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아파트 투자지도 - 서울보다 수익성 좋은 지방 아파트 투자 시크릿
주슨생(주용한) 지음 / 원앤원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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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대도시의 경우 신축 입주물량이 감소하면 전세가가 상승하고 매매가가 자극을 받아 뒤따라 움직이는 현상이 역사적으로 반복되었다. 지역별로 입주물량이 집중되는 시기는 매우 제한적이며, 단기간에 미분양이 대거 늘어나도 입주물량은 결국 언젠가는 소진되기 때문에 발 빠른 투자자는 이미 2023년 초부터 매수에 들어갔을 것이다. 시장의 분위기가 어두울 때 진입하면 높은 기대수익률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 ‘서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주슨생은 국내 10대 기업에서 만 11년 재직하며 능력을 인정받아 본부 최연소 팀장을 역임했다. 경영 악화로 급여 삭감과 선배(베이비부머 세대)의 조기퇴직을 경험하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서 이에 대한 대책으로 부동산 투자를 제2의 삶으로 선택했다. 2018년 연말부터 현재까지 투자 경험과 노하우를 유튜브 채널(재테크 읽는 주슨생)에 올리고 있다.


책은 서울만 정답인 것은 아니다(1부), 지역별 입지분석 및 투자 포인트(2부), 지방 아파트 투자 길라잡이(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정책과 시장의 동상이몽同床異夢


“부동산 가격을 잡아주면 피자 한 판씩 쏘겠습니다.”


이는 임기가 시작된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7월 경제부처 각료들에게 한 말이다. 취임 후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 619대책을 서둘러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정부의 정책을 비웃듯 폭등을 거듭했다. 당시 강남4구, 마포 등 핵심 지역의 아파트 값은 3개월 만에 2~3억 원은 우습게 올랐고, 매물이 나오는 족족 소진되고 있다는 뉴스가 언론을 도배했다. 이후 수차례 대책이 발표되었지만 백해무익이었다.


정부와 전문가들의 예측이 어긋나는 데가 바로 부동산 시장이다. 하지만 부동산을 대하는 인간의 심리를 이해한다면 그래도 승률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수도권은 매매가가 크기 때문에 부채의 총량이 크다. 부채의 총량이 크다는 것은 곧 거시경제 변수에 취약하고 정부 정책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비싸고 진입이 어렵다면 절대적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입주물량에 따른 수급 개선 민감도가 큰 지방 부동산에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지방 부동산 시장에 초점을 두고 부동산을 공부하고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서울과 지방은 사이클이 다르다


“서울이 오르고 나면 지방도 따라 오른다.”

“아니다. 지방 부동산이 서울 부동산 턱밑까지 추격하면 서울이 비로소 상승한다.”


사실 이런 논쟁이 중요한 게 아니다. 두 주장 모두 서울과 지방은 사이클이 다르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경제 상황이 악화, 그 영향으로 서울 부동산은 하락했고 심지어 강남불패 신화도 깨진 적이 있다. 서울 집값이 하락했지만 지방은 오히려 상승했다. 이런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서울이 하락하면 지방도 하락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가장 많이 하락한 대구광역시


대구광역시는 미분양 누적 물량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아파트 가격이 가장 저렴한 곳으로 만들고 말았다. 대구는 2009~2015년 6년간 상승하고 2017~2021년 4년간 상승했을 정도로 에너지가 넘쳤던 곳이다.


(사진, 대구 입주물량)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입주물량(23,278)과 2025년 입주물량(13,120)인 바 합쳐서 3만 6천 호 이상의 물량이므로 연간 적정공급물량(15,000)을 훨씬 웃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주택 과공급으로 인해 주택가격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에도 대표적인 2개의 뉴타운이 있다. 신암뉴타운과 평리뉴타운인데, 대구에서 장기간 거주한 사람은 다 알 만한 비선호 주거지역이었다. 그러다가 서울의 왕십리 뉴타운처럼 교통과 접목된 신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신암뉴타운은 KTX 정거장인 동대구역과 지하철 1호선, 파티마병원, 경북대학교, 신세계백화점 등 인프라를 고루 갖춘 곳이다. 비록 1군 건설사 브랜드는 아직은 들어서고 있지 않지만 대구에서 선호도가 높은 화성파크드림 브랜드가 주요 입지에 위치해 있다는 점은 플러스 요인이다. 향후 신암뉴타운은 부산 해운대구센텀시티처럼 위상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전의 인구와 주택 노후도


대전의 인구는 144만 명으로 5대 광역시 중 부산(328만)과 대구(237만)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인근 신도시 세종시로의 인구 유출로 2013년(153만)이후 10여 년간 인구가 6% 정도 감소했다.


