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패배의 기록 - 전후 일본의 비평, 민주주의, 혁명
김항 지음 / 창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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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중반에 접어들며 일본의 입헌주의와 민주주의 사이 균열은 본격화했다고 한다. 집권 세력이 민주주의으의 이름으로 헌법이라는 근본 규범을 침법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개헌을 포함한 여러 정치 의제가 선거에서의 승리를 근거로, 즉 민의라는 미명 아애 규범과 절차를 무시하며 추진되었다. - '책머리에'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김항은 일본 도쿄대학 대학원 종합문화연구와 표상문화론 과정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일본문화연구, 탈식민지론, 문화정치, 문화이론을 연구하고 가르친다.저서로는 <제국일본의 사상>와 다수를 출간했다.


총 3부에 걸쳐 7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1부(비평)에선 '말기의 눈과 변경의 땅', '현대 일본의 비평과 그 임계점'을, 2부(민주주의)에선 '보편주의와 식민주의', '평화, 천황 그리고 한반도', '핵의 현전과 일본의 전후민주주의'를, 3부(혁명)에선 '혁명을 팔아넘긴 남자', '요도호 납치 사건과 혁명의 황혼녘' 순으로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비평


고바야시 히데오를 근대 일본 문학비평계에서 하나의 전설이라 부르는 데 이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다. 전후 일본의 저명한 비평가 에토 준도 고바야시를 근대 일본 문학비평의 정점으로 평가한다. 무엇이 고바야시를 이토록 전설적인 존재로 만든 걸까?


고바야시를 전설로 만든 시대적 배경은 1930년대다. 당시는 대공황이라는 글로벌한 위기에 과잉규정당한 뒤 만주사변과 중일전쟁으로 국면을 타개하려 했던 일본 정부의 폭주가 가속화한 시기였고, 이에 맞추어 메이지유신 이래의 서구화와 근대화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일본회귀'라는 사상적 전희가 일어나던 시기였다. 고바야시는 서구화와 일본회귀 사이에서 '근대 일본'의 고유성을 붙잡으려 했던 인물인 것이다.


1937년 일본은 중국 대륙의 전선을 전면전으로 확대시킨다. 동북부에 국한되었던 병력 전개를 중국 전체로 확장시킨 것이다. 전투는 이제 중국 동북부의 초원을 벗어나 남쪽으로 번져갔으며 한반도와 대만을 포함하여 제국일본의 판도에 있던 모든 일상세계가 전장戰場이 되었다. 고바야시의 만주 방문은 이런 상황에서 실현되었다.


가라타니 고진에게 마르크스를 읽는다는 것은 , 마르크스의 텍스트를 마르크스의 방식으로 읽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교의를 전제하거나 교의를 증명하거나 새로운 교의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본>을 비롯한 마르크스의 방대한 텍스트를 마르크스가 고전 경제학 텍스트를 읽었던 방법으로 읽는 일이었다. 가라타니의 기획은 다름 아닌 비평이다.


가라타니가 말하는 비평은 문예비평임과 동시에 철학적 비평이기도 하다. 근대 일본 지성사에서 비평과 비판은 문예비평과 철학에서 구분되었지만, 크리틱Kritik은 용어에서뿐만 아니라 내실에서도 구분 불가능한 지적 활동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 지적 활동의 범례를 칸트 비판기획의 여가적 맥락에서 도출한다.


민주주의


안보법제 반대를 외친 시민들에게 아베 정권의 무리수는 헌법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이었음과 동시에 전후 일본이 걸어온 길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었다.전후 일본은 입헌주의와 민주주의를 두 축으로 하여 개인의 자유나 권리의 존중을 반드시 실현해야 할 이념으로 추구해왔다.


'평화에 대한 범죄'라는 법규범은 일본과 독일이 일으킨 전쟁을 국가 간 전쟁이 아니라 범죄행위로 다루었다. 그 범죄가 처벌되는 법규는 특정 국가의 것이 아니라 인류 보편의 것이었다. 이렇듯 인류를 전제로 한 보편주의는 적을 범죄자로 취급하여 비인간으로서 추방하는 근원적인 '섬멸전쟁'으로 성립한다.


혁명


카를 슈미트는 혁명정치의 진수를 마르크스주의의 자연과학성이 아니라 볼셰비키의 정치적 행동으로 이해함으로써, 합리주의와 계몽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18세기 이래의 보편주의에 대항시키려 했던 것이다.


전후 일본의 신좌파 조직 공산주의자동맹 내 적군파는 세계동시혁명론과 국제근거지론을 바탕으로 무장봉기를 준비한다. 이런 전략 아애 북한에 근거지를 마련하여 훈련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혁명을 일으키는 것이 요됴호 납치 사건의 목적이었다.


