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를 위해 오피스텔에 투자하라 - 단기 차익에 매몰되지 말고 풍요로운 50년을 설계하라
강승태 지음 / 황금부엉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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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시장은 이제 꼭짓점을 찍었다고 말한다. 금리 인상도 앞두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을 때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이 바로 오피스텔이다. 시장이 안 좋을수록 오피스텔 공급량은 줄어든다. 이 점은 오히려 투자자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오피스텔 임대 수익률 5%도 위태롭다며 투자를 말리기도 한다. 이는 평균의 오류다. 임대 수익률이 낮다는 것은 최근 서울 시내 주요 오피스텔이 비싸게 분양했기 때문이다. 오피스텔 임대 수익률이 아무리 떨어져도 은행 예금 금리보다는 약 3배 높다. - '프롤로그' 중에서

 

 

오피스텔 투자, 제2의 월급통장이다

 

책의 저자 강승태는 30대 중반의 직장인으로, 매경이코노미 기자다. 대학 졸업후 하나은행에서 1년 여 근무하다가 기자의 꿈을 이루고자 전문지 기자로 자리를 옮겼다. 아후 담당하게 된 부동산 분야의 취재는 적정에 맞았고, 취재를 통해 전문가를 많이 알게 됐고 책도 많이 읽고 연구도 많이 했다. 별다른 재테크를 하지 않던 그는 결국 거주하던 집의 전세금을 활용한 소액 투자에 나섰다가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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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관찰주의자 - 눈으로 차이를 만든다
에이미 E. 허먼 지음, 문희경 옮김 / 청림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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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메일함은 강의에 참가한 사람들에게서 온 메일로 가득하다. 주로 나와 함께 훈련한 덕분에 직장에서 자신감이 생겼고, 승진에도움이 되었고, 회사 경비를 수십만 달러 절감햇고, 모금액이 두세 배로 늘었으며, 시험 점수가 올랐고, 자녀를 불피요한 특수교육 수업에 보내지 않았다는 사연이다. 중요한 것을 보는 법을 배우면 당신의 세상도 달라질 것이다. - '서론' 중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 에이미 E. 헌트는 미술사가이자 변호사로 프릭 컬렉션에서 교육 책임자로 일하며 의대생들의 관찰 기술을 향상한 프로그램 '지각의 기술(The Art of Perception)'을 만들었다. 뉴욕의 7개 의과 대학에 프로그램을 확대한 후 10년이 넘도록 의사들에게 환자기록이 아니라 환자를 직접 관찰하는 법을 가르치고, 경찰에게는 범죄 수사 때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도록 도와주며, 그 밖에 FBI, 미 국무부, 포천 500대 기업, 군인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더 명확히 지각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그의 강의는 우리가 놓칠 법한 물리적 대상 그 이상을 강조하고 날마다 우리

 

 

 

 

 

 

 

 

 

얀 페르메이르의 이 그림 <여주인과 하녀>는 더 오래, 더 주의 깊게 볼수록 더 많은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조르주 드 메스트랄, 벳시 코프먼, 스티브 잡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모두 발명은 창조라기보다는 발견에 가깝다고 믿었다. 발견은 눈을 뜨고, 뇌를 굴리고, 귀를 열고, 주의를 기울이기만 해도 가능하다. 누구나 다양한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이루는 데 필요한 관찰과 발견의 재능을 타고나지만, 그전에 우선 볼 준비부터 해야 한다.

 

"내가 가치가 대단한 뭔가를 발견한 게 있다면 다른 어떤 재능이 아니라 끈기 있게 집중하는 재능 덕분일 것이다" - 아이작 뉴턴

 

 

 

 

기본 기술 - 관찰력을 연마하라

 

"자네는 귀가 있어도 듣지 않고, 눈이 있어도 보지 않는군!"

 