(사진, 지역별 소득과 경제활동 현황)


대전의 주요 특징으론 개인소득과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고, 특히 맞벌이 비율 45%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이를 통해 대전에 안정된 일자리와 근로활동가능인구가 많음을 추론할 수 있다.


대전의 주택보급률을 보면 97.2%로 광역시 중 가장 낮은 상황이다. 대구, 부산, 울산은 신도시, 정비사업 등을 통해 신축이 꾸준히 공급되었던 반면 대전은 입주물량이 적정선에서 유지되면서 도시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향후 노후도시특별법에 따른 대전의 변화가 무척이나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광주광역시 2호선 개통 수혜지


광주 지하철 2호선은 순환노선이다. 1단계, 2단계, 3단계로 진행되며 1단계는 2026년 말, 2단계는 2029년 말 완공 예정이다. 다만 3단계는 여러 이유로 인해 추진 여부는 미정이다.


1단계~광주시청 -월드컵경기장-백운광장-광주역 등

2단계~광주역-전남대-수완지구-광주시청 등

3단계~백운광장-효천역 등


광주 2호선 개통 시 지역 전반의 거주 가치는 당연히 상향될 것이다. 전보다 살기 좋아진다는 뜻이다. 다만 지하철 호재만 전적으로 믿고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 부동산 투자는 사이클이 중요하기 때문에 때로는 상품보다 진입 시기가 더 중요하다. 광주 지하철의 전망이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현실을 정확하게 진단할 필요가 있다.


투자의 3요소


실행력~평상시 철저한 준비로 기회 포착시 즉시 매수

유연한 사고~상품마다 장단점이 있으므로 유연하게 선택

투자~부동산 매매는 투자


#재테크 #부동산투자 #지방아파트투자지도 #주슨생 #원앤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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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간 의사 - 영화관에서 찾은 의학의 색다른 발견
유수연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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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일이 업무인 제 직업상, 영화를 볼 때 직업병이 발동합니다. 영화 속에 특정환 질환을 앓는 환자나 질병에 대한 언급이 나오면 저도 모르게 그 부분에 집중합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장면이나 상황을 보고 의학 지식과 엮어서 상상의 나래를 펴기도 합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유수연은 현재 대구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동산병원 신경과 부교수로 재직 중인 ‘영화 덕후’이다. 의학 지식이 없으면 그냥 지나쳤을 영화 속 장면들을 의사의 눈으로 이를 분석하면서 감상했다.


직업병이 발동한 저자의 영화 감상은 우리들에게 더욱 풍부한 재미를 선물한다. 총 4장으로 구성되어 21편의 영화 속 의학 이야기를 펼쳐 낸다.


1장~곤지암,헤어질 결심,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듄,기생충

2장~올드보이,그대들은어떻게살것인가,300,조제호랑이그리고물고기들,새벽의저주,진격의거인

3장~스틸앨리스,킹덤오브헤븐,사랑의기적,빨강머리앤,매드맥스

4장~탑건매버릭,토르,엘리시움,아이언맨,벤자민버튼의시간


영화 ‘곤지암’ 속의 병원


공포영화의 주요한 요소는 ‘공포 분위기’ 조성일 것이다. TV에서 여름이면 방영되었던 납량물엔 어김없이 공동묘지가 등장했던 것처럼, 영화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낮이면 멀쩡한 그런 곳이 캄캄한 밤이면 으스스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바로 병원이다.


국내 흥행작 <곤지암>(2018년)의 배경은 영업을 그만 둔 ‘정신병원’이다. 실제로 곤지암에 위치했던 남양정신병원을 모티프로 했다고 한다. 물론 이 병원은 정상적으로 폐업했으며 건물도 철거되었다고 한다.