1951년 10월, 일본공산당은 제5회 전국협의회에서 군사 무장혁명 노선을 결정한다. 농촌에서 전력을 길러 농촌 게릴라로서 봉기하여 도시를 포위한다는 중국공산당 혁명 모델에 따른 것이다.그리하여 산촌 지주의 타도를 목적으로 하는 '산촌공작대山村工作隊, 대중운동을 방어하는 '중핵자위대中核自衛隊', 군사행동에 전념하는 '독립유격대獨立遊擊隊' 등 군사조직이 활동을 개시한다. 하지만 1952년 센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체결로 일본 정부는 확고한 반공 노선을 전면에 내세워 공산당이 주도한 무장투쟁노선을 철저히 탄압했다.


이제 보편주의와 식민주의의 중첩을 문제화하는 정치는 파도의 풍랑을 헤치며 인민의 바다를 항해하는 혁명의 선박으로는 수행 불가능하다. 그 정치는 바다에 빠진 채로, 난파당한 채로, 산산조각 난 선박의 파편을 붙잡고 살아남으려는 발버둥에 가까울 것이다.


포스트 3.11의 사회 풍경


결정적 국면이란 그 이전과 이후의 사회제도 및 관습을 판이하게 변화시킨 역사의 변곡점을 뜻한다. 2011년 3월 11일의 도호쿠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결정적 국면임에 틀림없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현재, 반성을 토애 비롯된 새로운 패러다임의 징후는 좀처럼 감지하기 힘들다. 하지만 인권과 평화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양심적인 일본 시민들이 전후민주주의를 수호하려고 거리로 나선다. 포스트 3.11의 사회 풍경이다.


#일본정치 #김항 #민주주의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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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다양한 우주가 필요하다 - 삶을 아름답고 풍부하게 만드는 7가지 우주에 관하여
앨런 라이트먼 지음, 김성훈 옮김 / 다산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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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분명 우주에 관한 서로 다른 수많은 관점이 존재한다. 이 책은 그중 7가지 관점을 탐험할 것이다. 이 탐험을 통해 우리는 과학과 종교 사이의 대화, 영원을 갈구하는 인간의 욕망과 자연의 덧없는 본질 사이에서 빚어지는 충돌, 인간의 존재가 그저 하나의 우연에 불과할 가능성, 현대 기술이 우리가 세상을 직접 경험하지 못하도록 단절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나아가 거대한 공간 속에 서 있는 작은 존재로서, 우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시작하는 글'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앨런 라이트먼은 물리학자이자 인문학자이며 작가로 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들며 이 책에서 우리 삶을 아름답고 풍부하게 만드는 7가지 우주를 살펴본다. 우주를 설명하는 최신 과학 이론을 통해 어렵다고만 생각했던 우주에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총 7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우연의 우주, 대칭적 우주, 영적 우주, 거대한 우주, 덧없는 우주, 법칙의 우주, 분리된 우주 등 일곱 가지 우주를 순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루리들은 우주는 단 하나의 존재가 아님을 알게 된다.

우주를 의미하는 단어 'universe'는 '하나'를 의미하는 라틴어 'unus'와 '어떤 상태가 되다turn'라는 의미를 지닌 'vertere'의 과거분사 'versus'가 결합해 만들어졌다. 따라서 'universe'의 본래 의미는 '모든 것이 하나가 된 상태'다.

우연의 우주

이제 우주는 추측의 영역으로 향한다

현재 ‘영원한 급팽창이론’과 ‘끈이론’이라는 두 과학 이론에서는 자연법칙들을 이끌어낸 똑같은 기본 원리들이 서로 다른 속성을 지니면서도 자기모순이 없는 수많은 다른 우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마치 신발가게로 들어가서 발 크기를 재보았더니, 240 사이즈 신발도 내 발에 맞고, 260 사이즈도, 300 사이즈도 내 발에 잘 맞는 상황과 같다. 

이런 맥 빠지는 결과는 이론물리학자들을 대단히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 분명 자연의 기본 법칙이 내놓은 정답은 하나가 아닌 듯하다. 즉 우주는 하나뿐인 유일무이한 우주가 아니다. 최근 많은 물리학자들이 생각한 바에 따르면 우리들은 무수히 많은 우주 중 한 우주에 살고 있다는 거다.

대칭적 우주

우리는 왜 대칭에 끌리는가

분명 부분적으로는 심리적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대칭은 질서를 나타내고, 우리는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이상한 우주에서 질서를 갈망하기 때문이다. 대칭을 찾아나서는 것, 그리고 대칭을 찾아냈을 때 찾아오는 정서적 즐거움은 분명 우리가 주변 세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반복되는 계절에 만족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인간의 뇌는 수억 년에 걸쳐 햇빛, 소리, 촉감을 통해 몸 주변의 세상과 연결되어 반응하며 진화해왔다. 그리고 우리 뇌의 구조는 꽃, 해파리, 힉스 입자에서 일어난 것과 똑같은 시행착오, 똑같은 에너지 원리, 똑같은 순수수학을 통해 만들어졌다. 

