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사회 - 타인의 공간에서 통제되는 행동과 언어들
김민섭 지음 / 와이즈베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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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회는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이다. 은밀하게 자리를 잡고 앉은 '대리사회의 괴물'은 그 누구도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서 행동하고, 발화하고, 사유하지 못하게 한다. 모두를 자신의 욕망을 대리 수행하는 '대리인간'으로 만들어 낸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들에게 주체라는 환상을 덧입힌다. 자신의 차에서 자신의 의지에 따라 운전하고 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대리인간으로 살아오다

 

책의 저자 김민섭은 2015년 말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첫 책을 발표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이 대학에서 보낸 8년을 '유령의 시간'으로 규정지었다. 스스로를 대학의 구성원이자 주체로서 믿었지만 그 환상은 강요된 것이었고, 그는 타인의 욕망을 대리하면서 강의실과 연구실에만 존재했다. 강의하고 연구하고 행정 노동을 하는 동안 그는 사회적 안전망을 보장 받을 수 없었고 재직증명서 발급 대상조차 아니었다. 이후 대학에서 나온 그는 그 시간이 '대리의 시간'이었음을 알았다. 그리고 '대리운전'이라는 노동을 통해서 대학뿐만 아니라 이 사회가 하나의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임을 다시 확인했다.

 

이 책은 타인의 운전석이라는 가장 좁은 공간에서 바라본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마치 서로를 축소 내지는 확대해 놓은 것처럼 닮아 있는 공간이다. 저자는 이 운전석에서 세 가지의 '통제'를 경험했다. 그것은 바로 '행위', '말', '사유'의 통제를 말한다. 먼저 액셀과 브레이크를 밟고 깜빡이를 켜는 그런 단순한 조작 외엔 그 무엇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행위의 통제, 다음으로 차의 주인이 화제를 정하고 말을 건네면 그제서야 이에 화답하지만 대체로 묵묵히 운전만 하는 말의 통제, 마지막으로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운전만 하는 사유의 통제 등을 가르킨다.

 

타인의 운전석은 한 개인의 주체성을 완벽하게 검열하고 통제한다. 비단 몸덩어리뿐 아니라 언어와 사유까지도 빼앗는다. 그렇다면 이 운전석을 벗어나면 자유로워지는 게 아닐까?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렇지 않다. 운전을 마치고 운전석에서 내려왔음에도 신체는 온전히 돌아오지 않고, 여전히 '대리'라는 단어에 함몰되어 있을 뿐이다. 한 마디로 주체적인 인간이 아니었다.

 

나아가 이와같은 대리사회의 괴물은 그러한 통제에 익숙해진 대리인간을 원한다. 이에 익숙해진 우리들은 스스로 판단하고 질문하는 법을 점치 잊어간다. 물론 우리들은 이런 통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스스로의 틀을 만들고, 또한 스스로 자발적으로 사유해야 한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불편해하고, 의심하고, 질문해애 한다. 그래야만 온전한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럼에도 순응하는 몸

 

타인의 운전석에서 내리며, 자기 자신의 신체를 되찾는다. 무엇보다 사유하고 행동할 자유를 되찾아 온다. 더 이상 상대방의 눈치를 보며 기계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러한 일이 반복되면서스스로는 조금씩 주체의 자리에서 이탈하는 데 익숙해져 갔다. 상대방이 말하는 대로 수용하고 긍정하는 간편한 대화의 방식, 말하자면 '순응'이 어느새 자연스럽게 몸에 각인된 것이다. 누군가 나를 주체로서 대우한다고 해도 익숙해진 몸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그러면 어디에서든 주체로서 발화할 수 없게 된다. '순응하는 몸'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타인의 운전석과 다름없는 '을의 공간'은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 차의 주인과 대리기사와 같은 역설의 관계 역시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그 어디에서, 주체의 욕망은 쉽게도 타인을 잡아먹는다. 예컨대 의사 결정권자는 언제나 자유롭게 회의 안건을 내고 소통하자고 하지만 그 누구도 화답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상상과 수용 가능한 범위가 제한되어 있음을 모두가 안다.

 

거기에서 벗어나거나 반론을 내기라도 하면 곧 따가운 눈총이 쏟아진다. 소통은 주체가 된 이들의 논리를 확인하고 강요하는 수단이 된 지 오래다. 부하 직원은 직장 상사에게 아이디어를 내지 않고, 학생은 교사의 의도에서 벗어난 답을 제출하지 않는다. 아이 역시 부모 앞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털어놓지 않는다. 자신이 주체가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는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부터 시작해 교사, 직장 상사와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을의 공간'에서 순응하는 방법을 주로 배워왔다. 그렇게 이 사회는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이 되었다.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대리운전을 하던 시절, 한번은 밤 12시가 넘어 중년의 남녀를 태우고 치악산 언저리까지 갔다. 주변엔 몇 개의 모텔밖에 없었다. 그들이 함께 모텔로 들어가자 혼자서 산자락을 따라 하산하는 동안 두려움에 휩싸였다. 멧돼지라도 출현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도저히 불안해서 안 되겠다 싶어 콜택시를 불렀다. 배보다 배꼽이 컸다. 대리운전비보다 콜택시비가 더 많이 나온 것이다. 비싼 수업료를 납부한 셈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책상 앞에 앉았다. 자신을 위해서도, 가족을 위해서도, 우선 '공부'가 필요했다. 그때 그는 고작 대리운전인데 그냥 몸으로 부딪히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가벼운 태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모든 거리에는 저마다의 문법이 있다. 그것을 익히지 않으면 어느 생태계에서든 살아남을 수 없다. 작년까지 논문을 쓰던 책상에서, 이제는 대리운전을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 논문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역시 생존의 문제였다. '길을 잘 모르니까' 하는 것이 삶의 핑계가 될 수는 없었다.