“1979년 환자 42명의 집단 자살과 병원장의 실종 이후, 섬뜩한 괴담으로 둘러싸인 곤지암 정신병원으로 공포 체험을 떠난 7명의 멤버들. 원장실, 집단치료실, 실험실, 열리지 않는 402호. 괴담의 실체를 담아내기 위해 병원 내부를 촬영하기 시작하던 멤버들에게 상상도 못한 기이하고 공포 가득한 일이 실제로 벌어지기 시작하는데....” - 영화 ‘시놉시스’


(사진, 곤지암 포스터)


나도 이 영화를 무서움을 많이 타는 딸과 함께 감상하면서 입 안에 침이 바싹 마를 정도로 잔뜩 긴장된 상태였다. “나보다 더 무서워하면 돼”라고 딸이 지적했었다. 일반인과 달리 일터 자체가 익숙한 병원임에도 의사나 간호사들에게도 으스스한 기분이 들게 하는 곳이 바로 한밤중의 병원 아닐까 싶다.


사실 병원 자체의 이미지가 우리들에게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다양한 ‘질병’의 치료 때문에 방문하는 곳이며, 게다가 수많은 환자들이 여기서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장소인 셈이다. 나의 슬픈 추억의 한 장면도 이곳에 머물러 있다. 허리가 불편해 병원에 입원, 함몰된 척추뼈의 시술 후 회복 과정에 있던 아버지가 정밀검사 끝에 말기암으로 판정받아 병원에서 생을 마감했었던 곳이다. 하지만 병원이 사라질 수 있겠는가. 과학과 의학의 발달에 힘입어 더욱 밝은 이미지로 점점 바뀌게 되리라.


영화 ‘기생충’과 복숭아 알레르기


워낙 유명세를 탔기에 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던 영화 ‘기생충’을 지인들과 함께 감상했다. 상·하류층의 삶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빈부貧富의 격차를 고발하는 영화이다. 운전기사인 기택의 가족은 하류층의 삶을, 기택 가족들을 고용하는 박사장 가족은 상류층의 삶을 보여준다.


단순히 이 영화가 삶의 격차를 보여주기 보다는 영화 제목에도 표현되었듯 기택 가족의 삶은 상류층에 기생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아무런 잘못도 없는 기존의 운전기사와 가정부를 내몰아내고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는 악행을 저지른다는 점이다.


기택 가족이 기존 가정부 국문광을 내쫓을 때는 ‘복숭아 알레르기’를 악용, 문광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도록 행동힌다. 이러한 행각은 사기꾼임을 넘어 타인의 목숨에 위협을 가하는 일에도 아무런 죄책감이 없는 정신 상태임을 보여주는 셈이다.


희생자가 된 국문광은 이들 가족이 뿌린 복숭아 껍질 가루로 인해 심각한 기침을 하고, 기택의 가족은 핫소스를 이용해 국문광이 마치 ‘활동성 결핵’ 때문에 각혈을 하는 환자로 누명을 뒤집어 씌운다. 그렇다. ‘의학 지식을 나쁜 쪽으로 활용하면 어떠한 참사를 일으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상상임신이 초래한 비극


박찬욱 감독의 작품인 <올드보이>(2003년)는 해외팬들에게 지금까지도 찬사를 받는 영화이다.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가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영화의 모티프가 그리스 비극 ‘오이디푸스 왕’이며, 주인공 오대수도 이를 음차했다고 알려진다.


오대수는 이우진에 의해 영문도 모른 채 15년 동안 감금된 삶을 살다가 풀려난다. 감금 당시 식사는 오직 군만두였다. 과연 사람이 그 오랜 세월 동안 이것만 먹고 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질릴테니까 말이다.


그리스 신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악타이온은 테베의 건국 왕 카드모스의 손자이자 뛰어난 사냥꾼이었다. 어느 날 그는 숲 속을 헤매다가 아르테미스 여신이 님프들과 목욕하는 장면을 보고 말았다. 이 일로 인해 그는 아르테미스의 저주를 받게 되어 사슴으로 변하게 되는데. 아이로니하게도 그가 기르던 사냥개들에게 참혹한 죽음을 맞게 된다.


(사진, 악타이온을 죽여버린 아르테미스)


영화 속 주인공 오대수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우진과 그의 누나 간의 비밀스러운 광경을 목격하고 이를 떠벌이게 된다. 학생이었던 오대수가 친구에게 별 생각없이 이를 떠벌려 삽시간에 소문으로 퍼지게 된다. 이로 인해 상상임신에 빠진 누나 이수아는 자살하고 만다. 그런데, 오대수가 목격한 것은 이수아의 얼굴뿐이었다.


상상임신이란 임신하지 않은 여성이 스스로 임신했다고 강하게 믿는 일종의 정신병적 증후군이다. 이 증상은 주로 결혼한 가임기 여성(임신을 간절히 바라는)에게 발생하지만, 미혼 여성이나 폐경 후의 여성 등에게도 발생될 수 있다고 한다.


