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압축 금리 공부 - 경제 원리가 단숨에 이해되는 ㅣ 지식의 본질만을 압축하다, 초압축 시리즈
추동훈 지음 / 원앤원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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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고 복잡하게만 느껴졌던 금리를 쉽고 선명하게 정리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 경제 공부에서 중요한 것은 복잡한 이론이나 수식을 암기하는 일이 아니다. 돈의 흐름이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 이해하는 것이 첫 번째다. 큰 흐름을 이해하고 나면 뉴스 속 숫자들이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하나의 맥락으로 읽히기 시작한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추동훈은 매일경제신문 산업부 기자로 재직 중이다. 그는 2013년 산문사에 입사해 디지털테크부, 부동산부, 증권부, 정치부, 뉴욕특파원 들을 거쳐 현재 산업부에서 국내 기업들의 경영 전략, 사업 트렌드를 취재하고 있다.


총 3부로 구성된 책은 경제를 이해하는 첫 걸음, 금리(1부), 금리는 누가 결정하는가(2부), 쉽고 친절한 금리 사용설명서(3부) 등에 걸쳐 28가지의 금리에 관련된 이야기를 알기 쉽게 풀어 나간다. 자, 이제 책 속 내용으로 들어가 보자.


금리란 무엇인가?


인류는 처음부터 돈을 빌리지 않았다. 서로 필요한 물건을 교환하는 방식인 '물물교환'이 전부였다. 예를 들어 곡식을 경작했던 사람은 그 곡식으로 음식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소금이나 추위를 대비하기 위한 가죽옷을 만드는데 필요한 동물 가죽과 맞교환을 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여기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가진 것은 곡식 뿐인데 상대가 다른 물건을 원한다면 거래 자체가 성립될 수 없었다.


또 곡식의 경우 수확할 수 있는 시점이 정해져 있어서 그 이전엔 다른 물품으로 교환하기 어려운 시간상의 공백이 존재했다. 게다가 심한 가뭄이나  큰 홍수가 발생하면 곡식을 수확해보지도 못할 수 있는 재난이므로 이는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었다.


이와 같은 시간의 공백을 메워줄 수 있는 방법이 등장했는데, 그게 바로 '빌린다'는 개념이다. 즉 미래의 수확을 전제로 현재의 시간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잔 생존 방식이었다. 현재의 부족함을 메우는 대신에 나중에 갚겠다는 약속이 뒤따랐던 것이다. 이는 역사적 증거로 나타난다. 메소포타미아 점토판에 기록된 문서에 '빌리고 수확 이후에 갚는다'는 계약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이자는 구조의 문제이다. 오늘의 돈과 내일의 돈은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의 차이가 바로 이자의 탄생으로 연결되었다. 물론 이자가 언제나 정당하다는 뜻은 아니다. 결국 선도 악도 아니다. 이자는 인간이 시간을 인식하는 방식에서 태어난 숫자다. 즉, 현재와 미래는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자연스럽게 이자利子가 등장했다.  


이자는 ‘돈의 욕심’이 아니라 ‘시간의 무게’를 수치로 표현하려는 인간의 시도였다. 그리고 그 시도는 오늘날 금리, 대출, 투자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우리의 일상 속에 살아 있다.(22쪽)


시장금리란 시장에서 실제로 돈이 거래되는 과정에서 형성된 금리를 뜻한다. 누군가가 정해놓은 고정된 숫자라기보다 시장이 운영되면서 자연스레 만들어진 값이다. 명목금리는 은행 창구에서 안내받는 금리, 계약서에 적혀있는 숫자 그대로의 금리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금리다. 쉽게 말해 이자를 받고 난 뒤 실효성 있는 금리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실질금리다. 명목금리가 돈의 겉모습이라면, 실질금리는 그 돈의 속살에 가깝다.(69쪽)

금리의 결정

기준금리는 흔히 한 나라의 중심이 되는 금리라 불린다.이는 시중의 모든 금리가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기준점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돈의 가격에 붙은 '기본 좌표'에 가깝다. 등산로 입구에 새워진 이정표(길 안내)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기준금리는 돈 사용료의 '기준선'이다.

