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무너뜨리는 가짜 자존감 - 남의 기준에서 벗어나 나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법
노비뷰 지음 / 미다스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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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더 신경 쓰고 남을 더 바라보며 살아가는 습관, 그것은 결국 삶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 남이 되게 만든다. 죽기 직전까지도 자신을 위해 살지 못한 채, 후회만 남긴다면 그것만큼 허무한 인생이 있을까. 삶의 주가 '나'로 자리 잡기 위해 가정 먼저 해야 할 일은 '나'의 가치를 인지하는 일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노비뷰는 익숙한 하루에 낯선 질문을 건네는 '새로운 시선'에서 글을 시작한다. 선한 영향력을 지향하며 혼자 떠나는 여행의 고영한 시간 속에서 삶을 관찰하고 마음의 결을 문장으로 옮기는 중이다.


총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은 잘 보이려다 나를 잃은 순간들(1장 굴곡), 처음 마주한 가짜 자존감의 얼굴(2장 인식), 남의 시선을 내려놓기로 한 그날(3장 각성), 내 중심을 다시 설계하는 시간(4장 재구성), 나를 지키는 거리두기(5장 단절), 단단한 나로 나아가는 길(6장 회복)을 통해 가짜 자존감은 자신을 지키는 힘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지우는 습관이 된다고 경종을 울린다.  


진짜 자존감 vs 가짜 자존감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존감이 높아야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과연 난 자존감이 높았을까? 생각해보게 만든다. 나이 칠십대 중반의 나는 지난 세월을 돌이켜볼 때 어느 누구보다 자존감이 높았던 사람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사견私見으론 내적 감성, 그것도 긍정적이며 적극적인 감성이 확실해야 자기 자신을 사랑함으로써 자존감이 만들어지고 갈수록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나의 어린 시절은 부유한 가정 환경에서 성장했다. 그야말로 천방지축처럼 뛰어 놀기를 좋아했다. 교육에 엄했던 아버지께서 숙제로 할당한 한자와 고전 공부를 게을리한 탓에 내 종아리는 멍든 날이 많았다. 그럼에도 난 아버지를 한번도 원망하지 않았다. 비록 어린 나이임에도 이런 훈육 과정은 꼭 필요하다고 받아들였기에 가짜로 공부한 척 행동하진 않았다. 오히려 공부를 하지 못한 이유를 당당하게 밝혔고, 상응하는 매질을 순수히 받아들였다. 이런 성장 과정을 겪으며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진짜 자존감은 남과 비교해서 나를 판단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항상 남과 비교하며 살아왔다. 누군가가 나보다 조금만 더 잘나 보이면 마음이 흔들렸다. 여러 사람에게 칭찬을 들어도 '저 사람보단 못하지'라는 말 한디면 순식간에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28쪽)



저자의 자존감은 타인의 평가에 따라 출렁거렸던 것이다. 즉 타인의 말에 따라 움직였다. 좋은 말 한 마디에 기분이 업up 되고, 사소한 비난 하나에 며칠씩이나 우울했다. 이는 저자 스스로 자신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남 앞에서 당당한 척하며 웃어 넘기고 실수해도 '다음에 잘하면 되지'라고 말했지만 , 그 속은 늘 불안했다. 가짜 자존감은 이렇게 작동한다. 반면 진짜 자존감은 '남 앞에서 당당한 척하는 힘이 아닌,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나를 지키는 힘'인 것이다.


비교라는 감옥


행복학자들이 흔히 하는 조언이 '남과 비교하지 마세요'이다. 우리 대부분은 마음 속에 '비교하는 씨앗'을 갖고 살고 있어서다. 사실 이는 욕심이란 환경에서 작동한다. 욕심이 없다면 굳이 남과 비교할 필요가 없기에 말이다. 예를 들어, 소유욕이란 뭔가를 더 가지려는 욕구이다. 더 가지겠다는 척도가 비로 비교 대상인 것이다.


국민학교 1학년 때, 내 짝인 여학생은 담임 선생의 친척이었다. 어린 나의 눈에도 그 차별 대우가 심했다. 상대적으로 난 짝의 비교 대상이 되어 뭐든 잘 못하는 학생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난 결코 주눅들지 않았다. 가정 방문 때 담임이 어머니에게 '와이로'(뇌물)를 요구한 나쁜 교육자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사실 그 시절은 그런 분위기였다.


담임은 미술 수업 준비물로 크레파스를 준비해오길 원했다. 어머니는 학교 가는 길에 담임이 지정한 문방구에 들러 구입하라며 돈을 주셨지만, 난 평소 집에서 사용하던 크레용을 그대로 갖고 갔다. 결국 내 짝의 크레파스와 비교 당했다. 사실 그림을 그리는데 크게 차이가 없었고, 난 미술을 전공한 어머니의 지도를 받고 자란 탓에 이미 그림을 잘 그렸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비교를 성장의 자극으로 삼지 못하고 '항상 부족하다'라는 신념을 키워온 것이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 비교는 멈출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비교 앞에서 무너지는 건, 중심을 잃었기 때문이다. 중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멀리서 바라볼 줄 아는 거리감이 필요하다. 누구의 삶도 완벽하지 않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모두 저마다의 속도로 버티고 있다. 그 사람보다 나은 삶이 아닌 어제보다 단단해진 나를 위한 삶, 그것이 내가 선택해야 할 방향이다.(72~73쪽)



혼자일 때 보이는 정체성


혼자일 때 두려움을 갖다 보면 시끌벅적한 모임에 합류하기 쉽다. 그런데, 이런 사교적 모임도 결국 끝나기 마련이다. 연극이 끝나면 텅 빈 무대만 보이는 것처럼, 이 모임이 끝난 후 귀가하면 결국 텅 빈 방에 나홀로 있다는 공허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나는 누구일까?