 

새롭게 거리의 문법을 배우는 일은 즐겁다. 각각의 점이 선으로 연결되어 간다. 그것은 인접한 도시이기도 하고, 대중교통의 노선이기도 하고, 거기에는 어떠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다. 그 점과 선을 다시 면으로 구성하고 나면 나름 대리기사로서의 기초문법을 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지명을 외우고 막차 시간을 계산하는 데서 나아가 그 안의 '사람'에 대해 상상하게 된다. 그들은 언제 어떻게 나가고 들어오는지, 그들의 도시는 어떻게 외부와 소통하는지, 하는 것이다. 생존을 위한 투쟁은 그러한 사유로도 확장된다. 그렇게 경험한 삶의 문법이 잠시 스쳐 지나가는 대리가 아닌 온전한 주체로서 내 몸에 남을 것을 믿는다.

 

 

 

가족은 서로를 위해 대리로 살아간다

 

어느 날 새벽 아내는 저자를 픽업하러 왔다. 당시 그는 1시간 정도 걸을 작정을 하고 있었는데, 와 줘서 정말 고마웠다. 아내의 말로는 아이는 잠들었고 남편이 늦게까지 귀가하지 않아 걱정되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대리운전을 그만두면 안 되느냐고 물어왔다. 이에 어디서나 대리인생임을 자각했기에 이를 주제로 글을 쓰겠다고 말하며 그간 번 돈을 보여주었다. 아내는 잠시 말이 없다가 이번 달에 받은 생활비가 이 돈이냐고 말했다. 귀가 후 맥주 한잔을 하면서 그날 번 돈을 모두 주었다. 차비가 너무 비싸다고 했더니 아내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날 이후 아내에게는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 아이의 장난감을 사왔기에 저건 얼마야, 하고 묻자 "응 저건 대리를 두 번 뛰면 살 수 있어"라고 했다. 모든 물건을 살 때마다 1대리, 2대리, 하고 화폐의 단위처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 정말 사야 할 물건만 사게 된다는 반응에 그는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를 고민했다. 하긴, 그러면 무엇도 쉽게 살 수 없게 될 것이다.


어쩌면 가족은 끊임없이 서로를 위한 '대리'로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나는 너를 위해, 너는 나를 위해, 우리는 너를 위해, 그렇게 끊임없이 주체와 대리의 경계를 넘나든다. 저자는 아직 모든 가족을 주체로 두는 방법을 잘 모른다. 하지만 아내하고든 아이하고든, 조금은 더 많이 대화하려고 한다. 기꺼이 그들을 위한 대리의 삶을 살며, 그렇게 조금은 더 주체적인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다.

 

 

대리전쟁에 동원되다 

대학이라는 '갑'은 전쟁의 주체로 나서지 않았다. 대신 자신을 주체로 믿는 대리인들이 자연스럽게 그 전쟁을 수행하게 했다. 그런데 자신의 앞을 막아선 그들을 미워할 수가 없다. 저자 역시 갑을 위한 '대리전쟁'에 수차례 동원되어 왔기 때문이다. 을의 앞을 막아서는 것은 또 다른 을이다. 반드시 폭언이나 폭력을 수반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전쟁의 수행자가 된다. 주변의 목소리를 외면하거나 그와 자기 자신 사이에 선을 긋는 것 역시, 갑의 욕망을 대리하는 행위인 것이다.


분노는 주변의 을이 아닌 저 너머의 갑을 향해야 하고, 공고하게 구축된 시스템에 닿아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을은 계속해서 동원되고 희생될 것이다. 갑과 갑의 싸움이 시작된 대리운전 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20퍼센트가 넘는 수수료에 더해 보험비, 프로그램 사용비, 출근비, 입금 수수료 등의 추가금을 부담해야 하고, 유니폼을 따로 구매하거나 핸드폰까지 개통해야 하는 왜곡된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모두가 알고 있다. 이를 바꾸기 위한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


대리기사들의 네트워크는 의외로 단단하다. 모두가 하루쯤 출근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밤은 절반쯤 멈춘다. 그렇게 전국적인 파업을 하는 것도 정말로 멋진 일이 될 것이다. 그렇게 갑의 욕망을 위한 '대리인'으로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는 스스로를 위한 주체로 함께 싸워나가야 한다. 

 

 

거리에는 사람이 있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기계와 한 몸이 되어 기다리고, 걷고, 뛴다. 기계가 신체에 종속되었다기보다는 오히려 그 반대다. 지문이 없어진 그들의 신체는 이미 기계화되었다. 막차가 끊긴 시간부터 첫차가 움직이기 전까지 '기계들의 밤'이 열린다.


그렇게 기계가 된 이들을 다시 사람으로 호출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기사와 손님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거기에는 사람만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을 여전히 기계로 두는 이들이 있다. 그저 핸드폰에서 간단한 클릭 몇 번을 하는 것으로 자신이 해야 할 그 무엇을 타인에게 대리시키면서, 그 기계 너머에 사람이 있음을 잊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에게 달려오는 것이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수고로움을 상상하지 못한다. 쉽게 호출을 취소하기도 하고, 아니면 기계를 대하듯 타인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발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간편함에 이끌려 사람을 상상하는 법을 잊게 되면, 그 역시 기계가 되어버린다. 타인의 처지에서 사유하거나 공감하지 못하고, "여기에 사람이 있어요"라는 누군가의 절망에도 무뎌지게 되는 것이다. 오늘도 기계들의 밤이 열린다. 하지만 그 누구도 기계가 아니다. 나는 '지문'이 있는 한 인간으로서 그 밤을 걷는다. 이 거리에, 사람이 있다.