돈을 빌린다는 것(차입借入)은 시간을 빌리는 일이다. 오늘 쓰는 대신, 미래에 갚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다. 기준금리는 그 약속에 붙는 최소한의 가격이다. 이 가격은 중앙은행이 ‘이 정도면 경제 전체가 감당할 수 있겠다’라고 판단한 선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기준금리는 언제나 경제 상황과 함께 판단된다는 점이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움직이는 방식은 두 가지다. 하나는 실제로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대期待를 조정하는 것이다. 후자의 방법이야말로 '연준 정책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이 중앙은행의 의도를 해석하는 바에 따라 금융 조건은 바뀐다.  

이 현상은 2013년 미국에서 극적으로 나타났다.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는 의회 청문회에서 “자산 매입을 점진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발언한다. 그 순간 미국 국채 금리는 급등했고 신흥국 통화와 주식 시장은 흔들렸다. 실제로 정책이 바뀐 것은 없었지만 시장은 버냉키의 말을 “완화의 시대가 끝날 수도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이른바 ‘테이퍼 텐트럼Taper Tantrum’인데, '완화 축소에 따른 시장의 발작'이란 뜻이다. 말 한마디에 시장이 먼저 요동친 대표적 사례다.

금리 사용설명서

고정금리는 대출 기간 동안 금리가 고정되는 방식으로 금리 예측을 은행에게 맡기는 선택이고, 변동금리는 기준금리나 시장금리에 따라 일정 주기마다 바뀌는 것으로 그 예측을 스스로 감당하겠다는 선택이다. 어느 쪽이 더 똑똑한 선택인지는 사후에만 알 수 있고, 내가 어느 쪽을 감당할 수 있는지는 지금 판단할 수 있다. 

대출 금리는 하나의 숫자로 표시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숫자들이 복잡한 계산을 거쳐 각 요소를 구성하고 있다. 통상 대출 금리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로 나뉜다. 이 구조를 이해하면, 왜 사람마다 같은 대출상품에서도 금리가 달라지는지 설명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흔한 오해는 집값이 사람들의 욕망에 의해 움직인다는 생각이다.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으면 오르고, 줄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한국 집값의 변곡점들을 돌아보면, 가격을 바꾼 것은 언제나 대출 조건의 변화였다. 얼마를 벌고 있느냐보다, 얼마까지 빌릴 수 있느냐가 시장의 경계를 정했다.

이처럼 한국 부동산 시장은 사고 싶은 사람이 아닌 빌릴 수 있는 사람이 이끌었다. 잡값은 언제나 사람보다 먼저 대출 한도의 변화를 따라 움직인다. 스래서 부동산 정책에서 규제의 이름이 뭐든 간에, 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항상 같은 질문, "얼마까지 빌릴 수 있느냐?"였다.

#경제경영 #화폐경제 #금리 #초압축금리공부 #추동훈 #원앤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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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제표로 경영하라 - 재무제표가 알려주지 않는 기업 성장의 비밀
김형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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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술과 시장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으며, 기업의 경쟁력 또한 제품과 생산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얼마나 많은 고객을 확보했는가보다 어떤 고객을 확보하고 유지하며 함께 성장하고 있는가에 의해 좌우되는 시대가 되었다. - '추천의 말'(최정일, 한국경영학회 회장)중에서


책의 저자 김형수는 한성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고객제표 사업단의 사업단장과 (사)한국CRM/디지털마케팅협회 협회장도 함께 역임하고 있다. 25년 이상 기업의 CRM과 고객전략 분야의 프로젝트와 자문을 수행했다. 현재에도 컨설팅, 강연, 사외이사 등의 활동으로 기업 경영에 직접적인 지원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총 3개 파트로 구성된 책은 재무제표와 고객제표(파트1), 고객제표의 원리와통찰력(파트2), 고객제표가 쏘아 올린 고객경영 메시지(파트3) 등을 통해 수많은 경영전략 중에서 경영관리 기법, 구체적으론 기업 경영의 성과평가 방법론에 대해서만 논의한다. 이를테면 저자는 경영 성과평가 자체가 일종의 경영전략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기업 경영 현장에 종사했거나(또는 근무 중이거나) 지금 경영학을 배우고 있는 경영학도라면 모두 기억할 만한 유명한 피터 드러커의 명언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는 말과 같은 맥락인 셈이다. 1970년대 중후반반 나의 대학시절엔 '계량 경영학'이란 강의 과목이 개설되었다. 

