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 내 마음의 심리법칙 - 우리는 왜 가끔 미친 짓을 하는 걸까
야오야오 지음, 김진아 옮김 / 미디어숲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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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는 원래 질병의 이름이다. 그리스어의 ‘검다’는 뜻의 멜랑melan과 ‘담즙’을 뜻하는 ‘콜레’의 합성어로 체액 중에서 흑담즙이 과해지는 상태를 말한다. 그리스어로는 ‘멜랑콜리아’라고 불렀다. - ‘프롤로그’ 중에서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행동이 느리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늘 음울한 표정을 지니고 있다. 처음엔 의학용어로 사용되던 ‘멜랑콜리’는 서서히 인간의 감정 중 ‘우울’이나 ‘비애’를 대신하는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니 멜랑콜리는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언어의 칼에 베어 눈물을 흘리고, 타인의 시선이 내리꽂는 창에 찔려 피를 흘려도 우리는 왜 갑자기 내 안의 모든 감정이 스러져 일어나지 못하는지, 어둡고 깊은 우울의 바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지 알지 못한다. 설사 은연중에 발견했다 해도 섣불리 치료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잠재의식의 등장


‘세상에 우연한 일은 없으며, 단지 우연을 가장한 일만 있을 뿐이다.’ 한마디로 모든 일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말이다. 말실수를 하거나 지각을 하거나 물건을 깨뜨리는 등의 작은 실수 역시 각각 그만한 이유가 있는데, 실수를 부르는 결정적 단서와 그 다양성은 모두 ‘잠재의식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인지-행동’ 전술


우울증이라는 요괴를 처단할 강력한 무기는 바로 ‘인지-행동’ 전술이다. 이는 인지주의와 행동주의가 결합한 콜라보인 셈인데, 고장 난 ‘중앙처리장치’를 고치거나 ‘습관성 무력증’을 깨뜨릴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에 매우 강력하다.


‘중앙처리장치’를 고치는 3단계


1단계 ~ 현재 상태를 기록하라

2단계 ~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라

3단계 ~ 중앙처리장치를 수리하라


중앙처리장치를 수리하고 싶다면, 제일 먼저 그곳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부터 인식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무엇에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글로 써보는 것이다. 통상 우울증 치료사는 환자에게 슬프거나 우울할 때 자신의 기분을 꼼꼼하게 기록하라고 지시한다.


평소 일상생활의 감정적인 문제를 해결할 때도 이와 똑같이 하면 효과적이다. 가령 나에게 언짢은 일이 생기면 곧바로 펜을 들어 그것에 관해 써두는 것이다. 그런 다음 그것을 단서로 삼아 마음이 불편했던 원인을 제대로 알아내서 문제를 해결한다.


이제는 행동 전술을 살펴보자. 혹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안 좋은 일들을 많이 경험하고 수차례 거부를 당해서 자신도 어찌할 수 없다는 절망감을 느끼며 기회가 오더라도 노력하지 않는 것이 습관성 무력증이라고 한다면, 이를 완전히 뒤집어서 새로운 가설을 만들 수 있지 않느냐고 말이다. 즉, 끊임없이 긍정적인 경험을 하고 수차례 건설적인 확신을 얻으면, 때때로 좌절이 엄습해도 두려워하지 않고 이후의 삶을 낙관적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설에 동의한 미국의 심리학자 스키너가 제창한 학설이 바로 그 유명한 ‘강화强化 이론’이다. 이 이론의 핵심은 좋든 나쁘든 간에 자신을 여러 차례 강화시키면, 어떤 행동에도 통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잠’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기


불면증 자체는 잠이 부족하다는 의미이지, 잠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게 아니다. 왜냐하면 잠을 전혀 자지 않는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어떤 사람이 40시간 정도를 자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몸은 몇 초 혹은 이보다 좀 더 긴 시간 동안 ‘마이크로 수면’ 상태에 빠진다.


그렇다면 수면의 ‘신호총’은 왜 고장 나는 것일까? 심리적 압박감, 환경, 약물 등의 요인을 제외하고, 일부 불면증 환자들은 체온 조절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증세가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잠이 들면 약간의 한기寒氣를 느끼는데, 알다시피 그것은 잠이 들면서 체온이 내려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몇 사람들은 체온이 도통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아서 한밤중까지 피로를 느낀다. 마치 어두운 밤의 횃불처럼 체온이 ‘수면 신호총’을 불태워 버리는 것이다.


‘상황으로 인한 우울함’과 ‘죽음을 앞둔 우울함’


‘상황으로 인한 우울함’을 겪는 환자는 비교적 강한 소통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들에게는 시간을 가지고 소통하려는 상대방의 열정과 적당한 대화방식을 찾는 일이 필요하다.