이는 예리한 관찰력에 의존하는 진단 방법인 '메소드'를 강의할 강연자가 진단을 잘못 내린 학생을 꾸짖는 말이다. 강연자는 (의학이나 형법이나 전반적인 삶의) 발견에서 정교한 관찰력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믿었다. 그는 아무리 사소한 사실이라도 놓치지 않고 남들이 관찰하지 못하는 정보(문신, 억양, 잔주름, 흉터, 옷, 심지어 신발에 묻은 흙 색깔까지)를 찾아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어떤 사람을 보면 그 사람 얼굴에 국적이 적혀 있습니다. 그의 손에서 생계 수단이 보이고, 걸음걸이와 버릇과 회중시계 쇠줄 장식과 옷에 붙은 보푸라기에서 삶의 모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예리한 감각과 추론을 속사포처럼 전달하는 강연자의 모습에서 셜록 홈스가 떠오르는가? 그렇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홈스의 실제 모델로 외과의이자 다작의 작가이자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친척인 조지프 벨 박사다. 아서 코난 도일의 스승이었던 그는 초자연적이고 특이하지만 그의 표현대로는 "기초적인" 재능으로 젊은 도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벨은 강의 시간에 "눈으로 봐, 눈으로 봐"라고 자주 외쳤다. 그가 말하는 가장 중요한 능력은 수동적으로 보는 것과 적극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구분할 줄 아는 단순한 능력이다.

 

"사람들은 보기는 해도 관찰하지 않는다"

- 조지프 벨

 

 

사방을 주시하라

 

"그분 병실에 들어선 순간 병실이 너무 하얗고 삭막하고 텅 비어 보여서 무척 놀랐어요. 그곳과 똑같은 병실에서 수십 명의 환자를 만나 보았지만 그 환자의 환경은 다르게 다가왔어요", 이는 암병동의 사회복지사 주디 갤번이 저자에게 한 말이다. 미술작품을 다양한 관점으로 분석하면서 여자 바텐더의 눈과 빈민가 주민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 주디는 그 환자의 뒤로 가서 환자의 관점에서 보았다.

 

"저는 안경을 벗어 놓고 잠든 환자를 바로 알아보았어요. 담요를 덮어 주자 붉은 담요와 병실의 흰색이 대조를 이루어서 환자의 말이 선명하게 전해졌어요. 춥다는 말이요. ‘춥다’는 그저 온도가 낮다는 뜻만은 아니에요. 텅 빈 벽에는 활동이 적힌 작은 달력 하나만 달랑 걸려 있었고, 그 달력마저도 환자의 시야에서는 벗어나 있었죠. 작은 창이 하나 있기는 했지만 단조로운 도시 풍경만 내다보였고요. 환자의 창백한 모습이 그 병실과 어울렸죠"

 

주디는 담요 한 장 이상의 온기를 불어넣기로 하고 환자에게 보이는 공간에 색색의 물건들을 갖다 놓아서 시각적으로 좀 더 흥미로운 병실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간호사들과 의논해서 환자를 자주 병원 정원으로 데리고 나갔다. 풍경이 달라지자 환자의 마지막 시간이 질적으로 크게 향상되었다.

 

관점을 바꾸면 안 보이던 것이 보이기도 하고, 새롭게 보이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사소한 부분을 볼 수도 있고, 경천동지하고 패러다임이 바뀔 만한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정보를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도 있다.

 

 

 

'관점'의 마지막 정의는 사물을 진정한 중요성에 비추어 바라보는 능력이다

 

 

 

 

 

 

무의식적 편향 - 흑백논리는 없다

두 남자가 달리고 있다. 왼쪽의 백인은 제복을 입고 영국 경찰관들의 전통적인 경찰모를 쓰고 있다. 경찰관으로 짐작된다. 앞에 달려가는 흑인은 평상복 차림이다. 두 사람은 부서지고 낙서가 있는 콘크리트 건물 옆을 지나고 있고, 도시로 보이지만 어딘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두 사람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사진을 본 대부분의 사람은 백인 경찰이 도주 중인 흑인 범죄자를 쫓고 있다고 대답한다.

 

경찰관이 보인다고 범죄가 일어난 것으로 가정할 수 없으며, 흑인이 어떤 죄를 저질렀다고 미리 짐작해서도 안 된다. 또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쫓고 있다고 가정할 수도 없다. 사실 사진 속의 두 사람은 모두 경찰관이다. 오른쪽 흑인 남자는 비밀수사관으로 사진에는 보이지 않는 용의자를 쫓는 중이다.

