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ESD 두번째 지속가능한 영유아학습공동체 실천 이야기
이금자.김희진 지음, 김희정 그림 / 하움출판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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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론이 아니다. 실제로 영유아 교육기관의 교사와 원장님들로 구성한 학습공동체 운영 내용과 원리를 담은 '실무서'에 가깝다. 지난 몇 년간 '더좋은보육채널'은 전국의 육아종합지원센터와 협력하여 수많은 교사와 원장님들과 학습공동체를 직접 운영했으며, 이 과정에서 실천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 '머리말' 중에서


책의 공저자인 이금자 더좋은보육채널 대표는 연대와 협력의 가치로 더좋은보육채널을 운영하며,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와 블로그를 통해 예비교사, 교사, 원장, 학부모가 함께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비전을 만들고 있다. 또 다른 저자 김희진 더좋은보육채널 책임연구원은 영유아 놀이 이해, 놀이학습공동체 운영, 영유아 프로그램 개발 등 현직 교사 재교육 및 현장 놀이 지원을 하고 있다.


총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은 교사학습공동체(제1장), 원장연구소모임(제2장), 더좋은보육채널을 아시나요?(제3장), 현장 실천을 돕는 자료(제4장)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교육 현장은 '공동의 성찰과 실천'에서 시작되고, 좋은 교육은 좋은 관계에서 비롯되어 관계는 대화와 나눔을 통해 형성되며, 교사와 원장이 학습자이자 협력자로 역할할 때 조직은 변화하고 아이는 자란다고 강조한다.


나는 이 분야의 비전문가라서 배움의 자세로 이 책을 읽고 있다. 아이를 갖지 못해 몇년 간 마음고생이 심했던 딸이 결혼한지 7년 만에 아이를 얻는 행운이 찾아와 덩달아 나도 외손녀가 생긴 기쁨을 누렸다. 이제 한 돌을 갓 넘긴 외손녀는 동네 놀이방에서 보육선생님으로부터 여러 가지 놀이를 배운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이 딸과 외손녀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심정으로 읽고 있다.    


교사학습공동체


교사들이 함께 모여 '우리 반 아이들은 어떻게 놀이하였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여, 수업과 돌봄을 넘어 관계, 감정, 실천의 언어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다루었다. 지속가능발전교육(ESD)를 실천하는 학습공동체와 놀이 소모임의 운영 사례를 보여 준다. 교사들이 학습공동체를 통해 어떠한 배움과 성장을 경험했는지에다 앞으로 지속가능한 학습공동체를 운영함에 있어서 성찰과 통찰, 그리고 새로운 상상력을 이어 가도록 지원한 사례를 담았다.


교육을 위한 교사의 전문성 함양을 위한 대화와 행동의 원칙(유네스코,2022)


협력과 팀워크는 교사 역할의 핵심적인 특징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지식 생산과 성찰,연구는 교수 활동의 본질적 일부로 통합되어야 한다.

교사의 자율성(자유)는 교육적 실천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핵심 기반이다.

교사는 교육의 미래에 대한 공공 담론과 사회적 대화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사진, 놀이공유 사례)


원장연구 소모임


원장님들이 모여 서로의 운영 철학, 자기 이해와 성찰, 어린이집 공동체에 대한 시선, 붙잡아야 할 가치에 관한 핵심 질문을 통해 성찰하고 숙론하는 시간에서 나눈 이야기를 해석하고 있다. 원장연구 소모임은 어린이집이라는 공동체를 운영하는 리더로서 각자 무엇이 최선인지를 찾아가며 이 과정에서 서로에게 배우고 스스로 깨달으며 배움과 성장을 만들었다. 원장님들의 학습공동체는 성찰과 반성의 시간, 통찰이 더해지면서 다시 현장으로, 다시 삶으로 연결되었다.


원장이 조직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은 이미 오래된 정설에 가깝다. 원장은 하나의 조직에서 리더이자 운영자로서 수많은  가치를 선택하고 공유하는 역할을 한다. 원장이 그 원院의 교사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다룬 연구는 수없이 많다.


조직문화는 조직 구성원이 환경을 해석하는 방식을 학습하는 데 필요한 '렌즈'의 역할을 하며 조직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세상에 대한 관점'을 제공한다. 또한, 조직 구성원의 행동을 유도하며 구성원들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 의사결정의 질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조직의 성공 여부에도 영향을 준다.


(사진, 지속 가능성 패러다임) 


더좋은보육채널을 아시나요?


학습공동체가 영유아 교육 현장의 여러 형태로 실천해 오도록 이끈 주제가 더좋은보육채널이란 걸 깨달았다. 지향하는 학습공동체 운영 방식이나 내용은 더좋은보육채널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공유해 온 가치이자 문화였다. 더좋은보육채널이란 공동체의 이야기 또 다른 형태의 학습공동체 사례로 볼 수 있다.