그렇다. 우리 인간의 미적 특징은 필연적으로 자연의 미적 특징과 동일할 수밖에 없다. 아름다움, 대칭, 최소한의 원리는 우리가 우주에 포함시켜 놓고 그 완벽함에 감탄하는 속성들이 아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일 뿐이다. 우리는 바깥에서 안을 구경하는 외부 관찰자가 아니다. 우리 역시 그 안에 속해 있다.

영적 우주

우리에게는 해답이 없는 질문도 필요하다

과학자들은 항상 명확한 해답이 존재하는 질문을 추구한다. 일찍부터 우리 과학자들은 명확하고 분명한 해답이 존재하지 않는 질문 따위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배운다. 하지만 예술가와 인문학자들은 해답이 무엇인지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흥미롭고 중요한 질문이라고 해서 모두 명확한 해답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소설에 들어 있는 구상이나 교향곡에 담긴 감정은 인간 본성에 내재된 모호함 때문에 복잡하다. 소설 <죄와 벌>에 등장하는 매우 세심한 인물인 라스콜니코프가 늙은 전당포 주인을 잔혹하게 살해한 이유가 무엇인지, 플라톤이 주창한 이상적인 형태의 정부가 과연 인간 사회에서 실현될 수 있을지, 만약 우리가 천 년을 산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지와 같은 질문에 결코 완벽하게 대답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이런 애매모호함 때문이다.

거대한 우주

우주는 여전히 멀게만 느껴진다

가스 일링워스와 그의 동료들은 관측 가능한 우주 가장자리까지 우주를 측정해 지도를 그려냈다. 이들은 물리법칙이 허용하는 관측의 한계점에 거의 도달했다. 바다와 하늘, 행성과 항성, 펄서, 퀘이사, 암흑물질, 머나먼 은하계와 은하단, 항성 형성가스의 거대한 구름 등 파악 가능한 우주의 모든 존재가 인간에 의해 측정되고 관찰된 우주적 의식 안에 모였다.


(사진, 가스 일링워스) 

일링워스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합니다. ‘하느님 맙소사, 우리는 물리적으로 결코 접촉할 수 없을 것들을 연구하고 있잖아.’ 우리는 중간 크기 정도의 은하에 자리 잡은 볼품없는 이 작은 행성 안에 앉아 있는데도 우주 대부분의 특성을 밝혀낼 수 있어요. 이것이 제게는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런 엄청난 상황 자체가 놀랍고, 그런 상황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 또 너무나 놀라워요.”

덧없는 우주

시간의 화살은 미래를 향해 날아갈 뿐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우주는 자신을 마모시키고 허물며 스스로를 최대의 무질서 상태로 몰아간다. 이것은 확률의 문제다. 처음에는 있을 법하지 않은 질서 정연한 상태에서 시작한다. 이를테면 몇 개의 행성이 중앙 항성 주변을 보기 좋은 궤도를 그리며 돌고 있는 태양계처럼 말이다. 

그러다가 다른 항성이 태양계 주위를 무작위로 스쳐 지나가면서 그 중력으로 태양계를 뒤흔들어놓는다. 그러면 태양계의 행성들은 자기 자리에서 떨어져 나와 우주 공간을 정처 없이 방황할 것이다. 질서가 무질서에자리를 내어준 것이다. 결국 우리가 확률을 이길 수는 없다. 한동안은 도박판에서 돈을 딸 수도 있겠지만, 결국 무제한의 시간을 판돈으로 갖고 있는 우주를 이길 도박꾼은 없다.

법칙의 우주

인간은 합리성을 찬양하고 비합리성을 사랑한다

저자는 본인 행동의 예측 불가능성을 원한다. 자유를 원한다. 자신의 뇌 속에 일종의 ‘나’로서 존재하는 상태가 있기를 원한다. 본인이 신경세포와 나트륨 채널, 아세틸콜린 분자를 모아놓은 집합체가 아닌 그 이상의 존재이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결정을 내리는 선장이기를 원한다. 그 결정이 좋은 결정인지 나쁜 결정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겪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체험은 신비다. 신비는 진정한 예술과 과학의 요람에 자리 잡은 근본적 감정이다." - 아인슈타인

저자는 신비의 힘을 믿는다. 저자 본인도 모든 해답을 알지 못하는 세상에 사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믿는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있기에 그것으로부터 영감과 자극을 받는 것이라 믿고 있다. 그리고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에 가장자리가 늘 존재하기를 바란다. 그 가장자리 너머가 바로 기이함, 예측 불가능성, 그리고 생명이 자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분리된 우주

오감 너머의 세계

요즘은 세상과의 접촉이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경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텔레비전, 휴대폰, 아이패드, 채팅방, 향정신성 약물 등 다양한 인공 장치를 통해 중재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중에서 양자 세계의 파동-입자 이중성에 대해 알고 있거나 거기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극소수겠지만 사실 양자역학은 트랜지스터, 컴퓨터 칩, 그리고 이런 장치에 의존하는 현대의 모든 디지털 기술을 뒷받침하는 과학이다. 