아무튼 영화는 비극으로 종결된다. 고등학교에서 떠돈 소문 때문에 상상임신에 빠진 여학생 이수아는 자살하고, 이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오른 동생 이우진은 원인 제공을 한 오대수에게 15년간의 감금이란 형벌을 내리고 오대수는 스스로 혀를 잘라버린다. 이우진 역시 엘리베이터 안에서 자살을 한다.


영화 ‘매드 맥스’ 속의 디멘투스


영화 <매드맥스>는 세상이 핵전쟁으로 추측되는 모종의 사건으로 멸망해버려, 황폐해진 대지 위에서 거칠게 살아가는 인간들의 고군분투 모습을 보여준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작품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다.


시리즈는 광활한 사막 풍경, 그 위를 질주하는 바이크와 대형 트럭들을 위시한 다양한 개조 차량, 데스메탈 밴드 멤버들을 연상시킬 만큼 강렬한 스타일의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이 보여주는 화끈한 액션들이 관람객들을 정신 빠지게 만든다.


이 영화의 감독 조지 밀러가 ‘정형외과 의사’ 출신이란 점에 놀랐다. 의사가 만든 영화라는 점에서 나타날 수 있는 특성을 살펴보기로 하자. 2024년에 배급되었던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의 막바지에 퓨리오사에게 심하게 머리를 맞은 뒤 디멘투스에게 전신근간대경련이 일어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의사 출신 감독이기에 가능한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사진, 영화 퓨리오사 포스터)


영화 속 빌런 디멘투스는 이름에서부터 그 특성이 드러난다. 즉 ‘Dementus’는 없어지거나 저하되는 것을 나타내는 접두사인 ‘De’와 정신을 의미하는 ‘Ment’라는 어근을 더해서 만든 단어인 ‘Demens’ 혹은 ‘Dementis’에서 파생된 단어로 생각되며, 이 단어들은 ‘광기’ ‘정신이상’ 등을 의미한다.


치매를 뜻하는 영단어인 Dementia도 ‘De+Ment+sia(상태를 의미하는 어미)’의 방식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디멘투스의 이름 선정은 이와 같은 라틴어 기반의 의학 용어를 고려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


벤저민의 질환은(?)


2009년에 개봉된 영화 <벤저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선 신비한 육체적 역노화逆老化를 보여준다. 한 노부인의 회상이 시작되면서 이야기의 시계가 거꾸로 달려 도착한 시작점은 부유한 공장주 부인의 출산 순간이다. 기묘한 아기의 출산이다.


손꼽아 기다리던 아기의 상태가 다 죽어가는 노인의 몰골, 퇴행성 질환인 관절염과 백내장까지 있음을 발견한 친모는 충격에 빠져 사망하고 만다. 부인의 사망과 아기의 기괴한 모습에 좌절과 분노에 빠진 친부는 이 아기를 한 양로원 앞에 유기하고 만다. 다행스럽게 양모를 만나 무사하게 성장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몸이 점점 젊어진다.


(사진, 조로증에 걸린 19세 남성과 정상 남성)


이와 같은 벤자민의 인생을 의사의 눈으로 보자면, 살면서 최소한 두 가지 질환으로 오진을 받았겠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만약 벤자민이 21세기에 태어나 의료진과 만날 기회가 더 자주 있었다면, 어린 시절에는 조로증早老症으로 의심받았을 것이고 나이가 들었을 때는 희귀한 소아 치매 환자로 오인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영화 속 의학 이야기


책 속엔 총 21편의 영화 속 의학 이야기가 있다. 일반적으로 영화 감상은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영화 선정에서부터 감상하는 포인트까지 다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의학이란 학문은 전문적인 분야이기에 영화 속에 등장하더라도 놓치기 쉬운 부분이지만 반면에 이 책은 우리들에게 흥미로운 감상 포인트를 제공한다.


#인문 #영화관에간의사 #유수연 #믹스커피 #원앤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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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가 - 인생, 마음, 가치관을 읽는 관상 수업
길해 지음 / 온더페이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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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도 사람 보는 눈을 키울 수 있도록 해주는 관점으로 관상학에 접근한 책입니다. 무엇보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를 알고 타인을 안다면 인간관계에서 주고받는 불필요한 상처나 미움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 ‘들어가는 말’ 중에서


(사진, 책표지)


이 책의 저자 길해는 ‘길해 명리마음상담소’를 운영 중이다. 매일 상담과 글쓰기를 이어가며 탈속脫俗을 꿈꾸며, 2022년부터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에서 사주와 관상에 관한 이야기를 연재 중이다.