더보채는 영유아 교육과정을 연구하고 개발하며, 교사교육을 지원하는 곳이다. 그런데, 왜 더좋은보육채널 연구소가 아니라 '더좋은보육채널'로 이름을 만들었을까? 하나의 채널이 되어 교사와 교사, 현장과 현장, 나아가 다른 전문가 집단과 연결되는 통로가 되어 함께 더 좋은 보육을 만들어 가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그렇게 지었다.


(사진, 더.보.채.)


영유아 교육기관에서 학습공동체를 실천하도록 돕는 자료


'협력공동체'로 그리는 어린이집 운영 계획안, 돌봄의 윤리를 실천하는 학급운영 계획안,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며 성찰을 돕는 '근본 물음들', ESG ESD 가치로 그리는 학습공동체 운영, 지속가능한 실천을 돕는 학습공동체 계획안 등 현장에서 학습공동체를 실천하는 데 돕는 실제 자료들을 포함하고 있다.



(사진, 핵심질문 & 나눔자료)


놀이 중심 교육과정은 교사가 영유아는 놀이하며 배운다는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영유아들이 배워야 하는 국가 수준의 공동 기준을 최소화하는 대신 교사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존중한다. 그러므로 교사는 활동을 통해 영유아를 가르치는 것이 아닌, 놀이를 통한 배움의 가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영유아의 놀이를 관찰하고 , 이해하고, 지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영유아 교육


교사와 원장이 함께 배우는 학습공동체는 무엇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이 책은 교사와 원장님들이 경험한 생생한 사례와 실천의 기록이다. 지속가능한 교육 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교사와 원장은 더 이상 전달자가 아니라 변화의 주체로 당당하게 서야 한다. 


#영유아교육 #영유아학습공동체 #지속가능한영유아학습공동체실천이야기 #이금자 #김희진 #하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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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회사를 10배로 키워주는 회계사가 있습니다! - AI시대, 99% 기업이 모르는 폭발 성장 설계도 하이 아웃풋 10
서정민.서정무 지음 / 라온북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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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대표가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바라보고, 회사의 구조를 바꾸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회사의 그릇을 키우고 더 나아가 회사의 숫자를 정확히 이해하여 돈이 남는 구조를 설계하고, 브랜딩과 마케팅을 통해서 지속적인 구매를 일으키고, 회사의 리스크 관리를 해나간다면 지금도 회사를 10배 성장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는 기업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서정민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공인회계사로 현재는 사업가와 창업가들의 세무 자문을 넘어 사업전략과 성장을 함께 고민하는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공저자인 서정무는 한때 축구선수였지만 제2의 인생을 회계와 세무로 전업해 현재 10년 차 세무전문가로 황동하고 있다.


총 여섯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왜 회사를 10배 키울 수 있는 회계사를 만나야 하는가?(1장), 회사를 10배 키워주는 회계사입니다(2장), 회사의 판을 바꿔라(3장), 돈이 남는 구조를 만들어라(4장), 팔리는 구조를 만들어라(5장), 지속 성장의 루틴을 만들어라(6장) 등에 대해 전문가로서의 견해와 전략을 소개한다. 


회사를 10배로 성장시킬 회계사


축구경기에서 골을 넣고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건 선수가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상대팀을 이길 수 있는 전략을 짜고 경기 판세를 읽는 것은 코치나 감독이 해야 할 일이다. 회계사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코치나 감독과 같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단순히 세금을 산출해서 이를 납부하라는 것은 안내(통지)일 뿐, 전략적인 코칭이 결코 아니다. 


회사가 더 성장하고 싶다면 사업가 마인드를 갖추고 성장 DNA를 가진 회계사를 만나야 한다. 이런 회계사야말로 세금적인 문제점의 해결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회사의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략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 매출 50억 원을 하는 음식점이 있었다. 점심 때 늘 대기해야 할 정도로 장사가 잘 되는 식당이라 지역에선 모르는 이가 없었다. 지역 유명 음식점에 만족할 수 없었던 음식점 사장은 전국적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싶었기에 회계사를 찾아 와 어떻게 추진해야 할지를 상담했다.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이 꿈이라는 사장의 얘기를 들은 회계사는 먼저 프랜차이즈 사업의 리스크에 대해서 설명을 해드렸다. 프랜차이즈 음식점은 어느 지점이든 일정하게 맛을 낼 수 있도록 정형화하고, 물류를 설계해야 하므로 무작정 하다간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는 위험이 있음을 설명해 주었다. 


또한 현재의 단일매장 운영과는 완전 다른 스타일의 비즈니스라서 전문가의 도움이 없다면 프랜차이즈 사업이 자리 잡는데 많은 시일이 걸릴 수도 있음을 환기시켰다. 즉 사업의 확장 속도가 매우 중요한데, 혼자하면 5년, 10년 걸릴 일이 전문가의 도움으로 1~2년 만에도 가능하다고 말이다. 그래서 시간과 기회비용을 고려해서 가맹사업을 100개 이상 해본 프랜차이즈 전문가와의 미팅을 주선해 주었다.


