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라이프 - 마지막까지 후회 없는 삶,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위한 인생철학
마크 롤랜즈 지음, 강수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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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글을 하나로 모으기로 했다. 모든 것을 전자적인 형태로 옮기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통합했다. 아마 이것이 햇살이 비치고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기억의 산속을 따라 부모와 함께 좀 더 길을 걷는 방법일 것이다. 비록 내가 특별히 윤리적인 철학자는 아니지만, 부모보다 전문 교육은 좀 더 받았으니까. 철학적인 부분에 실수가 있다면 교정하고 어떤 결론이 나올지 전개해봐야겠다. - '프롤로그' 중에서

 

 

우리가 꿈꾸는 좋은 인생의 해답을 찾아서

 

저자 마크 롤랜즈는 영국 웨일스 뉴포트 출신 철학자이자 작가로 현재는 미국 마이애미 대학교 철학과 교수다. 심리 철학과 인지 과학, 응용 윤리학 등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11년간 동고동락한 늑대 브레닌과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과 동물의 관계, 선과 악, 인간의 본질, 문명, 행복 등에 대한 사유를 풀어낸 <철학자와 늑대>로 대중 철학 작가로서 이름을 알렸다. 이후 마이애미 마라톤을 준비하고 성취해내는 과정에서의 철학적 성찰을 담은 <철학자가 달린다>로

 

 

 

 

 

 

 

 

"글은 반드시 글일 필요가 없고 기록 매체는 반드시 종이일 필요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은 글이다. 새벽이 장밋빛 손가락으로 내가 속한 세상을 보여주는 세계지도를 어루만질 때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는가?" - 27쪽

"글은 우리 모두가 드러나는 방식이다. 휘갈겨 쓴 글은 우리가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글은 우리 모두가 우리만의 방식으로 '나도 여기 있어!'라고 외치는 존재의 방식이다. 우리 모두는 말로 이루어진 존재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비록 나는 종이에 쓰인 글에 불과하지만 여전히 당신이 알고자 하는 것보다 더 실재적이다" - 29쪽

 

 

술취한 실레노스 

 

 

책은 실레노스의 "인간은 태어나지 않았어야 했다?"를 생각해보라고 한다. 실레노스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시종이자 반인반마半人半馬로 항상 술에 취해 있었다고 한다. 미다스 왕의 추적을 잘도 피해 다니던 실레노스가 마침내 붙잡히자 왕은 그에게 "인간에게 가장 좋은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한 그의 답이 가관이다.

 

"가련한 인간들이여! 인간에게 가장 좋은 것은 태어나지 않는 것이다!"

 

아이의 출생은 보통 부모에게 초점이 맞추어진다. 부모들은 아이를 원했던 것 같다.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고 판단한 부모라면 다양한 방법으로 피임하거나 미처 피임을 하지 못해 임신했을 경우에는 유산 내지는 낙태까지 강구했다. 이를 생각해 보면 아이의 출생 여부는 모두 '부모 중심적 이유'에 달려있다.

 

그런데, 실레노스의 대답은 '자녀 중심적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아이를 낳음으로써 부모, 인류, 환경에 미치는 혜택이나 불이익에 근거하는 게 아니라, 태어날 아이의 혜택이나 불이익에 초점을 둔 판단인 것이다. 만약에 우리들의 부모가 유전자 구성을 미리 조사해보고 그 결과가 불행하게도 희귀병 질환을 갖고서 태어날 확률이 높다는 판정이었다면 아마도 당연히 임신 자체를 준비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유하는 삶, 이것이 바로 '굿 라이프'이다

 

그렇다. 아무런 생각이나 고민 없이 출생한 아이는 없을 것 같다. 적어도 태어날 아이와 함께 할 행복한 인생을 꿈꾸지 않았을까? 이는 부모만을 위한 이기적인 행복도 그렇다고 태어날 아이를 위한 이타적인 행복도 아닌 모두를 위한 '좋은 인생'이 아니었을까? 아버지의 원고지 속에서 자신의 탄생에 관련된 글을 읽은 니콜라이의 모습이 그려진다. 스무 가지의 딜레마를 읽는 사람들은 제각각의 사유를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저자는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도 없다. 단지 우리들에게 사유가 필요함을 시사할 뿐이다. 일독으론 부족하다, 여러 번 읽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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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트 대신 부동산에 간다
김유라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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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로 내공을 쌓지 않으면 남의 말에 휩쓸리기도 쉽다. 누가 어느 아파트를 사서 돈을 벌었다는 말에, 주가나 금값이 오르고 있다는 뉴스에,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컨설팅업자의 권유에 팔랑귀가 된다. 부화뇌동하지 말고 우직하게 공부해야 한다. 자꾸만 조급해지는 마음을 공부로 다스려야 한다. 그래야 투자에 실패하지 않는다. 섣불리 투자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하면, 종잣돈부터 다시 모아야 하므로 성공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어떤 이들은 한 번의 실패로 모든 의지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 다시는 돈을 잃지 않기 위해 지난 6년간 나는 쉬지 않고 공부했다. 경제라는 게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공부했고, 종잣돈을 모으기 위해 절약하는 법을 배웠고, 적은 금액으로 투자하는 법과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을 공부했다. 공부할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하루 24시간을 48시간처럼 사는 법을 연구했다. 그러면서 내 인생은 바뀌기 시작했다.- '프롤로그' 중에서

 

 

복부인 김유라의 아파트 투자 성공기

 

 

