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 공포영화가 나온다. 물속에서 물의 마녀가 얼굴을 내밀듯 여름이면 어김없다. 그렇지만 21세기, 현재 공포영화를 보며 흡족해하는 영화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그건 이미 너무 많은 공포영화가, 공포영화로 할 수 있는 서사가 바닥이 났기 때문이다. 더 이상 어떤 내용면으로 관객의 니즈를 흡족시킬 수 없어졌다. 그렇기에 공포영화라기보다는 놀람주의 영화로 전락해버린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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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 반복, 클리셰. 일 수밖에 없는 공포영화에서 이 3요소를 적절하게’만’ 배치하고 구성을 잡는다면,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공포물이지만 공포물이라는 이름답게 사람들의 지갑을 열 수 있다. 외국의 호러물 역시 모방과 반복 그리고 클리셰를  잘 버무려 포진하고 오마주를 장면 장면 넣으므로 관객들에게 재미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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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스승의 은혜’는 한국 공포영화의 새로운 서막을 여는 영화였다. 아바타가 3D영화의 문을 연 것처럼. 스승의 은혜 이전의 한국 공포영화는 민담이나 설화로 이어지는 원혼의 영화 위주였다면 스승의 은혜에서는 처음으로 신체 훼손이라는 신선한 공포를 등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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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으로 공포영화라는 건 사지가 꺾이며 계단을 오르고, 밀가루 토시오가 이때쯤에 고양이 소리를 내거나 수녀 복장의 무장 괴물이 벽에서 연기처럼 나와서 무서움을 주는 영화가 아니라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아무도 모른다’처럼 사람이 사람을 무참하게 버려둠으로 도시에서 외로운 섬에 갇혀 살다가 굶어 죽거나 사라지는 것이 진정한 공포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 공포와 호러는 어떤 면으로 다른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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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은혜에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하는 눈꺼풀의 깜빡임을 하지 못하게 호치키스로 눈을 박아버리고 입을 다물지 못하게 잘게 부순 면도날을 입에 넣고 펄펄 끓는 물을 붓는다. 이런 장면에서 보는 이들은 굉장한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다. 펄펄 끓는 물의 무서움은 바보라도 알 수 있다. 뜨거운 물에 데인적이 있는 경험을 누구나 가지고 있기 때문에 펄펄 끓는 물이 목구멍으로 넘어간다는 그 무서움을, 그 고통에 대해서 알기에 극대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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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게 부순 면도날을 입안에 가득 집어넣는 것 역시 그렇다. 누구나 칼에 베인 적이 있기 때문에 날카로움, 선단공포에 버금가는 그 무서움에 대해서 우리는 짐작을 한다. 면도날들이 입안으로 들어가 몸속에서 난도질할 것을 알기에 보는 이들은 당하는 사람의 공포에 이입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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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공포를 주는 것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을지 모르나 한국 영화의 클리셰에 갇혀 그만 사람들에게 잊히고 만다. 이 영화가 2006년도에 나왔으니 분명 2004년도에 전 세계를 강타한 ‘쏘우’를 본받았을 것이다. 위에서 말한 모방, 반복, 클리셰를 적절하게 배치했다면 화면을 응시하는 관객에게 호응을 끌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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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에서는, 주인공은 모르지만 관객만은 알고 있는 사실이 있어서, 그곳으로 가면 안 돼, 안 돼, 가지 마, 하게 되는 경우가 있고, 주인공과 함께 관객이 같이 흐름에 의식이 따라가는 경우가 있다. 주인공과 같이 공포에 휘말리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관객은 개개인의 삶을 통해서 면도날이라든가 펄펄 끓는 물에 대한 공포는 어느 정도 학습이 되어 있다. 요즘 나오는 놀람주의 영화는 ‘맵기’와 비슷한다. 매운 정도가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르다. 불닭볶음면이 매운 사람이 있고 고춧가루를 더 뿌려먹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학습을 통해 터득한 공포에 대해서는 대체로 일정한 공포를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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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화는 클리셰, 이 죽일 놈의 클리셰를 어쩌지 못했다. 지금 현재 나오는 한국 영화 속에는 대단히 많은 클리셰가 있는데, 요컨대 21세기에 갈등 요소가 있는 인물들이 화해의 장면은 국밥집에서 국밥을 먹으며 해소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미국 영화로 치자면 치즈버그를 앞에 놓고 갈등을 와해시키는 장면인데, 관객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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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우처럼 시리즈로 나올 법했던, 여고괴담의 뒤를 이을 법했던 영화는 사라졌고, 당분간은 미장센으로 버무려져 몰입하게 만들었던 곤지암의 아류작들이 꽤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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