그와 유사하게 눈에 보이지 않는 방송 전파, 전화국, 무선통신중계기, 무선 모뎀 등을 통한 정보의 송신과 수신은 모두 맥스웰과 헤르츠가 발견한 보이지 않는 전자기파를 통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런 기술에 동반되는 심리적 변화는 좀 더 미묘하게 나타나며, 어쩌면 이것이 더욱 중요한 부분인지도 모른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우리는 육체와 분리된 기계와 장치를 통해 세상을 경험하는 일에 차츰 익숙해지고 있다.

우주엔 우리만 살고 있을까?

과학은 신의 존재를 입증할 수 있을까? 종교적 경험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을까? 가장 흥미로운 저자의 제안은 '다중多重우주'였다. 불자佛者인 나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우주관을 통해 무량광대無量廣大한 우주를 설득력 있는 설법으로 받아들여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급속한 기술 진보로 인해 지금까지 우리가 몰랐던 세계가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지 않을까. 우주를 좀 더 알고 싶은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과학 #우주 #다양한우주 #우리에게는다양한우주가필요하다 #앨런라이트먼 #다산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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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되는 커뮤니티는 리더십이 다르다 - 성공하는, 오래가는 커뮤니티의 비밀
조창오 지음 / 라온북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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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커뮤니티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의 길을 모색해 나가는 한 청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자신만의 경험과 사례를 바탕으로, 어떻게 효과적인 커뮤니티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용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특히, 리더십의 역할을 강조하며, 성공적인 커뮤니티 리더가 되기 위한 핵심 요소들을 명확하게 정리해 준다. - '추천사'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조창오는 금융회사에서 9년 동안 근무했지만 일 자체에서 큰 보람을 느끼지 못햇다. 6년 동안 운영한 독서 커뮤니티, 고려대 MBA 등 다양한 네트워크 덕분에 현재는 주도적으로 하루를 보내는 사업가로서 만족스런 삶을 살고 있다. 

책은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왜 사람들은 커뮤니티에 열광하는가, 커뮤니티는 우리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가?, 어떻게 커뮤니티를 만들 것인가?, 오래가는 커뮤니티의 비밀, 리더십이 커뮤니티를 완성시킨다, 회사도 결국 커뮤니티다 등의 주제를 차례로 다루고 있다.   

커뮤니티의 매력과 장점

커뮤니티에서는 자신과 동일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유튜브, 사업 등 목표가 뚜렷한 사람들의 열정에 감화되는 순간이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업業으로 삼아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도 더 나은 삶을 고민하며 이를 실천할 용기를 얻었다.

또한, 회사원 시절처럼 사람들 눈치를 보며 경쟁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커뮤니티의 매력이자 장점이었다. 즉 상사의 평가나 승진, KPI(핵심성과지표) 이야기가 아닌 각자의 꿈이 대화의 중심이 된다.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느슨한 연대로 모여 서로를 응원했다. 우리는 모두 경쟁 상대가 아니라 함께 꿈을 꾸는 동료였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커뮤니티, 트레바리

트레바리는 국내 최초로 독서 모임을 사업화하고 커뮤니티로 발전시킨 대표적 플랫폼이다. 소프트벵크벤처스, 패스트인베스트먼트, 알토스벤처스 등 벤처캐피칼로부터 투자액 90억원(누적액)을 유치했다.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라는 모토를 지향한다.

이 플랫폼의 가장 큰 장점은 각 분야에서 뛰어난 커리어를 가진 인물들을 클럽장(모임 리더)으로 초대한다는 점이다. 경영, 경제, 인문, 사회, 과학,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모임을 가짐으로써 지적 니즈를 갈구하는 사람들을 충족시킨다. 4개월 동안 운영되며, 월 1회 만남을 갖는데, 30만 원대(클럽장 유有)~ 20만 원대(클럽장 무無)의 회비로 운영된다.  

좋은 사람과 인연 맺기

변화를 즐기고 좋아하는 직장인에겐 대학원이 유익한 창구이다. 특히, 고려대 MBA는 졸업 후에도 네트워크가 끊기지 않는 큰 강점이 있다. 대학원 한 학년은 약 200명 정도로 구성되기에, 모든 사람과 친해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관계를 맺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지하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사람을 알아도 편하게 연락할 수 없다면, 진정한 인간관계라 보기 어렵다. 내가 좋은 인연을 오래 유지하는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모두와 친해지려 하지 않는 것’이다.

MBA 과정에서는 수많은 명함을 주고받지만, 사람은 한 번에 너무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면 오히려 피로감을 느낀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바로 ‘선택’과 ‘집중’이다. 나와 결이 맞고, 더 알아가고 싶은 사람에게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사람과 친해지려 하면, 오히려 소중한 관계를 놓치게 될 수 있다.