이처럼 저자는 혼자 있는 시간마다 이런 물음에 마주쳤다고 고백한다. 또 고요한 분위기를 일부러 만들어 놓고 아무것도 하지 하지 않은 채 앉아 있었더니 무언가 들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공포나 스릴러물의 드라마에 등장하는 '환청'을 얘기하는 건 아니다. 마음 속의 진짜 목소리였다. 사람들과 교류하며 '보여지는 나'에 몰두하느라 내면에 있는 '진짜 나眞我'와는 너무 오랫동안 대화 없이 지냈음을 깨달았다.


'신독愼獨'이란 말이 있다. 이는 '나홀로 있을 때도 몸가짐을 바로하고 언행을 삼가하라'는 말로 조선의 사대부 선비들이 지녀야 할 덕목이었다. 더구나 이 말은 <대학>이나 <중용>에서 유래한 유교적 개념이었기에 성리학을 추구하는 조선 양반사회에서야 오죽했겠는가.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는 항상 상대를 먼저 생각했고 이는 내 목소리를 뒤로 밀어냈다. 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만큼은 누구의 기대도 아닌 내 마음의 중심에 섰고, 더 이상 예전처럼 고장 난 사람이 아니라 나로 돌아가는 중이었다.(131쪽)



진짜 나로 살아가겠다는 다짐


나답게 살아야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많은 선각자들이 우리들에게 말해 왔다. 머리로는 이를 알면서도 현실에선 상당히 어렵다. 왜 그럴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그렇다. 무리들이 모여 살아가는 사회에서 '나답게'는 인간관계에서 위험성을 키운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그래서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점을 알기에 우리들은 괜찮은 사람인 척 연기하게 된다.


나를 지키는 건, 타인의 시선과 평가가 아니라 나에게 건네주는 인정과 수용이다. 한 번의 거칭한 선언이 아니라, 작은 선택을 포기하지 않는 일상적인 힘이다. 즉 싫다고 말하는 연습, 피곤하면 거절하는 연습, 눈치 보지 않고 감정을 드러내는 연습 등 작은 실천이 쌓이면 자신을 보호해 주는 울타리가 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진짜 나로 산다는 건, 거칠고 미완성인 나를 그대로 끌어안는 일이다. 모난 감정, 서툰 말투, 부족한 결정들까지도 부정하지 않고 '괜찮아, 너답다'라고 말해주는 것. 이건 내가 나에게 건네는 가장 정직한 위로이며 가장 단단한 자존의 시작이다.(171쪽)



자신을 일으키는 진짜 자존감을 선택하라


타인의 기준이 만들어낸 자존감은 자기 자신을 망치지만, 자신의 목소리로 쌓아 올린 자존감은 자기 자신을 다시 살린다. 무너뜨리는 방향과 일으키는 방향,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지금부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는 주변인이 아닌 오로지 나의 선택에 달려있다. 모든 직장인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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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우, 베토벤의 침묵을 듣다
김재철 지음 / 열아홉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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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파리에서 영국으로 가기로 한 여정대로 4박 5일의 여행을 시작했다. 머지 않아 베토벤이 떠난 지 200년이 되는 해가 다가온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특별한 시간으로 이끌었다. 이 여행은 단순한 문화 탐방이나 음악적 휴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와 함께한, 베토벤을 향한 순례에 가까운 '사유의 시간'이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김재철은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한 뒤 영국 카디프대학교에서 언론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4년부터 3년 6개월간 도쿄 특파원을 지내며 언론계 최고의 일본통으로 자리매김했고, 이후 울산MBC, 청주MBC, MBC 본사 사장 등을 역임했다. 회사를 나온 뒤 뮤지컬컴퍼니A를 설립해 뮤지컬, 웹드라마, 영화 등을 제작했다.


평소 저자는 백건우, 윤정희 부부와 오랜 인연이 있었기에 건반위의 철학자로 불리는 백건우와 함께 4박 5일의 여정을 가졌으며, 이 에세이는 바로 그 여정의 가록을 담은 글이다. 총 12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파리 북역의 아침(1장)부터 별의 순간, 베토벤 사후 200년(12장)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바쓰로 가는 기차


월요일 낮 열차는 한적하다. 패딩턴에서 카디프까지 2시간 30분, 그 중간에 바쓰가 있다. 창밖으로 영국 특유의 목가적인 풍경이 흐르고 다소 삐걱거리는 좌석마다 졸음이 오는 듯 하품을 하는 사람도 보인다. 두 사람의 대화는 계속 이어진다.