 

이처럼 우리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거나 설명할 수 없다. 주관적인 해석에 의존하거나 고정관념에 의지해 순간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제대로 보지 않으면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자칫 사람들과의 잘못된 의사소통을 겪게 된다. 이런 일들은 작게는 실수로, 크게는 한 사람의 인생을 한순간에 날려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보는 법을 알면 세상이 달라진다


시각 지능을 활용하면 유능한 형사도 되고, 사회복지도 되고, 수호천사도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큰 그림을 발견하면서도 세세한 부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섣불리 단하지 말고, 뒤로 물러서서 미술작품을 감상할 때처럼 한 번에 한 겹씩 벗겨 보라. 객관적인 사실만 취급해야 한다. 감정과 가정 때문에 지각이 막히지 않도록 무엇이 보이는지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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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의 대단한 역사 - 하루 일과로 보는 100만 년 시간 여행
그레그 제너 지음, 서정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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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은 고대 페니키아인들이 만든 원형이 선사시대 동굴 벽화에 처음 사용되면서 신성문자와 설형문자를 새긴 밀랍판에 이르는 의사소통 전통을 따라 발전한 것이다. 냉장고 속에는 지금은 세계인이 즐기지만 과거에는 아즈텍 사람들만 먹던 음식이 들어 있다. 옷장에는 5,000년 전에 고대 인도에서 재배를 시작한 식물 섬유로 만든 옷이 있다. 침대에는 오래 전 청동기시대 에 투탕카멘왕이 입던 아마포 속옷과 많은 점에서 비슷한 침대보가 깔려 있다. 나는 현대인이 어느 토요일 아침에 눈을 뜨고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일상적으로 겪을 일들의 역사와 유래를 이 책에 담았다. - '서문' 중에서

 

 

우리들은 어떻게 지금과 같은 삶을 살 수 있었을까?

 

책의 저자 그레그 제너는 다양한 역사 스토리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영국의 대중 역사평론가. BBC 인기 방송 프로그램인 '무서운 역사(Horrible Stories)' 시리즈의 자문역으로, 저자는 요크대학을 졸업한 후 박사가 되려는 계획을 포기하고 10년 동안 역사 다큐멘터리와 TV 드라마를 제작하는 데 전념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보고 먹고 입는 것들에 숨겨진 흥미롭고 대단한 역사를 특유의 유머러스한 문체로 담아냈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불가피한 배설 행위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처리했다. 배설물에 역겨움을 느끼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지만, 변을 처리하는 문제는 인류 역사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였다. 문명사회가 가장 처음 부딪힌 큰 문제는 '얼마나 멀리 떨어진 곳에 그 많은 대변을 버려야 탈이 없을까' 였다.

 

기원전 2600년 경 인더스 강 계곡에 세워진 선진적인 도시문명 하라파에는 변기 시트에 앉아 볼일을 보면 바로 하수도로 떨어지고 오수를 멀리 떨어진 곳으로 흘려보내는 장치까지 있었다. 물론 이는 상류층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다. 반면에 수천 년이 지난 17세기 프랑스 베르사유 같은 화려한 왕궁 곳곳에 악취를 풍기는 대변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는 점이다. 당시 루이 14세는 진홍색 휘장을 치고 바로 그 자리에서 볼일을 보곤 했는데, 다른 귀족들도 마찬가지였으며, 심지어 변기에 앉아 식사를 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우리는 시간을 초, 분, 시간, 일, 주, 월, 년 등 표준화된 단위로 엄격하게 구분하지만, 이러한 구분은 만고불변의 진리는 아니며, 혼돈을 피하고자 인간이 수세기에 걸쳐 사용해온 약속이자 관례일 뿐이다. 1793년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프랑스를 장악한 급진주의 지식인들은 프랑스 사회를 백지 상태에서 재설계했다. 이들은 고대 바빌로니아 시대부터 지금까지도 확고한 진리로 받드는 24시간제를 폐지하고 하루를 10시간으로 표시하는 10진법 혁명을 단행했다. 하지만 이 혁명은 18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관련자 전원에게 수모를 안겼다.

 

 

감자, 악마의 음식에서 구황식품으로

 

1596년 스위스의 식물학자 카스파 바우힌은 감자에 솔라눔 투베로숨 에스쿨렌툼이란 학명을 붙였지만, 자신의 저서에 감자를 기괴하게 묘사한 스케치와 퉁퉁배, 음란한 생각, 나병 등을 일으킨다는 악의적인 내용을 실었다. 남사스러운 상황을 유발하여 로맨틱한 만남을 확실히 망칠 수 있는 3대 요소다.

 

그가 왜 이같은 결론에 이르렀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옹이가 지고 울퉁불퉁한 감자의 겉모습을 보고 나병 환자의 문드러진 사지를 떠올렸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일어난 광우병 사태로 영국산 쇠고기의 신뢰도가 추락했듯이 그의 끔찍한 묘사 때문에 감자의 평판은 땅으로 떨어졌고, 사람들은 제 아무리 극심한 기근이 닥쳐도 감자만은 절대로 먹지 않았다.