저자 김유라서른네 살, 아들 셋을 키우는 다둥이 엄마이자 외벌이 남편을 둔 전업주부다. 은행원이었지만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면서 직장을 그만뒀다.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태고자 멋모르고 시작한 펀드 투자로 큰돈을 잃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살던 전셋집마저 값이 크게 오르면서 아이 셋을 데리고 쫓기듯 이사를 다녀야 했다. 그러다 문득 전세가가 미친 듯이 오르는 이유가 궁금해졌고, 자신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경제에 대해 알아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껴 독학으로 경제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0년 약 3천만 원으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후, 6년 간 꾸준히 투자를

 

 

 

 


저자는 2013년에 짠돌이 카페에서 개최한 '슈퍼짠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녀의 투자 노하우와 절약 비결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아침마당>, <PD 수첩>, <쿨까당> 등의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현재 부동산 전문 강사와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 <돈이 모이는 생활의 법칙>(공저)이 있다.

 

 

금을 캐는 마음으로 정보를 캐라

 

 

 

부동산 경기가 실제로 어떻든 간에 부동산 투자는 사람들의 심리를 잘 읽어야 실패하지 않는다. 전문가가 어떻게 분석하고 뉴스에서 뭐라고 말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사람들의 심리를 알면 현명한 투자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 살기에 무척 좋아 사람들이 선호하는 곳인데도 매매가와 비슷한 금액에 전세를 사는 사람들이 많다.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를 여기저기서 수도 없이 듣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세입자들이 많을수록 전세가가 폭등하고 매매가 역시 동반 상승한다.

 

커뮤니티, 강의, 책 이 세 가지로 저자는 고3 수험생보다 더 독하게 공부했다. 투자의 세계에서 정보와 지식에 뒤처지는 것은 돈을 잃는 가장 쉬운 길이고 내 가족의 미래를 위협하는 무서운 일이다. 공짜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이처럼 금을 캐는 마음으로 부동산 투자에 관련된 유익한 정보를 캐라.

 

 

돈을 아끼다 맞이한 기회

 

저자는 절약이야말로 돈을 버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기사 세계적인 주식투자가 워렌 버핏도 최상의 재테크는 바로 절약이라고 말했다. 흥청망청 써버린다면 많이 벌어봤자 말짱 헛것이다. 절약은 돈을 버는 방법 가운데 리스크가 없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모든 투자에는 위험이 따르지만 절약에는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다.

 

구두쇠의 삶에는 분명 즐거움과 보람이 있다. 주부들은 알 것이다. 같은 물건을 싸게 샀을 때나 써야 할 돈인 줄 알았는데 안 써도 되는 방법을 알아냈을 때 등 돈이 굳었을 때 느끼는 즐거움을 말이다. 돈은 쓰는 재미만 있는 게 아니다. 안 쓰는 재미도 있다. 한 달 한 달 저축액이 늘어나는 것을 지켜보는 보람도 있다.

 

아이들이 있기에 더 철저히 절약할 수 있기도 했다. 아직 어려서 돈 들어갈 데가 적었고, 아이들이 있기에 미래를 보면서 절약 의지를 불태울 수 있었다. 더 아낄 방법이 없을까 싶어 늘 머리를 굴렸고, 절약의 고수들에게 비법을 전수받기 위해 짠돌이 카페에 매일같이 출석했다.

 

 

좋은 집이란 여자가 살기 좋은 집이다

 

저자는 아파트에만 투자한다. 여자가 가장 살고 싶어 하는 집이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어느 가정이든 집에 대한 결정권은 여자에게 있다. 남자는 저녁에 들어와서 아침에 나가면 그뿐,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역시 살림을 사는 아내, 즉 여자다.

 

부부가 같이 집을 보러 다닐 때 계약이 성사되는 집은 남자가 마음에 들어 하는 집일까, 아니면 여자가 마음에 들어 하는 집일까? 열에 아홉은 후자다. 예컨대 남자는 지하철역이 가까워서 마음에 든다고 하는데 여자는 아이가 다닐 초등학교가 멀어서 싫다고 한다면, 그 집은 계약이 되지 않는다. 반대로 남자는 직장이 멀어져서 싫다고 하는데 여자는 아이를 봐줄 친정이 가깝다고 좋아한다면, 그 집은 계약이 된다. 아이가 없어도 마찬가지다. 신혼부부든 중년부부든 집을 선택하는 데는 여자의 입김이 절대적으로 작용한다. 집이라는 공간의 주인은 여자다. 그래서 리모델링이나 인테리어도 여자의 취향에 따라 이루어진다.

 

 

매수할 때 이미 매도를 생각해라

 

요즘은 전세가가 워낙 높아 비교적 소액으로 아파트를 살 수 있다. 매수는 쉽다. 그렇다면 매도도 쉬울까? 살 때부터 팔 때를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가격이 오르면 뭐하나, 자신이 팔 타이밍에 사는 사람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렇잖아도 주식투자보다 환금성이 떨어지는 게 바로 부동산투자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집은, 사는 건 정말 쉽다. 경매로 집을 산다면 최고가를 적어내 낙찰받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그것은 경매의 목표가 아니다. 부동산 투자의 목표는 매수가 아니라 적절한 매도다. 그래서 매수 시점에 매도시점과 매도 예상 가격을 모두 결정해야 한다. 매도 시점도 모르겠고 가격도 예측할 수 없다면 그 부동산은 매수해서는 안 된다. 모르겠다는 건 내공이 부족하거나 그 부동산이 가치가 없거나, 둘 중 하나다.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잘 팔릴 아파트는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우선 그동안의 거래량을 보면 된다. 특히 불황기에도 꾸준히 매매가 이루어지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호황기, 상승기에는 물건이 귀하니 비인기층도 잘 팔리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사이트를 참고하면 어느 층수가 거래가 잘되는지 정도는 알 수 있다. 공부를 철저하게 해야만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

 

 

대출의 마법을 일으켜라

 

저자는 자신이 보유한 아파트의 수익률을 수시로 계산하고, 이에 따라 매도 시점을 판단한다. 수익률을 계산하는 데에는 대출 부분이 반드시 포함된다. 따라서 대출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매도 시점을 제대로 잡을 수 있다.