책은 8개 장으로 구성되어 ‘누구나 쉽게 관상을 보는 법’, ‘관인팔법:얼굴에서 느낌을 읽어라’, ‘감정을 읽을 수 있는 얼굴’, ‘연애운을 끌어오는 얼굴’, ‘재물에 가까워질 수 있는 얼굴’, ‘숨겨진 야망과 내면의 욕심이 드러나는 얼굴’, ‘결혼상대자의 이면을 볼 수 있는 얼굴’, ‘처세에 도움이 되는 얼굴’ 순으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관상을 본다는 의미


관상을 본다고 하면 얼굴만 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관상은 얼굴만 보는 게 아니라 사람의 형상, 즉 ‘전체’를 보는 것이다. 즉 관상가가 관상을 본다는 것은 사람의 얼굴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살핀다는 이야기이다.


생소한 단어인 팔법은 사람의 상을 8가지로 나누어 본다는 것을 뜻한다. 팔상八相이라는 개념은 관상의 가장 큰 틀을 의미하며, 이 틀을 나누는 기준을 단순하게 표현하면 사람의 얼굴을 처음 보았을 때 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이미지’ 또는 ‘느낌’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팔법八法


청수지상~청렴하고 살아가면서 귀貴를 누릴 상

후중지상~넉넉한 마음으로 타고난 복을 지키는 상

위맹지상~군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지닌 상

고괴지상~평범한 사람들의 상

고한지상~웃는 얼굴이 슬퍼보이는 상

박약지상~약하고 어리석지만 보호받는 상

완악지상~과한 욕심으로 사납고 추악한 상

속탁지상~생각이 짧고 속되면 모든 걸 잃는 상


(사진, 관인팔법)


관상에서 가장 유명한 말이 관상불여심상觀相不如心相인데, 이는 관상이 아무리 좋아도 심상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의미다. 우리들 모두 왜 인성을 그토록 강조하는지와 일맥상통한 말인 셈이다. 얼마나 올바른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관상은 변하고, 그 관상은 사주를 뛰어넘는다. 만약에 자신이 완악지상頑惡之相(사납고 추악한 모습)에 해당하는 것 같다면, 욕망에 휘둘리지 않는 단단한 마음가짐을 갖추어야 한다.


눈은 내면을 이해하기 위한 창窓


눈빛을 여러 가지로 묘사할 수 있다. 강한 눈빛, 흐릿한 눈빛, 선명한 눈빛 등이 있지만 이러한 눈빛 중에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특이한 눈빛도 있다. 바로 몽환적인 눈빛이다. 말하자면 ‘정신을 잃어가는 듯한 눈빛’인 셈이다.


연예인들 중에 이런 눈빛을 매력 포인트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 눈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바로 ‘사백안四白眼’중에서도 모두 ‘하삼백안下三白眼’이라는 점이다. 몽환적인 눈빛을 띠는 ‘하삼백안’을 지닌 사람들은 ‘불안정’이라는 감정을 보일 수 있다고 본다.


(사진, 몽환적인 눈)


재물을 부르는 코


코는 특히 재물과 연관해 해석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내 코가 재물을 불러들일 코일까?’를 알고 싶다면, 먼저 자신의 코가 재물이 새어 나가는 코인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사람들은 재물을 부르는 코에는 관심을 두지만, 재물이 새어 나가는 코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 연예인들의 코 성형 전후 모습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왜냐하면 코를 잘못 성형해서 운기가 꺾이는 연예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코에서 재물 창고에 해당하는 부분은 난대蘭臺(왼쪽 콧망울), 정위廷尉가 있는 콧망울이다. 콧망울이 동글동글하고 살집이 도톰하면서 튼튼하면 재물 창고가 그만큼 크고 튼튼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부분을 작게 만드는 수술을 받는 사람이 있으니 안타깝다.


관상학적 관점으로 본다면 콧망울을 줄인다는 것은 자신의 재물 창고를 반으로 줄이는 시공을 하는 행위라고 생각하면 된다. 따라서 코를 수술하기 전엔 잘 생각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코가 높고, 콧망울이 봉긋하고, 단단한 모양새를 보이면 재백궁財帛宮이 크고 단단하다는 뜻이다.