 

프랑스의 식품학자 앙투안 오귀스탱 파르망티에는 프로이센의 전쟁 포로로 잡혀 있을 때 말에게나 먹이는 감자를 식량으로 배급받았다. 3년 동안 포로로 지내면서 비천한 음식으로 취급받던 감자만 먹었는데도 그는 튼튼한 몸이 되어 풀려났다. 결국 그는 감자가 악마의 음식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일반인들에게 감자가 방귀를 유발하며 사지를 썩게 하는 최음제가 아니라 훌륭한 빵 대용품임을 알리려고 노력했다.

 

오늘날 감자 요리법에 그의 이름이 붙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 되었다. 전분이 많은 감자가 영양학적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말 사료에서 기근을 이겨낼 구황식품으로 서서히 승격된 데도 그의 노력이 컸다. 하지만 흉년에나 먹던 감자가 아일랜드에선 주식主食이 되고, 결과적으로 병충해에 약한 감자가 한꺼번에 고사하자 대기근이 발생해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끊는 비극의 연출가가 되기도 했다.  

 

 

고양이, 요물에서 애완동물로

요즘 들어 인터넷 문화 때문에 고양이에 대한 사람들의 집착이 도를 넘어섰지만 이집트인은 한 술 더 떠서 고양이가 죽으면 미이라로 만들어 신성한 도시 부바스티스에 묻었으며, 고양이가 죽을 때마다 눈썹을 밀고 애도하는 등 고양이를 진정으로 숭배했다. 고양이는 여신 바스테트를 상징했기 때문에 한 마리라도 죽인 사람은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리스의 작가 디오도로스 시켈리오테스는, 전차를 몰고 가다 실수로 고양이를 깔아 죽인 로마 병사가 분노한 폭도에게 폭행을 당해 죽었다는 기록을 남겼다. 그 정도로 이집트인의 고양이 숭배는 대단했기에 페르시아의 황제 캄비세스2세는 병사들에게 펠루시움 전투에 고양이를 데리고 나가라고 명령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로 야옹거리는 고양이들을 들고 있으면 상대편인 이집트 병사들이 죄책감 때문에 화살을 쏘지 못하리라고 계산했기 때문이다.

 

중세인들은 대부분 고양이를 매우 싫어했다. 독일의 수녀원장 힐데가르트 폰 빙엔은 고양이가 자신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에게만 충성하기 때문에 털가죽을 뒤집어쓴 용병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또 고양이를 매춘과 결부하는 저술가가 많았다. 흑사병이 나돌 때마다 그 책임을 뒤집어썼고, 마녀사냥이 벌어졌을 때도 악마 숭배와 이단과 관련이 있다며 죽임을 당했다.

 

그러나 이런 주기적인 숙청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는 끈질지게 살아남아 점차 애완동물로 인기를 끌게 되었다. 아이작 뉴턴은 고양이를 친구처럼 좋아했으며, 작가 마크 트웨인은 자기가 키우는 고양이들에게 사워 매시(위스키의 원료), 아폴로나리스(로마의 순교자), 레이지(게으름뱅이), 애브너(구약성서 속의 이스라엘 장군), 프로일라인(아가씨를 뜻하는 독일어), 버펄로 빌(미 서부 개척시대의 총잡이), 패민(굶주림), 클리블랜드(오하이오주의 도시명) 등의 이름을 붙여주며 좋아했다.

 

 

중세시대에도 브래지어를 착용했다?

오스트리아 동 티롤의 렝베르크 성은 흰색 회칠, 비스듬한 회색 지붕, 네모반듯한 구조가 특징이며 울창한 계곡 분지에 방어용 둔덕을 쌓고 그 위에 세운 12세기 궁전이다. 외관만 보면 사진이 예쁘게 찍히겠다는 인상이 들지만 그 안에는 사람들을 경악에 빠뜨린 물건들이 숨겨져 있다.

 

2012년 복원 공사에 참여한 인부들은 15세기에 만든 바닥 널을 수리하다가 그 밑에서 비밀 금고를 발견했다. 그 안에는 시간의 풍상과 좀의 공격을 이기고 오랫동안 살아남은 옷감과 옷이 보관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는 어깨끈이 달린 중세 브래지어 네 벌이 있었는데, 왕의 유해와 성배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흥밋거리가 아니었지만 복식사학자들은 뛸 듯이 놀랐다. 그때까지는 브래지어가 20세기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이다.