그 결과, 지금은 대전점을 시작으로 미팅을 가졌던 프랜차이즈 전문가를 통해서 전국단위 프랜차이즈 사업에 본격적인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마 목표한 대로만 된다면 연 매출 100억을 넘어 200억, 300억 매출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사업자가 절세 목적으로 챙겨봐야 할 세액감면, 세액공제 제도 중 하나로 통합고용세액공제가 있다. 이는 고용을 증대시킨 기업에 대해서 세금을 깎아주는 제도이다. 고용증대세액공제라는 이름으로 사용되다가 2023년도 귀속부터 통합고용세액공제로 이름이 바뀌었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청년 1명을 고용한다면 3년간 고용 1명당 최대 1,55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사업 초기 직원을 늘리고 사업을 확장해 나가면서 성장을 도모하려는 회사에는 이같은 세액공제가 큰 도움이 된다.

회사의 판을 바꿔라(구조 설계 전략)

개인사업자 형태에서 법인으로의 전환은 단순히 사업자 유형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진짜 핵심은 사업의 판을 새롭게 설계하는 데 있다. 대표 개인의 역량에 대부분 의존하던 개인사업자에서 대표가 직접 모든 걸 하지 않아도 회사가 막힘 없이 굴러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첫 시작이란 의미인 것이다.

법인전환은 구조가 바뀌고, 구조의 변화는 전략의 변화를 의미한다. 비로소 외부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고, 핵심 인재를 스톡옵션이나 더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또 정부 지원사업이나 사업자 간 거래(B2B)에서도 개인사업자보다 높은 신뢰도를 얻을 수 있는 등 많은 장점들이 발생한다. 

AI 시대에 법인전환은 더 이상 세금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를 10배 키우기 위한 기반 설계인 셈이다. 따라서, AI 시대에 순응하여 추가적인 사업기회를 잡고, 회사를 더 성장시키고 싶다면, 지금 고민해야 할 방향은 현재 납부해야 하는 세금이 얼마인지가 아니라 어떤 구조로 회사를 디자인 할 지를 고민해야 한다. 

돈이 남는 구조(세무와 재무 전략) 

매출을 크게 키우는 것만큼이나 비용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속담을 떠올려 보라. 아무리 물을 부어도 그 독에 물이 채워자자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다. 돈이 새는 구조라면 회사 내부에 돈이 축적되기 어렵다. 이리 되면 전략적인 자금투자나 시장 변화에 대응할 여유자금을 보유할 수 없을 것이다. 

국세청은 매년 업종별 평균 경비율 데이터를 고시한다. 업종별로 매출에서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물론 모든 업체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순 없다. 하지만 이 기준을 심하게 벗어난 경비 구조는 세무조사를 받을 수도 있는 세무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이때 '털어서 먼지 나지 않는 게 없다'는 말이 적용된다. 미리 국세청 고시 기준을 갖고 관리하는 게 요구된다. 

팔리는 구조(마케팅과 브랜딩 전략)

시장엔 하루가 멀다 하고 신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신형이라고 구입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새로운 모델이 출시되는 걸 우린 목격한다. 이제 AI 기술의 발달로 인해 신제품과 서비스들의 출시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의 발달은 가격과 품질 면에서 점점 차별화가 이루어지게 된다. 이런 영업 환경 하에서 고객들의 경험과 브랜드 스토리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도록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안경매장을 사례로 들어보자. 젠틀몬스터는 안경 제품의 진열과 판매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이 브랜드는 고객들에게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매장을 하나의 전시관 내지는 갤러리로 꾸몄다. 주기적으로 새로운 전시로 변모한다. 비록 매장에 제품이 없더라도 고객들은 사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된다. 

서비스도 비즈니스인 시대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은 이젠 구식이다. 급속하게 변하는 속도를 이겨내지 못한다면 사업을 접어야 할 판이다. 회계, 세무도 마찬가지다. 이제까지 회계사의 주된 업무가 세금을 줄이는 일에 큰 비중을 두었다면 앞으론 달라져야 한다. 제품만이 아니라 회계와 세무 같은 서비스 또한 비즈니스이므로 거래 회사를 10배로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할 듯하다. 

#경제경영 #회계 #세무 #회사를10배로키워주는회계사 #서정민 #서정무 #라온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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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해변 틈새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마이너스(Miners) 옮김 / 해밀누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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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기 중반, 매사추세츠의 작은 마을 콩코드를 보금자리 삼아 독특하면서도 영원한 문학적 명성을 안겨준 저명인사들 가운데, 소로는 유일하게 콩코드에서 태어난 인물이다. 그의 이웃 에머슨은 장년이 되어 은둔처를 찾아 이곳으로 왔고, 그가 이곳을 안식처로 삼은 뒤 호손, 올컷, 그리고 다른 이들이 뒤따라왔다. 그러나 그들 중 가장 독특한 천재였던 소로는 바로 이곳의 토박이였다. - '서문' 중에서 



에세이의 지은이는 콩코드 숲 속 오두막에 거주하며 자급자족 생활로 고독과 마주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다. 작가이자 사색가인 그는 콩코드에서 출생, 집안 대대로 영위하던 연필 제조업의 후광에 힘입어 부유한 환경 속에서 성장했다. 