(백건우)베토벤이 청력이 무너지고 잇다는 걸 처음 깨달았을 때가 대략 서른쯤이었어요. 음악가가 소리를 잃는다는 것은 ...존재가 무너진다는 뜻이죠. 그가 느꼈을 절망은 우리가 상상하는 수준이 아닐 겁니다. 사람들과 대화하기사 어렵고, 공연도 할 수 없고 ... 그는 자신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1802년 오스트리아의 하일리겐슈타트 숲에서 베토벤은 유서를 작성했다. 이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인간 루드비히'의 가장 깊은 내면을 보여준다. 세상에 대한 분노, 자기 자신에 대한 실망, 그리고 위안받지 못한 슬픔 등이 녹아 있다.    


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사악하거나 

고집스러운 사람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내가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몰랐다.


(백건우)그런데, 베토벤의 위대함은 바로 그 뒤에 있어요. 그는 결국 죽지 않고, 돌아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Eroica', '영웅'이 탄생해요. 베토벤의 음악은 고통을 극복한 한 위대한 인간의 음악입니다. 절망이 그를 꺾지 못했어요. 그 절망 이후, 베토벤 최고의 작품들이 연이어 탄생합니다.


이 대목은 온 몸에 소름을 돋게 하는 백건우의 설명이다. 위대한 작곡가 베토벤의 이후 작품을 살펴보자. 영웅(1803년), 피아노 소나타 28번 A장조 op.101(1816년), 피아노 소나타 32번 C단조 op.111(1821년), 합창 op.125(1824년) 등 절망을 이겨낸 베토벤의 '혼'을 엿볼 수 있다.


(사진, 베토벤의 유서)


1802년 10월 6일에 “하일리겐슈타트”(오늘날에는 빈의 일부)에서 두 동생, 카를과 요한에게 쓴 편지이다. 이 문서는 베토벤이 사망한 후 1827년 3월에 안톤 쉰들러와 슈테판 폰 브로이닝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그 해 10월에 공개되었다. 


귀가 들리지 않아도 들리는 음악


패딩턴 역을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났을까. 창밖에 온통 바다였다. 어둠이 약간 깔리는 게 이곳이 영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8월부터는 밤이 우리보다 한두 시간 빨리 오는 곳이 영국이었다. 대신 여름에는 밤 8시가 되어도 밝았으니까. 차창에 비친 내 얼굴 옆으로 백 선배의 모습이 잔잔하게 흘러갔다.

(김재철)백 선배, 절망 속에서도 어떻게 그런 밝은 음악을 쓸 수 있었을까요?

(백건우)절망을 없애려고 한 게 아니라, 절망을 껴안고 넘어선 사람이기 때문이죠. 베토벤은 절망에 무너지지 않고 ‘희망의 빛’으로 간 사람입니다. 나에겐 그가 바로 나의 신입니다.

바쓰의 첫 밤

로마의 한적한 동네처럼 보이는 바쓰 역에 내렸다. 우선 공기가 맛있었다. 이곳은 묘하게 고요했고, 오래된 돌담위로 스며드는 습기마저도 로마 시대의 시간처럼 느리게, 천천히 흐르는 곳이었다. 성당 옆 호텔에 도착, 체크인하고 호텔바로 갔다. 성당의 종소리만 들릴 뿐, 늦은 밤의 바쓰는 '숨을 멈추는 시간'이었다.

(김재철)백 선배, 베토벤이 가장 사랑했던 여인은 누구였을까요?

(백건우)첫사랑의 울림은 줄이에타 귀차르디였죠. 젊고 아름답고 귀족이고...베토벤의 마음을 완전히 흔들었던 여인이었죠.


(사진, 줄리에타 귀차르디)

그렇다. 베토벤은 그녀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면서 가슴 뛰는 행복감을 느꼈기에, '월광 소나타(피아노 소나타 제14번)'을 헌정했었다. 두 사람의 신분 차이는 엄연했다. 귀족의 딸인 줄리에타는 평민 출신의 음악가 베토벤이 아닌 귀족 남성과 결혼했던 것이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를 예술로 승화시킨 게 바로 '월광 소나타'인 것이다.

(백건우)줄리에타가 첫사랑이라면 요제피네는 평생 가슴 속으로 사랑한 여인이죠.

요제피네 브룬스빅, 그녀는 베토벤과 영혼적인 교류가 깊은 사이였다. 그녀도 베토벤을 사랑했지만 귀족이란 신분, 아이들, 사회적 분위기 등으로 인해 결국 베토벤 곁으로 오지 못했다. 요제피네가 떠난 후, 베토벤의 음악은 단단해졌고 고독이 철학이 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루지 못한 예술가의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사진, 요제피네 브룬스빅)

베토벤의 사랑 이야기가 더 이어진다. 포도주 한 잔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지만 두 시간 가까이 지났음에도 반도 비우지 못했다. 두 사람 모두 취해 있었다. 베토벤의 사랑 이야기에 취해 술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던 거다.

(김재철)백 선배, 그러면 불멸의 연인은 누구였나요?

(백건우)안토니아 브렌타노일 거예요. 교양 있고 따뜻하며, 베토벤의 고독과 예술적 불꽃을 이헤헸던 여인이었죠. 그녀와 함께 있을 때 그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평온을 느낄 것 같아요. 사실 그가 느꼈던 가장 인간적인 위로는 브렌타노와의 만남, 사랑에서 왔죠.

백건우의 독백이 이어졌다. 둘 사이엔 정서적 친밀감과 정신적 결합이 있었지만, 이 운명적 사랑은 완성될 수 없었다고 말이다. 시회적인 제약, 가정이 있는 여인에게 베토벤의 결함은 하나의 가능성만으로 남았던 거다. 브렌타노는 예술 애호가로 베토벤을 괴테에게 소개해 주었던 여인이다.