 

브래지어는 끈이 있을 뿐만 아니라 가슴을 감싸는 형태였다. 14세기에 의사 앙리 드 몽드빌은 "어떤 여자들은 가슴을 보정하고 꽉 조이기 위해 드레스 안에 주머니 두 개를 넣는다. 매일 아침 그 주머니에 넣고 거기에 달린 밴드로 가능한 만큼 조인다"라는 기록을 남겼다. 따라서 여성의 가슴을 모으고 끌어올려주는 원더브라가 600년 전에 존재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맥주는 '액체빵' 

맥주를 만드는 법은 문자의 발명 덕분에 잊히지 않고 전승되었다. 수메르의 기록만 보더라도 알코올의 중요성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다. 실제로 인류 최초의 문서 가운데는 맥주 생산에 관한 행정 기록이 있다. 수메르어로 맥주는 '액체 빵'을 뜻했는데,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는 노동자들이 날마다 맥주를 배급품으로 받았다.


맥주는 고대 이집트에서는 상류층이 마시는 귀한 술이었지만, 고대 지중해 문화권에서는 긴 바지를 입고 숲속에 살며 문명사회의 가장자리를 배회하면서 위협을 가하는 야만인이나 마시는 술로서 악명을 떨쳤다. 그러나 게르만 종족 중에서도 로마인에게 한 번도 정복된 적이 없는 유럽 북부 종족은 계속해서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이들은 맥주 외에도 벌꿀술인 미드를 매우 좋아했고, 미드는 맥주와 더불어 훗날 바이킹과 앵글로색슨으로 불리게 된 종족의 정치와 사회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실제로 이 벌꿀술이 얼마나 중요하게 취급되었는지는 정치 권력의 집결지인 연회장이 미드홀mead hall로 불렸다는 데서 짐작할 수 있다.

 

 

조지 워싱턴이 마약 중독자?

 

조지 워싱턴폴 리비어는 미국 독립전쟁(1775-1783)에 참전한 독립 영웅으로 유명하지만, 두 사람이 치의학이라는 고리로 연결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리버어는 재능 있는 은세공인이며 프랑스 이민자의 아들로서 포샤르의 뒤를 이어 치과 치료법을 고안하고 버터, 빵, 설탕, 화약 등으로 치약을 만들었다.


워싱턴은 브라질 호두를 치아로 깨는 버릇 때문에 이가 하나만 남고 모조리 빠졌다고 한다. 그래서 필라델피아의 치과의사가 특별 제작한 조잡한 의치를 착용할 수밖에 없었다. 상아, 다른 사람의 치아, 금, 납으로 만든 의치 덕분에 음식물을 씹고 나라의 운명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필요한 말을 할 수는 있었지만 의치로 인한 지독한 통증을 달래기 위해 아편틴크(아편으로 만든 약물)에 의존했다. 이는 헤로인과 비슷한 마약을 상용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우리들은 워싱턴을 미국의 독립 영웅이라는 기존 이미지 대신 극심한 치통에 시달리거나 마약에 취한 모습으로 관점을 수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현대인의 생활방식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이와같은 궁금증을 가졌던 저자의 탐구열로 인해 이 책이 탄생할 수 있었다. 우리들은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 가고 아침을 먹고 세면을 하고 옷을 골라 입고 일터로 가거나 약속 장소로 나간다. 이후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함께 식사하고 술을 마신다. 일과를 마치고 나면 이를 닦고 잠지리에 든다. 이를 마치 의식처럼 되풀이하는 게 바로 우리들의 일상이다.그냥 지나칠 수 있는 우리들의 일상에 얽힌 문화사를 줄줄이 읊어주는 저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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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끝내는 세상의 모든 과학 - 빅뱅에서 미래까지, 천문학에서 인류학까지
이준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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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고개 들어 지평선을 보죠. 지금 지평선을 향해 출발한다면 인류 문명의 역사는 0.1초도 안 걸려 지나치게 됩니다. 하지만 지평선에 도달하려면 종일 걸릴 겁니다. 아마 중간에 다리 아파서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겠어요. 138억 년이라는 우주의 나이에 비하면 인류 문명의 역사는 그냥 눈 깜짝할 사이나 마찬가지인 겁니다. 이렇게 우주의 역사는 정말 깁니다. 게다가 우리는 미래까지 다녀올 예정입니다. 이 여행의 스케일은 지금껏 여러분이 해왔던 여행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만큼 색다르고 놀라운 풍경들로 가득하죠.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 '여행에 앞서' 중에서

 

 

과학 선생님과 함께 떠나는 과학 여행

 

저자 이준호는 인천 부현동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함께 공부하고 있다. 포스코 주최 과학 홈페이지 경연대회에서 <탄소로 열어 가는 세상>으로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주관한 융합인재교육STEAM 교재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다. 지금은 어려운 과학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자 팟캐스트 <과학이 빛나는 밤에>를 방송하고 있다.