그와 달리 ‘죽음을 앞둔 우울함’을 겪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영혼의 교류’다. 그래서 그들은 늘 조용하게 지내며, 말이 아예 필요 없거나 아니면 아주 최소한의 말만 필요하다. 그들에게는 가볍게 손을 잡아주고 머리를 따뜻하게 어루만지거나 가만히 옆에 있어 주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된다. 지나치게 안부를 묻거나 그들을 기분 좋게 띄우려고 이것저것 시도하는 것은 오히려 그들의 생각을 어지럽혀서 원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죽음, 가장 ‘진실한’ 순간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진정으로 소유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다음 1초가 인생의 마지막 1초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진짜로 죽음이 찾아와 그 끔찍한 실체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지 말자.


만약 평생토록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기 싫다면, 또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인생에서 후회스러웠던 일들을 떠올리기 싫다면 무엇을 더 기다리는가? 지금 바로 여기, 이곳, 그리고 당신의 삶을 열심히 살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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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세상을 이기는 수학의 힘 - 수학은 어떻게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가
류쉐펑 지음, 이서연 옮김, 김지혜 감수 / 미디어숲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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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풍부한 연구 경험과 인새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알고리즘과 인생을 함께 연결했다. 이로써 독자들이 생활에서의 지식과 경험을 통해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또 알고리즘을 통해 인생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 ‘추천사’ 중에서




책의 저자 류쉐펑 교수는 수학적 사고를 통해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한다.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과 ‘운명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비교하면서 두 사람의 가치관이 올바르지 않다고 설명한다. 결론적으로 수학적 사고를 통해 확률적 세계관을 가져야 한다는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사고 편)에서는 이성적 사고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설명한다. 확정적 사고나 운명론적 사고를 벗어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노력을 통해 승산을 높이는 세계관을 배운다. 해석보다 예측이 중요한 이유, 복잡한 현상 뒤에 숨겨진 단순한 규칙, 관련되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독립된 원인을 찾아내는 조건부 독립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2부(방법 편)에서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전략과 기교에 대해 설명한다. 기초를 정확하게 찾는 중요성, 본질을 포착해서 제약에서 벗어나는 법, 지켜야 할 때와 도전해야 할 때를 구분하는 기초확률, 최소제곱법이 설명하는 중용의 지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때는 사물의 형태를 변환해서 보는 전환 사고 등의 전략을 배운다.


3부(학습 편)에서는 수학적 사고를 효과적으로 학습하는 법을 다룬다. 기계학습 모델을 통해 교훈을 얻고 행렬의 특이값 분해를 통해 명확하게 표현하는 법을 설명한다. 수학적 사고로 책을 빠르게 읽고 이해하는 방법을 설명한 부분은 독자의 무릎을 치게 만들 것이다.


노력을 통해 결과를 바꾸는 확률적 세계관


확률적 세계관은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지만 성사 여부는 하늘에 달려 있다謀事在人, 成事在天’라는 고사성어와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우리는 확률로 이 고사성어를 더욱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다’라는 것은 ‘노력으로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성사 여부는 하늘에 달려 있다는 것은 ‘열심히 노력해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고 해도 확률상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의미이다.


반면 ‘숙명론’의 세계관에서 바라본다면 모든 것은 이미 정해져 있으므로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인데 이 또한 지나치게 비관적이고 개개인의 자발적 능동성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기에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셈이다.




이처럼 위에서 언급한 ‘노력하면 성공한다’와 ‘숙명론’을 확률적 세계관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두 가지 세계관이 가진 문제점을 더욱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어느 한 쪽에 치우친다면 낭패를 보기 쉽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확률적 세계관의 시사점


첫째, 결과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하나의 확률에 불과하다.

둘째, 비록 단정할 순 없지만 결과가 발생할 확률을 바꿀 수 있다.


단순 모방을 넘어 획기적인 창조


공기 역학에 새로운 방면을 개척한 조지 케일리는 새의 비행 원리를 이해한 뒤 고정 날개 형태로 위로 향하는 양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원리를 제시했다. 그리고 이후 라이트 형제가 해당 원리를 발전시켜 인류는 마침내 하늘을 나는 꿈을 실현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본질을 포착하고 제약을 제거하는 사고이다. 인류가 새의 비행을 모방해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먼저 새의 비행 원리, 즉 공기 역학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공기 역학에 근거해 비행에 필요한 양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공기 역학을 이해하면 날갯짓은 양력을 만들어내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며 새에게는 적합한 방법이지만 사람에게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차 최소화를 위한 중용의 기법


‘일부 방정식에 대한 완벽한 해’와 ‘모든 방정식에 대한 불완전한 해’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사고방식을 대표한다. 우선 첫 번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편협’하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어떤 이치든 자신의 관점과 완벽하게 일치해야만 받아들인다. 이런 사람은 자신이 옳다고 판단한 이치가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신경 쓰지 않는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 받아들이고 이것과 충돌하는 관점은 무엇이든 문제가 있다고 단정을 짓고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완벽주의가 가진 문제점이다. 이것을 방정식으로 표현해 보면 연립 방정식 중 일부 방정식만 다루고 다른 방정식을 무시하거나 아예 삭제한 채 ‘연립 방정식에 유일한 해’가 있다는 신념을 갖는 것이다.


