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끝내는 세상의 모든 과학 - 빅뱅에서 미래까지, 천문학에서 인류학까지
이준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다시 고개 들어 지평선을 보죠. 지금 지평선을 향해 출발한다면 인류 문명의 역사는 0.1초도 안 걸려 지나치게 됩니다. 하지만 지평선에 도달하려면 종일 걸릴 겁니다. 아마 중간에 다리 아파서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겠어요. 138억 년이라는 우주의 나이에 비하면 인류 문명의 역사는 그냥 눈 깜짝할 사이나 마찬가지인 겁니다. 이렇게 우주의 역사는 정말 깁니다. 게다가 우리는 미래까지 다녀올 예정입니다. 이 여행의 스케일은 지금껏 여러분이 해왔던 여행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만큼 색다르고 놀라운 풍경들로 가득하죠.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 '여행에 앞서' 중에서

 

 

과학 선생님과 함께 떠나는 과학 여행

 

저자 이준호는 인천 부현동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함께 공부하고 있다. 포스코 주최 과학 홈페이지 경연대회에서 <탄소로 열어 가는 세상>으로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주관한 융합인재교육STEAM 교재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다. 지금은 어려운 과학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자 팟캐스트 <과학이 빛나는 밤에>를 방송하고 있다.

 

책은 "해 질 무렵 여러분은 저와 함께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라는 글로 시작한다. 과학 도서라기보다 마치 우아한 에세이를 펼쳐 읽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이제 우리들은 저자와 함께 138억 년을 거슬러 오르는 우아한 과학 여행으로 발을 내딛게 된다. 저자가 직접 그린 150여 가지 그림은 우리들의 이해와 과학적 상상력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많은 과학자들의 집념 어린 노력으로 우리들은 지구라는 행성이 현재까지 관측된 약 2조 개의 은하 중 하나임을 알게 되었다. 이 행성에 살고 있는 인간이라는 존재 역시 특별한 생명체가 아님을 또한 알게 되었다. 즉 인류의 문명이 사람들이 만들어 낸 지성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지만, 기나 긴 지구의 역사를 감안할 대 이는 우연한 사건일 뿐이다.

 

저자는 진화의 도약을 '약자'에게서 발생한 사건으로 이야기한다. 왜냐하면 모든 종은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할 수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진화에 나설 수밖에 없으며, 이는 최강의 포식자가 아닌 '약자'에게서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이를 쉽게 말하자면 우리 인간들은 먹이사슬의 최강자가 아니라 약자였다는 거다.

 

책은 총 11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생명을 탄생시킨 우주의 신비로부터 시작하여 문명의 배를 탄 인류의 항해를 거쳐 더 넓은 우주로 나아간 과학으로 끝을 맺는다. 여기엔 우주, 지구, 바다, 대륙, 조상, 인류, 무기,몽업, 문자, 과학, 빅뱅이라는 11개의 주제어를 두고 각장을 설명해 나간다.

 

 

 

 

원숭이가 유인원을 거쳐 인간으로 진화하고, 인간이 수렵채집 시대를 거쳐 농경사회로 나아간 역사를 이미 우리들 모두 학교 공부를 통해 안다. 하지만 이런 발전단계를 촉진시킨 것이 '기후변화'와 같은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농업이 그리 자연친화적인 산업이 아니며, 인류 문명을 흥하게도 하지만 망하게도 한다는 사실은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책은 인간이 필요성 때문에 발전시킨 중요한 도구인 무기, 농업, 문자를 중심으로 인류 문명이 흥망성쇠를 겪게 되는 비밀을 파헤치고 있다. 지금껏 우리들이 접한 연대기 순으로 쭉 펼쳐놓는 기존의 역사책들과 달리 과거의 장면을 오늘날의 문제적 장면과 바로 연결시킴으로써 약 200만 년에 달하는 인류 역사를 펼쳐낸다. 이로써 역사를 조망하는 시야가 한 단계 레벨업된다. 

 

마법의 계단

 

마법의 계단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이 계단을 한 번 내려갈 때마다 이전에 비해 크기가 천분의 일로 줄어든다. 편의상 이를 우리 자신들의 키라고 보았을 때 계단을 한 번 내려갈 때마다 1mm가 줄어드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몇 번을 내려가면 138억 년 전의 우주 크기와 같아질까?

 

무려 9번이다  

 

우주가 아주 작은 하나의 점에서 시작되었다는 걸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점이 얼마나 작았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과학 여행서'를 표방하는 이 책은 단순히 작았다는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최초의 우주 크기를 우리가 실감할 수 있게끔 묘사해낸다. 바로 1,000분의 1m씩 9번 내려가는 '마법의 계단'이라는 비유를 통해서 말이다.

 

 

 

24억 년 전 지구의 대격변

 

만약 우주에서 지구를 지켜보는 외계인이 있었다면 아마도 그들은 무척 재미있었을 것이다. 소행성 대충돌 같은 눈에 띄는 외부 충격도 없이 순식간에 지구 전체의 기후가 뒤집히기를 반복했고 색깔도 그에 따라 극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초록색이 확 번지더니 갑자기 흰색이 되었다가 다시 파란색이 되고 다시 초록색이 확 번지고 했으니 말이다.