커뮤니티의 치명적 단점

뭐든 항상 좋은 점만 있을 수 없다. 커뮤니티 운영은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요구한다. 카톡방에 올라온 메시지에 반응해야 한다. 또 모임을 준비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장소, 당일 참여자 수, 데티블 배치, 모임 당일의 콘텐츠, 진행, 뒷풀이 장소, 전산에 이르기가지 신경 쓸 일이 많다. 커뮤니티 운영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헌신과 책임을 필요로 한다.

지속가능한 커뮤니티

저자는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의 첫 번째 요소로 ‘목적과 비전’을 제시한다. 목적이 불명확하고 일관성이 없으면, 구성원들은 금방 흥미를 잃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봉사 커뮤니티라면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그런데 첫 달에는 연탄 배달 봉사를 하고, 다음 달에는 클럽을 빌려서 다 같이 파티를 연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모임의 네이밍만 듣고 가입한 사람들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커뮤니티의 비전이 명확해야 참여자들이 기대감을 가질 수 있고, 방향성을 유지할 수 있다.

다음 요소로 '구성원의 성장'을 강조한다. 커뮤니티를 통해 삶이 더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야 참여자들은 계속 모임에 남는다. 이에 주최측은 구성원의 성장과 발전을 돕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참여자 간의 연결'을 제시한다. 참여자들 간의 신뢰와 유대감은 커뮤니티의 생명과도 같다. 주최측은 단순히 만남의 장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구성원들의 유의미한 관계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렇다. 커뮤니티는 서러에게 힘이 되는 공간이어야 한다.

커뮤니티 리더십의 핵심요소

진정성~ 리더에 대한 신뢰가 지속가능성을 좌우
운영 능력과 전략적 사고~ 모임의 효과적 운영
관찰력~ 구성원의 갈등을 미연에 예방할 수 있어야

준오헤어, 커뮤니티의 롤모델

우선 탄탄한 교육 시스템이 눈길을 끈다. 준오헤어에 입사하면 누구나 2년 6개월 동안 준오아카데미에서 교육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모든 테스트를 통과하면 비로소 디자이너로 데뷔할 수 있다. 1년에 두 번 열리는 헤어쇼를 통해 2,000명 넘는 사람들 앞에서 200여 명의 디자이너들이 그들의 데뷔를 알린다.


(사진, 강윤선 대표의 독서 경영)

정식 디자이너가 된 후에도 리더십 교육, 기술 교육, 세일즈 교육 등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이 수시로 진행된다. 또한 월 1회 본사에서 지정한 도서를 함께 읽는 독서 경영을 하기도 한다. 민간 기업이었다면 ‘블라인드 앱(직장인들의 익명 커뮤니티 앱)’에서 난리 날 일이지만, 준오는 독서와 토론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문화가 기본으로 깔려있다.

더 나은 삶을 고민하는 직장인들에게 커뮤니티라는 '해방구'를 소개하는 이 책의 일독을 권하면서 책의 리뷰를 끝내려 한다.
 
#경제경영 #커뮤니티운영 #잘되는커뮤니티는리더십이다르다 #조창오 #라온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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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세계사 미래의 역습 - 세상의 흐름을 결정할 혁신기술의 거대한 충격 17 10년 후 세계사 3
구정은.이지선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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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불확실하지만, 따지고 보면 미래는 언제나 불확실했다. 그것이 ‘미래未來’, 아직 오지 않은 것이 가진 기본적인 속성이다. 어떤 이들은 낙관론을 펼치는 반면에 어떤 이들은 두려움에 떨며 ‘첨단’ 혹은 '인공'이라는 말이 붙은 모든 것에 불안해한다. 하지만 둘 중에서 정답을 골라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가야 할 길은 갈지之 자가 될 수밖에 없고, 혼란 속에서 모색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그래도 좀 덜 불안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에 우리가 던지는 질문들이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 '들어가는 글'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공저자인 구정은 과 이지선은 모두 신문사에서 오래 일했던 경력을 지녔다. 구정은은 현재 독립 저널리스트로 여행과 글쓰기로 세계의 이슈들을 설명하는 일을 하고 있고, 이지선은 독서모임 스타트업 트레바리를 거쳐 현재 스페셜티 커피 회사 커피리브레에서 콘텐츠를 만들어 생산자 이야기와 지속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책은 총3부에 걸쳐 17개 장으로 구성되어 1부에선 로봇과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이 우리 삶에 스며드는 양상과 함께 이를 올바르게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을 담고 있으며, 2부에선 기술이 지정학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추어 미-중 패권 경쟁에 따른 중국 관련 내용들이 소개된다. 3부에선 기후변화라는 글로벌 과제를 중심으로 녹색 기술과 지정학을 연결시켰다.