아둔한 구두장이 셋과 제갈량의 대결


중국 옛말에 ‘아둔한 구두장이라도 셋이 모이면 제갈량과 필적할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은다면 <삼국지>에서 유비의 책사로 이름이 드높은 전략가 제갈량과도 겨뤄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다양성의 이점과 관련된다. 컬럼비아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캐서린 필립스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낯선 사람이 속한 팀의 문제해결력이 가장 뛰어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의사들은 난치難治 환자를 만나면 경험 많은 의사들에게 두루 도움을 요청, 해답에 가까운 결론을 도출한다고 한다.


따라서, ‘아둔한 구두장이라도 셋이 모이면 제갈량과 필적할 수 있다’라는 말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아둔한 구두장이 세 명이 모여서 제갈량과 필적하려 한다면 그들이 가진 능력과 문제를 바라보는 각도가 서로 달라야 한다. 만일 구두장이 세 명이 문제를 바라보는 각도가 비슷하다면 아무리 기를 쓰고 노력한들 제갈량 한 사람을 이길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이를 수학적으로는 불량 조건 연립 방정식에 의한 다양성의 중요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즉 연립 방정식의 개별 방정식은 특정한 각도로 사물의 본질을 표현한다. 그런데, 직선의 기울기가 매우 비슷하다면 그 해답이 정확하지 않게 된다. 이를 ‘불량 조건 연립 방정식’이라고 한다.




수학과 삶은 다르지 않다


수학 개념은 수학자들에게나 중요하고 우리들과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는 것이다. 즉, 수학 개념 속에는 반짝이는 지혜의 빛이 숨겨져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런 지혜는 우리들이 복잡한 사회를 더욱 현명하게 볼 수 있도록 돕고, 나아가 더 좋은 결정과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돕는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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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미래지도 -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을 이겨내는 전방위 투자 전망
이상우 지음 / 여의도책방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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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증시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 먼저 세 가지 방향에서 고민했다. 첫째는 듬직한 성장을 이룰 미래 산업에 투자하는 방향이며 둘째는 세계 경제에 위협이 되는 위기 속에서 오히려 기회를 맞이한 산업을 보는 것이며 마지막으로는 고환율, 고인플레이션, 고금리 매크로 환경에 제대로 맞설 수 있는 투자 아이디어를 갖춘 산업에 접근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고민과 분석을 22개의 산업 챕터와 3개의 매크로 대응 전략으로 세분화하여 집필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산업들, 기업들은 2023년 증시에서 각자의 독특한 성장 사이클로 시장을 선도할 것이다. - ‘서문’ 중에서




준비된 투자자만이 2023년 예상되는 위기를 기회로 이용할 수 있다. 총 3개 파트에 걸쳐 14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총 14개, 25개 세부 트렌드로 정리했다. 이를 통해 분야별 성장 섹터 선정, 향후 시장 규모, 성장 근거, 비즈니스 구조, 밸류체인, 주요 국내 기업부터 글로벌 기업은 물론 관련 ETF까지 들여다보며 시장을 민첩하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각 장에서는 해당 산업이 주목받는 이유를 설명하고, 개괄적인 이해와 성장의 근거, 글로벌 동향을 살폈다. 그 후 성장 전망의 더 깊고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 산업의 핵심 개념 및 산업 구조를 다양한 도표, 삽화 및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다. 이후 마인드맵으로 구성한 밸류체인을 통해 산업의 큰 그림을 눈에 익히고 각 영역에 속한 국내외 기업 및 ETF를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내외 핵심 기업을 선별해 투자 포인트를 제시했고, 각 분야별 산업에 대한 이해를 더욱 쉽게 할 수 있도록 용어 설명도 꼼꼼히 작성해두었다.




반도체


당분간 한국 경제는 물론이고 세계 경제를 호령할 반도체는 투자 우선순위에서 최선호 섹터라고 생각한다. 2020년 코로나19 이후, 미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이 공격적인 유동성 완화로 경제 침체를 방어했지만 사실 이는 경제에 독毒을 살포한 셈이다. 이에 대한 처절한 복수극이 바로 고高 인플레이션 상황의 초래였다.


이에 미국은 자국의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해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이라는 기준금리 인상을 갑자기 단행함으로써 지구촌 모든 국가에도 연쇄적인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갑작스런 금리 인상에 대해 소비자들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은 돈지갑을 닫는 것 뿐이었다.


이와같은 현상으로 인해 반도체가 주로 사용되는 전방산업의 침체를 불러왔고 D램, 낸드플래시 수요 감소 및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침체된 반도체 경기는 향후 선진국의 인플레이션이 2%~3% 수준으로 안정되고 소비자심리지표가 개선되는 시그널이 보이면, 반도체 구매 기업들의 재고 확충 시도가 이뤄지며 업황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므로 항상 투자 관심분야에 포함해야 한다.


전기차


향후 전기차의 약진은 어쩌면 트렌드를 넘어 숙명이 아닐까 싶다. 지구촌의 급격한 기후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화석연료의 사용이 전면 금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지나친 경계로 빚어진 앞선 생각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화석연료를 활용하는 기존의 차에 비해 향후 전기차가 대세일 거란 예측엔 모두 공감한다.