(사진, 안토니아 브렌타노)   

고야의 색, 베토벤의 울림

다음 날, 안개가 낀 이른 아침에 호텔을 나서 에이번 강줄기를 따라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강가에서 오리들이 무심한 듯 헤엄치는 평화로운 모습을 목격하고 강변의 작은 찻집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은 눈길을 끄는 유화 앞에 앉았다. 프란시스코 고야의 그림이었다.

(백건우)고야는...인간의 진실을 보는 화가예요. 보통은 아름다움부터 그리는데 고야는 인간의 악함, 고통, 공포... 그 어둠을 있는 그대로 그린 뒤에 거기서 희망을 한 줄기 끌어내요. 베토벤이 고양의 색상을 봤다면...분명 깊이 공감했을 거예요. 둘 다 인간의 어둠을 회피하지 않았으니까요. 


(사진, 발코니의 마하들)

‘만약 고야가 베토벤의 음악을 들었다면?’이란 저자의 상상을 마치 읽은 듯이 백건우는 대화를 이어 나갔다. 예술가의 감수성은 정말 놀랍다. 고야는 인간 내면의 그림자에 빛을 던지는 화가, 베토벤은 인간의 절망 속에서 희망의 문을 여는 작곡가. 둘 다 '인간의 본질'을 들여다 본 예술가였다. 

(백건우)아마 고야는 베토벤의 음악을 들으며 캔버스 위에 폭풍처럼 또 다른 색을 쏟아냈을걸요? 베토벤의 ‘운명’은 고야의 검은 색조를 움직였을 것이고...‘영웅Eroica’은 그가 그린 빛나는 붉은색과 황금색을 깨웠겠죠. 

바쓰의 골목에서

점심 식사 후 호텔에서 나온 두 사람은 로마시대의 목욕탕부터 보기로 했다.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해설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이곳저것에 ㅎ기심 어린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미로 같은 골목을 돌 때마다 서울 인사동 골목이 생각났다. 지도를 보며 바쓰의 대표 미술관인 홀번 뮤지엄으로 향했다. (사진, 홀번 뮤지엄)



발길이 닿은 곳은 소설가 '제인 오스틴' 문학관이었다. 두 사람은 그녀가 사용했던 작은 노트, 펜, 그리고 소설 속 여주인공의 삶을 떠올리게 하는 의상과 소품들을 찬찬히 음미햇다. 비쓰라는 도시가 가진 여성적 감성, 디테일과 아름다움에 감동을 받았다.
 

웨일즈 숲길에서 들은 백건우, 윤정희의 사랑이야기

(김재철)누님이 떠난 후 세상 사람들이 백 선배를 비난했는데, 왜 그런 황당한 이야기들이 나왔는지...

(백건우)사람들은요... 진실보다 이야깃거리를 더 빨리 믿습니다. 특히 누군가가 유명하다면, 그 삶이 더 복잡할 것으로 생각하죠.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담담함 속에 얼마나 오랜 세월의 상처와 사랑이 스며있는지 저자는 느낄 수 있었다.

(김재철)백 선배, 누님을 잃고... 더 깊어진 음악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백건우)음악은... 사랑을 잃은 사람의 마지막 언어니까요. 나는 이제... 음악으로만 그녀와 대화할 수 있어요.

그 말에 저자는 갑자기 너무나 슬펐다. 이제 카디프의 밤은 우리에게 너무나 다정해졌고, 덕분에 서로에게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전해지는 어떤 인간적인 진실을 공유하게 되었다.

바다로 가는 마음, 카디프의 아침

바쓰에서의 마지막 밤은 유난히 짧게 느껴졌다. 호텔 창밖으로 새벽빛이 스며들기 시작할 무렵, 두 사람은 이미 짐을 정리해 바쓰 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누가 먼저라고 말할 필요도 없이 '아침형 인간'이었다. 햄버거에 커피를 음미했다.

(백건우)이른 아침 열차는 늘 좋지요. 사람 마음을 한 칸 비워내니까요.

열차는 심호흡하듯 서서히 움직였다. 우리가 바쓰행 열차를 탔던 런던 패딩턴에서 출발한 기차였다. 창밖을 바라보았다.

(김재철)카디프에 바다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렙니다. 베토벤도 바다를 보고 싶어 했을까요?

(백건우)베토벤은 평생 한 번도 바다를 보지 못했죠. 그게 늘 아쉬웠을 겁니다. 그의 교향곡엔 바다가 없어요. 하지만... 바다 대신 인간 내면의 바다를 깊게 들여다봤지요.

카디프 만에서, 오늘이 있어 행복합니다

두 사람은 택시를 탔다. 매일 걷기만 하다가 사흘 만에 택시를 탔던 것이다. 목적지는 카디프 외곽에 위치한 이 도사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었다. 성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파이프 오르간 음이 들렸다. 천장 끝까지 울리는 중후한 음색과 공명의 떨림, 마치 베토벤의 현악사중주에서나 들을 법한 깊은 울림이었다.