 

 

 

우리 모두 경계에 있다

 

어느 조직에나 관리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현장 노동자도 아닌, 중간자가 존재한다. 그것은 중심부와 주변부의 경계에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저자는 대학에서 '중간자'이자 '경계인'이었다. 대학원생 조교로 학과사무실과 연구소에 있으면서, 시간강사로 강단에 서면서, 계속해서 경계를 넘나들었다.

 

우리 모두는 경계에 있다. 다만, 한 걸음만 물러설 용기를 가지면 된다. 대리인간으로 밀려날 것인지, 스스로 물러서고 다시 나아오는 주체가 될 것인지,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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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스타트업의 비밀 - 거대 기업을 뛰어넘는 1등 스타트업의 13가지 성공 전략
이현주 외 지음, 이현주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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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라티는 성공한 스타트업들의 비밀을 파헤쳐 지극히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고 해답을 제시한다. 무엇 때문에 어떤 스타트업은 규모를 빨리 확장하고, 어떤 스타트업은 시작과 동시에 사그러드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그는 스무 개의 기업을 열 쌍으로 묶어 살펴보고, 승자와 패자로 나누어 무엇이 그들을 성공으로 이끌었는지 밝혀낸다.

 

 

1등 스타트업의 13가지 성공 전략    

 

책의 저자 션 아미리티는 링크트인이 처음 인수한 빅데이터 기업인 엠스포크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그는 여러 스타트업을 성공적으로 론칭하고 성장시키는 과정을 통해 스타트업의 성공에 필요한 노하우를 축적했다. 또한 자신만의 분석법을 통해 장래성이 높은 스타트업을 골라 투자하고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러한 노하우를 가지고 카네기멜론 대학교에서 린 스타트업 교육을 진행하는 그는 수많은 학생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정말로 궁금해하는 것은 어떻게 스타트업을 성장시킬 것인가임을 깨달았다.

스타트업을 시작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성장'이다. 수익률을 높이고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서 그리고 창업자의 비전을 널리 퍼뜨리기 위해서 끊임없이 성장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제품과 서비스를 론칭했는데 왜 어떤 기업은 10배가 넘는 수익률을 올리고, 어떤 기업은 사라지고 마는 것일까? 저자는 비슷한 조건과 유사한 고객층을 두고 시장에서 경쟁한 기업을 분석하여 매우 구체적인 13가지 성공 전략을 밝혀냈다.

 

그는 성공 전략을 세밀하게 밝혀내기 위해 쌍벌 조사법을 도입했다. 비즈니스 서적들은 성공한 사례에만 집중, 실패한 기업에 대해서는 별로 다루지 않는 실수를 범하곤 한다. 하지만 쌍벌 조사법을 이용하면 성공한 기업과 실패한 기업을 모두 살펴보기 때문에 비슷한 조건에서 유사한 전략을 시도했음에도 왜 성공과 실패로 나뉘는지, 구체적으로 무엇이 성공 요인으로 작용했는지 면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또한 저자는 모든 종류의 혁신에 폭넓게 적용하고자 연구 대상 기업을 넓게 잡았다. 세계 1등 소셜 미디어 기업인 페이스북과 그보다 먼저 론칭했지만 빛을 발하지 못한 프렌즈터, 전기자동차 시장을 두고 대립했던 테슬라와 피스커, 비즈니스 전문 소셜 네트워크를 만든 링크트인과 스포크, 온라인 비디오 플랫폼을 제공한 유튜브와 레버까지 비슷한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한 10쌍의 20개 기업과 비교할 대상은 없지만 훌륭한 성장 본보기가 되는 6개의 기업까지 총 26개의 기업 사례를 통해 당대에 알맞는 조직의 성장법을 만나볼 수 있다.

책은 기업 사례 분석의 결과를 토대로 총 3부로 구성되었다. 먼저 제1부(규모 확장을 위한 필수 조건)에서는 성공을 위해서 당장 갖추고 있어야 하는 '필수 조건' 네 가지를 설명한다. 스타트업이 만들어지고 성공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창업가의 비전, 시장을 키울 수 있는 확장 가능한 아이디어 등을 만날 수 있다. 제2부(성장의 가속화를 위한 촉매제)에서는 성장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리는 네 가지 촉매제를 소개한다. 촉매제는 '내가 내놓은 해결책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을까?'라는 창업가들의 질문에 대한 답이다. 즉 스타트업에서 어떻게 해야 상품과 서비스를 홍보하고 알릴 수 있는지, 기존 플랫폼의 효과적인 활용법과 알고리즘의 활용법 등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제3부(지속적인 장기 성장을 위한 기본 요소)에서는 원하는 목표까지 성장을 끌어올린 기업이 그다음 과제인 지속 가능한 성장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 알려준다. 탄탄한 성장의 발판을 만들기 위해 자금 전략을 제대로 세우고 자금을 이끌어오는 방법은 물론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인재를 영입하고, 기업 문화를 만들어가는 방법까지 다섯 가지 요소를 만나볼 수 있다.