공저자들은 방대한 양의 자료들을 읽으며 생각이 갈팡질팡하기도 했는데, 이때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준 책이 존 롤스의 <정의론>이었음을 고백한다. 책에서 설명한 '무지의 베일', 즉 한 사회가 뭔가를 결정할 때에 어떤 것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를 일려주는 일종의 지침 말이다. 뭔가를 결정할 때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해가 되지 앟도록 방향을 결정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는 것이다.


휴머노이드 아메카


머리와 신체, 혹은 그 신체에 팔다리와 비슷한 장치가 달려 인간과 비슷한 모습과 행동을 하도록 제작된 로봇을 '휴머노이드'라 부른다. 영국 로봇 제작사 엔지니어드 아츠가 만든 아메카는 눈에 카메라가 달렷고, 귀에는 마이크가 장착됐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대화를 한다. 아메카는 스코틀랜드 전역의 공공행사에 참석하고, 학교를 찾아다니며 로봇과 인간의 공생을 모색하게 된다.


(사진, 아메카 1세대)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연구팀은 로봇이 인간 작업자와 함께 미소 짓도록 가르치는 알고리즘을 선보였다. AI가 인간 상대방의 미세한 얼굴 변화를 분석해 800밀리초(밀리초는 1,000분의 1초) 만에 인간의 미소를 예측한다. 즉 AI로봇은 인간이 언제 웃을지를 예측하고 거의 동시에 함께 미소를 지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로봇의 이름은 이모Emo로 몸통은 없고, 인공지능이 장착된 로봇에 실리콘 피부를 입혀 머리만 만들어놓은 상태다.


인간과 대화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이제 더 이상 신기한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로봇의 말투는 어눌하거나 타이밍이 안 맞을 때가 많다. 언어 알고리즘 인공지능이 이미 많이 나와 잇지만 표정을 비롯한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은 지금까지의 로봇들에겐 대체로 힘든 과제로 보였다.


로봇의 미소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로봇과 사람의 '마음'이 통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로봇의 반응 메카니즘은 인간과는 다르지만, 반응하는 양상은 꽤 비슷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산업 현장에서 일하려는 사람들이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이른바 3D 직업 기피현상이다. 발전한 나라에선 이런 일자리를 이주노동자들이 차지한다. 즉 원주민들이 기피하는 저임금 서비스업과 제조업 일자리들에 투입된다. 앞으로 이런 이주민들과 로봇 간의 일자리 경쟁은 불가피할 듯하다. 


기술옹호론자들은 자동차의 등장으로 인해 과거의 운송수단인 마차가 사라지고 마부들의 일자리가 사라졌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일자리가 자동차 공장에서 생겼다고 주장한다. 일자리가 늘어난 건 인정한다 할지라도 수입이 없어진 마부들의 살길을 외면해선 안될 것이다. 바로 복지의 영역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대런 아세모글루와 사이먼 존슨은 <권력과 진보>란 도서에서 '자동화'를 좋은 자동화와 나쁜 자동화로 구분한다. 로봇을 공장에 투입했을 때 인간 직원의 생산성이 올라가지 않고 한계생산성이 마이너스에 가깝다면 아무도 사람을 더 이상 채용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결국 이는 진정한 생산성의 혁신이 아니며 인류에 도움 되지도 않는다. 책의 공저자들은 이를 두고 "그저 그런 자동화"라고 부른다. 그렇다. 오직 기업 이윤만 높이는 이런 자동화가 미래의 방향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 빌 게이츠는 세금을 활용해서 일자리를 로봇에 빼앗길 사람들을 돕자고 말한다. 사실 이 주장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세금을 내지 않는 로봇 노동자들이 증가하고 인간 노동자가 감소하게 되면 국가(정부)의 재정이 줄어들고 저소득층 '인간'들은 이중삼중으로 살기가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칩4 동맹'은 유효한가?


특정 국가, 특정 기업에 의존하는 현재의 반도체 지형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특정 국가, 소수의 기업에 생산이 집중되면 돌발 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생산 기반을 구축하는 데 상당한 자본과 시간이 걸리는 반도체의 특성상, 중국과 맞물린 대만이라는 위치 자체가 반도체 수급을 넘어 안보 환경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외교 안보에서 급변 사태가 발생하면 반도체가 무기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알려진 미국의 투자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소유하고 있던 TSMC 지분을 매각하면서, TSMC를 둘러싸고 대만과 중국의 긴장이 고조되는 지정학적 위기 상황을 고려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칩4 동맹을 구상한 미국은 대만을 끌어안으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미국 내 제조 역량을 높이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데, 이 역시 반도체 산업이 지정학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소위 '산업의 쌀'로 불라는 반도체는 글로벌 경제에 있어서 필수품이다. 반도체의 미래는 국제사회의 복잡한 정치, 외교, 안보 상황과 맞물려 훈풍을 탈 수도 있고 격랑을 맞을 수도 있다. 얼마나 최첨단의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느냐 뿐만 아니라 복잡한 국제 정치적 이해관계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향후 반도체의 미래를 좌우할 수밖에 없다.