(김재철)제가 가장 존경하는 철학자는 쇼펜하우어입니다. 그의 말 중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승자는 과정에 신경을 쓰고, 패자는 결과에만 집착한다', 이 말이 요즘 한국의 젊은 예술가들과 부모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선배님은 이 문장을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백건우)아주 정확한 말입니다. 그리고 아주 잔인한 말이기도 합니다. 예술에서 결과를 먼저 묻는 순간, 그 사람은 이미 자기 시간을 잃기 시작합니다. 음악은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 절대로 말을 걸어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일찍 결과를 요구합니다. ‘언제 콩쿠르에서 상을 타나’, ‘언제 무대에 서나’, ‘언제 성공하나’... 그 질문들이 젊은 예술가의 마음을 가장 먼저 망가뜨립니다.


(사진, 카디프의 성당)

인터뷰 - 음악을 배우러 떠난다는 것

(김재철)2027년 3월 26일은 베토벤 서거 200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 뜻깊은 해에 독일과 오스트리아로 젊은 청년 예술가들과 함께 음악 여행을 떠나는 것은 어떨까요?

(백건우)꼭 필요한 여행입니다. 베토벤은 악보로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가 걸었던 거리, 머물렀던 방, 침묵했을 풍경 속에 아직 남아 있습니다. 젊은 연주자들이 빈의 골목을 걷고, 본의 공기를 마시고, (베토벤이) 자살을 생각했던 하일리겐슈타트 숲속에 아무
말 없이 서 보는 경험. 그건 레슨으로는 절대 가르칠 수 없는 것입니다.

#에세이 #백건우 #김재철 #베토벤 #열아홉출판사 #백건우베토벤의침묵을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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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장 명리 공부 1 하루 한 장 명리 공부 1
송민정 지음, 송재호 감수 / 모란(moRan)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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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명리학의 전부를 담은 완결서가 아니라, 그 긴여정의 시작입니다. 단순히 읽는 데서 멈추지 않고, 각 장의 학습지를 직접 써 보며 개념을 몸으로 익히도록 구성했습니다. 손으로 쓰는 과정은 생각을 정리하 수 있게 하고, 이해를 깊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 '서문' 중에서



책의 저자 송민정은 교육학 석사로 24년 간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 명예퇴직(2024년), 교육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명리학을 학습의 관점에서 정리해 왔다. 현재 명리학을 연구하며, 유튜브 채널 '하루 한 장, 명리'를 운영 중이다.


총 30강으로 구성된 책은 명리 공부에 필요한 기본 한자(제1강)에서부터 오행의 상생과 상극(제9장), 천간의 속성 이해(제11강), 지지의 이해(제22강), 24절기 이해(제26강), 해자축 이해(제30강)까지 때론 '미신'으로 치부되기도 했던 명리학을 차근차근 배울 수 있도록 강의한다.


명리 공부를 위한 기본 한자  


음양은 어둠을 상징하는 음과 밝음을 상징하는 양으로 이루어진 단어다. 세상 모든 것은 짝을 이루어 작용한다. ‘밤’이 있으면, ‘낮’이 있는 것처럼, 명리 공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음양陰陽’의 개념과 함께한다. 음은 양을 향해 나아가고, 양은 다시 음을 향해 수렴한다. 음이 양이 되고 양이 음이 되는 순환을 받아들여야 명리 공부의 첫발을 내디딜 수 있다. 인간을 포함한 우주 만물은 다음을 낳고 낳는 덕, 즉 생생지덕生生之德의 심오한 이야기가 명리학에 녹아 있다.




사주팔자四柱八字


사주팔자란 한 사람이 태어난 시공간의 년, 월, 일, 시를 동양의 디지털 코드로 표시해 놓은 것이다. 넉 사(四), 기둥 주(柱), 여덟 팔(八), 글 자(字)! 즉, 여덟 개의 글자가 구성하는 네 개의 기둥을 의미한다. 사주팔자는 세로쓰기 원칙으로, 연월일시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써 나간다.

"기미년 3월 1일 정오,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 독립 만세"

역사적인 삼일운동은 1919년 3월 1일 12시(정오)에 일어났다. 이를 사주팔자로 설명하자면 이와 같다. 1919년은 기미己未년이다. 이때 3월은 병인丙寅월이며, 1일은 임자壬子일이다. 12시는 병오丙午시였다. 기미, 병인, 임자, 병오는 각각 세로쓰기를 한다.(아래 사진 참조)


천간天干~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
지지地支~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

세상의 시작

중국 신화에 의하면 세상이 생겨나기 전을 '혼돈'이라 한다. 그리스 신화에선 '카오스', 인도 신화에선 '어두운 파동계'로 각각 설명한다. 성경의 창세기 천지 창조 역시 어둠과 혼돈에서 시작하는데, '빛이 있으라'란 말과 함께 세상이 시작된다. 혼돈과 어둠은 음도 양도 아니다. 빛이 있고 나서야 비로소 어둠은 밝음과 상반된 작용이 된다. 어둠을 음陰, 밝음을 양陽으로 지칭할 수 있게 된다.    

우주 만물을 비롯한 인간 삶의 모든 이야기는 음과 양이 섞이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을 섞으면 차가운 물은 아래로 뜨거운 물은 위로 향하게 된다. 그러나 그 상태는 오래 유지되지 못한다. 차가운 물은 뜨거운 물을 당겨 차갑게 만들려 하고, 뜨거운 물은 차가운 물을 당겨 뜨겁게 만들려 한다. 차가운 물이 뜨거운 물을 정복하려 오르기도 하고,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을 정복하기 위해 내리기도 한다. 이처럼 음양이 섞이는 운동성을 다섯 가지로 표현한 것이 오행五行이다. 시간이 지나면 다른 온도로 시작되었던 물은 하나의 온도로 완성되게 된다. 