 

대출을 잘 이용하는 것은 훌륭한 능력이다. 이 능력이 있어야 돈이 없어도 투자를 할 수 있다. 우리 같은 서민들이 비교적 소액으로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대출이 있기 때문 아닌가.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대출을 두려워한다.

 

두려워해야 할 것은 오히려 대출이 전혀 없는 것이다. 알다시피 대기업, 중소기업, 공기업, 정부, 심지어 은행마저 자기자본 비율이 매우 낮다. 자본가들은 빚을 잘 이용한다.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가 대출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내가 은행에 1억 원을 예금하면, 은행은 그 돈을 기업이나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나에게 주는 예금이자보다 많은 대출이자를 받는다. 대출을 받은 기업은 투자를 해서 이 사회에 돈이 돌게 한다. 대출은 돈을 만들어낸다. 이를 이해한다면 대출이 더는 두렵지 않을 것이다.

 

 

전세투자, 2년의 법칙

 

임대차는 계약기간이 기본적으로 2년이기 때문에 저자는 투자기간을 2년으로 잡는다. 세입자가 들어오면 2년 동안은 내보낼 수 없고, 그녀의 투자 원칙 가운데 하나가 실거주자가 매수할 수 있는 아파트를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임대차 계약기간이 남아 세입자가 살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 집을 매수한 사람이 들어와 살 수가 없다. 이런 때는 상대를 투자자로만 한정해야 하는데, 그렇게 해서는 좋은 가격을 받기 어렵다.

 

그래서 투자를 할 때는 2년 후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미리 점검하고 접근한다. 2년 후를 예측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주변에 신규로 분양하는 아파트가 있는지, 있다면 분양이 완료된 세대수는 얼마인지, 내년과 내후년에 입주하는 물량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면 된다. 신규 아파트의 분양이 시작되면 분양권에 프리미엄이 붙어 활황이 되거나, 아니면 그 반대로 고분양가 논란이 일면서 외면을 받아 미분양이 생긴다. 두 경우 모두 가까운 곳에 있는 기존 아파트의 가격 상승에 일시적인 악재로 작용한다.

 

 

전세 헤지, 시간에 투자하라

 

인플레이션으로 화폐가치가 떨어져도 이를 상쇄할 수 있는 투자 대상은 무엇일까? 저자는 그것을 부동산으로 봤다. 사람이 금이나 주식은 없어도 얼마든지 살 수 있지만, 집 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 밀가루와 설탕 가격이 아무리 오른다 한들 집에 쌓아놓고 보관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그녀는 부동산에만 투자한다. 그리고 이것이 '전세 헤지'라고 생각한다.

 

어떤 회사가 수출을 하고 대금을 후불로 받는다면, 회사에 들어오는 돈은 환율의 영향을 받는다. 환율이 변동함에 따라 이익을 볼 수도 있지만, 손실을 볼 수도 있다. 또 어떤 사람이 해외 주식을 사서 상당한 수익률을 올렸다고 하더라도, 환율이 불리한 쪽으로 변동했다면 투자의 의미가 사라져버린다. 이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환율을 미리 고정하는 방법을 쓸 수 있다. 달러가 1,000원이 되든 2,000원이 되든 처음에 정한 환율을 적용하기로 하는 것이다. 전세 투자도 같은 원리의 방식으로 할 수 있다.

 

 

부자의 꿈을 위하여

 

경제적 자유를 누리려고 저자는 독서를 시작했다. 책 속에서 그 답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가난해도 행복해지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책만 읽는 바보'라는 말이 있다. 단순히 책만 읽을 뿐 책이 가르쳐주는 교훈을 몸소 실천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런 부류일 것이다. 저자는 달랐다. 3천만 원으로 실제 투자에 나섰고, 마침내 6년 만에 아파트 15채를 보유할 수 있었다. 이젠, 우리들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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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속도 - 산업혁명보다 10배 더 빠르고, 300배 더 크고, 3,000배 더 강하다!
리처드 돕스.제임스 매니카.조나단 워첼 지음, 고영태 옮김, 맥킨지 한국사무소 감수 / 청림출판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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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세계 경제에 의미 있는 변화를 초래하는 근보적이고 파괴적인 4개의 트렌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흥국의 도시화, 기술의 속도, 고령화의 역설, 글로벌 커넥션의 확대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 모두가 이런 변화 자체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속도와 규모 그리고 2차, 3차적인 영향까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세계가 움직이는 방법에 관한 우리의 믿음과 직관 가운데 얼마나 많은 것이 틀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 세계를 발전시키는 파괴적이 힘과 그런 힘을 이용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려주고 있다. - '한국 독자에게 드리는 글' 중에서

 

 