 

책은 "해 질 무렵 여러분은 저와 함께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라는 글로 시작한다. 과학 도서라기보다 마치 우아한 에세이를 펼쳐 읽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이제 우리들은 저자와 함께 138억 년을 거슬러 오르는 우아한 과학 여행으로 발을 내딛게 된다. 저자가 직접 그린 150여 가지 그림은 우리들의 이해와 과학적 상상력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많은 과학자들의 집념 어린 노력으로 우리들은 지구라는 행성이 현재까지 관측된 약 2조 개의 은하 중 하나임을 알게 되었다. 이 행성에 살고 있는 인간이라는 존재 역시 특별한 생명체가 아님을 또한 알게 되었다. 즉 인류의 문명이 사람들이 만들어 낸 지성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지만, 기나 긴 지구의 역사를 감안할 대 이는 우연한 사건일 뿐이다.

 

저자는 진화의 도약을 '약자'에게서 발생한 사건으로 이야기한다. 왜냐하면 모든 종은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할 수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진화에 나설 수밖에 없으며, 이는 최강의 포식자가 아닌 '약자'에게서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이를 쉽게 말하자면 우리 인간들은 먹이사슬의 최강자가 아니라 약자였다는 거다.

 

책은 총 11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생명을 탄생시킨 우주의 신비로부터 시작하여 문명의 배를 탄 인류의 항해를 거쳐 더 넓은 우주로 나아간 과학으로 끝을 맺는다. 여기엔 우주, 지구, 바다, 대륙, 조상, 인류, 무기,몽업, 문자, 과학, 빅뱅이라는 11개의 주제어를 두고 각장을 설명해 나간다.

 

 

 

 

원숭이가 유인원을 거쳐 인간으로 진화하고, 인간이 수렵채집 시대를 거쳐 농경사회로 나아간 역사를 이미 우리들 모두 학교 공부를 통해 안다. 하지만 이런 발전단계를 촉진시킨 것이 '기후변화'와 같은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농업이 그리 자연친화적인 산업이 아니며, 인류 문명을 흥하게도 하지만 망하게도 한다는 사실은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책은 인간이 필요성 때문에 발전시킨 중요한 도구인 무기, 농업, 문자를 중심으로 인류 문명이 흥망성쇠를 겪게 되는 비밀을 파헤치고 있다. 지금껏 우리들이 접한 연대기 순으로 쭉 펼쳐놓는 기존의 역사책들과 달리 과거의 장면을 오늘날의 문제적 장면과 바로 연결시킴으로써 약 200만 년에 달하는 인류 역사를 펼쳐낸다. 이로써 역사를 조망하는 시야가 한 단계 레벨업된다. 

 

마법의 계단

 

마법의 계단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이 계단을 한 번 내려갈 때마다 이전에 비해 크기가 천분의 일로 줄어든다. 편의상 이를 우리 자신들의 키라고 보았을 때 계단을 한 번 내려갈 때마다 1mm가 줄어드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몇 번을 내려가면 138억 년 전의 우주 크기와 같아질까?

 

무려 9번이다  

 

우주가 아주 작은 하나의 점에서 시작되었다는 걸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점이 얼마나 작았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과학 여행서'를 표방하는 이 책은 단순히 작았다는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최초의 우주 크기를 우리가 실감할 수 있게끔 묘사해낸다. 바로 1,000분의 1m씩 9번 내려가는 '마법의 계단'이라는 비유를 통해서 말이다.

 

 

 

24억 년 전 지구의 대격변

 

만약 우주에서 지구를 지켜보는 외계인이 있었다면 아마도 그들은 무척 재미있었을 것이다. 소행성 대충돌 같은 눈에 띄는 외부 충격도 없이 순식간에 지구 전체의 기후가 뒤집히기를 반복했고 색깔도 그에 따라 극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초록색이 확 번지더니 갑자기 흰색이 되었다가 다시 파란색이 되고 다시 초록색이 확 번지고 했으니 말이다.

