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세계사 미래의 역습 - 세상의 흐름을 결정할 혁신기술의 거대한 충격 17 10년 후 세계사 3
구정은.이지선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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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불확실하지만, 따지고 보면 미래는 언제나 불확실했다. 그것이 ‘미래未來’, 아직 오지 않은 것이 가진 기본적인 속성이다. 어떤 이들은 낙관론을 펼치는 반면에 어떤 이들은 두려움에 떨며 ‘첨단’ 혹은 '인공'이라는 말이 붙은 모든 것에 불안해한다. 하지만 둘 중에서 정답을 골라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가야 할 길은 갈지之 자가 될 수밖에 없고, 혼란 속에서 모색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그래도 좀 덜 불안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에 우리가 던지는 질문들이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 '들어가는 글'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공저자인 구정은 과 이지선은 모두 신문사에서 오래 일했던 경력을 지녔다. 구정은은 현재 독립 저널리스트로 여행과 글쓰기로 세계의 이슈들을 설명하는 일을 하고 있고, 이지선은 독서모임 스타트업 트레바리를 거쳐 현재 스페셜티 커피 회사 커피리브레에서 콘텐츠를 만들어 생산자 이야기와 지속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책은 총3부에 걸쳐 17개 장으로 구성되어 1부에선 로봇과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이 우리 삶에 스며드는 양상과 함께 이를 올바르게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을 담고 있으며, 2부에선 기술이 지정학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추어 미-중 패권 경쟁에 따른 중국 관련 내용들이 소개된다. 3부에선 기후변화라는 글로벌 과제를 중심으로 녹색 기술과 지정학을 연결시켰다.


공저자들은 방대한 양의 자료들을 읽으며 생각이 갈팡질팡하기도 했는데, 이때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준 책이 존 롤스의 <정의론>이었음을 고백한다. 책에서 설명한 '무지의 베일', 즉 한 사회가 뭔가를 결정할 때에 어떤 것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를 일려주는 일종의 지침 말이다. 뭔가를 결정할 때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해가 되지 앟도록 방향을 결정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는 것이다.


휴머노이드 아메카


머리와 신체, 혹은 그 신체에 팔다리와 비슷한 장치가 달려 인간과 비슷한 모습과 행동을 하도록 제작된 로봇을 '휴머노이드'라 부른다. 영국 로봇 제작사 엔지니어드 아츠가 만든 아메카는 눈에 카메라가 달렷고, 귀에는 마이크가 장착됐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대화를 한다. 아메카는 스코틀랜드 전역의 공공행사에 참석하고, 학교를 찾아다니며 로봇과 인간의 공생을 모색하게 된다.


(사진, 아메카 1세대)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연구팀은 로봇이 인간 작업자와 함께 미소 짓도록 가르치는 알고리즘을 선보였다. AI가 인간 상대방의 미세한 얼굴 변화를 분석해 800밀리초(밀리초는 1,000분의 1초) 만에 인간의 미소를 예측한다. 즉 AI로봇은 인간이 언제 웃을지를 예측하고 거의 동시에 함께 미소를 지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로봇의 이름은 이모Emo로 몸통은 없고, 인공지능이 장착된 로봇에 실리콘 피부를 입혀 머리만 만들어놓은 상태다.


인간과 대화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이제 더 이상 신기한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로봇의 말투는 어눌하거나 타이밍이 안 맞을 때가 많다. 언어 알고리즘 인공지능이 이미 많이 나와 잇지만 표정을 비롯한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은 지금까지의 로봇들에겐 대체로 힘든 과제로 보였다.


로봇의 미소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로봇과 사람의 '마음'이 통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로봇의 반응 메카니즘은 인간과는 다르지만, 반응하는 양상은 꽤 비슷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산업 현장에서 일하려는 사람들이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이른바 3D 직업 기피현상이다. 발전한 나라에선 이런 일자리를 이주노동자들이 차지한다. 즉 원주민들이 기피하는 저임금 서비스업과 제조업 일자리들에 투입된다. 앞으로 이런 이주민들과 로봇 간의 일자리 경쟁은 불가피할 듯하다. 