1837년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한 뒤 3년간 교편 생활을 하다가 가업家業인 연필 제조업에 뛰어들어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는 부富와 성공엔 그리 관심이 없어 오직 사랑했던 자연을 탐구하는 일에 몰두했고 이를 글로 남겼다. 바로 그 유명한 <월든>이다. 


그는 애향심이 남달라 고향 마을을 벗어나 방황하는 일도 거의 없었다. 심지어 해외여행도 그를 유혹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해외로 떠난다면 그만큼 고향 마을을 즐길 환희를 잃게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한다.      


"기껏해야 파리는 사는 법을 배우는 학교, 고향으로 가는 디딤돌일 뿐이다." (8쪽) 


한편, 이 책의 무대는 '케이프 코드'라는 해변이다. 숲 속 생활 다음의 사색지로 이곳을 선택했는데, 소로에게 케이프 코드는 단순한 여행지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시간과 문명, 그리고 자연을 만나는 곳이었다. 그렇다고 거창하게 아름답지는 않다. 차가운 바람, 모래, 그리고 끊임없이 토해내는 바다의 소리 등이 펼쳐졌으니 말이다. 


케이프 코드는 '케이프(프랑스어 카프cao, 곶)'과 '코드(대구codfish의 cod)'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지명이란다. 영국(잉글랜드) 청교도들이 메이플라워호 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북아메리카 대륙에 첫 발을 내딛은 곳이기도 하다. 지도상엔 팔을 살짝 구부린 듯 대서양을 향해 뻗어나간 반도 모양이다.(사진 참조)    




1849년 10월 어느 날, 소로는 아직껏 제대로 본 적 없는 대양大洋을 더 잘 보고 싶어서 케이프 코드로 향했다. 대양은 지구의 3분의 2 이상을 덮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이를 마치 미지의 세계로 취급하지만 소로는 달랐다. 그의 지적 호기심이 발동한 것이다.

"속보! 코하셋에서 145명이 목숨을 잃다"

콩코드를 떠나 보스턴에 도착하니, 전날 마땅히 들어와야 할 프로빈스타운 행行 증기선이 거센 폭풍 때문에 아직 도착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후, 얼마 안 되어 거리에선 이런 전단지가 뿌려졌다. 그래서 코하셋을 거쳐 가기로 결정했다. 코하셋에 도착한 승객 대부분은 약 1마일 떨어진 해변으로 향하고 있었다. 불이 나면 불구경, 홍수가 나면 물구경을 하듯, 사람들의 발길이 사고현장을 향하는 건 동서고금 모두에 해당하는 듯하다.   

케이프 코드로 향했던 소로의 발걸음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1849년 10월, 1850년 6월, 그리고 1855년 7월 등 세 차례나 방문했다. 첫 번째와 마지막 방문은 동행이 있었으며, 두 번째 방문은 나홀로 발걸음이었다. 방문할 때마다 총 3주 가량 그곳에서 보냈다고 한다.

사실 소로는 박물학과 자연사自然史에 관해 폭넓은 지식을 소유한 지식인이었다. 알고 싶은 바가 있으면 실제로 몸을 움직여 현장을 방문해서 이를 목격하고 감상하면서 자신의 관찰 내용을 기록으로 꾸준히 남긴 대학자이기도 하다. 이 책 곳곳엔 이같은 해박한 지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들이 나타난다. 등장하는 수많은 동식물의 이름을 학명까지 소개할 정도이다. 

소로(정확하게는 일행)는 코하셋 바위들을 더 보기 위해 화이트헤드라는 곶까지 해안을 따라 계속 내려갔다. 반 마일 이내의 작은 만灣에선 한 노인과 그의 아들이 마차를 끌고 와, 그 치명적인 폭풍이 밀어 올린 해초를 모으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세상에 난파선 따위는 한 번도 없었던 것처럼 평온하게 일하고 있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파도에 휩쓸려 온 해초, 즉 암초 해초, 켈프, 그리고 바닷말이었다. 이를 마차에 실어 헛간 마당으로 날랐다. 

브리지워터에서 일박을 하고 다음날 아침, 샌드위치행 기치에 올랐다. 정오가 되기 전,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곳은 '케이프 코드 철도'의 종착역이다. 비가 세차게 내려서 거의 사라져버린 교통수단인 역마차를 탔다. 이제 본격적으로 케이프에 들어섰다. 케이프는 샌드위치에서 동쪽으로 35마일, 거기서브터 북쪽과 북서쪽으로 30마일 더 뻐ㄸ어 있어서 총 65마일에 달하며, 폭은 약 5마일이다.