 

이런 변화는 전에 없던 새로운 현상이었다. 생명체들은 이미 그 옛날부터 주위 환경에 맞춰 살아가는 것을 넘어 지구에 적극적으로 영향을 주기 시작했던 것이다. 손바닥 뒤집듯 지구 전체를 뒤집어엎은 그 영향력은 현재의 인간도 감히 흉내 내기 힘들다. 그런데 격변은 지구뿐만 아니라 세균에게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세균 조상님이 먼 훗날 사람이라는 후손을 낳기 위한 매우 중요한 변화가 바로 그때 이루어졌다.

 

 

5,500만 년 전 울창한 숲

 

풍성한 나뭇잎 사이로 작은 동물이 보인다. 까만 눈을 번뜩이며 손바닥만 한 작은 포유류가 조심스럽게 나뭇가지를 붙잡고 이동하고 있다. 혹시라도 가지에서 추락할까 가늘고 긴 발가락을 부들부들 떨며 나뭇가지를 더듬고, 다른 발로는 온 힘을 다해 나뭇가지를 꽉 훔켜쥔다. 보기에도 애처롭다. 도대체 뭘까? 이들은 천적을 피해 나무 위로 올라갔던 포유류다. 그중 하나인 카르폴레스테스는 무게 100g, 크기 15cm에 불과했다. 이 생명체가 진화하여 영장류, 즉 원숭이가 된다.

 

영장류가 나무 위로 올라가는 데는 백악기 중반 무렵에 등장한 개화식물이 큰 역할을 했다. 이 개화식물들의 나무가 원숭이들에게는 매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열매와 꽃에 꼬이는 곤충은 원숭이들에게 중요한 먹이였고, 넓게 퍼져나가는 활엽수의 나뭇가지들은 원숭이들의 훌륭한 보금자리였다.

 

그전에는 주로 소나무 같은 침엽수들이 대부분이어서 아마 영장류가 살아가기엔 상당히 불편했을 것이다. 개화식물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았다면 포유류는 나무에 올라가지도 않았을 것이고 손手이 생겨날 일도, 인류의 조상인 원숭이가 탄생할 일도 없었을지 모른다. 이처럼 조용히 배경에만 있을 것 같은 식물이 알고 보면 중요한 순간에 진화의 방아쇠를 당긴 셈이다.

 

 

2300년, 지구상에 대한민국이 존재할까?

현재의 대한민국은 아기를 출산하지 않아서 난리다. 결혼해서 아기를 두 명은 낳아야 현재의 인구가 지속될 수 있는데, 한 명만 낳는 경우도 많고, 더욱 심각한 것은 아예 출산하지 않거나 결혼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간이 경과해 왔으니 그 결과는 자명할 수밖에, 당연히 인구가 줄어든다. 그래서 옥스퍼드 대학교 데이비드 콜먼 교수는 대한민국을 인구소멸국가 1호로 지정하기도 했다.

 

물론 저출산 현상이 대한민국만의 문제인 것은 아니다. 일본, 독일, 이탈리아, 우크라이나, 루나미아, 세르비아, 헝가리, 폴란드 등의 여성 1인당 출산 자녀 수가 1.2~1.4명밖에 안 된다. 향후 이들이 자라나 부모 세대가 되면 인구는 현재의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어쩌면 이게 정상인지도 모른다. 원래 인간은 아이를 가능한 한 적게 낳으려고 했다. 1만 년 전 농업이 시작되면서 아이를 많이 낳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대폭 줄어들었다.

 

현재와 같은 정보화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아이들이 성장할 때까지 유치원에서 대학 공부를 위해 투입해야 할 돈이 엄청나다. 그런데다 공부를 많이 해도 확실하게 취직이 되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기계나 컴퓨터가 사람이 해야할 일을 대신 맡아 수행하므로 인간의 일자리는 갈수록 줄거나 아예 사라지고 있다. 공무원 정원을 늘려 일자리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웃기는 얘기다. 구시대적이며 시대착오적인 발상인 것이다. 그러니 누가 아이를 낳으려 하겠는가 말이다.