 

 

 

고객에게 유의미한 문제를 해결하라

 

확장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고 자기 자신신의 목표를 이룰 만큼 시장도 충분히 크다면 다음 단계는 해당 제품의 출시를 목표한 시장의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이는 사실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매우 흔한 이유가 바로 당해 제품이 목표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에어비앤비와 드롭박스를 포함한 80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한 와이콤비네이터의 공동 창업자인 폴 그레이엄보다 지난 10년간 스타트업을 가까이서 자세히 지켜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는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원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어떤 의미에서 스타트업을 죽이는 실수는 딱 하나밖에 없다. 사용자가 원하는 무언가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든다면 당신이 무엇을 하든 무엇을 하지 않든 사실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지 못하면 무엇을 하든 무엇을 하지 않든 당신은 성공하지 못한다"

 

규모 확장을 위한 네 가지 필수 조건

 

1. 창업가의 비전

2. 확장 가능한 아이디어

3. 고객에게 의미 있는 문제 해결책

4. 훌륭한 첫 상호작용

 

 

기존의 플랫폼을 활용하라

 

유튜브의 창립자들(초기 페이팔 팀이었던)은 기존의 플랫폼을 등에 업고 성장해야 한다는 교훈을 확실히 통감한 듯했다. 유튜브가 성장한 것은 많은 마이스페이스 사용자들이 자신의 페이지에 유튜브 동영상을 올린 덕분이었다. 사실 구글이 유튜브를 16억 5,000만 달러에 인수하기 1개월 전에 피터 처닌(당시 뉴스코페레이션의 최고업무책임자였다)은 유튜브 트래픽의 60~70퍼센트는 마이스페이스에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이 통계 결과는 논란의 여지가 있었고 처닌이 부풀린 수치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초기 유튜브에게 마이스페이스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는 우연히 발생한 일이 아니라 애초에 계획하고 제품을 개발한 결과였다. 유튜브가 성장하기 시작한 초기의 제품 백로그는 확인할 수 없지만, 유튜브가 새로운 버전을 발표할 때마다 변화는 알 수 있었다. 블로그를 관리하기 시작한 지 5개월 안에 유튜브는 열 개의 글을 올렸는데, 모두 하나에서 여섯 가지 정도의 새로운 기능을 알려주는 글이었다. 새로운 기능을 소개하는 글마다 유튜브 동영상을 공유하기 쉽게 해주는 기능이 최소 한 가지는 포함되어 있었다. 열 개 중 두 개의 포스팅은 다른 플랫폼에서 동영상을 공유하는 방법에만 집중한 글이었다.

 

최근에는 이 드래프팅 전략이 노골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유튜브는 외부 사이트에서 재생되는 동영상을 비롯한 모든 동영상을 재생하기 위한 인프라 비용을 지불했다. 유튜브와 비아컴의 소송 과정에서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기가옴에서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유튜브가 사업을 시작하고 구글에 인수되기 전까지 사용한 1,150만 달러 중 800만 달러가 인프라 비용으로 지출됐다고 한다. 기가옴은 유튜브가 구글에 인수되기 전 마지막 분기에는 인프라 비용이 매달 100만 달러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성장을 고양시키는 네 가지 촉매제

 

1. 더블 트리거 이벤트를 노려라

2. 기존 플랫폼을 활용하라

3. 알고리즘을 최대한 활용하라

4. 입소문의 힘을 활용하라

 

 

데이터를 참조하되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라

 

선정한 기업 중 처음 공식적으로 데이터 과학을 적용한 기업은 제프 해머바커가 이끄는 페이스북과 DJ 패틸이 이끄는 링크트인이다. 해머바커와 패틸은 첫 미팅에서 '데이터 과학자'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3년 안에 링크트인은 8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는 엄청난 위업을 달성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800만 명의 회원을 서로 교류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링크트인의 한 매니저는 당시의 상황을 '컨퍼런스의 환영 연회에 도착했는데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구석에서 혼자 음료를 홀짝이며 서 있다가 일찍 떠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유했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링크트인에 합류한 조나단 골드만은 링크트인이 보유한 모든 데이터를 교류라는 렌즈를 통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사용자들이 서로 알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지 않게 해주는 간단한 방법은 그들이 알 만한 사람들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해결책은 데이터에 있었다. 후에 PYMK(People You May Know, 당신이 알 수도 있는 사람)라고 불린 기능으로 그 당시에는 새로운 시도였다. 패틸의 말을 들어보자.

 

"소프트웨어는 제임스가 메리를 아는지, 메리가 존 스미스를 아는지 또 제임스가 존 스미스를 아는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수억 명이 존재하는 네트워크에서 존 스미스라는 이름을 검색한다고 상상해 보라!"

 

지속가능한 성공을 위한 다섯 가지 요소

 

1. 네트워크의 가치를 최대한 활용하라

2. 규율울 유지하라

3. 고성과 팀을 영입하라

4. 성장 자금 전략을 세워리

5. 데이터를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라

 

 

 

 

 

스타트업을 위한 성장 로드맵을 제시한다

 