주州의 지질학자 히키콕에 따르면, 이곳은 거의 모래로 이루어져 있으며 어떤 곳은 그 깊이가 300피트에 달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케이프의 전반부엔 역저기 모래와 섞인 커다란 돌덩이들이 발견되지만, 마지막 30마일 동안은 둥근 돌이나 자갈조차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大洋이 보스턴 항구와 본토 다른 灣들을 침식했고, 그 미세한 파편들이 해류에 의해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퇴적되어 모래톱을 형성했다고 추측한다. 

우리의 경로는 灣을 따라 반스터블, 야머스, 데니스, 부르스터를 거쳐 올리언스로 가는 길이었고, 오른쪽엔 케이프를 따라 뻗어 있는 낮은 언덕들이 있었다. 빗속에서 간신히 보이는 땅과 물의 모습을 최대한 감상했다. 시골은 대부분 황량하건나, 언덕 위에서 약간의 관목 숲만 남아 있었다. 길가의 모래는 이끼같은 식물, 히드소니아 토멘토사 다발로 부분적으로 덮여 있었는데, 역마차 안의 한 여인은 그것이 "가난뱅이 풀"이라고 불린다고 했다.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곳에서 자리기 때문이란 설명이었다.


(사진, 노셋 평원)

다음날 아침, 10월 11일 목요일, 비는 여전히 세차게 내라고 있었다. 그럼에도 소로와 동행인은 걷기로 마음을 굳혔다. 여관 주인장에게 대서양 쪽 해안을 따라 프로빈스타운까지 걸어갈 수 있을지, 도중에 개울이나 습지 같은 장애물이 있는지 등등. 장애물도 없도 오히려 길을 따라가는 것보다 더 가깝다고 답변했다. 

이렇게 책은 노셋평원, 해변, 웰플리트의 굴 장수, 다시 해변으로, 케이프를 가로질러, 하이랜드 등의 이야기로 계속 이어진다. 짧은 서평 속에 모두 담을 수 없어서 소개 내용을 건너 뛰려고 한다. 바다와 사막 편 이후부터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등대의 불빛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지만, 이제는 부드럽고 은빛의 광채를 띠고 있었다. 대양 위로 떠오르는 해를 보기 위해 기상했을 때, 해는 동쪽 하늘에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살제로는 바다 너머의 마른 땅에서 떠올랐음이 분명하다.

불안한 바다는 언제든지 당신의 발치로 고래나 난파선을 밀어 올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세상의 어떤 기자나 속기사도 그 바다가 전하는 소식을 제때 기록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212쪽) 

주위엔 생명으로 가득 차 있었고, 그 어떤 존재도 천천히 움직일 수 없었다. 난파선 인양꾼들은 오가고 있었으며, 배들, 모래밭새들, 머리 위에서 비명을 지르는 갈매기들 모두가 쉼 없이 움직인다. 오직 해안선만이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문득 한 시인의 말을 떠올렸다.



(사진, 시 귀절) 


해변은 일종의 중립 지대이자, 이 세상을 관조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그러나 동시에 어딘가 하찮고 원초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영원히 육지로 밀려드는 파도는 너무나 멀리서 왔고, 길들여지지 않아서 결코 친숙해ㅐ질 수 없다. 끝없는 해변을 따라 선스콜과 거품 속을 걸을 때면, 인간 또한 바다의 점액질로 빚어진 존재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프로빈스타운의 이야기를 이어가 본다. 아침 일찍 호텔 근처 생선 창고로 걸어 들어갔다. 그곳엔 서너 명의 남자들이 소금에 절인 생선을 손수레에 싣고 나와 말리기 위해 펴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들은 소로에게 최근에 뱅크스에서 4만 4천 마리의 대구를 싣고 온 배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프로빈스타운은 소위 번성하는 마을인 듯했다. 일부 주민들은 소로에게 잘 사는 것처럼 보이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집과 상점의 외관은 종종 그 내부의 안락함과 심지어 풍요로움이 반증하는 가난을 암시했다. 주민들의 내면에 관해서는 여전히 어둠 속에 있다.  

모래는 이곳의 큰 적이다. 일부 언덕 꼭대기는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었고, 모든 사람이 그 울타리 안으로의 입장을 금지하는 팻말도 세워져 있었다. 그들의 발이 모래를 흐트러뜨려, 날리거나 미끄러지게 할까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이프 주민들은 일반적으로 자신들의 “토양”에 대해 불평하지 않고, 자신들의 생선을 말리기에는 충분히 좋다고 당신에게 말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운 날씨에 해변을 방문한다. 하지만 소로는 가을이 가장 좋은 계절이라고 생각한다. 그때는 대기가 더 투명하고, 바다를 내다보는 것이 더 큰 즐거움이기 때문이라고 이를 권한다. 이 해안이 정말로 바닷가를 방문하고 싶어 하는 뉴일글랜드인들을 위한 휴양지가 될 때가 올 것이란 예찬으로 에세이를 마친다. 