초창기 전기차 산업은 생태계 조성에 주력했다. 즉 한국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들이 전기차 시장을 속히 조성하기 위해 막대한 지원금 살포를 통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인했다. 이후 점차 관련 소재와 인프라 시스템 등이 구축되면서 전기차 성장세는 가속페달을 밟으려 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전기차 및 배터리 성능 발전, 충전 인프라 확충, 제조 비용 하락 등이 맞물리며 2023년에서 2025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기차 대표 기업인 테슬라가 본업 밖의 다른 일로 인해 주가가 급락사태를 맞기도 했지만 본격적인 이익 창출 구간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 지금의 악재를 상쇄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전기차의 시장 침투율이 미국 8%, 중국과 유럽이 20% 안밖에 머무르고 있기에 전기차 시장 성장은 이제 초입단계라고 봐도 무방하며, 2030년에 경제 핵심 권역별로 전기차 침투율 40%에서 55% 구간에 도달할 때까지 가파른 성장세가 이뤄질 전망이다. 따라서, 기술력과 디자인에서 앞선 전기차 기업들에겐 호기好期인 셈이다.


배터리 리사이클링


앞서 살펴본 방와 같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2018년에서 2020년 사이에 본격적으로 보급된 점을 고려한다면 2025년을 시작으로, 2030년부터 막대한 양의 폐廢배터리가 양산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버려질 밧데리를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미 우리들은 버려진 전자제품 쓰레기 더미 속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주요 부품과 자재들을 발골하는 ‘도시광산’을 경험한 바 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향후 2050년까지 쭈욱 이어진다면 덩달아서 폐배터리 시장 또한 분명 성장할 전망이다. 그런데, 현재의 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은 이제 막 개화 단계라는 점이 매우 매력적인 투자 포인트이다.


인공지능과 로봇


현재 미국이 전개하는 경제활성화 대책을 살펴보면 자국 내의 일자리 확보와 자국 상품의 판매에 촛점이 맞추어진 듯 보인다. 이와같은 인위적인 경제 정책이 향후에 어떤 부메랑을 맞이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즉, 이미 폐기되었던 ‘바이 아메리칸 정책’과 자국 산업 보호만을 목적으로 하는 ‘보호주의’는 분명 미국 경제가 그 대가를 치를 것이다.


소위 ‘리쇼어링’이란 해외로 나간 자국 기업들의 공장을 자국내로 불러들인다는 야심찬 포부의 발로이다. 이는 경제성과 효율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할 포인트이다. 예를 들어, 높아진 노동비용을 낮출 수 있거나, 줄어든 노동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가란 문제에 봉착한다. 편해진 노동자의 삶이 갑자기 나빠진 노동 인프라를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의 본성과도 관련된다.


그래서 선진국들의 리쇼어링은 산업 자동화 수요를 고려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선진국의 노동자 인건비는 해외공장에서 일하는 저렴한 임금에 비하면 훨씬 높으므로 해당 기업의 수익성은 리쇼어링 이전보다 악화될 것이 자명하다. 이에 수익성 확보를 위해 산업 자동화 투자는 필연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장 내 설비와 기계에 첨단 센서를 설치해 실시간 정보 획득 및 효과적인 제어를 해야 하고 수많은 기계장치, 로봇의 활동 빅데이터를 분석해 최적화를 이뤄내야 한다. 단순한 자동화보다 진일보한 자율화 개념이 적용된 제조 현장으로, 이런 스마트 팩토리를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선 인공지능 기술이 반드시 요구된다 하겠다. 산업혁명으로 초래된 노동자의 봉기 현상을 우린 이미 본 적이 있지 않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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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밖에 살 수 없다면 인문고전을 읽어라
김부건 지음 / 밀리언서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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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일사천리一瀉千里로 바뀌어갈수록 우리는 더욱 정신없이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럴수록 근본 뿌리가 튼튼해야 시시때때로 덮치는 어려움에도 변함없이 흔들리지 않고 꿋굿이 살아갈 수 있다. 삶을 통찰하는 지혜, 좋은 인성과 삶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 대인관계의 근본이 되는 사상이 바로 인문고전에 있다. -‘프롤로그’ 중에서




인문고전에 묻고 세상에 답하라


책은 총 4개의 파트에 걸쳐 100가지의 고전 명문장을 소개한다. 즉 선인先人들이 삶의 지침으로 삼은 고전의 정수를 자기계발서로 새롭게 풀어냈다. 흔히 한자漢字로 쓰인 다소 긴 문장으로 구성된 인문고전은 읽기에 어렵다는 선입견을 갖는다. 그렇지만 저자 김부건은 현대인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고전을 해설하고 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라


“태산을 옆구리에 끼고 북해를 건너뛰는 일을 두고 ‘나는 할 수 없다’고 말한다면, 이는 진실로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어른을 위해 가지를 꺾는 일을 두고 ‘나는 할 수 없다’고 말한다면, 이는 하지 않는 것이지 할 수 없는 게 아니다.”