평소 수치로 표현할 수 없다면 그 이론이나 해설은 뜬구름 잡는 잡소리일 뿐이라는 태도를 견지했던 나에겐 딱 어울리는 강의였다. 이 강의는 유학파 교수가 개설했는데, 관련 원서를 읽도록 하려고 리포트 제출 과제가 제법 많았다. 이에 필요한 원서를 읽으려고 종로서적을 뻔질나게 들락거렸던 추억마저 떠오른다. 이 공부는 이후 나의 경영자 시절에 유익한 밑거름이 되었음을 고백한다.

고객은 기업의 자산이다

상고 출신인 나는 재무제표에 대한 내용에 대해선 비교적 해박한 편이다. 그런데, 저자는 '고객제표'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어떤 개념일까? 기업의 경영성과를 창출하는 원천이 고객이란 점에 착안해서 고객이라는 자산을 중심으로 기업을 바라본다는 새로운 접근이다. 그렇지만 저자는 이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사실 조금만 둘러봐도 고객이 자산이라고 강조하는 기업은 주변에 너무 많다. 그런데, 지극히 평범하고 진부하기까지 한 이 논리는 사실 생각해볼 점이 많다. 고객이 자산이라고 외치는 기업 중에 실제로 고객을 자산으로 관리하는 기업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29쪽) 

그래서 책은 기업이 고객을 자산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실제 자산처럼 관리하지 못하는 또는 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를 논의하고자 한다. 즉 고객을 실질적인 기업의 자산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것이 고객제표의 핵심 철학이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는 것이 그 취지를 공감하고, 비로소 이를 실무에 활용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고객중심경영, 정말 이는 현직에서 지겹도록 들었던 말이다. 고객은 과연 이 말을 듣고 마음이 울컥할까?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입 발린 소리 정도로 치부하기에 그렇다. 이에 대해 저자는 먼저 그 본질을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슷하게 사용되는 아래 용어의 차이를 비교한다.

고객 지향성(Customer-oriented)~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선하는 접근
고객 주도성(Customer-driven)~ 고객이 기업 경영활동에 직접 참여
고객 중심성(Customer-centric)~ 고객을 정중앙에 놓는 경영방식


고객을 자산으로 간주한다는 것은 고객을 자산처럼 소중하게 여긴다는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고객을 '자산' 그 자체로 관리하다는 것이다. 진정한 고객중심경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근본적인 사고방식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은 단순하다. 고객을 개념적 자산이 아니라 실물적 자산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재무제표의 매출집계에서 한 번 구매하고 떠나는 고객이나 열 번을 반복 구매하는 고객의 가치는 결코 동일하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고객의 구성 상태가 기업의 상태를 말해준다 

고객상태표는 고객을 자산으로 관리하기 위해 재무제표 관점의 자산을 자본과 부채로 나누는 것처럼 전체고객을 자본고객과 부채고객이라는 기준으로 나누어 기업의 고객 구성 상태를 평가하게 된다. 그래서, 자본고객과 부채고객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은 곧 고객제표 전체를 이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산고객=자본고객+부채고객'


재무상태표에서 전체 자산을 자기 자본과 타인 자본(즉, 부채)로 구분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기업의 자산인 고객(총고객)을 진짜 우리 회사의 고객(자본고객)이냐, 아니면 타사의 고객을 잠시 빌려온 것(부채고객)이냐로 구분하는 것도 논리상으론 당연하다. 비록 현재 회사의 고객일지라도 나중에 경쟁사로 이탈 가능성이 높은 고객은 이를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는 논리가 바로 부채고객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측정하고 평가할지를 살펴보자. 각 고객그룹의 총 매출액, 매출비율, 고객 수, 고객 수의 비율, 고객별 평균 매출액 등을 평가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말하자면 기업이 일정한 기간 창출해 낸 매출이 어떤 고객들에 의해 발생했고, 또 어느 정도의 비율을 보이는지 알 수 있으므로 고객경영 성과평가로 활용할 수 있다.