해변은 외부 세계로 열린 공간이다 

소로의 <월든>이 숲속에서의 고독을 실험했던 자아 성찰이었다면 이 첵 <인간이라는 해변>은 열린 공간에서 인간이 아닌 자연의 일부로서 과연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셈이다. 거대한 파도, 사라지는 모래, 부서진 배, 파도에 밀려온 고래의 뼈 등을 통해 생명의 순환과 문명의 덧없음을 느낀 그는 위대한 사색가임에 틀림없다. 참고로, 케이프 코드는 이 책이 출간된 시점에 소로가 예측한 것처럼 현재 뉴잉글랜드에서 가장 붐비는 여름 휴가지 중 한 곳이다.

#에세이 #인간이라는해변 #헨리데이비드소로 #케이프코드 #사색 #요즘읽는책 #해밀누리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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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명품 - 사람이 명품이 되어가는 가장 고귀한 길
임하연 지음 / 블레어하우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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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비투스를 가정환경 내에서 부모에게 체득하고 몸에 배는 것으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다르게 말한다. 꼭 혈육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좋은 스승, 우연한 만남, 한 권의 책도 충분히 나를 키울 수 있는 상속이 될 수 있다. 케데헌(K-POP 데몬헌터스)의 초대박 이후, 백화점 앞이 아니라 국립중앙박물관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라. 상속자본에 굶주리고 그 맛을 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모두 귀담아 들을 만하다. 부모복에 유독 얽매여 있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이런 유산을 놓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 - '추천의 말' 중에서



책의 저자 임하연은 유학파 출판 기획자이자 인문학 작가다. 십데 시절부터 동경해온 인물이 재클린 케네디였는데, 왕족의 기품과 서민의 태도가 공존했고 세련된 교양과 품격으로 세계인을 매혹시켰기 때문이다. 스무 살 무렵엔 런던 소더비에서 유일한 한국인으로 아트컬렉터 교육을 받아 문화와 교양에 관심이 많다. 

대화체로 쓰인 이 책은 다섯 개 파트로 구성되어 가장 고귀한 것은 가장 초리한 곳에서 태어난다, 운명은 오래된 설계도를 품고 있다, 시간이 만든 무게와 나만의 서사, 아름다움을 알아보고 창조하는 안목, 세상에 남기는 비밀스러운 파문 등의 이야기를 통해 고유함, 탁월함, 역사와 스토리, 심미안, 영향력 등 다섯 가지 주제에 관해 학생과 상속자를 등장시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간다. 책 속 인상적인 귀절을 소개하려 한다.


고유함(사치스러운 초연함이 담긴 정신)

학생: 맞아요. 좋은 인상은 아니었어요. 확실히 상속은 부의 대물림을 고착화한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다는 비관적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 주죠. 부모로부터 큰 재산을 물려받는 건 극소수만 누릴 수 있는 행운이잖아요.

상속자: 그러나 ‘상속자 정신’은 부모로부터만 오는 상속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부모를 뛰어넘어 사회로부터 받는 더 넓고 큰 상속을 뜻하죠. 상대적 박탈감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봤죠? 답은 상속자 정신입니다. 상속자 정신은 무언가를 빼앗긴 기분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로 우리를 인도하거든요.

탁월함(선을 긋는 마음은 품격을 잃는다)

학생: 하지만 아름답게 포장하는 기술이 뛰어나다고 해서 현실이 달라지지는 않잖아요. 본인에게 불리하거나 나쁜 상황을 왜곡한다면 자기 위로밖에 안 되는걸요. 현실을 직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요.

상속자: 이것은 미학적인 문제라기보다 생존의 문제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고통을 견뎌내는 탁월한 재능을 갖고 태어나죠. 낙관적인 감성을 길러 나가는 것도, 상상력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포함돼요. 우리는 낭만적인 해석을 통해 영웅이 되기도, 비관적인 해석을 통해 삶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역사와 스토리(운명을 다시 쓰는 손끝) 

학생: 선생님은 처음부터 상속자 정신을 운운하면서 앎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지만, 요즘 사람들은 너무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에 박탈감에 시달리는 거라고요. 알아 버리고 나니 수저계급론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되었죠.

상속자: 그렇지 않아요. 타고난 운명의 열쇠를 누가 쥐고 있느냐 생각해 보면 달라지겠죠. 수저계급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인간관계를 권력관계로 볼 수밖에 없어요. 나보다 재산을 더 물려받은 사람, 덜 물려받은 사람 오로지 두 가지로 나뉘죠. 하지만 인간은 사랑 할 때만큼은 동등해요. 인간관계를 내가 먼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세상이 달라지죠. 그녀와 나 사이에는 분명 격차가 있었지만, 서로 사랑했기 때문에 영혼만큼은 동등했어요. ‘그녀도 나와 같은 영혼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면 타고난 운명의 열쇠를 내가 쥐게 되죠.

학생: 정말 그런 거예요?