눈이 처진 얼굴


어떤 사람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 완전히 다른 사람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눈이 처진 순한 얼굴’을 가진 사람이 그러하다. 눈이 처진 얼굴을 보면 누구라도 첫인상으로 느낄 수 있는 이미지로는 ‘순한 인상’ ‘편안한 사람’ ‘마음이 착한’ ‘강아지상’이 있다. 나열한 이미지 예시로만 보아도 처진 눈은 사람을 순하게 보이는 힘이 있다.


(사진, 자아가 강한 사람의 처진 눈)


그런데, 관상학적으론 눈 끝, 즉 어미가 많이 처지면 처질수록 아주 고집스럽고, 자신의 생각이나 기준이 강한 사람으로 해석한다. 적당히 강하면 자아가 강하고 자존감이 높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처짐이 심할수록 이는 적당함을 넘어 지나친 것이다. 웃음 뒤 그 너머가 무서울 수도 있다.


단편적인 판단은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사주든, 관상이든 단편적인 판단은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첫인상에 모든 것을 판단하지 않고 시간을 들여 드러나지 않은 모습까지 알아가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관상 #내인생은어떤얼굴을하고있는가 #길해 #온더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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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공식품, 음식이 아닌 음식에 중독되다
크리스 반 툴레켄 지음, 김성훈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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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공식품은 이제 영국과 미국의 평균 식단에서 무려 60퍼센트 정도를 차지한다. 초가공식품의 공식적인 과학적 정의는 간단히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 비닐이나 플라스틱으로 포장되어 있고 표준의 가정 주방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성분이 한 가지라도 들어 있다면 초가공식품이다. 이 중에는 우리에게 ‘정크푸드’로 알려진 것이 많지만 유기농 식품, 방목 식품, 윤리적 식품이라는 것들 중에도 초가공식품이 많다. - ‘서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크리스 반 툴레켄은 영국 의사이자 의학 전문 방송인으로 현재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에서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2021년 한달 동안 식단의 80퍼센트를 초가공식품으로 섭취한 후 몸의 변화를 관찰한 BBC 다큐멘터리에 출연,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이때 ‘초가공식품’이란 용어를 널리 알렸다.


2023년 올해의 책으로 주요 언론에 선정되었던 이 책은 총 5부(‘초가공식품, 음식이 아닌 음식’, ‘먹는 행위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우리의 몸과 뇌는 어떻게 망가지는가’, ‘위태로운 식탁’,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걸쳐서 20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초가공식품의 공포를 온전히 경험해보면서 책을 읽는 동안 우리들이 먹는 음식 포장지 뒷면에 적혀 있는 성분 목록도 함께 읽어보길 권했다. 그 목록에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물질이 들어 있을 것이다. 먹고 난 후에도 이상하게 포만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우리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얼마전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던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다. ‘흑백요리사’다. 익히 우리들에게 알려진 백수저 스타 요리사와 재야의 숨은 고수인 흑수저 요리사들간의 요리 대결이었다.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인간의 식탐 때문 아닐까 싶다. 그렇다. 인간은 먹기 위해 살고 있는 존재다. 아무리 멀어도 맛있다고 소문난 음식을 찾아 기꺼이 발품을 판다. 초가공식품도 맛이란 점에선 흑백요리사와 공통점을 지녔을 것이다. 굳이 차이를 말하자면 건강한 식품인가에 의문표를 단다는 점이다.


(사진, 초가공식품)


녹지 않는 아이스크림


맛있게 식사한 후 우리들이 즐겨먹는 후식 중 하나가 바로 아이스크림이다. 그런데, 이 아이스크림이 녹지 않는 제품이라면 초가공식품이 아닐까? 일반적으로 초가공식품은 집에서 해 먹는 음식보다 저렴하고, 신속하게 먹을 수 있으며, 영양 측면에서도 그리 뒤떨어지진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통적인 아이스크림은 얼음 결정, 액체 상태의 물, 우유 단백질, 우유 지방 방울이 모두 기포에 둘러싸여 있는 복잡한 배열을 통해 질감이 만들어진다. 이것은 보통 내부 공간의 50퍼센트 정도가 공기로 채워져 있는 폼이다. 차가운 상태에서도 지나치게 딱딱해지지 않는 이유이다.