고객제표가 제시하는 고객경영 메시지   

고객제표는 결국 기업 경영을 더 잘하자고 만들어진 도구이지만, 엄밀하게 말하자면 직접적인 치료를 위한 수술이나 처방약 보다는 정확한 진료를 도와주는 CT나 MRI 촬영 기술 같은 진단도구에 더 가깝다. 즉, 기존의 평가체계로는 발견하기 어려웠던 경영성과에 연관된 고객 이슈를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안경 같은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안경은 흐릿했던 세상을 깨끗하게 보여주긴 하지만 이때부터는 보고 싶은 것뿐만 아니라 불편한 것도 보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고객제표라는 새로운 안경을 통해 기업 경영을 보게 되면 때로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고, 쉽지 않겠지만 하나 둘 바꿔 나가야 할 것도 보이기 시작한다. 이런 것들은 긍정적 시그널이던 불편한 진실이던 간에 고객제표가 쏘아올린 고객경영 메시지임엔 틀림없다.

수익성

고객의 수익기여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기업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첫 걸음이다. 즉 매출액에소 변동비를 차감한 공헌이익은 고객의 구매가 기업 이익 증가에 공헌하는 정도를 보여준다. 또 손익분기점을 돌파할 수 있는 최소 고객 수를 산출할 수도 있다. 특히, 초기 투자비용으로 인해 영업이익률이 낮게 나타나는 벤처 기업들에게 고객 중심의 기업 가치를 어필할 수 있는 유의미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안정성

이는 지속가능한 수익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고객제표는 자본고객과 부채고객으로 구분해 고객의 유출입과 이탈 등을 함께 분석함으로써 기업의 매출이 얼나나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또한 잠재적 리스크 요인까지 함께 진단할 수 있다.

성장성

현재의 성과를 넘어 얼마나 지속적으로 확장될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단순히 매출 증가가 아닌 고객 기반의 확대와 질적 변화에 주목한다. 고객제표는 고객 규모, 유출입의 흐름, 고객 전환과 이동 구조 등을 체계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성장 동력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한다.


고객제표가 새로운 대안일까?

고객이 기업의 중요한 자산이라는 점엔 누구나 동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평가지표로 활용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보여진다. 결론은 데이터의 축적이다. 데이터가 없다면 성과를 평가할 수 없다. 기존의 기업들이 가진 데이터를 새로 분류하는 일도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다. 현재까지 경영평가 업무는 회사별로 고유하게 진행해 왔기 때문이다. 이를 한꺼번에 바꾼다는 것은 과연 쉬울까? 그럼에도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진정성 있는 평가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경제경영 #경영전략 #고객제표 #고객제표로경영하라 #김형수 #매일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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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는 역사를 공부한다 - 돈의 숨겨진 패턴에 눈뜨는 가장 확실한 방법
이형준 지음 / 책들의정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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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돌아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거대한 변화가 시작되기 전에 움직였던 사람들은 미래를 예언한 것이 아니라 과거를 이해한 사람들이었다는 점이다. 산업혁명이 시작되기 전 철도와 공업의 가능성을 본 사람들,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 되기 전 달러의 잠재력을 알아본 사람들, 인터넷이 세상을 바꾸기 전 반도체와 네트워크 산업의 중요성을 이해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특별한 능력으로 미래를 본 것이 아니라 변화가 어떤 방식으로 반복되는지를 이해하고 있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책의 저자 이형준은 경제사 전문 사이트 <팡쇠르> 운영자로 역사적 맥락을 통해 오늘날의 금융.정책/산업/시장 소식을 풀어낸다. 학교 교육 현장에서 글과 텍스트를 가르치는 교사로 지내며 세상을 읽어내는 힘인 문해력의 중요성을 절감, 이는 인문학적 연구로 이어졌다. 특히 역사가 반복되듯 경제 분야 역시 인간사의 동일한 현상이 되풀이된다는 점에 주목하여 경제 서사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총 5부로 구성된 책은 돈은 단순하게 움직인다(1부), 패권은 시스템을 만드는 힘(2부0, 부의 주인은 항상 바뀐다(3부), 위기는 언제나 예고를 보낸다(4부), 지금 우리 앞에서 반복되는 역사(5부) 등을 통해 지금 벌어지는 변화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세상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이해하게 해준다.

화폐는 어떻게 세상을 하나로 연결했는가

금속은 쉽게 썩지 않았고 오래 보관할 수 있었다. 작은 부피에 높은 가치를 담을 수 있었으며 필요할 때 나누어 사용하기도 쉬웠다. 특히 금과 은은 희소성이 적절했고 많은 지역에서 가치 있는 물건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금속은 화폐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초기엔 금속 덩어리를 거래 때마다 무게와 순도를 확인해야 했다. 거래가 많아질수록 비효율적이었다. 