급변하는 세계,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책의 저자 리처드 돕스옥스퍼드대학을 졸업하고 스탠퍼드대학에서 풀브라이트 연구원으로 일했다. 기술, 석유, 은행, 유틸리티 산업 분야의 기업들과 함께 일하며 런던에서 15년, 서울에서 6년 그리고 인도에서 2년을 머물며 맥킨지의 기업 금융 부문을 공동으로 이끌었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에서는 도시화, 자원, 자본시장, 라이프스타일, 질병, 생산성, 성장 등의 세계 경제 트렌드에 대해 연구했으며 옥스퍼드대학, 서울대학, 칭화대학에서 강의했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25년간 세계 경제를 추적하며 새로운 트렌드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 4가지 트렌드는 변화의 속도, 놀라움, 그리고 세계 시장의 갑작스러운 방향 변화로 기존 기업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고 새로운 기업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4가지 트렌드는 시장 경쟁 요인들을 가속화시키고 강화시켰다. 그리하여 우리에게 친숙한 세계는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대안정기 시대에 투자자와 관리자를 배불렸던 장기 트렌드는 대부분 붕괴되고, 자본 조달 비용은 하락했으며 자원의 가격 변동성은 높아지고 있다. 인구는 감소될 운명에 놓여 있고, 국가 간의 불평등은 줄어들었지만 많은 국가에서 젊은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가난해질 위험에 직면해 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4가지 메가 트렌드는 엄청난 속도와 규모로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첫째, 경제활동과 경제 역동성의 중심지가 신흥국의 도시로 이동하고 있다.
둘째, 기술의 경제적 영향력이 가속화되고, 범위와 규모도 커지고 있다.
셋째, 세계 인구는 점점 더 고령화되고 있다.
넷째, 교역과 자본, 사람, 정보의 이동을 통해 세계가 연결되고 있다. 

 

 

 

도시화에 대한 적응

 

도시都市는 지난 1천년 동안 존재해왔다. 하지만 오늘날의 급속한 도시화는 도시의 정의를 바꿔놓고 있다. 즉 도시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1950년에 인구 1천만 명 이상의 도시는 뉴욕과 도쿄뿐이었지만 지금은 20개가 넘는다. 중국의 경우 인구 2천만 명의 상하이와 1,600만 명의 베이징 2곳이 있다.

 

신흥국 도시의 경제적 미래는 성장에 관한 기업 경영자의 생각에 근본적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도시화는 새로운 소비자, 새로운 경제적 기회 그리고 창의적 혁신에 대한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한다. 사회기반시설, 스마트시티 기술 그리고 도시에 필수적인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다. 수많은 도시의 인재가 세계 노동시장에 편입되고 있다. 이런 신흥국의 도시는 기업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기술, 상품 그리고 전략을 실험할 수 있는 실험실 역할을 한다.

 

 

기술 수용, 점점 빨라지고 있다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전화기 발명 이후, 미국 가정의 절반 이상이 이를 사용하기까지 50년이 걸렸다. 라디오 청취자 수가 5천만 명에 도달하는 데 30년이 걸렸다. 그런데, 21세기에는 이와같은 신기술 채택 곡선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미국인의 절반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기까지는 불과 5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도입 첫해 사용자가 600만 명, 이후 5년 동안 그 수가 100배로 증가했을 정도이다.

 

이런 변화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질 것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될수록 혁신의 전파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2013년에는 약 25억 명이 인터넷을 사용했지만 2018년에는 40억 명이 인터넷을 사용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혁신과 기술이 채택된다면 수억 명의 사람이 새로운 상품과 기술을 사용하는데 1년도 안 걸릴 것이다. 기술이 훨씬 더 저렴해지고 상품이 쉽게 세계화되면서 혁신과 기술 이용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현 상태status quo'의 파괴다.

 

 

 

고령화 사회, 노인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 

마케팅, 상품 그리고 서비스를 실버 세대에 맞추는 것 외에도 기업과 조직은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소비자에게 상품을 보여줄 때까지 소비자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긴급한 소비자의 욕구에 대한 대응이 종종 상품 개발에서 의미 있는 혁신을 주도하기도 한다. 노인을 위한 상품의 이미지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인적, 금융 자본의 활용은 상당히 큰 실버 배당금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커넥션의 확대 

세계와의 연계성 증대는 정보 기술처럼 우리가 활용해야 할 도구이자 고려해야 하는 불가피한 요인이다. 세계화의 흐름을 이해하고 익사하지 않고 그 파도에 올라타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명한 계획, 변화하려는 의지, 그리고 비즈니스를 실행하고 관리하는 새로운 방식에 대한 개방적 사고가 세계를 휩쓸고 있는 변화의 힘을 이용하는 데 가장 중요한 특성이 될 것이다.

