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에게 11월은 힘든 계절이다. 한국과 미국의 야구가 모두 끝나버려 허무하기 짝이 없는 시기니까 말이다. 도대체 무엇에 정을 붙여야 할지 망설이다가 여자와 소개팅을 했다. 별 생각없이 나갔는데 이럴수가, 잘됐다. 나같은 남자가 좋다는 여자가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지만, 아무래도 그녀는 혼자 가을을 보내고 싶지가 않았기에, 그렇게 절박했기에 내게 호감을 보였던 게 아닌가 싶다.

만난지 20일이 다 되어가는, 그래서 좀 안정적이 되어가는 때라 과감히 공개를 하자면, 그녀는 스물아홉살이며 귀여운 외모를 가졌다. 아직 우리는 말을 서로 놓지 못했지만, 가끔씩 손은 잡는다. 그녀의 손은 따스했고, 부드러웠다. 그 이상은 아직 가지 못했다. 그럴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나 스스로에 대해 자신도 없기에 어줍잖게 키스라도 했다가 올 겨울을 아주 춥게 보낼 수도 있을 것 같아 자제하고 있다. 알라딘에서 첫키스 릴레이를 할 때, "이 여자와 키스를 한 다음에 올려야겠다."고 생각을 하기도 했었는데 결국 첫키스를 못한 채 릴레이가 끝나 버렸다. 하긴, 키스는 무르익을 때 해야지 페이퍼를 쓰려고 키스를 하는 건 좀 문제가 있다.

이십여일 이러니까 좀 오래되어 보이지만, 사실 그녀와 난 겨우 다섯번 만났다. 손을 잡은 것도 지난번 만났을 때다. 내가 워낙 재미가 없고 말주변도 없어서 주로 그녀가 떠드는 편인데, 난 어줍잖은 유머를 구사하다 분위기를 차게 만드는 게 고작이다. 평소 유머를 연마해놓지 않은 게 무척이나 후회된다. 그녀는 좀 시간이 있는 편이지만 우리 회사는 내가 연애를 시작하자마자 미친 듯이 바빠져 내 연애를 방해한다. 일부러 그러는 걸까? 오늘도 그녀를 만났으면 좋겠는데 야근이라니. 야속한 회사여.

*근데 너무 오래 키스를 안했는지 언제 어떻게 키스를 해야 하는지 잊어버렸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생각이 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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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11-09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오래 키스를 안하셨다 함은... 저 위의 첫키스란 얘기랑 상반되는군요..^^
흐흠~ 어느게 맞을까나? 흐흐~
그나저나... 여자친구 생겨서 페이퍼가 뜸하셨던 건가요? ^^

icaru 2005-11-10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구야!!! 축하를 드려얄 것 같네요~~!!
"나 스스로에 대해 자신도 없기에 어줍잖게 키스라도 했다가 올 겨울을 아주 춥게 보낼 수도 있을 것 같아 자제하고 있다."

하하하하.... !

니콜키크더만 2005-11-13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축하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따 만나기로 했는데 마음이 싱숭생숭하네요.
날개님/타이밍 잡는 걸 까먹은 것 같습니다. 많이 도와 주십시오^^

ceylontea 2005-11-17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스란 것이 어디 머리로 하는 건가요?? 마음으로, 몸이 알아서 하는 것이지요...여튼 축하드립니다~~!!

니콜키크더만 2005-11-23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과 몸으로 하는 거라구요. 무섭습니다. 많이 도와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