동전이 등장한 이후 인류는 처음으로 광범위한 경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작은 마을 단위에 머물렀던 경제 활동은 도시를 연결했고, 도시를 연결한 시장은 국가를 성장시켰다. 화폐는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만든 발명이었지만 동시에 국가의 규모를 키우고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힘이 되었다. 

이제 돈은 단순한 교환 수단이 아니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도구를 넘어 도시와 도시, 국가와 국가를 연결하는 수단이 되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화폐는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된다. 국가의 힘을 확대하고, 더 넓은 영토를 통치하며, 거대한 시장을 만들어내는 핵심 수단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세계화

오늘날 우리는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의 주식시장도 흔들리는 세상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세계 경제의 뿌리는 생각보다 오래전에 만들어졌다. 인류가 처음으로 하나의 경제 시스템 안에서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은 산업혁명 이후가 아니었다. 인터넷 시대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 시작은 대항해시대였다. 

이제 역사의 무대는 단순히 유럽과 중국의 경쟁을 넘어선다. 대서양과 태평양이 연결되고, 신대륙과 구대륙이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는 세계 최초의 글로벌 허브가 등장한다. 훗날 싱가포르와 홍콩, 두바이가 맡게 될 역할을 가장 먼저 수행한 도시였다. 바로 마닐라였다.

왜 복식부기를 찬양했을까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복식부기에 대해 “인간 정신의 가장 훌륭한 발명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했다. 그는 복식부기가 단순한 계산법이 아니라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이라고 보았다. 사람들은 처음으로 복잡한 경제 활동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회학자 막스 베버 역시 비슷한 평가를 내린다. 그는 자신의 저서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합리적 자본주의는 복식부기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금융 시스템을 복사한 나라

17세기 후반이 되자 영국은 '강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히 세금을 많이 걷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전쟁은 점점 더 비싸지고 있었고, 세계 무역 역시 막대한 자본을 필요로 했다. 국왕 개인의 재산이나 일시적인 세금 수입만으론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경쟁이 시작되고 있었다.

바로 이 시기에 영국은 네델란드의 금융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채 제도였다. 정부가 돈을 빌리고, 미래의 세금 수입으로 상환하겠다고 약속하는 방식이다. 지금은 너무도 익숙한 제도지만 당시엔 정말 파격적인 발상이었다. 국가가 신용을 바탕으로 자금 조달을 시작한 것이다.  

1694년 설립된 영란은행(Bank of England)은 이러한 변화의 상징이었다. 영란은행은 단순한 상업은행이 아니었다. 국가의 재정을 지원하고 국채를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정부는 보다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고, 투자자들은 국가의 신용을 믿고 돈을 빌려줄 수 있었다. 금융과 국가가 결합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이 변화는 생각보다 엄청난 힘을 만들어냈다. 예전에는 전쟁이 길어지면 국고가 바닥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 영국은 필요할 때마다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영국은 왜 아편을 팔기 시작했을까

19세기 초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산업국이 되었지만 한 가지 골칫거리를 안고 있었다. 바로 중국이었다. 당시 중국은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였다. 유럽인들은 중국산 차와 비단, 도자기 등을 열광적으로 소비했다. 특히, 영국에선 차를 마시는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중국산 차 수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중국이 영국 상품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이에 영국은 중국 물건을 사기 위해 계속 은을 지불해야 했기에 영국에겐 심각한 문제였다.

하지만 영국은 중국에 팔 물건이 없었다. 중국은 이미 거대한 경제권이었고, 대부분의 물품은 자급자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 동인도회사는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그들이 주목한 것은 인도 벵골 지역을 장악하고 많은 양을 생산을 하고 있는 아편이었다. 원래 아편은 약재藥材로 사용됐지만 중독성이 강했다. 동인도회사는 인도에서 생산한 아편을 중국으로 밀무역했다. 중국에선 은이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아편 중독자도 급증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청나라는 아편 단속에 나섰다. 1839년 청나라 관리는 광저우에서 압수한 아편을 대량 폐기했다. 영국은 이를 무역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군함을 보냈다. 제1차 아편전쟁의 시작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아편전쟁을 단순한 군사 충돌로 기억하지만 돈의 역사 관점에서 보면 다른 의미가 보인다. 이 전쟁은 산업혁명으로 생산력을 확보한 나라가 군사력과 금융력, 무역망을 이용해 시장을 강제로 개방한 사건이었다. 영국은 단순히 전쟁에서 승리한 것이 아니라 세계 경제의 규칙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꾸고 있었다. 동인도회사가 인도를 시장으로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영국이 중국을 세계 무역 체계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대공황, 미국 경제 엔진이 멈췄다