세상의 시작, 우주의 시작, 만물의 시작, 나의 시작, 우리의 시작, 관계의 시작, 기쁨의 시작, 슬픔의 시작 등 그 모든 시작은 음과 양의 분리에서 비롯한다. 분리된 음양은 끊임없이 작용하며 무언가를 소멸하기도 하고 창조하기도 하며 질서를 만들어 낸다. 사건과 사고를 만들어 내고, 감정과 기분을 좌우하며 에너지가 섞이고 다시 분리된다.

물극필판物極必反

음은 양을 추구하고, 양은 음을 추구한다. 밤이 낮이 되고, 낮은 밤이 된다. 음과 양은 상대성, 일원성, 역동성의 특성을 가진다. 밤과 낮처럼 음양이 짝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 음양의 상대성이다. 음과 양은 그 힘이 함께 맞물려져 있어야 에너지를 품을 수 있고, 그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 지구의 반은 지금 낮이고, 반은 밤이다. 이처럼 만물은 음과 양이 함께 해야 존재할 수 있는 일원성을 가진다. 또 지금 낮인 지구의 반은 점차 밤이 될 것이다. 지금 밤인 지구의 반은 점차 낮이 될 것이다. 음양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이것이 음양의 역동성이다.



음양의 이런 특성들에 의해 만물이 생겨나고 성장하고 수렴하고 감추어지는 순환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음양을 분류할 때 수水를 음으로, 화火를 양으로 나눈다. 물극필반이란 '사물이나 상황이 극한에 이르면 반드시 반대로 돌아간다'는 의미이다. 즉 물水이 극에 이르면 불火을 추구하고, 반대로 불이 극에 이르면 물을 추구한다.

오행의 상생 상극

토극수~ 토가 수를 극하면 물水인 상태를 유지하지 못한다
수생목~ 물은 다음으로 나아가며 목을 생生한다
목극토~ 목이 생겨나면 목은 다시 토를 극한다
토생금~ 극을 받은 토는 금을 생한다
금극목~ 그러면 금은 다시 목을 극한다
목생화~ 극을 받은 목은 불火을 생한다
화극금~ 화는 다시 금을 극한다
금생수~ 극을 받은 금은 수를 생한다
수극화~ 생을 받은 수는 다시 화를 극한다
화생토~ 극을 받은 화는 다시 토를 생한다



처음 명리를 공부하다 보면, 생의 의미를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극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생과 극은 긍정과 부정이 아니다. 극을 받는다는 것은 나아감의 계기가 되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극의 작용을 통해 방향성을 부여받고, 그 안에서 책임과 의무를 자각하게 된다. 각자에게 주어진 책임은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고, 다시 다음으로 나아가게 한다. 우리는 상생과 상극의 이치 속에서 끊임없이 다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30강을 끝내며

어렵게만 느껴지던 명리 공부를 기본 한자부터 일간의 특징까지 30강으로 구성된 명리 기초 첫걸음은 나름 소득이 있었다. 명리학은 운명을 바꾸는 기술이 아니라 자연의 흐름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는 공부임을 말이다. 이제 반복 학습을 통해 갈고 닦는 일이 남았다. 명리에 관해 호기심이 있는 모든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인문 #역학 #명리학 #명리기초 #일일명리 #하루한장명리공부 #송민정 #모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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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의 축을 기준으로 쉽게 그리는 미술 해부학
카토 코타 지음, 김선숙.김락희 옮김 / 성안당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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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미술 해부학 전문가가 '막대 인간'을 바탕으로 인체 표현의 기본이 되는 '축'의 개념을 깊이 있게 설명합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인체를 그리는 데 필요한 시각적 감각과 해부학적 지식, 즉 미적 감성을 함께 기를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 '시작하며' 중에서


글과 일러스트를 그린 카토 코타는 도쿄예술대학 미술학부 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동교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2014년)를 받았다. '이즈의 미술 해부학자'라는 이름으로 트위터와 강습회에서 미술 해부학을 널리 소개하고 있다. 트위터 팔로워가 41만 명이 넘고, <포즈의 미술 해부학> 을 포함한 다수의 저서가 있다.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은 인체의 뼈 구조 이해하기(제1장), 뼈를 단순화해서 그려 보기(제2장), 뼈를 그리는 다양한 방법 익히기(제3장), 축으로 인체 그려보기(제4장) 등을 통해 인체의 기본 틀을 보다 빠르게 파악하는 능력을 향상시켜 준다.


인체의 뼈 구조 이해하기


뼈의 형태를 이해하지 못하면 '축軸'이란 개념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먼저 뼈의 기본 구조부터 살펴봐야 한다. 뼈는 해부학에서 가장 먼저 공부하는 내용이다. 특히 뼈의 명칭은 근육 명칭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므로 함께 익혀두는 게 좋다.