신생기업이자 후발주자인 스타트업은 단순히 돈과 열정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성장의 지도가 필요하다. 이 책은 이제 막 스타트업을 시작한 창업자가 어떻게 해야 제품에 대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인지, 늘어나는 조직 구성원들에게 비전을 제공하고 함께 성장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 회사를 만들고 키우는 데 꼭 필요한 성장 로드맵을 모두 담고 있다. 회사를 만든 사람들, 현재는 직장에 몸담고 있지만 자기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기업의 신사업부에서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해 론칭하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명쾌한 답을 제공할 것이다. 창업을 꿈꾸거나 이미 시작한 모든 스타트업 기획자들에게 필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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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언트 - 영어 유창성의 비밀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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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능력은 인간이 가진 가장 신기하고 고귀한 능력 중 하나다. 인간에겐 머릿속에 솟아오르는 생각을 남과 공유하고 싶은 강한 욕망이 있다. 그런 욕망의 힘이 작용하면 목과 입술과 혀의 복잡한 근육들을 움직여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를 진동시킨다. 이 공기 입자들의 미세한 파장이 허공을 가르고 상대편의 귀에 들어가 고막이라는 아주 작은 살점을 흔든다. 그런 방식으로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는 매개체가 바로 말이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새로운 영어 공부법을 제시한다

 

책의 저자 조승연세계문화전문가로 <이야기 인문학>, <비즈니스 인문학>, <공부기술> 등 총 19권의 책을 출간했다. <조선일보 위클리비즈>에 '인문학으로 배우는 비즈니스 영어'와 <동아 비즈니스 리뷰>에 '문화 DNA' 칼럼을 연재 했으며, TV 프로그램인 OtvN <비밀독서단>, JTBC <비정상회담>, MBC <라디오스타>, <마이 리틀 텔레비전> 등에 출연한 유명인사다.

 

영어, 불어, 이탈리아어에 능통하고 독일어, 라틴어는

 

 

 

 

 

우리가 발음에 집착하는 이유

 

한국인이 흔히 '원어민 표준 발음'이라고 생각하는 영어는 사실 뉴욕이나 시카고 같은 대도시 시민이 아니라 미국의 중부 시골인 일리노이 주의 소도시 밀워키 주민의 영어 발음이 기준이라고 한다. 미국의 전국 방송 채널 중 하나인 ABC가 모든 미국인이 공통으로 알아들을 수 있는 발음을 조사하다가, 이 동네 사람들의 발음이 가장 '보편적'인 것으로 나타나 선택했다고 한다. 다시 말하자면, 이 발음을 선택한 이유는 '좋은 발음'이어서가 아니라 당시 가장 상업적이고 실용적인 발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욕 토박이가 옆집에 ABC방송 아나운서 발음으로 말하는 촌뜨기가 이사 오면 일부러 아주 진한 브루클린 사투리로 말을 걸어 그 사람을 소외시키는가 하면, 백인 경찰이 무고한 흑인 청년을 심문하면 흑인 청년은 일부러 백인 경찰이 알아듣기 힘들어하는 할렘이나 브롱스의 걸쭉한 사투리로 대답하기도 한다.


또 저자가 미국에서 생활하던 1990년대에는 힙합 음악이 미국을 휩쓸었는데, 그에 발맞추어 백인의 영어 문법마저 변하기 시작했다. 흑인 커뮤니티 특유의 호칭인 'man, yo, woman' 등이 백인의 영어에 버젓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추상적인 영어, 직관적인 한국어


질문: 아래 사진을 보고 다음 중 참인 문장을 고르시오

 

A. Cows are black

B. The cow is black

 

 

보기를 보고 조금이라도 생각을 해봐야 대답을 할 수 있다면 아직 '추상적 사고'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원어민은 A가 참인지 아닌지 결정할 때 아예 사진 자체를 볼 필요가 없다. Cows 앞에 a/the가 붙지 않은 단어는 '소'가 아니라 '소라는 동물'이라는 개념을 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A 문장을 번역하면 '우리가 소라고 부르는 동물은 원래 검은색이다'가 된다. 그렇다면 소라는 것이 꼭 검은색이라는 법은 없기 때문에 첫 번째 문장은 참이 될 수 없다.

 

'Cows are black'이라는 문장을 한국어로 '소들이 검은색이다'라고 번역하면 오역이 된다. 그러면 사진 속에 분명히 검은색 소들이 있기 때문에 문장이 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Cows are black'이라는 문장이 성립되려면 전 세계에 있는 소라는 모든 동물이 예외 없이 검은색이어야 한다. 같은 문장을 받아들이는 방법이 우리와 미국인 사이에 이렇게 다르니 영어 배우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주어+동사'를 훈련하라

 

대부분의 한국인은 주어 + 동사의 구조를 완벽하게 익히는 과정을 생략하고 다음 단계로 건너뛴다. 하지만 주어 + 동사 문장에 익숙해지는 것은 절대로 만만한 과정이 아니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명사 우선 사고 구조를 동사 우선 구조로 바꾸어야만 다른 영어의 문법 원리들이 주르르 따라 온다. 마치 처음에는 초점이 잘 안 맞던 카메라가 초점이 딱 맞아서 환하게 보이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외교관 양성 기관인 FSI에서는 대부분 의 유럽 언어를 공부할 때 3개월 동안 주어 + 동사 훈련을 한다. 그런데 한국인은 주어 + 동사 문법을 체화하기도 전에 바로 간접목적어, 전치사구, 관계사절 같은 고급 이론을 배운다. 이것은 카메라 초점을 제대로 맞추지도 못하면서 마구잡이로 셔터를 누르는 것과 같다.

 

영어 배우면서 절대로 문법 공부를 서두를 필요가 없는 이유는, 영어의 주요 문법은 100쪽짜리 책에 모조리 담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간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법 규칙 하나하나는 우리와 전혀 다른 사고 패턴에서 우러나오는 습관이기 때문에 이것을 체화하는 것은 훨씬 어려운 문제다.