1933년 초 미국은 수천 개의 은행이 파산했고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공장은 문을 닫았고 농촌은 빚더미에 놓여 있었다.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가고 있었다. 심각한 문제는 소비자는 지갑을 닫았고 기업은 투자를 중단했다. 은행은 대출을 꺼렸다. 돈은 움직이지 않았다. 경제 엔진이 멈춘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바로 이 시점에 구원투수가 등판했다. 그는 바로 1933년 3월에 취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었다. 취임 직후 그는 전국의 은행을 일시적으로 폐쇄하는 '뱅크 홀리데이'를 실시, 금융 시스템을 정비하고 건전한 은행만 영업을 허용함으로써 예금자를 안심시키는 여러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설립된 연방예금보험공사는 은행이 파산하더라도 일정액까지 예금을 보호해 주었다.

'뉴딜'이라는 경제 정책을 통해 도로, 교량, 댐, 발전소 건설 등 대규모 공공사업을 실시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함께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이들이 수령한 임금은 소비로 이어지는 경제 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돈의 흐름을 다시 움직이기 위한 조치였다. 또 금본위제를 포기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달러는 왜 금과 이별했는가?

1971년 이후 세계는 완전히 새로운 시대로 들어간다. 금과 연결되지 않은 종이화폐, 즉 법정화폐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는 또 다른 변화를 가져왔다. 금이라는 족쇄가 사라지자 미국은 훨씬 자유롭게 달러를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경제 성장의 기반이 되기도 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버블과 금융위기의 씨앗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거대한 시험대가 바로 1970년대 오일쇼크였다.

금융위기는 왜 미국에서 시작되었는가

역사는 언제나 사람들이 가장 안심할 때 새로운 위기를 만들어낸다. 2001년 닷컴 버블 붕괴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금리를 크게 낮추기 시작했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금리가 낮아지자 사람들은 쉽게 돈을 빌릴 수 있게 되었다. 기업은 투자했고 개인은 소비를 늘렸다. 특히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집값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퍼져 있었다. 집을 사면 시간이 지나 반드시 가격이 오른다고 생각했다. 은행들도 적극적으로 대출을 늘렸다. 과거 같으면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도 주택담보대출이 제공되었다. 은행은 주택저당증권을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부동산 시장은 과열되었다. 결국 풍선은 터지고 말았다.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과 함께 금융위기는 세계 금융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다음 기회는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역사는 현재를 해석하는 기준을 제공한다. 금리가 오를 때 시장이 왜 흔들리는지, 왜 패권국과 신흥 강국이 충돌하는지, 왜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버블이 반복되는지, 왜 위기 뒤에 거대한 부가 탄생하는지 이해하려면 역사를 알아야 한다. 실제로 역사상 가장 큰 부는 평온한 시기에 만들어진 경우보다 변화의 시기에 만들어진 경우가 많았다. 산업혁명은 기존 질서를 흔들었지만 새로운 부를 만들었다. 세계대전은 비극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운 경제 질서가 탄생했다. 위기는 언제나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만든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을 수 있지만 인간은 반복된다. 돈 또한 반복되는 인간의 행동을 따라 움직인다. 돈의 역사에서 가장 큰 기회는 모두가 아직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탄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재테크 #부자는역사를 공부한다 #이형준 #책들의정원 #돈의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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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직후 루스벨트는 전국의 은행을 일시적으로 폐쇄하는 ‘뱅크 홀리데이‘를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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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신세계 - 동물이 가르쳐준 인간의 12가지 경이로운 감각
재키 히긴스 지음, 이민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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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든 생명종과 아득한 과거를 공유한다. 이 책에서 나는 다양한 감각을 대표하는 바다, 육지, 하늘의 생물종을 선택했다. 귀신고기는 칠흑 같은 심해에서 빛을 감지하는 기묘한 능력이 있고, 별코두더쥐는 빛이 없는 땅굴을 촉각으로 헤쳐나간다. 달빛조자 없는 밤, 수컷 큰공작나방은 수 킬로미터 밖에 있는 암컷을 후각으로 찾아낸다. 이들의 비범한 감각은 우리에게 차이보다 공통점이 더 많음을 일깨운다. - '서문' 중에서