슈퍼 301조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맞서 역사적인 조치를 발표햇다.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율을 3배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무역법 301조를 동원해서 관세를 올리기로 했다는 거다.


중국은 미국의 이런 징벌적 관세를 피하고자 멕시코를 통해 우회적인 수출을 하거나 유럽에 전기차 생산 시설을 만드는 식으로 대응했다. 새로 시작된 트럼프 행정부도 멕시코에 중국보다 더 높은 25% 관세를 부과하겟다고 했다. 현재 중국과의 무역 갈등은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전기차를 놓고 중국과 싸우고 잇는 유럽을 보자. 유럽연합이 관세를 최대 55% 부과해야 할 형편이라는 컨설팅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 유럽연합은 2024년 7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10% 부과해오던 관세를 중국 브랜드별로 크게 인상했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많이 받는 상하이 자동차엔 38%, 비야디에는 17%의 추가 관세가 매겨졌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국이다. 중국 내의 전기차 생산 회사는 많이 정리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2023년 기준 300개 이상의 회사가 전기차를 만들어 판다. 이렇게 많은 생산량을 경제위기에 빠진 중국인민들이 사기엔 역불급이다. 그래서 중국은 외국 시장에 파는 데 주력하고 있다. 수익률도 높으므로. 참고로 중국 내수시장에서 1대 팔면 1,300유로 수익이지만 유럽에선 1만 4,300유로를 번다고 한다. 이 차액을 겨냥해 유럽이 관세를 대폭 올린 셈이다.


17가지 이슈로 엿보는 혁신기술의 미래사


미국과 중국 간에 벌어지는 무역전쟁은 어는 한 국가가 무너지지 않는 한 계속 될 전망이다. 그런데, 미중 간의 갈등이 이 두 나라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껏 혁신기술이 지구촌에 번영과 윤택한 삶을 제공해 왔지만 그 풍요로움이 모든 나라에 해당되는 것은 아닌 시대로 흘러가고 있다. 미래 혁신기술이 미칠 영향이 궁금하다면 책을 펼치길 권한다.


#사회정치 #미래기술 #17가지이슈 #미래의역습 #10년후세계사 #구정은 #이지선 #추수밭 #청림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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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희 지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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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재는 세 아들들을 만나면서 자신은 점차 불멸의 존재로 승화하게 된다. 그럼 이성재가 남긴 막대한 유산이 불멸의 존재일까? 아니다. 그가 남긴 진정한 유산은, 이성재가 품고 있던 그리고 끝까지 버리지 못한 그의 지고지순한 자신만의 감정이다. 이제 그 하나뿐인 감정은 각자 세 명의 아들들에게 그대로 승화되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이성재 패밀리 스토리


이성재의 주치의는 암 진단을 내린다. 나이 예순의 내과의사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인물로 일선에서 물러나 제자 양성에 힘쓰고 있다. 컴퓨터 모니터를 응시하던 그의 입밖으로 튀어 나온 말은 ‘췌장암’이었다. 더구나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4기 암이었다. 이성재는 이 사실을 가족 어느 누구에게도 밝히지 말라고 재차 당부한다.


경기도의 한 작은 시골 출신인 이성재는 찢어지게 가난한 삶을 탈피하려면 오로지 공부 뿐임을 깨닫고 주경야독으로 노력한 끝에 서울의 명문대에 진학했다. 투자의 귀재라 불릴 정도로 싼 토지와 건물에 투자해 큰 돈을 벌어 교수직을 얻었고 이후 정치인이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이젠 정치판을 떠나 연희동에 위치한 2층 호화 저택에서  주로 시간을 보낸다. 


병원에서 돌아온 이성재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라고 있는 듯, 아내에게 가족모임에 아들 전원 참석시키라는 명을 내렸다. 안건은 재산문제라고 슬쩍 흘린다. 이에 장남 상진, 차남 석진, 삼남 재진 중 둘째가 겉으로 돌기만 해 연락이 좀처럼 되질 않자 셋째에게 연락을 취하라고 미션을 부여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복지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재진은 제주 마라도에서 낚시를 즐기는 형을 찾아가 아버지 호출을 전하며 무사히 서울로 데리고 왔다.

  

"너희가 알거나 모르는 재산이 더 있다. 

나는 그걸 천천히 정리해서 너희에게 상속할 예정이다"

이 가족들의 식사시간은 대화가 별 없다. 아버지 이상재가 원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맛있는 반찬들을 곁들이며 찹찹대는 소리와 밥그릇을 끍는 숟가락 소리만 요란하던 식사가 끝나자 이성재가 가족들을 앞에 두고 내뱉은 말이었다. 첫째 상진은 갖고 싶은 걸 반드시 제 손에 거머쥐려는 강한 소유욕을 지녔기에 대학졸업 후 직장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못하자 이성재는 자신 소유의 건물들을 관라하는 일을 맡겼다. 셋째 재진은 착한 성품의 소유자로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후 아버지의 복지재단을 물려받아 젊은 이사장으로 재직중이다.