 

 

모든 단어에는 스토리가 있다

 

예를 들면 영어의 cap(ut)은 '머리'를 뜻하는 형태소다. 한자로 치면 '머리 수 首' 자나 '으뜸 원元'(사람의 머리를 크게 그린 한자)에 속한다. capt라는 형태소는 수많은 영어 단어에 등장하는데, 어느 때는 t가 떨어진 cap이라는 형태로, 어느 때는 cap의 프랑스식 변형인 chef라는 형태로 나온다. 예를 들어서 한 도시의 '머리 도시(수도)'를 capital city라고 하고, 우리가 건물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돌을 '머릿돌'이라고 하듯이 사업을 할 때 가장 먼저 내려놓는 자본금을 capital이라고 하며, 한 무리의 우두머리, 또는 수장을 captain이나 chief라고 한다.


형태소의 용법은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가족적 유사성'의 경로를 타고 가지를 치며 확장된다. 문장에서 가장 처음 오는 글자, 즉 머리글자를 capital letter라고 하고, 책에서 한 단락이 넘어갈 때 남은 공간을 비우고 다음 장의 '머리'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해서 chapter라고 부른다.


머리에 뒤집어쓴다는 의미로 cape이라고 불리던 일종의 망토가 있는데, 유명한 성인의 망토가 보관되어 있다고 해서 프랑스의 한 예배당을 chapel이라고 부르다가 나중에는 모든 개인 예배당을 chapel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또 어떤 수도승의 무리가 cape을 쓰고 다녔기 때문에, 그들의 옷 색깔을 따서 특정한 커피를 cappuccino라고 부르게 되었다.

 

 

 

문화 독해력을 키우자

 

언어란 공통된 문화 지식 기반을 갖지 못하면 소통하기 어렵다. 외국인인 우리가 영어 단어를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서 수많은 단어의 사전적 정의를 알아도 미국 시트콤을 보면서 미국인과 같은 포인트에서 웃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우리와 그들의 공유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것은 외국어 사용자 간에 국한된 문제일 것 같지만 사실 모국어 사용자 간에도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나이든 중노년들이 10대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다고 한탄하곤 하는데, 분명히 같은 문법 구조와 형태소를 가진 한국어로 소통을 하지만, 가요, 책, 드라마, 역사적 사건 등 문화적 지식 배경이 세대 간에 다르기 때문에 해석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외국어를 배울 때는 당연히 이런 격차가 훨씬 심하다. 한 언어권의 상식이 다른 민족에게는 지식이기 때문이다.

 

외국 드라마를 원어로 시청하면서 '웃음 포인트'를 놓치지 않고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수많은 외국 미디어 정보를 곧바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그들'의 역사적, 문화적 지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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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 영업맨 꼴등 영업맨 뭐가 다를까 3
기쿠하라 도모아키 지음, 정지영 옮김, 정원옥 감수 / 스타리치북스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일등 영업맨과 꼴등 영업맨의 차이는 무엇일까? 타고난 인간적인 매력일까? 아니면 커뮤니케이션 능력? 혹은 풍부한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 점들도 극히 일부분 포함되지만 전부 정답은 아니다. 빙빙 돌리지 않고 딱 잘라 말하자면, 바로 습관의 차이다. - '머리말' 중에서

 

 

습관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책의 저자 기쿠하라 도모아키는 영업서포트컨설팅(주) 대표이사이자 (주)영업인재교육협회 이사이다. 그는 학교를 졸업한 후 도요타홈에 입사하며 영업 세계에 발을 들였다. 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영업 방법을 찾지 못하고 7년이라는 재직 기간 동안 해고당할 위기를 겪으며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이후 그는 고객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방문에서 영업 레터로 바꾼 것을 계기로 4년 연속 우수 영업 사원 자리를 차지했으며, 약 600여 명의 영업 사원 중에서 MVP를 획득했다.


2006년에 독립하여 영업서포트컨설팅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현재 경영자와 영업 사원을 대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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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나의 증오를 갖지 못할 것이다
앙투안 레이리스 지음, 양영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경기관총의 일제 사격으로 그들은 우리의 퍼즐을 엉망으로 흩어놓았다. 우리가 그 조각들을 하나하나 다시 맞추게 될 때, 완성된 퍼즐은 예전과 똑같을 수 없을 것이다. 퍼즐 속 그림엔 분명 빠진 사람이 있을 것이고, 그래서 우리 둘만 남아 있을 테지만, 우리는 빠진 사람의 빈자리마저 모두 채울 것이다. 엘렌은 그곳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 우리 두 사람의 눈 속에서 그녀의 존재를 확인하게 될 것이며, 우리 두 사람의 기쁨 속에서 그녀의 불꽃이 타오를 것이고, 우리 두 사람의 혈관을 타고 그녀의 눈물이 흐를 것이다. 우리는 절대 이전의 삶으로 되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결코 그자들에 대한 반감 위에 우리의 새로운 삶을 쌓아 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만의 삶 속에서 나아갈 것이다" - '2015년 11월 16일의 기록' 중에서

 

 

테러로 아내를 잃은 저널리스트의 공개서한

 

2015년 11월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테러로 아내를 잃은 저널리스트 앙투안 레이리스는 사흘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신들은 나의 증오를 갖지 못할 것이다"라는 제목으로 IS에게 공개서한을 띄웠다. 이를 접한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추모와 위로, 공감과 연대의 메시지로 화답했다. 세계의 언론들은 그의 글을 "용감하고 감흥을 줄 뿐만 아니라 문학적이고 지성적이며 감각적"이라고 평했다.