이는 역사드라마 <정도전>에 인용된 글이다. 당시의 왕이 어진 정치를 베풀지 못한다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음에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가능’과 ‘불가능’은 분명한 차이를 지닌 채 나뉜다. 고전 <맹자>의 ‘양혜왕 상上’편엔 이런 글이 나온다.


“불위야 비불능야” 不爲也 非不能也

(나는 하지 않는 것일 뿐,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상 가능함과 불가능함은 개개인의 능력 차로 인해 확연하게 니뉜다. 하지만 둘로 나뉜 영역은 자신의 도전 정신에 따라 그 결과가 바뀔 수가 있는 것이다. 예전에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감옥에 갇힌 죄수가 임종을 앞 둔 모친을 만나기 위해 탈옥을 시도하던 중, 추격하던 간수들에게 체포당할 절체절명의 순간에 앞길을 막아선 높은 담벼락을 단숨에 뛰어넘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렇다. 뛰어난 인물들은 이런 차이를 이미 깨닫고 있었다. 성공의 여부는 지금 바로 시작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을.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회장의 신화도 그래서 탄생했다. 특히, 바닷물을 막는 간척사업의 난공사 구간을 폐 선박을 이용해 세계 최초의 '물막이 공법'을 선보일 수 있었다. 당시 불가능하다고 막아선 회사의 핵심 간부들에게 “해보긴 해봤어!”라고 꾸짖은 일화는 유명하다.


통상 연초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전정신을 일깨운다. 직장인이라면 가장 많이 세우는 계획이 금연, 금주, 영어회화 등이다. 목표를 수립할 당시엔 의욕이 넘쳐 불까지 날 정도가 된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 의욕과 의지는 수그러든다. 온갖 핑계가 등장한다. 꼭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며 마침내 내년도 목표가 되어 버린다. 성공이라는 자기계발은 실천하는 사람들의 몫인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조급하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


“심불망 물조장야” 心勿忘 勿助長也

(결코 마음으로 잊지 말고 억지로 자라길 도와주지도 말라.)


이는 고전 <맹자>의 ‘공손추 상上‘ 편에 나오는 글귀이다. 농경사회인 옛날에 한 어리석은 사람이 살았다. 자기 논에 심은 벼 싹이 남의 것보다 한참 더디게 자라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농부는 싹을 잡아당겨서 키를 늘렸다. 어찌되었을까? 오히려 싹은 모두 시들고 말았다. 차라리 싹이 잘 자랄 수 있도록 김매는 일에 전력을 다해야 했었던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도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는 명문장이 나온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알을 깨는 주체가 누구인가라는 점이다. 자연의 섭리에 따르면 알 속의 새는 점점 성장해서 알에서 나올 수 있을 즈음이면 자신의 부리로 알을 스스로 깬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잘못 헤아려 새가 빨리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돕는다며 누군가 알을 깨뜨리면 어떤 결과가 될까? 새가 밖으로 나오기는커녕 깨진 상태로 영원히 부화의 희망은 사라지고 만다. 어미새는 이를 잘 안다. 때가 이르지 않았으면 결코 자신의 부리로 알을 깨뜨리지 않는다. 소설의 이 대목은 위에 인용된 맹자의 가르침과 일맥상통한것이다.


여기서 좀 더 비약해보자. 자식을 양육하는 부모들의 교육 방식에 대한 것이다.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는 아기가 뭔가에 걸려 넘어질 수 있다. 넘어진 아기가 스스로 일어나도록 할 것인지, 아니면 부모가 빨리 일으켜 세울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현명한 부모들은 빨리 가자고 자식의 손을 잡아 댕기는 게 아니라 먼 발치에서 자식이 스스로 걷도록 지켜보는 입장을 취한다.


‘일시불포’一匙不飽라는 말은 ‘첫 술에 배 부르랴’는 뜻이다. 이제 막 한술 뜨려는데 그만 먹으라고 한다면 과연 배가 부를까? 또 ‘대기만성’大器晩成이란 말처럼, 큰 인물로 성장하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더 많이 든다. 이럴진대 갓 심은 벼가 금방 풍성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것은 어리석음 그 자체인 것이다.




빈 깡통이 소리를 더 낸다


“단지 한 사람의 손으로는 천하의 모든 사람의 눈을 가릴 수 없다. 한번 세상에 드러난 나쁜 일은 아무리 감추려고 애써도 감춰지지 않는다. 즉, 한두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온 세상 사람들을 속일 수는 없다.”


난장일인수 엄득천하목 難將一人手 掩得天下目

(한 사람의 손으로는 천하의 눈을 기릴 수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고전과 경전에선 겸손과 정직을 가르치고 있다. 자신이 저지른 악행을 감춘다고 있던 일이 없는 게 되는 것이 아니다. 남 탓으로 돌리며 한두 명을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모든 사람들을 속일 수 있다고 잔꾀를 꾸미는 사람은 결국 패망의 길을 걷게 될 뿐이다. 이 대목에서 한 야당 대표의 얼굴이 겹쳐 보인다.