 

 

새로운 소비자의 등장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하고 인터넷에 접속하며 세계 소비자 계층에 편입하고 있다. 동시에 과거에 접근하지 못했던 시장의 소비자가 기업이 만드는 상품에 대한 기호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잠재력이 큰 세계의 모든 시장에 대한 접근과 관리 그리고 상품 공급 방식에 대해 체계적으로 다시 생각하는 현명한 기업은 현재 고객이 있는 곳과 미래에 고객이 있을 곳에서 어떻게 고객을 만나야 하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자원 조달 비용, 변동성이 점점 높아간다

 

자원 혁명에 대한 계획이나 구상은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노력이다. 상호밀접하게 연계된 세계에서 많은 유용한 해법과 기술이 실효성을 검증받고 있다. 기존의 기술과 방법을 최적화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고안하며 혁신과 현명한 정책을 수용함으로써 기업은 자원 가격의 변동성이 높은 세계에서 성공을 위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

 

 

부족한 숙련노동자, 남아도는 비숙련노동자

 

노동시장의 변화는 기업과 개인이 대응하기에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다. 성인들 대부분은 학교 교육이 직장에 취업하고 승진하는 데 필요한 자격과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고 믿으며 성장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40대 이상의 많은 사람들은 대학을 졸엊할 당시엔 존재하지도 않았던 산업 분야나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향후 10년 후에 동일한 분야 내지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새로 등장하는 산업 분야는 현재로선 이해할 수 없는 기술 또는 능력을 요구할 것이다. 최근의 트렌드와 기술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과 기술 습득이 필요할 것이다. 기계가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일job'의 정의가 이해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기술 변화의 규모, 일하는 방식의 변화 그리고 기술과 일자리의 불균형이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노동시장에서 우리가 마주할 두려운 도전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극복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새로운 기술 혁명이 전개될 때마다 인간은 적응하고 새로운 노력을 하고 발전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적어도 이 과정은 중단되지 않는 장기 추세임에 틀림없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세계 경제는 역사적, 기술적, 경제적, 정치적, 그리고 사회적으로 변곡점에 처해 있다. 우리들이 경험하고 있는 변화는 때때로 산업혁명에 비유되기도 한다. 사실 지난 산업혁명은 현재의 급격한 변화와 비교한다면 조족지혈鳥足之血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오늘날의 변화는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규모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어떻게 파도를 잘 타는가이다. 리더가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자신의 성향이나 편견을 이해하고 의사결정 고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개혁해야 한다. 그리고 해결책을 실행하는 사람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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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의 역사 - 매일 5억 명의 직장인이 일하러 가면서 겪는 일들
이언 게이틀리 지음, 박중서 옮김 / 책세상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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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일상적인 일이지만, 한때 통근은 파격적인 행위였다. 과거와의 단절을 상징하는 동시에 새로운 삶의 방식을 상징하는 행위였다. 통근의 짧은 역사의 대부분 동안, 사람들은 통근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왔다. 통근을 금욕적인 행위라기보다는 오히려 열망할 만한 행위로 간주해왔다. 그러나 초창기의 통근은 위험의 요소를 내포하고 있었다. 최초의 통근자들은 첫날부터 자기들이 생명의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 '서문' 중에서

 

 

통근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교통수단을 이용해 한 사람의 일터와 쉼터를 분리한다는 의미에서 통근, 즉 원거리 출퇴근은 지극히 합리적인 행위이다. 그 덕분에 사람들은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는 일과 쾌적한 집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 이때 통근길 여행은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반드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다.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에 최초의 철도 열풍과 함께 장거리 통근이 생겨났을 때 통근은 바로 이동의 자유를 상징했다. 이러한 도전을 수용할 수 있었던 용감한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인생 지평이 열렸던 것이다. 초창기의 통근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지만, 이후 운송혁명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극소수였던 통근자가 이젠 다수가 되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통근의 탕생, 성장, 승리)에서는 과거의 통근을 살펴본다. 즉 통근이 전 세계 5억 명 이상의 일상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탐사한다. 2부(지옥철에서 냉정을 유지하는 법)에서는 통근자가 매일 마주치는 어려움들과 이를 극복하는 방법 등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3부(얼굴을 맞대고 얘기하는 시간)에서는 통근의 미래를 살펴본다.

 

이처럼 통근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보는 이 책의 저자 이언 케이틀리홍콩에서 성장했으며,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저서로는 <담배와 문명>, <음주 - 알코올의 문화사> 등이 있다. 그는 이제 디지털화로 인해 통근조차 불필요하게 됨에 따라 사람이 일을 찾아가는 게 아니라 일이 사람을 찾아오는 형태로 바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집에 불을 피울 땔감을 구해오는 여정에 쓰는 시간을 낭비나 헛수고라고 말할 수는 없다. 우리는 통근 덕분에 이중의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즉 집에서는 배우자이고 부모이고 반항하는 자식인 동시에, 일터에서는 효율성의 화신으로 특유의 초연함과 침착함과 합리성으로 존경받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통근이라는 현실을 한탄하기보다는, 차라리 1세대 통근자들과 같은 개척자 정신을 되살려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통근은 그때까지 존재 고유의 특성이나 다름없는 고된 노동에서 벗어날 기회를 상징하는 동시에, 자신이 사는 세계를 개조할 자유를 상징했기 때문이다. - 16쪽에서

 

 

 

 

 

 

 

 

 

 

"사무실과 사생활은 별개"

 

과거로 돌아가보자. 사람들이 농장이나 대장간에서 일할 때는 일터와 쉼터가 동일했기에 사람들은 낮이고 밤이고 한결같았고, 항상 같은 사람들을 상대했기에 굳이 둘을 구분하는 개념이 없었다. 그러나 사무실이나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되자 사람들의 옷차림과 행동이 매우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이와같이 일터와 거주지를 분리하게 된 가장 주된 이유는 '위생' 때문이었다고 한다. 찰스 디킨스 시대의 런던에서는 하나의 하수도에 양쪽으로 수많은 공장과 빈민가가 이어져 있었다. 때문에 콜레라가 주기적으로 발생했고, 방 하나에 다섯 가족이 모여 살기도 했으며, 성인의 체격은 왜소한데다 기대 수명은 겨우 35년에 불과했다.