뼈는 유백색의 단단한 조직이다. 인체를 그림 또는 조각으로 표현할 때 몸의 길이와 너비, 전체적인 비율(프로포션)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는 게 바로 뼈다. 우리 몸의 표면에서 직접 확인 가능한 뼈는 일부에 불과하지만, 그 드러난 부분을 정확히 이해하면 피부 너머로 뼈의 전체적 구조를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사진, 척추)


이밖에도 책은 목뼈, 엉치뼈, 꼬리뼈, 머리뼈, 흉곽(가슴우리), 빗장뼈, 어깨뼈, 위팔뼈, 척골, 요골, 손의 골격, 여성 골반, 남성 골반, 넙다리뼈, 정강뼈, 종아리뼈, 발의 골격, 몸통의 골격, 팔의 골격, 다리의 골격 등의 구조를 그림으로 보여준다. 


뼈를 단순화해서 그려보기


이번에는 뼈의 형태를 프레임과 축으로 바꾸어 그리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주로 둥글고 볼륨감 있는 형태는 프레임으로, 가늘고 길쭉한 형태는 축軸으로 파악해 나간다. 가슴우리(흉곽)나 손처럼 프레임과 축을 함께 활용해 표현하는 부위도 있다. 기본적으로는 아래 과정을 거친다.


1단계: 프레임 또는 축을 그린다.

2단계: 두께나 길이 등 살을 붙여 형태를 만든다.

3단계: 뼈 끝부분의 세세한 볼륨감을 그려준다.

4단계: 형태를 다듬어 완성한다.


(사진, 척추 그리는 법)


척추 그리는 법외에도 머리뼈(두개골), 가슴우리(흉곽), 빗장뼈(소쇄골), 어깨벼(견갑골), 위팔뼈, 아래팔뼈, 손 골격, 골반, 넙다리뼈(대퇴골), 정강뼈, 종아리뼈, 발 골격, 몸통 골격, 팔 골격, 다리 골격 등을 그리는 법도 소개하고 있다.


뼈를 그리는 다양한 방법 익히기


그런데, 뼈를 그리는 방식은 다양하므로 다른 접근법을 소개한다. 20세기 초 프랑스에서 활동한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미술 해부학>의 저자인 아르노 모로가 고안한 방법이다. 이 그림은 예술가를 위한 뼈와 근육 묘사법 중 가장 초기의 예시다.


아르노 모로의 드로잉 방식은 전체적인 윤곽부터 시작해서 점차 세부로 들어간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의 접근 방식과 비슷하지만 형태를 인식하는 감각은 다소 다르다. 특히 곡선을 많이 사용하여 앞서 살펴본 그림보다 더 감각적이고 유려하게 보인다.


(사진, 척추 그리는 법)


축으로 인체 그려 보기


직접 그려보면 미술 해부학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해가 부족한 부분은 상상에 의존해서 그리게 되므로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잘못 표현된 경우가 많다. 체표(몸의 표면) 선화線畵를 왼쪽 페이지에, 오른쪽 페이지엔 동일한 자세의 골격 그림을 싣고 있다. 그림 위에 직접 그려보며 연습할 수 있다. 166가지의 인체를 그려봄으로써 미술 해부학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사진, 체표 & 골격)


인체 내부의 구조를 관찰하다


골격을 반복적으로 그리다 보면 인체 내부 구조에 대한 관찰력이 증강된다. 또 어떻게 골격을 그릴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도 습득하게 된다. 이처럼 미술 해부학의 기초는 골격이다. 미술대학 수업에서도 학생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골격이라고 한다. 이 책을 통해 그림을 따라 그려보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반복해서 학습하는 게 중요할 것이다. 특히, 미술학도와 크리에이터들에게 책의 일독을 추천한다.


(사진, 에곤 실레의 '팔을 비튼 자화상')


#미술 #미술실기 #미술해부학 #인체의축을기준으로쉽게그리는 #카토코타 #도서출판성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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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에 시린
김보겸 지음 / 사람과가치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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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을 시로 함축하여 쓸까 하다가, 글로 길게 푸는 까닭은 여기저기 부딪히며 방황하며 버텨 낸 시간들이 어쩐지 그리울 것만 같아서 주저리주저리 수다를 떨고 싶었다. 또 훗날 마흔이 되더라도 서른의 이야기를 박제하면 서른의 이야기로 그 시절의 나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욕심이 들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김보겸은 시인으로 마흔의 문턱을 바라보는 나이에 접어 들었다. 주말이면 남보다 더 일찍 일어나 열심히 살아 온 삶이었다. 사람을 담는 일을 시詩로 쓰다가 점점 하고 싶은 말이 많아져서 에세이로 수다를 떨고 있다.


책 속에 총 20개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여전히, 좋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이상을'이란 첫번째 에피소드부터 도서의 제목이기도 한 마지막 스무번째 '서른에 시린'까지를 통해 열심히 살았던 서른 시절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나의 삼십대 시절은 어땠는지 타입캡슐을 타고 잠시 지난 과거로 떠나보았다. 남보다 늦은 나이로 캠퍼스 생활을 마치고 삼십대 초에 오직 오기로 시작한 중견행원의 삶은 내 그릇을 만족시켜 주지 않았다. 선배의 권유로 굴지의 대기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나이 마흔에 기업체 임원으로 승진했으니 나의 삼십대는 '도전과 창조'의 연속이었다.