 
이 책은 절망뿐인 상황, 상실의 고통 속에 빠져 있는 이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놀라운 힘을 가졌다. 저자는 분노와 증오의 원천에 저항할 때 그것에 휩쓸리거나 잠식당하지 않고 어떻게 인간답게 맞서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우리의 삶이 계속되어야만 하는지 이야기한다. 그리하여 그의 말은 흉포와 야만, 분노와 증오로 점철된 이 시대에 숭고한 빛이 되어 우리 앞의 어두운 길을 환하게 비춘다.

 

앙투안 레이리스는 <프랑스 앵포>, <프랑스 블뢰>에서 문화 칼럼니스트로 일했다. 2015년 11월 13일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파리 테러 당시 바타클랑 극장에 공연을 보러 간 아내 엘렌 뮈얄 레이리스를 잃었다. 태어난 지 겨우 17개월 된 아들 멜빌과 단둘이 남겨진 그는 상실감에 몸부림치다가 결국 펜을 들었다.

 

칼보다 강한 펜이라는 무기를 들고서 아내를 살해한 테러범들에게 "당신들은 나의

 

 

 

 

 

 

 

2015년 11월 13일 저녁, 프랑스 파리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울려 퍼진 굉음과 총성은 빛의 도시 파리를 피로 물든 암흑의 도시로 바꿔놓았다. 이날 IS가 일으킨 파리 테러로 무고한 시민 131명이 숨졌고, 전 세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그 후 수개월간 세계는 '파리를 위해 기도합니다(Pray for Paris)'라는 문구로 파리와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2015년 11월 13일, 밤 10시 37분

 

"당신은 안전한 거죠?", 독서 중이던 저자는 휴대폰 메시지를 보자 무슨 일이라도 발생했는가 싶어 잠든 아기를 깨우지 않으려고 조심스레 걸어서 거실로 나가 TV 리모컨을 켰다.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발생한 테러 현장의 영상이 잡힌다. 외출 중인 아내에게 택시를 타고 빨리 귀가하라고 연락해야겠다고 맘 먹는 순간, 화면 하단에 빠른 속도로 지나가던 글씨들이 갑자기 멈춘다.

 

"바타클랑에서 테러"

 

아내 엘렌은 현재 콘서트를 보려고 이 현장에 있다. 갑자기 온몸에 전기가 관통하는 듯한 찌릿함을 느낀다. 빨리 뛰쳐나고 싶지만 간난쟁이 멜빌이 곁에 있기 때문에 꼼짝을 할 수가 없다.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지만 역시 아기 때문에 참아야만 한다. 아내에게 전화를 한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렇게 전화 걸기를 백 번, 천 번, 만 번.

 

장모가 집에 도착했다. 이제 그는 행동에 나서야만 했다. 남동생과 함께 차를 몰아 사고 현장 인근의 병원으로 내달렸다. 아내의 이름은 부상자 명단에서 찾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인근 병원을 계속 뒤진다. 밤은 계속 깊어만 간다. 더 이상 찾을 것이 없지만 그는 그 일을 계속했다. 아침 7시, 30분 후에 아기에게 젖병을 물려야 한다.

 

 

2015년 11월 16일, 오전 9시 30분


멜빌은 어린이집에 있다. 오늘, 파리 15구의 한 담배 가게 겸 카페에서 맞이하는 월요일 아침에 사람들은 꿈이 산산조각 나버린 자들의 우중충한 낯빛을 하고 있다. 대화거리를 찾고 있는 카페 손님 모두의 눈이 쏠린 BFM TV 화면에서는 같은 장면만 계속 반복해서 돌아간다. 오늘은 월요일인데, 사람들은 모두 금요일에 관해서만 떠들어댄다.

 


"진한 커피 한 잔!"


아침에 저자는 법의학 연구소로 엘렌을 보러 가야 한다. 옆자리에서는 마흔다섯에서 쉰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 두 명이 못 볼 것을 너무 많이 봐서 지쳐버린 눈길로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카페에서 남들의 대화를 듣지 않을 수 없다. 평소 같았으면 커피 한 잔 마시는 동안 전혀 모르는 타인의 삶의 한 조각 속에 은근슬쩍 껴들어가는 혼자만의 즐거움을 만끽했을 테지만. 그런데 오늘은 내 삶이 조각나버렸다.


바싹 마른 엘렌의 몸에서 시체의 냉기만이 뿜어져 나올지라도, 그녀와의 입맞춤에서 아직 약간의 온기가 남은 피비린내가 느껴질지라도, 그녀가 내 귀에 속삭이는 소리에서 진혼곡의 얼음장같이 섬뜩한 아름다움만 흘러나올지라도, 나는 그녀에게 입 맞추어야 한다. 나는 이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 안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야 한다.


물론 죄를 지은 자, 자신의 분노를 퍼부을 대상을 눈앞에 빤히 두고 있다는 건 말하자면 반쯤 열린 출구, 자신의 고통을 용케 피해나갈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범행이 끔찍하면 끔찍할수록 범인의 존재는 이상적인 분노 배출구가 되어줄 것이고, 증오 또한 정당화될 것이다. 자신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그자들에 대해 생각하면 되고, 자신의 삶을 증오하지 않기 위해서 그자들을 증오하면 되며, 살아남은 자들에게 미소 짓지 않기 위해서 그자들의 죽음에 기뻐하면 될 것이다.