 

"주민이 380명에 달하지만 변소는 단 하나뿐이고, 그나마도 좁은 골목에 자리하고 있어서 인접 주택으로 악취가 스며드는데, 이것은 십중팔구 질병의 매우 비옥한 원천으로 입증될 것이다" - 제임스 필립스 케이, 맨체스터 팔러먼트 스트리트에 관한 보고서 

 

제임스 필립스 케이의 <맨체스터의 면화 제조업에 고용된 노동계급의 도덕적, 신체적 상태>라는 책에서 묘사된 도시의 더러움과 질병이 자기 집 문 앞까지 들이닥친다는 내용을 읽은 중산층 독자들은 가급적 빨리 도시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를 각성하게 되었던 것이다. 건강하고 부유한 곳에서 살고자 하는 욕망은 1830년대 '철도 문화'로 인해 화려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19세기의 선남선녀들이 도시에 거주할 경우 자신들의 조상들이 누렷던 것보다 더 많은 이동의 자유를 누릴 수 있었고, 동시에 더 많은 선택권을 부여받을 수 있었다. 그들은 더 이상에 땅에 묶여 있고 싶지 않았기에 전보다 훨씬 빨리 부모로부터 독립했다. 과거 같으면 1년에 한번 찾아오는 마을 축제 때나 낯선 이를 만날 수 있었지만 이젠 매일 가능했다.    

 

 

 

 

 

 

 

 

 

또한 그들은 자기 배우자감이 인접한 곳에 농토를 갖고 있는지 따위를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 관습도 변했다. 남자는 여자의 아버지가 아니라 여자에게 직접 청혼하게 됐다. 자신은 그녀의 지참금인 토지가 아니라 그녀 자체를 사랑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신혼부부는 둘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했으며, 점차 대가족보다는 핵가족이 표준처럼 됐다. -53쪽-

이리하여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누구나 통근의 기회를 잡았다. 이렇게 하면 위생, 절주節酒, 낭만과 아버지다움(빅토리아 시대의 통근자는 대부분 남자였음)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었다. 또한 도시와 시골 간을 왕래하는 하루 두 번의 기차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1856년 당시 영국의 잡지 <빌더>는 통근의 의미를 이렇게 적고 있다.

'런던 주민에게는 이것이 도덕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더 낫다. 하루 일을 마치고 시골이나 교외로 가면 도시의 소음과 군중과 불결한 공기를 피할 수 있다. 또한 카지노와 무도장을 비롯해 내가 차마 거명조차 못할 온갖 복마전이 있는 인근 지역으로부터 가족을 멀리 떨어뜨려 놓을 수 있다는 것은 남자에게는 적지 않은 이득이라 하겠다'

영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1대 통근자 대부분은 중산층이거나 부유했다. 미국의 객차는 영국의 객차보다 헐씬 길었다. 끝에서 끝까지 통로가 이어지고, 양편에 2인용 벤치가 배열된 형식이었다. 미국의 통근자들은 이동 중 대화를 즐기거나 온갖 종류의 놀이에 몰두했다. 퇴근길의 통근자들이 네 명씩 모여 앉아 휘스트라는 카드놀이를 즐기는 모습이 흔했다. 그런가 하면 철도와 도로 근처에 학교와 클럽이 생기고, 주택들도 가까운 곳에 지어졌다.

이처럼 철도는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지만 그 반대의 사람들도 있었다. 철도 운행 노선의 확정은 당시 영국의 국토뿐만 아니라 계급체계에도 흠집을 내고 말았다. 철도 열풍이 휩쓸고 간 자리에 손해를 입은 사람들의 상처는 깊게 파였다. 그들은 당연히 항의를 했다. 지역의 환경을 망치고 하인들의 태도를 삐뚤어지게 만든다고 말이다. 그야말로 통근이 만들어내는 대표적인 명암明暗이었다.

 

책은 통근의 탄생이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냈고, 도시의 형성과 성장을 촉진했으며, 이와 함께 생활 문화가 전반적으로 향상되는 변화를 초래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철도는 우리 인류사에 크나 큰 영향을 미친 최대의 발명품임에 틀림없다. 지금까지 살펴본 1부(통근의 탄생, 성장, 승리)에 이어 2부(지옥철에서 냉정을 유지하는 법)와 3부(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시간)를 읽노라면 매일 5억 명의 지구촌 직장인이 겪게 되는 통근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상을 그려볼 수 있다.

 

 

 

 

미래의 통근은 어떤 모습일까?

 

결국 책은 통근의 미래 모습으로 마무리하게 된다. 미래의 직업은 '디지탈화'로 인해 상당히 많은 직업이 소멸되고 새로운 것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래서 향후 통근 문화가 종말을 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견에 대해 저자는 "집에 불을 피울 땔감을 구해 오는 여정에 쓰는 시간을 결코 낭비나 헛수고라고 말할 수 없다"라고 일갈한다. 인간의 생존 본능이 유지되는 한 통근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오늘도 통근길을 재촉하는 모든 직장인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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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철학 로드맵 - 사상가 50인이 안내하는 지知의 최전선
오카모토 유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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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생각을 형성하거나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할 때, 현대사상은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다. 현대사상가들 역시 동시대인으로서 우리와 같은 문제를 고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상가이기 때문에 우리보다 철저하게 생각했던 것뿐이다" - '머리말' 중에서

 

 

현대사상가 50인을 살펴보다

 

저자 오카모토 유이치로규슈 대학 문학부 조교수를 거쳐 현재는 다마가와 대학 문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양 근대 철학이 전공이지만 관심 분야가 워낙 폭넓어서 영역을 넘나들며 연구를 하고 있다. 특기는 어려워 보이는 철학을 쉽고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 어린아이에서부터 노인까지 현대사상의 재미를 두루 맛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많은 책을 썼다.