이제, 저자의 삼십대 시절 에피소드 속으로 들어가 본다. 짧은 서평에 스무 가지 에피소드 이야기를 모두 다룰 수는 없기에 오직 나만의 관점으로 무척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들을 나의 감상평과 함께 요약함으로써 서평에 갈음하려 한다.


여전히, 좋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이상을


이 에피소피를 읽으면서 작가가 따뜻한 마음과 좋은 인성을 가진 사람임을 느낄 수 있었다. 고정된 수입이 보장되지 않은 '프리랜서'로 일한지 9년이 넘는 그는 때로 불안한 마음이 들지라도 어떤 날은 글쓰기에 집중하고, 또 어떤 날은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는 삶에 온 정성을 다한다. 그의 글을 재차 음미해 본다.


"삶을 살다 보면, 오르고 싶은 문턱에서 미끄러질 때도 있고 때로는 운이 좋게도 문턱을 오를 때도 있다. 늘 운이 좋은 법은 없기에 한 해마다 참 많은 감정을 갖게 된다. 힘이 빠질 때도, 힘이 생길 때도 있다. 살아가는 게 크게 차이는 없는 것 같아 정이 든 교육생들과 헤어질 때는 편지라는 시를 읽어 드린다"(20쪽)




이는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인 것이다. 우리 모두 살면서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지만, 이를 마치 당연한 듯 여기고 타인들의 도움과 격려 같은 감사함을 쉽게 잊고 만다. 나의 이런 망각은 나의 태도와 행동으로 연결된다. 이런 반복은 결국 타인을 향한 따뜻함이 결여되고 만다. 그렇기에 작가는 마음으로나마 응원해 주는 이가 있음을 기억하려 애쓰고 여전히 좋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이상理想을 품는다.


가끔 꺼지던 밤에 선명한 빛이 될 수 있을지도


"우리가 이승을 열심히 살았더니, 한순간 천국행 열차를 탔나 봐"


작가 부부는 결혼식을 마치고 푸꾸옥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새벽 4시 인천공항, 전날 행사로 인한 피곤함이 얼굴에 붙었음에도 정신은 맑았다. 주위가 고요한 가운데 새벽 도로를 밝히는 차들의 불빛이 아름답기만 했다. "예쁘다", 아내가 내 속을 들여다 본 듯 입 밖으로 내뱉었다. 짐을 부치는 긴 대기줄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고 느껴졌다.


결혼을 해 본 사람은 이런 기분을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매순간이 기쁨과 환희로 충만할 때이니까. 물론 결혼식 당일이나 신혼여행 당일에 헤어지는 일로 종종 신문 까십란을 장식하는 이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결혼준비와 살 집의 인테리어 등 할 일들의 연속에다가 큰돈이 많이 든다. 결혼은 낭만이 아니라 현실인 것이다. 작가는 아내의 손을 잡으며 이런 다짐을 한다. 


"한 사람을 내 안에 담는 일이, 한 세상을 담는 일만큼이나 소중하다는 것을 안 후로 한걸음씩 하루를 놓는 일에 늘 다정하려 애쓴다"(46쪽)




누가 대신 맨땅에 헤딩을 해주지 않는다


"왜 스스로 지옥 길을 뛰어드니?"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만나 사람을 궁금해하고, 오늘이 가는지도 모른 채 즐거움을 느끼던 시절도 있었다. 작가는 예전에 다년간 독서모임을 운영했는데, 그 때가 그랬다. 지금은 그런 즐거움보다 혼자 자문자답하는 이런 과정을 더 즐긴다. 자신을 잘 아는 건 결국 '나'이기에.


다니던 회사를 나오려고 부모님과 직장 선배에게 조언을 구할 때 작가는 응원보다는 염려와 질책이 있었다고 말한다. 물론 지금 시절은 많이 변했다. 크리에이터나 블로그 운영자 또는 유튜브 진행자들이 훨씬 더 많은 고소득을 올리니까. 하지만 과거엔 회사 다니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방법이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다른 일로의 도전은 늘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맨땅에 헤딩을 한다는 각오가 없이는 누가 대산 맨땅에 헤딩을 해주지는 않는다"(82쪽) 




나도 그랬다. 회사를 이직할 때는 그렇지 않았지만 IMF 시절에 난 잘나가는 상장회사 임원직을 던지고 평생 한번 올 것 같은 투자의 기회라는 판단이 섰기에 전업투자에 올인하기로 결심했을 땐 달랐다. 당시 주위에서 만류들이 많았고 심지어 다른 회사에서 스카우트하겠다는 진풍경마저 벌어졌다. 이때 오직 나를 응원했던 사람은 나의 아내였다. 수많은 새벽 밤을 밝히고 온갖 국내외 재테크 도서들을 잔뜩 쌓아 놓고 득도得道하려는 간절함으로 공부했던 나를 곁에서 오래 지켜봐 왔기에.


다시 오지 않을 삼사십대를 생각하며


손에 잡히는 작은 책은 나에게 다시 오지 않을 삼사십대 시절의 추억에 잠기도록 만들었다. 미처 생각한 적도 없었던 일들에 대한 기쁨, 감사함, 반성 등 여러 감정을 일으키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작가의 따스한 마음씨를 통해 충분한 위로의 시간이 될 것이란 점이다. 특히, 삼십대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에세이 #에세이추천 #삼삽대에세이추천 #책추천 #서른에시린 #김보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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