말과 행동이 다른 걸 ‘모순矛盾’이라고 한다. 이 말은 중국의 전국시대 초나라에서 창과 방패를 파는 상인에게서 유래했다. “이 창는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답니다. 그리고 이 방패는 어떤 창도 막을 수 있어요.”라고 상인이 떠들며 호객 행위를 하자, 한 구경꾼이 “그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나요?”라고 물었다는 일화이다. 결코 진정성이 없는 화려한 말장난은 속임수일 뿐이다.


한결같은 마음


“난호유항의”難乎有恒矣

(변하지 않는 마음을 지닌다는 것은 어렵다.)


이 글은 영원한 고전 <논어> ‘술이’ 편에 나온다. 공자는 군자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 했다. 그래서 착한 사람을 만날 수 없을테니 항심恒心을 지닌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아가 공자는 어리석은 세 가지를 ‘삼치三痴’라 했다.


첫째, ‘없어도 있는 체’(망이위유亡而爲有)

둘째, ‘비었어도 가득한 체’(허이위영虛而爲盈)

셋째, ‘적으면서도 많은 체’(약이위태約而爲泰)


어찌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겠는가.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는 말이 오로지 진리이다. 그러니 한결같은 마음恒心을 갖고서 살아가기도 당연히 어렵다. 이는 ‘말 바꾸기의 달인’들이 우글대는 여의도 정가를 보면 쉽게 이해된다. 따라서 공자의 가르침에 따르자면 ‘삼치’가 되지 말고 나날이 새롭게 변화 발전해 나가야 한다.


성공의 기운은 집 안에서 시작된다


“부자독,형제목,부부화,가지비야”父子篤,兄弟睦,夫婦和,家之肥也


이는 <예기禮記> ‘예운禮運’ 편에 나오는 글이다. 부자간에 애정이 두텁고, 형제간에 화목하며, 부부간에 화합이 잘 된다면 이 집안은 살찌고 윤택해진다는 뜻이다. 흔히 말하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과 맥을 같이 한다.


<명심보감> ‘치가治家’ 편에서도 “자식이 효도하면 양친이 즐거워하고, 가정이 화목하면 만사가 이루어진다.”는 뜻의 ‘자효쌍친락 가화만사성’子孝雙親樂 家和萬事成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렇다. 가정은 인생에서 온실과도 같다. 온실 속의 화초가 바로 개개 가족 구성원인 셈이다. 화초를 잘 키우려면 관심과 사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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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 동물들의 10가지 의례로 배우는 관계와 공존
케이틀린 오코넬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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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람이 생활하면서 행하는 의례가 얼마나 중요한지, 왜 필요한지 보여주고 싶은 간절함 바람 끝에 탄생했다. 이를 위해 코끼리를 비롯해 곤충까지 갖가지 동물의 사례를 제시한다. 사회적 동물이 치르는 의례는 다양하지만, 이 책은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 꼭 필요한 인사 의례, 집단 의례, 구애 의례, 선물 의례, 소리 의례, 무언 의례, 놀이 의례, 애도 의례, 회복 의례, 여행 의례에 초점을 맞춘다. - ‘들어가는 글’ 중에서




“살이 있는 생명체 모두를 사랑하는 것은 인간의 가장 고귀한 재능이다.” - 찰스 다윈


세계적인 행동생태학자이자 코끼리 전문가인 저자 케이틀린 오코넬은 지난 30여 년 동안 코끼리, 원숭이, 얼룩말 등 수많은 동물을 관찰하고 연구했다. 나아가 오코넬은 인간의 기원과 본성을 야생동물에게서 찾아내고 사람들의 기본적인 본능과 욕구를 탐색한다.


“코끼리들이 예의를 갖춰 인사하거나 새끼를 구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동물 사회가 인간 사회와 얼마나 비슷한지 새삼 다시 생각한다. 이가 모두 빠진 늙은 코끼리를 위해 젊은 코끼리가 음식을 대신 씹어서 먹여주는 다정함에 감동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인간이 노인을 돌보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23 쪽)


즉, 본능이란 바로 ‘관계 맺기’다. 인사, 집단, 구애, 선물, 소리, 무언, 놀이, 애도, 회복, 여행 등 야생동물의 10가지 의례 행동을 살펴보면서, 인간과 자연의 연결성이 어떠한지 그리고 사랑이 넘치는 공동체를 이루어가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를 통찰한다. 이처럼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메세지는 ‘의례’이다.


