한다. 데드풀은 히어로물에 대해서 경종 같은 것을 던지기도 한다. 도대체 관객은 언제 로봇 팔에 질리는 거야? 데드풀은 관객의 욕망을 대신하기도 해서 보면서 웃음과 좋은 기분을 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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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히어로물은 인기가 곧 줄어들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히어로는 판타지 히어로물이다. 사람들은 간절히 히어로를 바란다. 불타는 집에 뛰어 들어가서 사람을 구출하는, 학대받는 아이를 구해내는, 성폭력으로 망가진 인생을 바로잡아주는, 우리 주위의 숨은 히어로들을 우리는 바라고 있다. 이 강호의 고수 같은 히어로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은 영화이며 소설이다. 슈퍼 히어로의 고뇌는 깊을 수밖에 없다. 다크나이트에서처럼 하비와 레이첼,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위험에 처했을 때 둘 다 구해낼 수 있는 그 주위에 숨어 있는 우리의 히어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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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풀 2는 다른 슈퍼히어로물에서처럼 대단한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 영화의 사건은 농담 같은 것이다. 큰 틀을 비틀고 거창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러셀을 두고 일어나는 하나의 작은 해프닝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도미노다. 도미노는 등장부터 슈퍼히어로의 슈퍼파워는 그저 운이라고 한다. 그게 관객에게 데드풀이 하는 말이다. 대체로 모든 슈퍼히어로의 능력은 운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빌런을 물리치고 세계관을 바로 잡아가는 것 역시 운이라는 것이다. 설정이나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그저 보라는 것이다. 슈퍼히어로물은 보며 즐기고 웃을 수 있는 팝콘무비이니 재미있게 봐라. 와이 낫. 을 도미노를 통해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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