우리는 절대 이전의 삶으로 되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결코 그자들에 대한 반감 위에 우리의 새로운 삶을 쌓아 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만의 삶 속에서 나아갈 것이다.

 

 

2015년 11월 16일, 오전 10시

 

"준비되시면 말씀해주실래요?"


엘렌이 있다. 저자는 그녀를 향해 다가가다가 몸을 돌려 분명 방 안에 우리 두 사람뿐임을 확인한다. 이 순간은 우리의 것이다. 유리벽이 우리를 갈라놓고 있다. 그는 자신의 온 체중을 실어 그 벽에 바짝 붙는다. 우리 두 사람이 살아온 삶이 눈앞에 펼쳐진다. 나는 엘렌은 달이었다. 우윳빛 피부에 짙은 갈색 머리칼, 약간 겁에 질린 듯한 올빼미 눈, 온 세상을 그 안에 담고 있는 미소. 그는 결혼하던 날 그녀가 지었던 그 미소를 다시 본다.


엘렌은 늘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아름답다.


그는 운다. 그러면서 한 시간, 아니 최소한 하루, 어쩌면 한평생 당신 곁에 머물러 있고 싶다고 그녀에게 말한다. 그렇지만 이제 그녀를 떠나야 한다. 월요일이 저물어야 하니까. 오늘, 11월 16일에 태양은 이제 우리의 새로운 "옛날 옛적에... ..." 위로 떠오른다. 두 사람이 충성을 맹세했던 아름다운 달님의 도움 없이 홀로 커가는 아비와 아들의 이야기. "선생님, 이제 그만 나가셔야 합니다."

 

 

2015년 11월 20일, 오전 10시 10분

 

그는 모두가 알다시피 전혀 잘 지내지 못하며, 그래서 평소처럼 날씨나 전날 본 TV 프로그램, 사무실에 떠도는 뒷담화 같은 주제로 넘어가지 못한다. 요즘엔 그에게 "잘 지내... ...?"라고 물을 때 예전보다 훨씬 느린 말투에, 특히 '잘'이라는 음절을 말할 때면 약간 질질 끄는 듯한 음성으로 말한다. 그런 다음엔 어린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의 사탕을 꺼내기 위해서 병 안으로 손을 집어넣는 것처럼 그에게 깊숙이 들어오려는 듯한 눈길을 보낸다. 그에게는 슬픔이 분홍색 사탕인 셈이다.

 

"너한테 일어난 일은 정말로 유감이야. 용기를 내...... ."

그는 아직 이 말을 하는 상대에게 해줄 피상적인 응답을 찾지 못했다. "다음에 보자"는 약속처럼 들리고, "몸 잘 챙겨"는 초대의 말 같은 반면, "용기를 내"는 최종 판결처럼 들린다. 그 말은 짧은 대화를 통해서나마 그에게서 덜어내 주려는 슬픔을 고스란히 다시 안겨준다. 

 

 

2015년 11월 22일, 오전 9시

 

우편물들을 거실 탁자 위에 흩어놓는다. 좀처럼 보기 힘든 색상의 봉투 하나가 눈길을 끈다. 빛바랜 흰색 봉투. 지나간 시대에서 온 편지. 게다가 상단에 주소와 이름까지 인쇄된 편지지. 편지를 보낸 남자의 이름은 필리프. 나는 아코디언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백발의 노인을 떠올려보며 그의 말 속으로 빠져든다. 자신이 썼던 편지글에 대한 답장이다. 아름다운 글. 빛바랜 봉투 속에 몸을 웅크리니 온몸이 따뜻해진다. 편지지 아래쪽엔, 마치 서명처럼, 이렇게 적혀 있다.

 

"변을 당한 건 당신인데, 그런 당신이 우리에게 용기를 주는군요!"


우리는 늘 가장 참혹한 것에서 살아남은 자를 영웅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잘 안다. 운명이 칼을 뽑았고, 그래서 일이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 운명은 누구에게도 의견 따위는 묻지 않았다. 운명은 그저 엘렌을 데려갔고, 그는 그녀 없이 혼자 잠에서 깨어나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는 이 편지를 쓴 필리프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에게 편지를 보낸 다른 모든 사람들을 생각한다. 그가 작성한 편지는 이미 수습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렸다고 그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그 편지에 적힌 말들이 물론 자신의 내면에서 나온 말임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자신의 전부인지는 그 자신도 모른다.


 

2015년 11월 24일, 밤 10시

 

그는 편지를 쓴 다음 날부터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어쩌면 바로 그날 저녁부터였을 수도 있다. 멜빌이 어린이집에 있을 때마다 그는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단어들을 컴퓨터에 쏟아냈다. 음악을 너무 크게 틀어놓는 위층 이웃처럼. 그는 그 말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입을 닫으라고 요구하기 위해서 컴퓨터 자판으로 그것들을 두드렸다. 그 말들이 서로 싸우기를 멈추고, 마침내 잠들기 바라면서.


말들이 화면에 모습을 드러내는 즉시 그는 그것들을 마치 몸 안의 이물질처럼 바라보았고, 그것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것들을 읽고,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것들을 다시 읽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그 말들을 사랑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멀찍이 떨어져서 그 말들을 바라보면서 가끔 큰 소리로 그것들을 불러보려 한다. 하지만 그 말들은 이미 그에게 속하지 않는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당신들이 얻은 그 승리는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나는 아내가 매일 우리와 함께할 것이며, 당신들은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자유로운 영혼들의 천국에서 우리가 다시 만날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아들과 나, 우리는 이제 둘이 되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 세상 모든 군대보다도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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