책의 저자 재키 히긴스는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세계적인 석학 리처드 도킨스 밑에서 수학했다. '옥스퍼드 사이언티픽 필름'에서 근무하며 약 10년 동안 BBC, PBS노바, 채널4, 내셔널지오그래픽, 디스커버리채널 등에서 방영된 야생 동물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이후 BBC의 과학 부서로 이직, <호라이즌> 시리즈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연출/제작해오고 있다. 이 책은 그의 첫 과학서다.

총 12편으로 구성된 책은 공작사마귀새우와 비밀스러운 인간의 색각, 귀신고기가 재조명하는 인간의 야간시, 큰회색올빼미가 들려준 인간 청각의 가능성, 별코두더쥐가 드러낸 인간 촉각의 잠재력, 흡혈박쥐가 밝힌 인간의 쾌감과 통증, 골리앗메기가 넓혀준 인간 미각의 이해, 블러드하운드가 알려준 인간 후각의 역량, 큰공작나방과 페로몬/인간의 욕망감각, 치타와 함께 내달린 인간의 균형감각 연구, 먼지거미와 인간의 시간감각에 대한 단서, 큰뒷부리도요가 일깨운 인간의 방향감각, 참문어와 인간의 몸감각에 대한 고찰 등으로 이어지며 우리들이 평소 잘 알지 못했던 놀라운 감각의 세계로 인도한다.

방대한 내용을 제한된 지면 속에 모두 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내가 관심을 갖고 읽었던 부분을 추려서 소개함으로써 리뷰에 갈음하려 한다. 이미 눈치 빠른 분들은 벌써 이를 알았을 듯하다. 서문에 실린 그 내용의 일부를 밝혔으니 말이다.

귀신고기와 인간의 야간시夜間視

2007년 7월, 심해 생물 탐사를 위한 조사단이 사모아섬 아피아항을 출발했다. 이 배엔 영국 생물학자 론 더글러스와 줄리언 파트리지를 필두로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승선했다. 이제껏 가보지 못한 깊이의 바닷속 심해 생물을 만나 볼 소중한 기회였다.

이 존네호가 출발하기 70여 년 전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남긴 스케치에서 착안한 장치에 목숨을 걸고 2명의 탐험가들이 미지의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그 장치는 '바티스피어'라는 아주 초보적인 잠수정으로 지름이 겨우 1,5미터인 주철 구형 구조물이었다. 1934년 8월 15일, 윌리엄 비비와 오티스 바턴은 인류 최고의 기록에서 6배 더 깊이 들어갔다. 해저 923미터에 도달했다. 이들은 햇빛이 물속으로 내려갈 때 발생하는 물리적 현상을 목격, 심해가 단순히 암흑의 영역이 아니었음을 발견한 최초의 과학자가 되었다. 즉 가시광선 스펙트럼의 빛 파장이 하나씩 사라지는 걸 보았다.


심해 어류의 뇌 부피 분석은 대다수 종에게 시각이 가장 중요한 감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많은 심해어가 생물발광이라고 하는 생물학적 불꽃놀이를 통해 스스로 빛을 만든다. 생물발광은 천적의 공격을 방해하는 데도 사용된다. 파트리지는 "심해어가 육지나 해상을 통틀어 모든 척추동물 가운데 최고의 야간시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심해가 광자光子가 가장 희소한 환경일지라도 이곳에 사는 어류는 그 적은 광자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그 누구보다 많은 심해어를 직접 목격한 더글러스와 파트리지는 심해 생물들이 시각의 한계를 어떻게 확장하는지 알아냈다. 파트리지의 설명에 따르면 머리에 눈이 들어갈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 최선의 방법은 안구의 옆면을 깎아내 튜브형으로 만드는 것인데, 이렇게 하면 시야는 좁아지지만 사물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보이는 효과가 생긴다.

눈알이 네 개로 보이지만 실제는 두 개인 귀신고기는 눈 안의 거울 구조가 완벽한 곡선으로 휘어져 있어서 유사 안구의 망막에 빛을 또렷하게 초점 맞춘 이미지로 반사했다. 거울을 이용해서 이미지를 생성하는 유일한 척추동물임을 발견했다는 사실이 2009년 1월에 발표되자 네눈박이귀신고기는 전 세계 신문 지면을 장식했다.