 

한때 일본에서도 현대사상이 붐을 이루며 유행하던 시기가 있었다. 프랑스계 포스트 구조주의가 꽃을 피우고, 몹시 난해한 표현이 애용되던 무렵이었다. 하지만, 이내 붐은 거품이 되고 말았다. 현대사상이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무릇 학문이란 이해할 수 있어야 배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살아있는 지식, 나아가 쓸모있는 지식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은 기존의 현대사상 관련 도서와는 격을 달리 한다. 프랑스뿐 아니라 독일의 현대사상, 미국의 정의론, 사회학, 미디어론과 논리학, 실용주의 등 다채로운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애매한 표현을 피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명확하게 설명함으로써 해당 사조의 정수를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한 탓이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50인의 사상가들을 소개한다. 지제크나 아감벤, 바디우처럼 이미 우리 귀에 익숙한 철학자들만이 아니라 주디스 버틀러, 에마뉘엘 토드, 노르베르트 볼츠, 로버트 브랜덤처럼 자기만의 분야를 개척한 떠오르는 '스타'들까지 모두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즉 독일 프랑크푸르트 학파에서부터 미국의 정의론, 미디어 이론과 사회학, 윤리학까지 확장되는 사상을 맛보다 보면 우리들은 그 다채로운 흐름 속에서 시야가 확 트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현대사상의 원조들

 

현대사상의 개척자는 누구일까? 이는 꽤나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이에 대한 대답은 생각하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먼저 대표적인 세 사람의 사상가를 거론할 수 있다. 1960년대 프랑스에선 현대사상의 원류로 흔히 마르크스, 니체, 그리고 프로이트를 꼽았다. 이들은 '회의懷疑의 세 거장'으로 불리며 상당히 유행하기도 했다. 이들의 책을 읽지 않으면 현대사상의 대화에 낄 수도 없었다.

 

마르크스~ 경제학적 분석, <자본론>

니체~ 허무주의, '신은 죽었다'

프로이트~ 정신분석학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보이지 않고 제각각 전혀 다른 분야에서의 사상가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들이 현대사상의 개척자가 된 것일까? 이들은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 사회, 사고방식 등에 근본적인 의심을 품고 이를 철저하게 분석함과 동시에 다른 대안을 제시햇다. 말하자면, 모두 '반反시대적인 사상가'였다.

 

   

저자는 여기에 네 명의 비판적인 사상가를 더한다. 즉 소쉬르, 베버, 하이데거, 비트겐슈타인 등이 바로 그 사람이다. 소쉬르비트겐슈타인은 '언어'를 인간 이해의 중심으로 생각함으로써 근대의 발상을 뛰어넘었다. 베버하이데거는 둘 다 근대라는 시대의 귀결을 '철의 우리'와 '게슈텔(닦달하기)'라고 각각 표현함으로써 현대사상의 개척자가 되었다.

 

 

포스트 구조주의

 

구조주의의 유행은 1968년 5월 혁명과 함께 종식되었다. 혁명의 에너지를 내뿜던 청년들에게는 구조주의가 체제 옹호의 이데올로기로 보였던 것이다. "인간이 구조의 지배를 받는다고 한다면 그것을 타파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이 의문은 구조주의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답답한 시대 상황을 구조주의에 투영하여 생각한 것은 분명하다. 이렇게 해서 시대의 사상은 포스트 구조주의로 넘어갔다.

 

 

 


'저자의 죽음' 이후 무엇이 올까? 이를 바르트는 '텍스트'라 부르고 '작품'과 구별했다. 텍스트란 라틴어 '지어낸 것'에서 유래한 말인데, 바르트는 그 의미를 확장하여 '다양한 인용을 엮어서 지어낸 것'이라 이해했다. 저자의 독창적인 작품이 아니라 다른 작품에서 인용하여 지어낸 텍스트, 그것이 바르트가 문학을 보는 관점이다.

알튀세르에 따르면 개개의 주체는 이데올로기의 요청에 호응하면서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신민이 된다. 인간은 국가에 강제로 지배를 당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지배 세력 밑으로 들어간다. 자발적으로 자유로운 주체sujet가 실제로는 지배에 복종하는 신민sujet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현대에서는 도처에 시뮬라시옹이 이루어지고 있다. 가령, 자동차 운전을 배울 때 미리 시뮬라시옹 장치로 연습하고, 그 후에 실제 운전을 한다. 혹은 현대의 전쟁에서는 원격지에서 화면을 보면서 스위치를 누르고 미사일 공격을 할지도 모른다. 이것은 그야말로 시뮬라시옹 자체가 현실화된 예다. 시뮬라시옹과 현실리 구별되지 않는 상황을 보드리야르는 '과도 현실'이라고 불렀다. 이때, 현실 자체가 시뮬라시옹화 된다. 우리는 그야말로 시뮬라시옹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근대인은 부정적인 자유는 획득했지만 긍정적인 자유는 아직 손에 넣지 못했다. 따라서 고독과 무력감에 시달리게 된다. 이러한 고독과 무력감에 가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파시즘이다. 즉, 강력한 지도자에게 복종함으로써 고독과 무력감을 해소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해결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대중은 자유로부터 파시즘으로 도피하고 말았다. 

