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회에서 대중문화가 여성들의 변화를 어떻게 담아내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은 꼭 필요한 작업이다. 1980년대에 시작되어 90년대를 거쳐 2000년대로 이어지면서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급증함에 따라, 미디어도 이를 담아내는 여성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현모양처, 신데렐라 캐릭터가 이삼십년 전만 해도 인기를 끌었다. 반면 요즈음 드라마 속의 여성들은 완전히 다르다. 자식을 버리고 자신의 야망을 선택한 엄마,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여성 로비스트, 개인적 복수를 통해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여성 등이 바로 그런 모습들이다.


슈룹: ‘우산’을 나타내는 순우리말


지금 소개하려는 드라마도 이같은 범주에 속한다. 독특했던 드라마 제목이 관심을 끌면서 국어사전을 들추어 본 일이 이후 종영때까지 시청하는 일로 이어졌다. 평소 김혜수 배우를 좋아한 것도 시청으로 연결되는 데 한 몫 거들었다.


(사진, 슈룹 포스터)


시대의 배경은 조선시대이지만 실상은 퓨전 사극이다. 역사물이기에 고증 문제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히, 중국풍風은 비난받을만 했다. 아무튼 이 드라마는 가상의 중전 임화령(김혜수)이 겪게되는 궁중 음모와 권력싸움을 다루는 줄거리로 진행된다. 주인공 화령은 다섯 명의 적통대군을 출산했는데, 왕세자인 장남을 제외하곤 모두 자유분망한 문제아들들이다.


시어머니인 대비大妃(김해숙)는 화령을 매우 싫어해서 기회만 되면 중전자리에서 떨어뜨리려 하기에 이를 견제하기에도 벅차다. 그럼에도 그녀는 중전의 소임을 다 하려고 후궁들과 후궁 소생들의 기강 잡기는 물론이고 내명부內名婦 관리까지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그래서 ‘조선에서 가장 걸음이 빠른’ 중전이란 캐릭터로 표현되고 있다.


스토리의 전개는 능력을 인정받던 장남인 왕세자가 갑자기 의문사死를 당하면서 중전의 지위가 흔들맇 수도 있는 상황이 전개된다. 즉 차기 왕세자의 자리를 놓고 경합을 통해 최종 경쟁에서 승리한 왕자(대군)로 결정하려는데,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는 대비 측근으로 분류되는 후궁 황 귀인의 소생이기 때문이다.


이후 극의 전개는 조선시대 왕실의 교육 경쟁과 여러 대군들의 엄마인 후궁들의 치맛바람이 치열한 교육열熱을 주제로 다룬 드라마 ‘스카이 캐슬’의 조선편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그런데, 슈룹은 남성사회였던 조선시대를 여성주의 시각에서 다루었다는 점이 돋보였다. 칠거지악七去之惡, 삼종지도三從之道 같은 굴레를 벗어나려는 시도를 보인 점도 주목할 만했다.


“삼불거三不去라는 게 있지요. 혼인을 한 여인도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법입니다. 시부모를 위해 삼년을 치렀거나 혼인 후에 부귀를 얻었가나 돌아갈 친정이 없는 경우엔 칠거지악에 해당되더라도 함부로 아내를 쫓아낼 수 없습니다. 남편에게 창을 준 대신 아내에겐 방패를 준 격이랄까요?” - ‘화령의 대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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