심미안(아름다움의 계보를 잇는 이야기)

재클린은 결혼하자마자 집 근처 조지타운 대학에서 미국사 수업을 들었다. 원래부터 미국의 역사에 관심이 없었지만 남편 케네디가 어엿한 상원의원이 되었으니 대학원에서 정치학과 미국사를 배웠다. 이때 다독가였던 케네디는 속독학원을 다녔다. 하지만 조지타운 외교학부 남학생들은 상원의원 부인이 같은 수업을 듣는 것에 반발했다. 이런 반응 때문에 재클린은 눈에 띄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케네디 부부는 주말마다 재클린이 배운 걸 직접 구경하려고 역사의 현장을 답사했다. 

학생: 두 사람 사이에 대화가 끊이지 않았을 것 같아요! 

상속자: 끝없는 대화는 사랑을 몰랐던 케네디가 사랑을 알게 된 순간이었어요. 같이 읽고, 그림을 그리고, 산책하고 재클린에게는 대화의 소재가 풍부했죠. 두 사람은 완벽한 타인이지만 책과 역사에서 발견한 자신을 구원한 영웅을 공유했고, 세상을 증오하기보다 사랑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학생: 서로를 구원한 아름다운 쌍방 구원 서사군요....

영향력(타인을 일으켜 세우는 상속의 본질)

학생: 상상의 친족도 괜찮다고요? 소설 속 등장인물을 가족으로 여겨도 되나요? 

상속자: 상상력은 현실의 제약을 뛰어넘습니다. 가상의 친족이 실제 혈육보다 위로를 주기도 해요. 그것이 문학과 예술의 역할이기도 하죠. 가상의 친족이 남긴 유산은 무한대로 펼쳐집니다. 물려받을 수 있는 인원이 셀 수 없이 많아지죠. 

인간명품이란 

책은 비록 명품이라 불리는 물건을 걸치지 않아도 나 자체가 명품이 되는 길을 보여준다. 아직도 수저 타령이나 하면서 미래의 불안함을 오직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사회와 가난한 부모 탓으로 돌리려는 젊은 청춘들에게 외적 조건 대신 스스로 빛을 발하는 존재가 되라는 깨달음을 선물하는 철학서와 같다. 명품으로 태어나지 않은 모든 이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인문 #인문교양 #인간명품 #임하연 #블레어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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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힐 2025-11-15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자체가 명품이 되는 길을 보여준다’는 문장에서 오래 머물렀어요.
결국 명품이라는 건 외부의 가치 라벨이 아니라, 스스로를 가치 있게 만드는 내면의 힘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스스로를 정련해 바라보는 태도, 그걸 가능하게 하는 사유와 감각이 이 책에 담겨 있는 것 같네요.
리뷰 덕분에 책의 방향이 더 선명해진 것 같습니다.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2026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정희선 지음 / 원앤원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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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이 사라지고 있다" 이 목소리가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2026> 집필의 출발점이 되었다.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인 이번 권의 핵심 키워드는 '소멸'이다. (중략) 처음에는 중산층의 소멸에 주목했지만, 이 외에도 일본에는 사라져가는 것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난 10년간 일본 기업들의 고민 또한 '소멸과 감소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지은이 정희선은 트렌드 분석가이자 애널리스트로 소비 및 산업 트렌드를 분석하고 전달하는 일을 한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사 I.E.K. 컨설팅의 도쿄 지사에서 근무했던 경영 컨설턴트로서 다양한 기업을 대상으로 경영 자문을 했고, 일본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 및 해외 기업의 일본 시장 진출을 도왔다. 


총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은 양극화:중간이 사라지다(1장), 탈세대脫世代:세그먼트 대신 취향(2장), 지방 소멸:관계 인구를 늘려라(3장), 1인 가구:혼자이기를 선택하다(4장), 인구 감소:새로운 수요를 만들다(5장) 등 다섯 가지 주제어를 중심으로 분석적인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양극화


양극화 현상은 유통업뿐만 아니라 제조업에서도 발견된다. 바로 중저가 제품 판매의 부진이다. 소비자들은 중저가 제품에 더 이상 '설레지 않는다'는 특징을 보인다. 반면 저가 브랜드는 압도적인 가성비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고가 브랜드는 감정적인 만족감을 전해준다. 이 두 가지 요소 중 어느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브랜드는 자연스럽게 외면받기 마련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소비자가 반드시 한쪽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같은 소비자임에도 특별한 날에는 고급 메뉴로 ‘작은 사치’를 즐기고, 일상에서는 부담 없는 저가 메뉴를 선택하는 등 상황과 기분에 따라 다양한 소비 패턴을 보인다. 


즉, 소비자의 선택이 양극화로 이분화되었다고 이해하기보다는 소비자의 선택이 상황에 따라 신축적이며 유연해지고 있다고 이해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에 외식업계는 복합적인 소비 성향을 모두 만족시키지 위해 세분화되고 다각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러한 신축적인 소비 행태는 불경기에 특히 더 강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자신의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할애할 것인가를 꼼꼼히 따지기 때문이다.

