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라이프 - 마지막까지 후회 없는 삶,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위한 인생철학
마크 롤랜즈 지음, 강수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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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글을 하나로 모으기로 했다. 모든 것을 전자적인 형태로 옮기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통합했다. 아마 이것이 햇살이 비치고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기억의 산속을 따라 부모와 함께 좀 더 길을 걷는 방법일 것이다. 비록 내가 특별히 윤리적인 철학자는 아니지만, 부모보다 전문 교육은 좀 더 받았으니까. 철학적인 부분에 실수가 있다면 교정하고 어떤 결론이 나올지 전개해봐야겠다. - '프롤로그' 중에서

 

 

우리가 꿈꾸는 좋은 인생의 해답을 찾아서

 

저자 마크 롤랜즈는 영국 웨일스 뉴포트 출신 철학자이자 작가로 현재는 미국 마이애미 대학교 철학과 교수다. 심리 철학과 인지 과학, 응용 윤리학 등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11년간 동고동락한 늑대 브레닌과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과 동물의 관계, 선과 악, 인간의 본질, 문명, 행복 등에 대한 사유를 풀어낸 <철학자와 늑대>로 대중 철학 작가로서 이름을 알렸다. 이후 마이애미 마라톤을 준비하고 성취해내는 과정에서의 철학적 성찰을 담은 <철학자가 달린다>로

 

 

 

 

 

 

 

 

"글은 반드시 글일 필요가 없고 기록 매체는 반드시 종이일 필요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은 글이다. 새벽이 장밋빛 손가락으로 내가 속한 세상을 보여주는 세계지도를 어루만질 때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는가?" - 27쪽

"글은 우리 모두가 드러나는 방식이다. 휘갈겨 쓴 글은 우리가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글은 우리 모두가 우리만의 방식으로 '나도 여기 있어!'라고 외치는 존재의 방식이다. 우리 모두는 말로 이루어진 존재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비록 나는 종이에 쓰인 글에 불과하지만 여전히 당신이 알고자 하는 것보다 더 실재적이다" - 29쪽

 

 

술취한 실레노스 

 

 

책은 실레노스의 "인간은 태어나지 않았어야 했다?"를 생각해보라고 한다. 실레노스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시종이자 반인반마半人半馬로 항상 술에 취해 있었다고 한다. 미다스 왕의 추적을 잘도 피해 다니던 실레노스가 마침내 붙잡히자 왕은 그에게 "인간에게 가장 좋은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한 그의 답이 가관이다.

 

"가련한 인간들이여! 인간에게 가장 좋은 것은 태어나지 않는 것이다!"

 

아이의 출생은 보통 부모에게 초점이 맞추어진다. 부모들은 아이를 원했던 것 같다.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고 판단한 부모라면 다양한 방법으로 피임하거나 미처 피임을 하지 못해 임신했을 경우에는 유산 내지는 낙태까지 강구했다. 이를 생각해 보면 아이의 출생 여부는 모두 '부모 중심적 이유'에 달려있다.

 

그런데, 실레노스의 대답은 '자녀 중심적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아이를 낳음으로써 부모, 인류, 환경에 미치는 혜택이나 불이익에 근거하는 게 아니라, 태어날 아이의 혜택이나 불이익에 초점을 둔 판단인 것이다. 만약에 우리들의 부모가 유전자 구성을 미리 조사해보고 그 결과가 불행하게도 희귀병 질환을 갖고서 태어날 확률이 높다는 판정이었다면 아마도 당연히 임신 자체를 준비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유하는 삶, 이것이 바로 '굿 라이프'이다

 

그렇다. 아무런 생각이나 고민 없이 출생한 아이는 없을 것 같다. 적어도 태어날 아이와 함께 할 행복한 인생을 꿈꾸지 않았을까? 이는 부모만을 위한 이기적인 행복도 그렇다고 태어날 아이를 위한 이타적인 행복도 아닌 모두를 위한 '좋은 인생'이 아니었을까? 아버지의 원고지 속에서 자신의 탄생에 관련된 글을 읽은 니콜라이의 모습이 그려진다. 스무 가지의 딜레마를 읽는 사람들은 제각각의 사유를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저자는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도 없다. 단지 우리들에게 사유가 필요함을 시사할 뿐이다. 일독으론 부족하다, 여러 번 읽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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