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탱고클럽
안드레아스 이즈퀴에르도 지음, 송경은 옮김 / 마시멜로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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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안드레아스 이즈퀴에르도는 독일의 유명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이다. 그는 2007년 소설 <알바니아의 왕>을 출간했고, 이 작품으로 월터 스코트 경 문학상 '올해의 소설상'을 수상했다. <꿈꾸는 탱고클럽>은 2014년 독일에서 출간 당시 독자들의 입소문만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화제작이자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직장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는 엘리트지만, 오직 자기 자신밖에 몰랐던 냉정하고 차가운 한 남자가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게 된다. 그의 이름은 가버 셰닝으로 기업체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데, 어느 날 운전하던 차로 특수학교 여교장 카트린 벤디히의 자전거를 들이박는 교통사고를 일으키고 만다.

 

교통사고 현장에 구급차와 경찰차가 출동하고 피해자인 부인은 한쪽 다리와 갈비뼈 한두 개가 골절된 듯했다. 한편, 사고 당일 가비의 차에는 그가 다니는 회사의 젊은 회장 부인도 함께 타고 있었는데, 한층 달아오른 두 사람은 차에서 불륜 행각을 벌이다 사고를 낸 셈이다. 그래서 이 사고를 조사받게 되면 불편한 사항이 당연히 노출될 참이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사고를 당한 부인은 고발 대신에 한 가지 제안을 한다.

 

"거울 앞에서 전 일주일에 두세 번, 저만의 바다빙 춤을 추죠"

 

교통사고의 보상금을 받지 않을테니 부인이 운영하는 특수학교 학생들에게 춤을 가르쳐 여름 페스티발에 공연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가버는 교통사고와 불륜을 회사에 적당히 감출 수도 있고 경제적으로 손해볼 것도 없으니 제안을 수락하지만 가르쳐야 하는 학생들이 문제였다. 즉 학생들은 지능지수가 85이하인 저능아였던 것이다. 

 

가버의 회사와 학교를 오가는 이중생활과 그 속에서 겪게 되는 상황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제껏 냉혈한으로 불릴 정도로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으로 살아왔던 가버는, 이제껏 한 순간도 남의 인생에 개입하거나 배려하거나 책임지는 것 따위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뜻밖의 불청객이 날아들어 그를 무장 해제시킨다. 그것도 다섯 명씩이나 말이다.

 

 

 

 

제니퍼, 비니, 펠릭스, 리자, 마빈

 

절대 친해질 수 없을 것 같은 가버와 아이들은 탱고 춤을 매개로 서서히 가까워진다. 아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있었다. 제니퍼는 뭐든 금지를 명령하며 과보호하는 부모 밑에 자란 탓에 폭식 말고는 혼자 뭔가를 해본 적이 없다. 비니는 부모의 이혼 뒤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유별나게 설쳐대며, 펠릭스는 마약중독자인 부모가 죽은 뒤 조부모 밑에서 자라 병약하고, 리자는 어릴 적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했을뿐만 아니라 심지어 친척에게 성폭행까지 당한 상처로 말을 절대로 하지 않으며, 마빈은 남자형제들 사이에서 성장하면서 약육강식의 세계를 절감해 춤추는 것은 호모라는 호모포비아이다.

사실 가버도 어린 시절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 제대로 된 사랑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자신의 상처를 되돌아보면서 자연스레 '아이들이 나와 같은 경험을, 실수를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키우게 됨으로써 자기 자신밖에 몰랐던 이기심을 벗어나 이타심이라는 감정을 처음 경험하게 된다.

 

"제니퍼가 가버에게 다가와 그를 끌어안았다. 열다섯살 여학생을 자신도 포옹해주는 게 맞는지 판단이 잘 안 섰다. 하지만 그는 고마울 것 없다는 말과 함께 제니퍼를 안고 머리까지 쓰다듬어줬다" 

 

아이들 역시 성공적인 공연을 수행하면서 자신들의 상처를 딛고 일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끼게 된다. 이야기의 소재가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기에 충분한 이 한편의 성장 드라마는 탱고 춤을 통해 이루어진다. 춤은 춤선생 가버와 문제아들을 가깝게 이어주는 가교이면서 학습장애나 편부모 아이들에 대한 세상의 편견을 깨뜨리는 역할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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