“의례를 종교적인 의식으로만 여길 때가 많다. 하지만 의례는 넓은 의미로 종교, 숭배, 영적인 관습의 경계를 훌쩍 뛰어넘는다. 정확한 절차에 따라 자주 되풀이하는 구체적인 행동은 모두 의례다. 차례대로 이어지는 행동들도 의례라고 할 수 있다. (중략) 침팬지의 돌 던지기처럼 평범한 행동에 의미가 깃들면 의례가 된다. 각각의 행동이 그 자체로 의미를 갖지는 않지만, 전체가 되면 의미를 얻는다.” (27 쪽)


코끼리를 떠올리면 어떤 모습들이 연상되는가? 큰 덩치의 무리들이 물을 찾아, 풀을 찾아 아프리카 대륙 이리저리 이동하는 모습, 사자 무리의 공격으로부터 새끼들을 보호하려고 우두머리 암컷 코끼리가 큰 소리를 내지르며 긴 코를 휘두르는 다큐멘터리 동영상, 크고 무거운 벌목 덩어리를 코로 이동하는 모습, 상아를 불법 채취하려는 무자비한 밀렵자에 포획당하는 장면, 그리고 서커스단에서 발목에 쇠고랑을 차고 있는 모습이나 동물원 케이지에서 어슬렁거리는 모습 등이 떠오른다.


동물학자들의 의견에 따르면 코끼리는 매우 영험적인 동물이며 집단생활을 하는 대표적인 모계母系 사회라고 평가한다. 책의 제목에 어울리는 내가 아는 지식은 코끼리의 죽음에 관련된 것으로, 죽음을 앞 둔 늙은 코끼리는 먼 길을 걸어 자신의 선조들이 선택했던 ‘죽음의 장소’를 찾아간다고 한다.


인사 의례


사회적 동물들은 인사 의례를 점차 발전시켰다. 가까운 친구들끼리 유대감을 공고하게 하고 새로운 친구를 환영하는 것, 긴장을 풀고 화해하는 것, 대장(우두머리)에게 복종함으로써 평화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 등이 인사의 목적이다.



상호간의 코와 입을 맞대는 코끼리의 인사는 단순한 의사소통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코끼리의 인사는 인간의 악수와 비슷해서 상대를 존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화해의 몸짓일 수도 있다.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 간의 관계에 따라 인사가 표현하는 관심의 정도는 달라진다. 유럽인들이 양 볼에 입맞춤을 하면 그들은 특별한 관계이거나 특별한 일이 생긴 것이다. 이누이트족은 가족과 연인의 뺨이나 이마에 코와 입술을 갖다 대고 그 사람의 냄새를 들이마신다.


그런데, 다른 환경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뉴욕의 거리에서 마주친 누군가가 우리의 코와 이마를 자기 얼굴로 잡아당겨서 깊은 숨을 들이마신다면 어떨까? 당연히 매우 불쾌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그렇다. 우리들은 다른 문화가 공존한다는 사실을 수용해야 한다.


낯선 사람과의 대화는 인류가 탄생한 이후부터 진화한 적응 행동이다. 마음을 여는 것이 생각보다 쉽다.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무리를 벗어나 낯선 곳에서 짝을 찾는 편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알고 보면 생존을 위한 기술이다.


구애 의례


구애求愛는 지구촌의 모든 생물에게 가장 중요한 핵심일지도 모른다. 사랑을 찾지 못하면, 즉 짝짓기를 영원히 못한다면 그 해당 종種은 멸절滅絶하고 말기 때문이다. 이만큼 사랑을 찾는 행위는 죽음이라는 위협도 감수한다.



책은 아름다운 분홍색을 자랑하는 홍학의 색다른 구애 행위를 소개한다. 홍학은 구애를 행할 때 길다란 다리를 뒤로 쭉 뻗고, 날개를 양 옆으로 넓게 펼치거나 휘감으며 몸치장하는 듯한 동작을 연출한다. 이처럼 수많은 새들의 구애 의례는 몸을 쭉 펴거나 둥지는 만드는 행동에서 진화했다.


그런데, 집단생활을 하는 홍학의 구애 행위가 특별함은 방금 만난 미래의 짝쿵에게 자신의 힘이나 건강을 최대한 자랑하려는 의도된 행동이라는 점이다. 마치 인간들의 스윙이나 살사 같은 사교춤을 추는 것과 유사하다. 어쨌던 수컷은 암컷에게 가장 매력적인 면을 어필해야만 짝을 얻어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온전히 전할 수 있으므로. 또한, 암컷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번의 선택이 평생을 결정한다는 말처럼 말이다.


하지만 수컷의 구애 행위는 위험한 대가를 예고할 수도 있다. 밝은 깃털과 화려한 동작은 포식자들의 눈에 쉽게 노출되어 잡아먹힐 수 있기 때문이다. 수컷 공작의 화려한 꼬리를 포식자들이 못볼 수 있겠는가. 이처럼 자연의 섭리는 ‘공짜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진화론 주창자 찰스 다윈도 ‘성선택’ 개념을 생각해냈다. 이처럼 죽음도 불사하는 구애 의례를 목격하고 그는 자신의 자연 선택 이론과 달리 암컷이 특별한 매력을 지닌 수컷을 선택하는 행동이 진화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새의 구애 의례는 시각, 청각, 후각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개체의 건강 정도를 노출한다는 점이다. 때에 따라선 촉각까지 자극한다. 몸 빛깔이 화려하지 않은 수컷들은 노래하거나 춤추거나 깃털을 뽐내며 철두철미하게 어필한다. 호주와 뉴기니에 서식하는 바우어새의 경우 독창성과 예술적 솜씨를 선보이며 짝짓기 시험을 통과한다. 이 새는 바우어bower(오두막)를 지어놓고 암컷을 유인하며 심지어 정원까지 꾸민다. 구애를 받아들인 암컷은 함께 춤추며 짝짓기를 한다. 정사가 끝난 후, 암컷이 사라지면 수컷은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점이 무척 흥미롭다. 종족의 대물림이라는 미션 수행에 온 힘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https://blog.naver.com/5for10/222982911916 (바우어새의 구애)