인간의 야간시는 올빼미나 여우, 심해어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진다. 지금까지 빛이 감지될 수 없는 광자 수 하한선이 있다고 가정했으나 결국 그런 역치 같은 건 없음이 밝혀졌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우주를 구성하는 단 하나의 기본 입자까지도 희미하지만 탐지하는 순간이 찾아오곤 한다.

별코두더쥐

피부는 우리 몸의 경계를 정하고, 형태를 부여하며, 우리 몸을 하나로 유지하게 해준다. 감영과 화학물질, 자연환경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준다. 땀을 내어 열을 식혀주는가 하면, 소름을 돋워 식은 몸을 데워준다.우리가 외부 세계와 접촉하는 지점이며, 두더쥐의 코처럼 우리의 촉각을 저장하고 있는 곳이다. 다라서 피부는 우리 몸에서 가장 큰 크기를 차지하는 감각기관이다.

별코두더쥐는 모든 면에서 유럽두더쥐를 크게 앞질렀다. 별코두더쥐의 주둥이에 있는 신경 수만 따져도 사람의 손 전체에 있는 촉각 신경을 다 센 것보다 훨씬 많은데, 이 별 모양 코 전체 길이가 1센티미터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 손 전체가 감지하는 촉각의 6배에 달하는 감각 능력이 단 한 개의 손가락 끝에 집약돼 있는 셈이다.

별코두더쥐는 우리가 보통 후각과 연관 짓는 기관을 통해 촉각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이들의 별 모양 코가 포유류 통틀어 가장 예민한 기관으로 꼽하지만, 우리의 피부와 손끝에도 같은 가능을 수행하는 세포가 그득하다. 이 세포는 우리에게 일상의 경험을 넘어선 더 큰 세계를 느끼게 해주는 촉각 감지기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저서 <영혼에 관하여>에서 “인간은 많은 동물보다 열등하지만, 촉각의 섬세함에서는 어떤 동물보다도 월등하다”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는 분명 우리의 별코두더지를 몰랐을 것이다.

큰공작나방

<유인원의 체취>에서 동물학자 데이비드 마이클 스토더트는 "인간을 모든 유인원 가운데 가장 체취가 강한 종으로 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인간은 엉덩이에 나방의 냄새샘(취선) 같은 것이 없기에 스토더트는 피부와 그 아래 감춰진 매우 많은 분비샘을 파고들었다.

남성과 여성의 땀 성분을 분석해보면 남성에게서 더 많은 남성호르몬 계열의 스테로이드가 발견된다. 여기에는 오래전부터 돼지의 성페르몬으로 알려져 온 물질도 포함된다. 나방의 '사랑의 약'과는 달리, 안드로스테논은 수퇘지의 침에서 분비되어 암퇘지를 향해 날리는 '유혹의 신호'로 작용한다.

밤공기를 타고 수컷을 향해 날아가 행동을 유발하는 암컷 큰공작나방의 페르몬처럼 직접적인 행동을 일으키는 유형은 행동유발 페로몬이라고 한다. 번식력과 같은 정보를 전달해 행동에 영향을 미미치는 유형은 정보표시 페로몬으로 분류한다.


“페로몬이 하는 일은 섹스가 전부가 아닙니다.” 와이엇은 동물 페로몬이 가족관계나 사회적 유대만이 아니라 공포 반응이나 도피 반응 같은 생존 행동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인간도 페로몬으로 아주 다양한 일을 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아직 알아내지 못한 것일 뿐입니다.”

인간 감각의 새 지평을 연다

연구자들은 이미 혀로 '보는' 임플란트로 시각장애를, 소리를 '느끼는' 진동조끼로 청각장애를 보완하는 보조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바이오해커들은 적극적으로 감각의 확장을 적극 시도해야 한다고 믿으며, 동물계에서 보고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이 감지할 수 잇는 범위는 전자기 스펙트럼의 10조분의 1에 불과하다. 만약 그 범위를 확장하면 어떤 '멋진 신세계'가 펼쳐질 수 있을까?


#교양과학 #감각의신세계 #재키히긴스 #위즈덤하우스 #12가지경이로운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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