 

이런 변화는 전에 없던 새로운 현상이었다. 생명체들은 이미 그 옛날부터 주위 환경에 맞춰 살아가는 것을 넘어 지구에 적극적으로 영향을 주기 시작했던 것이다. 손바닥 뒤집듯 지구 전체를 뒤집어엎은 그 영향력은 현재의 인간도 감히 흉내 내기 힘들다. 그런데 격변은 지구뿐만 아니라 세균에게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세균 조상님이 먼 훗날 사람이라는 후손을 낳기 위한 매우 중요한 변화가 바로 그때 이루어졌다.

 

 

5,500만 년 전 울창한 숲

 

풍성한 나뭇잎 사이로 작은 동물이 보인다. 까만 눈을 번뜩이며 손바닥만 한 작은 포유류가 조심스럽게 나뭇가지를 붙잡고 이동하고 있다. 혹시라도 가지에서 추락할까 가늘고 긴 발가락을 부들부들 떨며 나뭇가지를 더듬고, 다른 발로는 온 힘을 다해 나뭇가지를 꽉 훔켜쥔다. 보기에도 애처롭다. 도대체 뭘까? 이들은 천적을 피해 나무 위로 올라갔던 포유류다. 그중 하나인 카르폴레스테스는 무게 100g, 크기 15cm에 불과했다. 이 생명체가 진화하여 영장류, 즉 원숭이가 된다.

 

영장류가 나무 위로 올라가는 데는 백악기 중반 무렵에 등장한 개화식물이 큰 역할을 했다. 이 개화식물들의 나무가 원숭이들에게는 매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열매와 꽃에 꼬이는 곤충은 원숭이들에게 중요한 먹이였고, 넓게 퍼져나가는 활엽수의 나뭇가지들은 원숭이들의 훌륭한 보금자리였다.

 

그전에는 주로 소나무 같은 침엽수들이 대부분이어서 아마 영장류가 살아가기엔 상당히 불편했을 것이다. 개화식물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았다면 포유류는 나무에 올라가지도 않았을 것이고 손手이 생겨날 일도, 인류의 조상인 원숭이가 탄생할 일도 없었을지 모른다. 이처럼 조용히 배경에만 있을 것 같은 식물이 알고 보면 중요한 순간에 진화의 방아쇠를 당긴 셈이다.

 

 

2300년, 지구상에 대한민국이 존재할까?

현재의 대한민국은 아기를 출산하지 않아서 난리다. 결혼해서 아기를 두 명은 낳아야 현재의 인구가 지속될 수 있는데, 한 명만 낳는 경우도 많고, 더욱 심각한 것은 아예 출산하지 않거나 결혼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간이 경과해 왔으니 그 결과는 자명할 수밖에, 당연히 인구가 줄어든다. 그래서 옥스퍼드 대학교 데이비드 콜먼 교수는 대한민국을 인구소멸국가 1호로 지정하기도 했다.

 

물론 저출산 현상이 대한민국만의 문제인 것은 아니다. 일본, 독일, 이탈리아, 우크라이나, 루나미아, 세르비아, 헝가리, 폴란드 등의 여성 1인당 출산 자녀 수가 1.2~1.4명밖에 안 된다. 향후 이들이 자라나 부모 세대가 되면 인구는 현재의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어쩌면 이게 정상인지도 모른다. 원래 인간은 아이를 가능한 한 적게 낳으려고 했다. 1만 년 전 농업이 시작되면서 아이를 많이 낳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대폭 줄어들었다.

 

현재와 같은 정보화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아이들이 성장할 때까지 유치원에서 대학 공부를 위해 투입해야 할 돈이 엄청나다. 그런데다 공부를 많이 해도 확실하게 취직이 되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기계나 컴퓨터가 사람이 해야할 일을 대신 맡아 수행하므로 인간의 일자리는 갈수록 줄거나 아예 사라지고 있다. 공무원 정원을 늘려 일자리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웃기는 얘기다. 구시대적이며 시대착오적인 발상인 것이다. 그러니 누가 아이를 낳으려 하겠는가 말이다.

 

"평균 출산율이 1.85명일 경우 세계 인구는 2300년이면 23억 명, 2550년엔 11억 7천만 명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 UN의 인구변화 시나리오

 

이렇게 인구가 감소하면 장기적으로 온난화, 토양파괴, 해양생태계 파괴 같은 환경파괴 문제 역시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발달한 과학기술로 인해 좀 더 편하게 살게 될 가능성도 높다. 지금처럼 먹고살기 위해 아등바등 일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너무 힘든 일, 위험한 일들은 로봇과 인공지능 컴퓨터들이 해결해주고 얼마 안 되는 인간들끼리 하고 싶은 일, 즐거운 일, 자아를 실현하는 일들을 하며 진짜 '인간'답게 살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꿈같은 미래지만 정말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오늘의 유토피아가 내일의 현실이 될 수 있다"

- 빅토르 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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