유독 둘째에겐 뭔가를 물려주지 않은 듯했다. 어린 시절부터 첫째와 둘째는 불편한 사이였다. 첫째가 기름이라면 둘째는 물에 비유할 수 있었다. 불같은 성격의 첫째에 비해 흐르는 물처럼 조용하고 곧은 성품이지만 얼음처럼 차가운 면이 있을 정도로 좀처럼 속을 내보이지 않았다. 비교적 차분하게 공부를 잘해 미국으로 유학까지 갔다. 귀국 후 뭔가를 하고 있지만 가족들에게 자신의 일을 굳이 알리지도 않는다. 그런데, 둘째의 방에 들어온 이성재는 그런 둘째에게 "네게 했전 투자를 돌려받으려고 한다"는 말을 남기고 방을 나간다. 도대체 무슨 투자일까?

현재 복지재단이사장인 셋째는 여섯 살 때 보육원에서 데리고 온 입양아였다. 착한 심성이라 잠시 맡겨 놓은 셈인데, 재단의 재산은 이성재가 그간 모은 부동산과 현금 등이 그 원천이었다. 사실상 단순히 소외 계층을 돕기 위해 운영되고 있는 재단이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셋째 재진은 새로운 자금 운용 방식을 고집하며 기존의 재단 운영진과 갈등을 빚고 있었다.

집에 게속 들어오지 않는 둘째 석진을 만나려 아버지 이성재는 아들이 묵고 있는 호텔로 찾아갔다. 두 사람은 바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나누었다. 이성재는 둘째에게 자신의 상속 계획을 밝히며 일방적으로 이를 수용하라고 주문한다. 이는 유산 관리를 맡기겠다는 제안이었다. 이같은 확신은 비서실장을 통한 은밀한 뒷조사 결과 미국내 아들의 재산이 수백 억일 정도로 그 재능이 뛰어남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결국 둘째는 집으로 들어온다.

다혈질에다 단순한 뇌를 가진 첫째는 사고를 친다. 어렵사리 집에 들어온 둘째에게 시비를 건다. 평소 부모님에 대한 효도는 안중에 없고 미국에서 10년 넘게 지내던 동생이 순순히 집에 들어온 것은 중이 잿밥에 관심을 갖는 것처럼 고상한 척 행동하지만 속으론 유산 상속을 노리는 검은 속내를 가졌다고 언성을 높이다가 결국 손찌검까지 한다. 이에 억울한 생각이 든 둘째는 다시 가출해 호텔로 간 후, 여장을 챙겨 미국으로 출국하고 만다.

석진의 미국행엔 뉴욕에서 M&A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고교 동창의 연락이 있어서 였다. 같은 동양계(대만계 미국인, 일본계 미국인)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자주 어울렸지만 대학에 입학한 이후론 서로 가는 길이 달라 안 본지가 10년이나 된 사이였다. 나중에 다른 변호사를 통해 알고보니 이 둘은 M&A 계약에서 큰 실수를 저질러 소속 로펌에서도 퇴출된 변호사였다. 이들은 석진의 재력을 미리 파악한 후 의도적으로 접근했지만 냉철한 석진이 말려들지 않고 관계를 잘 정리했다. 뉴욕에서 지낸 지 한 달이 되었을 무렵 새벽에 동생 재진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아버지가 쓰러져 병원에 입원해 있다며 빨리 한국으로 귀국하라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과연 아버지 이성재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걸까?

"내가 눈을 감을 때까지 네가 신경 써야 할 일은 그게 아니다.
오늘 오 변호사와 만날 때 모든 것을 분명히 확인해라"

병실에서 나온 석진은 아버지의 청에 따라 강남으로 향했다. 오재필 변호사를 만나 아버지의 재산 목록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석진을 만난 오 변호사는 부전자전이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제 막 보는 재산목록임에도 부동산의 처리(매각)나 주식 정리에 대해아무런 막힘이 없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게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큰 아들을 제끼고 동생 석진에게 이 일을 위임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주식을 정리해서 생긴 현금 자신은 투자할 만한 회사에 형 상진의 명의로 투자하되 이 투자금을 형이 손댈 수 없도록 안전장치를 요청했다. 그리고 어머니의 몫은 제외키로 했다. 자식들과 함께 지낼 기간이 그리 길지도 않을 뿐더러 머지않아 다시 자식들에게 상속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었다.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나머지는 나중에 더 말씀드리라는 아버님 지시가 있었음을 오 변호사는 밝혔다. 장례식이 끝난 후 발표되었다. 바로 유언장이었다.

'모든 재산은 아들 석진에게 넘긴다. 
연희동 저택은 아내 김무교와 장남 상진의 공동 소유로 넘긴다.'


#장편소설 #상속인들 #이세희 #지식과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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