탈세대脫世代


‘두 아이를 둔 엄마’라든가 ‘혼자 사는 20대 남성’이라는 단순한 인구통계학적 특성으로 더 이상 소비자들이 규정되지 않는다. 이는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 제시한 '옴니보어' 개념과 결을 같이 한다. 참고로 '옴니보어'란 잡식성 동물을 의미하지만 다양한 소비를 자유롭게 즐기는 소비자를 지칭한다. 즉 취향, 성향, 삶의 방식에 따라 브랜드와 제품을 선택한다. 


이는 곧 기업이 시장을 바라보는 기준 역시 달라져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업들은 이제 새로운 기준으로 시장을 분류하고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해야 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지금, 이런 변화는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인구 피라미드의 가로축인 ‘연령’을 기준으로 시장을 구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라이프스타일, 가치관, 취향이라는 새로운 기준으로 시장을 바라본다면, 인구 감소 시대에 오히려 더 큰 시장을 발견할 수 있다.(아래 사진 참조)



일반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면 소비 시장도 작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치관이 수렴되면서 세대를 초월한 접근이 가능해지면, 오히려 메가 히트 상품이 탄생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세그먼트를 점점 더 잘게 나누는 대신, 연령을 뛰어넘어 공감할 수 있는 ‘공통의 감정’과 ‘공감대’를 중심으로 한 마케팅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지방 소멸


2023년 기준 일본에는 총 1,799개의 지방자치단체(시·구·정·촌)가 존재한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2040년까지 이 중 약 절반에 달하는 896개가 소멸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 원인은 저출산과 고령화에 있다. 2024년 읿본의 연간 출생아 수는 70만 명 아래로 떨어졌으며, 합계 출산율은 1.15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한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약 30%를 차지하며 고령화는 한층 가속화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수도권 인구 집중, 그리고 지방 소멸. 이 문제는 일본만의 과제가 아니다. 한국 역시 일본보다 낮은 출산율과 더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로 인해, 지방 소멸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아래 사진 참조) 



일본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관계 인구関係人口’ 개념에 주목하고 있다. 2017년 총무성 간담회에서 제시된 관계 인구란, 해당 지역에 완전히 이주한 ‘정주 인구’도, 단순 관광객인 ‘교류 인구’도 아닌, 특정 지역과 지속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관계를 맺는 사람들을 뜻한다. 즉, 지역에 거주하지는 않지만 반복적으로 방문하거나 활동에 참여하는 등 긴밀한 연결을 유지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많은 일본 지자체가 관계 인구의 창출과 확대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내각관방 조사에 따르면, 관계 인구 관련 행정 서비스를 시행한 지자체는 2023년 기준 78.7%였으며, 2024년에는 80.4%로 증가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오카야마현의 니시아와쿠라촌은 인구 약 1,300명의 작은 마을이지만, 관계 인구로 등록된 사람은 2,100명에 달한다. 장기적으로 '단계적 지역 관계 모델'이 하나의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1인 가구


'1인 가구'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그림이 그려지는가? 혼자서 고독하게 지내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일본 사회에는 '나홀로족'이라 불리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증가하고 있다. '혼자 지내는 것'을 즐기는 것이 개인의 성향을 넘어 사회 전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연령, 성별,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혼자’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어났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사람들과 너무 가까워지지도 너무 멀어지지도 않는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며,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지금은 혼자가 좋아” 혹은 “지금은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어”라고 스스로 조절해가며 살아가는 모습이다. 이제 ‘혼자’라는 상태는 미혼이나 독거처럼 고정된 속성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모드’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사진, 드라마 '솔로 활동 여자의 추천)


인구 감소


"은행 점포 1년 새 50곳 넘게 문 닫았다"


2025년 1월 10일자  <한경비즈니스>기사의 제목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말 한국 내 은행 점포 수가 1년 전보다 53곳 줄었다. 은행 점포 수는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세인데, 이는 인터넷 뱅킹의 확산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일본에서는 인구 감소로 인해 시장이 줄어들고 축소되는 산업이 많지만, 이런 접근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기업들이 존재한다. 2024년에 기출간한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2025>에서 소개한 '미고객', 즉 제품을 사지 않는 사람들을 공략해 성공한 사례를 담고 있다.




소위 '사양 산업'이라고 불리는 은행업과 서점업은 일본에서 상품 판매를 넘어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은행은 금융업의 운영 노하우를, 서점은 공간 설계와 서점 운영 노하우를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고 있다. 즉, 물건이 아닌 공간을 팔며, 나아가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판매하는 전략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은 사라지지 않는다 


책은 양극화, 탈세대, 지방 소멸, 1인 가구, 인구 감소 등 다섯 가지 키워드로 빠르게 변해가는 트렌드를 소개하고 있다. 우리들이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런 트렌드 변화에 따른 기존 시장의 소멸이란 부정적인 관점보다는 오히려 다음 시장(새로운 시장)이 시작되는 긍정적인 관점을 갖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경제경영 분야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경제경영 #트렌드분석 #도쿄트렌드인사이트2026 #정희선 #원앤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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