기술옹호론자들은 자동차의 등장으로 인해 과거의 운송수단인 마차가 사라지고 마부들의 일자리가 사라졌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일자리가 자동차 공장에서 생겼다고 주장한다. 일자리가 늘어난 건 인정한다 할지라도 수입이 없어진 마부들의 살길을 외면해선 안될 것이다. 바로 복지의 영역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대런 아세모글루와 사이먼 존슨은 <권력과 진보>란 도서에서 '자동화'를 좋은 자동화와 나쁜 자동화로 구분한다. 로봇을 공장에 투입했을 때 인간 직원의 생산성이 올라가지 않고 한계생산성이 마이너스에 가깝다면 아무도 사람을 더 이상 채용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결국 이는 진정한 생산성의 혁신이 아니며 인류에 도움 되지도 않는다. 책의 공저자들은 이를 두고 "그저 그런 자동화"라고 부른다. 그렇다. 오직 기업 이윤만 높이는 이런 자동화가 미래의 방향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 빌 게이츠는 세금을 활용해서 일자리를 로봇에 빼앗길 사람들을 돕자고 말한다. 사실 이 주장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세금을 내지 않는 로봇 노동자들이 증가하고 인간 노동자가 감소하게 되면 국가(정부)의 재정이 줄어들고 저소득층 '인간'들은 이중삼중으로 살기가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칩4 동맹'은 유효한가?


특정 국가, 특정 기업에 의존하는 현재의 반도체 지형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특정 국가, 소수의 기업에 생산이 집중되면 돌발 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생산 기반을 구축하는 데 상당한 자본과 시간이 걸리는 반도체의 특성상, 중국과 맞물린 대만이라는 위치 자체가 반도체 수급을 넘어 안보 환경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외교 안보에서 급변 사태가 발생하면 반도체가 무기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알려진 미국의 투자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소유하고 있던 TSMC 지분을 매각하면서, TSMC를 둘러싸고 대만과 중국의 긴장이 고조되는 지정학적 위기 상황을 고려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칩4 동맹을 구상한 미국은 대만을 끌어안으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미국 내 제조 역량을 높이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데, 이 역시 반도체 산업이 지정학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소위 '산업의 쌀'로 불라는 반도체는 글로벌 경제에 있어서 필수품이다. 반도체의 미래는 국제사회의 복잡한 정치, 외교, 안보 상황과 맞물려 훈풍을 탈 수도 있고 격랑을 맞을 수도 있다. 얼마나 최첨단의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느냐 뿐만 아니라 복잡한 국제 정치적 이해관계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향후 반도체의 미래를 좌우할 수밖에 없다.


슈퍼 301조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맞서 역사적인 조치를 발표햇다.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율을 3배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무역법 301조를 동원해서 관세를 올리기로 했다는 거다.


중국은 미국의 이런 징벌적 관세를 피하고자 멕시코를 통해 우회적인 수출을 하거나 유럽에 전기차 생산 시설을 만드는 식으로 대응했다. 새로 시작된 트럼프 행정부도 멕시코에 중국보다 더 높은 25% 관세를 부과하겟다고 했다. 현재 중국과의 무역 갈등은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전기차를 놓고 중국과 싸우고 잇는 유럽을 보자. 유럽연합이 관세를 최대 55% 부과해야 할 형편이라는 컨설팅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 유럽연합은 2024년 7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10% 부과해오던 관세를 중국 브랜드별로 크게 인상했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많이 받는 상하이 자동차엔 38%, 비야디에는 17%의 추가 관세가 매겨졌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국이다. 중국 내의 전기차 생산 회사는 많이 정리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2023년 기준 300개 이상의 회사가 전기차를 만들어 판다. 이렇게 많은 생산량을 경제위기에 빠진 중국인민들이 사기엔 역불급이다. 그래서 중국은 외국 시장에 파는 데 주력하고 있다. 수익률도 높으므로. 참고로 중국 내수시장에서 1대 팔면 1,300유로 수익이지만 유럽에선 1만 4,300유로를 번다고 한다. 이 차액을 겨냥해 유럽이 관세를 대폭 올린 셈이다.


17가지 이슈로 엿보는 혁신기술의 미래사


미국과 중국 간에 벌어지는 무역전쟁은 어는 한 국가가 무너지지 않는 한 계속 될 전망이다. 그런데, 미중 간의 갈등이 이 두 나라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껏 혁신기술이 지구촌에 번영과 윤택한 삶을 제공해 왔지만 그 풍요로움이 모든 나라에 해당되는 것은 아닌 시대로 흘러가고 있다. 미래 혁신기술이 미칠 영향이 궁금하다면 책을 펼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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