 

"평균 출산율이 1.85명일 경우 세계 인구는 2300년이면 23억 명, 2550년엔 11억 7천만 명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 UN의 인구변화 시나리오

 

이렇게 인구가 감소하면 장기적으로 온난화, 토양파괴, 해양생태계 파괴 같은 환경파괴 문제 역시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발달한 과학기술로 인해 좀 더 편하게 살게 될 가능성도 높다. 지금처럼 먹고살기 위해 아등바등 일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너무 힘든 일, 위험한 일들은 로봇과 인공지능 컴퓨터들이 해결해주고 얼마 안 되는 인간들끼리 하고 싶은 일, 즐거운 일, 자아를 실현하는 일들을 하며 진짜 '인간'답게 살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꿈같은 미래지만 정말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오늘의 유토피아가 내일의 현실이 될 수 있다"

- 빅토르 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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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탱고클럽
안드레아스 이즈퀴에르도 지음, 송경은 옮김 / 마시멜로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저자 안드레아스 이즈퀴에르도는 독일의 유명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이다. 그는 2007년 소설 <알바니아의 왕>을 출간했고, 이 작품으로 월터 스코트 경 문학상 '올해의 소설상'을 수상했다. <꿈꾸는 탱고클럽>은 2014년 독일에서 출간 당시 독자들의 입소문만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화제작이자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직장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는 엘리트지만, 오직 자기 자신밖에 몰랐던 냉정하고 차가운 한 남자가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게 된다. 그의 이름은 가버 셰닝으로 기업체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데, 어느 날 운전하던 차로 특수학교 여교장 카트린 벤디히의 자전거를 들이박는 교통사고를 일으키고 만다.

 

교통사고 현장에 구급차와 경찰차가 출동하고 피해자인 부인은 한쪽 다리와 갈비뼈 한두 개가 골절된 듯했다. 한편, 사고 당일 가비의 차에는 그가 다니는 회사의 젊은 회장 부인도 함께 타고 있었는데, 한층 달아오른 두 사람은 차에서 불륜 행각을 벌이다 사고를 낸 셈이다. 그래서 이 사고를 조사받게 되면 불편한 사항이 당연히 노출될 참이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사고를 당한 부인은 고발 대신에 한 가지 제안을 한다.

 

"거울 앞에서 전 일주일에 두세 번, 저만의 바다빙 춤을 추죠"

 

교통사고의 보상금을 받지 않을테니 부인이 운영하는 특수학교 학생들에게 춤을 가르쳐 여름 페스티발에 공연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가버는 교통사고와 불륜을 회사에 적당히 감출 수도 있고 경제적으로 손해볼 것도 없으니 제안을 수락하지만 가르쳐야 하는 학생들이 문제였다. 즉 학생들은 지능지수가 85이하인 저능아였던 것이다. 

 

가버의 회사와 학교를 오가는 이중생활과 그 속에서 겪게 되는 상황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제껏 냉혈한으로 불릴 정도로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으로 살아왔던 가버는, 이제껏 한 순간도 남의 인생에 개입하거나 배려하거나 책임지는 것 따위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뜻밖의 불청객이 날아들어 그를 무장 해제시킨다. 그것도 다섯 명씩이나 말이다.

 

 

 

 

제니퍼, 비니, 펠릭스, 리자, 마빈

 

절대 친해질 수 없을 것 같은 가버와 아이들은 탱고 춤을 매개로 서서히 가까워진다. 아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있었다. 제니퍼는 뭐든 금지를 명령하며 과보호하는 부모 밑에 자란 탓에 폭식 말고는 혼자 뭔가를 해본 적이 없다. 비니는 부모의 이혼 뒤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유별나게 설쳐대며, 펠릭스는 마약중독자인 부모가 죽은 뒤 조부모 밑에서 자라 병약하고, 리자는 어릴 적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했을뿐만 아니라 심지어 친척에게 성폭행까지 당한 상처로 말을 절대로 하지 않으며, 마빈은 남자형제들 사이에서 성장하면서 약육강식의 세계를 절감해 춤추는 것은 호모라는 호모포비아이다.

사실 가버도 어린 시절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 제대로 된 사랑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자신의 상처를 되돌아보면서 자연스레 '아이들이 나와 같은 경험을, 실수를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키우게 됨으로써 자기 자신밖에 몰랐던 이기심을 벗어나 이타심이라는 감정을 처음 경험하게 된다.

 

"제니퍼가 가버에게 다가와 그를 끌어안았다. 열다섯살 여학생을 자신도 포옹해주는 게 맞는지 판단이 잘 안 섰다. 하지만 그는 고마울 것 없다는 말과 함께 제니퍼를 안고 머리까지 쓰다듬어줬다" 

 

아이들 역시 성공적인 공연을 수행하면서 자신들의 상처를 딛고 일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끼게 된다. 이야기의 소재가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기에 충분한 이 한편의 성장 드라마는 탱고 춤을 통해 이루어진다. 춤은 춤선생 가버와 문제아들을 가깝게 이어주는 가교이면서 학습장애나 편부모 아이들에 대한 세상의 편견을 깨뜨리는 역할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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