호네트에 따르면 경제적인 '분배'를 둘러싼 투쟁은 '인정을 둘러싼 투쟁'으로 이해해야 한다. 보수가 적거나, 분배 방식이 나쁜 것은 그 사람이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고전적인 분배를 둘러싼 경제적 투쟁도 '인정'이란 개념 아래서 재검토되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인정'이라는 철학적 개념이 실천적으로 활용된다.

슬로터다이크<인간 농장을 위한 규칙>에서 표명한 것은 근대에서 시작된 '휴머니즘'이 이제 종말을 맞이할 거라는 사실이다. 인간주의 관점에서 유전공학의 발전에 따라 인간 개조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어떤 의미에선 인간의 죽음과 '초인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또 지금껏 인문주의의 기초가 된 '책'의 종말이다. 정보통신기술의 진전에 따라 의사소통의 양상이 볂하고 있다. '인간의 죽음'과 '책의 죽음'은 프랑크푸르트 학파 사상의 근간이 되었던 '휴머니즘'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다.

기든스도 근대사회에 큰 변화가 일어나리란 것을 부정한 건 아니다. 그들은 그 변화가 '근대 너머post-modernity'에 도달한다는 이론을 비판한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근대의 변화를 어떻게 파악한 것일까? 이 변화를 벡은 '위험 사회risk society'라는 말로 표현하고 기든스는 '세계화'의 진전에 주목했다."

이러한 '문화 자본', '학력 자본', '사회관계 자본'은 개인이 속한 계급이나 계층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한 행동 양식을 낳는다. 이를 부르디외는 '아비투스habitus'라고 명명했다. 이 용어는 원래 라틴어에서 유래된 말로 '태도'나 '습관' 등을 의미한다. 그는 이 단어를 개인이나 집단이 갖고 잇는 일정한 태도나 성향이라 규정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사회'를 생각할 때, 구성 요소가 되는 것은 통상 '인간'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버마스를 포함하여 '사회는 인간으로 구성된다'는 것은 확고한 전제였다. 그런데 루만은 그것을 부정하고 사회를 성립시키는 것은 '인간'이 아니며, 그 '행위'도 아니라고 선언한다. 핵심이 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개념이다. 사회는 인간으로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으로 성립되기 때문이다.

바우만에 따르면 유동하는 상태인 근대 이후의 시대에 인간은 쓰이다 버려지고 끝내 쓰레기가 된다. 현대인은 누구나 이런 현상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또 현대의 소비생활은 유동 상태의 근대에 부합하여 상품을 영속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사서 쓰고 바로 버리는 '쓰레기의 문화'가 되고 있다. "모든 것은 쓰레기장으로 가는 도중에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인간도 쓰이다 버려질 것이다.

개인은 자기 자신의 선택에 따라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설계하는 존재로 가정된다.  샌델은 이러한 자유주의의 인간상을 '무연고적 자아'로 규정했다. 즉, 자유주의에서 개개인은 선택 주체로서의 인간이며 스스로 져야 하는 외부로부터의 의무를 일절 배제한다. 샌델에 따르면 자유주의의 근저에는 이러한 개인에게 주어진 '의무'를 도려낸, 말하자면 탈색된 듯한 인간이 있다.

 

 


과거에는 현대사상이라고 하면 다들 '포스트모던'을 떠올렸다. 바디우지제크는 이에 반기를 들고 포스트모던이 현대의 선택지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철학의 종말'을 부르짖는 포스트모던에 맞서 바디우는 '철학의 귀환'을 선언했다. 또 지제크는 현대의 포스트모던에 대한 대안으로 '공산주의'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아렌트의 기본적 관점은 '나치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다'라는 점이다. 나치는 이상하고 잔학한 인간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극히 보통의 인간이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누구나 전체주의에 빠질 수 있다. 인간이란 그런 존재다. 그렇다면 아예 처음으로 되돌아가 '인간이란 대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는 1958년 <인간의 조건>을 세상에 내놓는다.

현대의 가장 위험한 철학자로 불리는 바디우는 오늘날 '윤리'란 말이 가장 각광받고 잇는 데에 주목한다. 우리 주변에 생명 윤리, 윤리 위원회, 기업 윤리 등 윤리가 넘쳐난다. 이에 대해 그는 '윤리'가 사람들을 관리 및 지배하기 위한 '이데올로기'라고 폭로했다. 그것은 서구적 질서를 선택하게 하고, 자본주의경제와 의회 민주주의를 옹호하게 하여 결국 보수주의, 보신주의로 이끈다.

'호모 사케르'란 원래는 '성스러운 인간'을 의미한다. 하지만 고대 로마법에 따르면 '법에서 배제된 인간'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호모 사케르'가 되면 누구나 그를 살해해도 좋다. 말하자면 버림받은 인간이다. 아감벤은 카를 슈미트의 말을 빌려서 이를 '예외 상태에 있는 삶'이라 말했다.

일반적으로 '성'을 말할 때, '생물학적인 성sex'과 '사회적·문화적 성gender'을 구별해서 생각한다. 상식적인 발상에서 '사회적 성은 생물학적인 성에 바탕을 둔다'고 생각할 수 있다. 버틀러는 이러한 구별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생물학적인 성' 또한 사회적으로 구축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누스바움은 버틀러를 비판하면서 인간의 성은 사회적인 관계에 따라 전면적으로 구축되지 않으며 젠더를 자유롭게 바꿀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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