책의 대표 동물인 코끼리는 어떤 구애 행위를 할까? 이들은 시각적으로 화려하지 않지만 후각과 청각을 자극하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평소와는 다른 울음소리와 냄새로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짝을 서로 찾는다. 특히, 4~6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임컷의 발정기를 수컷은 놓치면 안 된다. 이때 암컷은 저음低音의 울음을 자주 길게 반복한다. 이 소리를 듣고 발정한 수컷은 양 귀를 전후로 흔들며 자신의 냄새를 사방으로 멀리 내보면서 오줌을 질질 흘려 강한 냄새를 퍼뜨린다. 더구나 수컷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다른 수컷들에게 겁까지 준다. 한 번의 정사를 위해 마치 전쟁 준비를 하는 것과 같다.


현재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또는 새로 만난 사람의 관심을 끌기 위해 우리들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앞서 살펴본 바우어새와 홍학은 의례를 시작할 때 잠재적 짝쿵이 지켜보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이들은 뭐든 먼저 행동을 보여 상대의 관심을 끈 후, 상대가 자신에 대한 관심을 계속 유지하도록 노력한다. 따라서, 우리들도 뭐든지 시작해보고 사람들을 자신의 의례에 초대해보자.


애도 의례



얼룩말이 쓰러지자마자 가족 모두 머리를 숙인 채 누워있는 얼룩말을 바라보았다. 이는 잠을 자려는 게 아님을 직감할 수 있었다. 나이 많은 암컷 한 마리가 쓰러진 얼룩말의 가죽에 코를 비벼댄 후 발을 굴렀고, 다른 암컷은 앞발로 땅을 긁었다. 다른 몇몇 얼룩말은 머리를 상하로 흔들었다. 요지부동의 쓰러진 말은 이미 죽은 상태였다. 수의사들에 따르면, 안락사시킨 말에 대해 다른 말들이 애도와 비슷한 행동을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 위의 상황은 애도의 모습이다. 얼룩말 가족은 사랑했던 동료의 사체死體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저자는 이 광경을 지켜보면서 얼룩말들의 고통을 공감할 수 있었다. 소위 ‘죽음학’은 전통적으로 사람에게만 초점을 맞춰왔다. 죽음학은 죽음과 관련된 심리적·사회적 문제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지금 이 학문의 범위는 몇몇 벌레, 새, 특히 원숭이와 유인원 등 사회적인 포유동물을 포함해 점점 넓혀가고 있다. 사회적 동물에 관한 연구들은 가까운 사이였던 동물이 죽었을 때 슬퍼하면서 사체를 옮기고, 옆에서 돌보고, 땅에 묻고, 애도하는 모든 행동의 이유에 초점을 맞춘다.


죽은 가족의 곁을 떠나지 않으려는 코끼리들에 관한 기록은 많다. 어껀 어미 코끼리는 이미 죽어서 뻣뻣해진 새끼를 코로 말아서 한동안 들고 다니다가 결국 자리에 두고 갔다. 이는 본능이며,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어미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코끼리의 몸집은 거대해서 죽은 후 몇 달에서 몇 년까지 그 자리에서 사체가 계속 남아 있다. 저자의 관찰에 따르면, 친척이 죽어서 누워 있는 곳이나 친지가 죽음을 맞이한 장소로 자주 찾아오는 코끼리들이 있었다. 코끼리들이 죽은 코끼리를 찾아가는 의식은 우리 인간들의 장례식과 비슷하다. 또 많은 보고서에서 야생 코끼리는 죽은 코끼리의 몸에 흙을 뿌리거나 나뭇가지를 덮어 매장한다고 설명한다. 물론 매장 행위인지 사체 보호 행위인지 알 순 없다.


인간의 삶도 동물의 그것과 유사하다


인간은 코끼리, 고래, 늑대 등 의식이 있는 모든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 우리에게는 두 가지 다른 힘이 있다. 즉 지구상의 서식지와 모든 생명을 보호할 힘과 파괴할 힘이다. 갈수록 기후 변화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해 미국은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로 200조 원 넘게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인간의 책임감은 더욱 더 중요해졌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10가지 의례를 살펴봄으로써 자신과의 관계, 사람들과의 관계, 세상과의 관계를 더욱 튼튼하게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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