초가공 아이스크림의 비밀 역시 지방, 단백질, 탄수화물이라는 3가지 필수 분자의 가장 저렴한 버전을 이용해 만들어진다. 목표 자체가 전통적인 음식을 더 저렴한 재료와 첨가물 성분으로 대체해서 유통기한을 늘리고, 기술화된 유통을 통해 소비자들이 더 많이 더 자주 섭취하도록 이끌어내려는 것이다.


초가공식품이 아닌 음식은 비싸기 때문에 전통적인 재료 성분을 저렴한 재료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합성물질을 사용하기도 한다. 거의 모든 아이스크림에 잔탄검, 구아검, 유화제, 글리세린이 들어 있다. 이런 성분을 넣으면 비용을 아낄 수가 있어서다.


잔탄검은 역겹게도 세균 삼출물渗出物이다. 이것의 정체는 세균이 표면에 달라붙기 위해 분비하는 점액이다. 쉽게 이해하자면 식기세척기를 청소할 때 보이는 필터에 쌓인 끈적끈적한 오물인 것이다. 이 검들도 값비싼 분자를 대체하고 유통기한을 늘릴 수 있어서 첨가제로 사용된다.


초가공식품과 건강


초가공식품이 몸에 안 좋은 이유는 소금, 지방, 설탕으로 만들어져 있고, 식이섬유는 별로 없어서가 아닌가?


화학물질, 물리적 가공, 첨가물, 마케팅 등등 실제 가공 과정 자체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


2022년에 학술지 <신경학Neurology>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7만 2,000명 이상을 통해 추출한 데이터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초가공식품 섭취량이 10퍼센트 늘면 치매 위험이 25퍼센트 올라가고,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은 14퍼센트 올라갔다. 건강에 미치는 이런 여러 가지 영향이 결코 작지 않다.


이탈리아에서 이루어진 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식생활 패턴을 보정한 이후에도 초가공식품을 제일 많이 먹은 4분의 1의 참가자가 제일 적게 먹은 4분의 1과 비교했을 때 사망 위험이 26퍼센트 높았다.


비슷하게 보정한 미국의 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고했다. 6만 명의 영국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전 원인 사망 위험률이 22퍼센트 증가했다. 스페인의 한 연구에서는 전 원인 사망 위험률이 62퍼센트 증가했다. 이런 규모의 영향이 거의 모든 연구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초가공식품은 중독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식품은 중독성이 없다. 반면 초가공식품은 중독성이 있다. 점점 더 많은 주류 과학이 이 개념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시간대학교 심리학 부교수인 애슐리 기어하르트는 초가공식품과 중독 물질의 유사점에 대해 그 증거를 논문에서 설명했다.


첫째, 초가공식품은 진짜 식품과 비교했을 때 식품 중독성 점수에서 일관되게 높은 점수가 나왔다.


둘째, 초가공식품은 여러 가지 중독성 약물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더 강한 중독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 남용되는 약물과 초가공식품이 공유하는 어떤 생물학적 속성이 있다. 양쪽 모두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변성시켜 보상 물질이 빨리 흡수될 수 있게 만든다.


넷째, 약물 중독과 식품 중독은 중독, 정신적 외상, 우울증의 가족력 같은 위험 요인을 공유하고 있다.


다섯째, 부정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사용 등 사람들은 초가공식품과 다른 중독성 물질에 대해 비슷한 중독 증상을 보고한다.


여섯째, 뇌 영상을 보면 식품 중독과 약물 남용 모두에서 보상 신경로에 비슷한 기능장애 패턴이 나타난다. 초가공식품은 중독성 약물과 비슷한 방식으로 보상 및 동기 부여 관련 뇌 영역에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썩지 않는 햄버거(?)


초가공식품은 좀처럼 부패하지 않는다. 맥도날드 햄버거를 보관해두었는데 몇 년이 지나도 썩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신문에 자주 등장한다. 이런 식품이 잘 썩지 않는 것은 화학 방부제가 잔뜩 들어 있어서일까? 실상은 초가공식품의 건조함과 관련이 더 깊다.


대부분의 초가공식품은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건조하다. 즉 칼로리 밀도가 높다는 의미다. 물은 에너지를 비롯해서 모든 것을 희석한다. 고기, 과일, 채소는 일반적으로 수분 함량이 대단히 높다.


건조함은 초가공식품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식품 안에서 미생물이 성장하지 못하게 막는 핵심적인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은 초가공식품의 유통기한을 터무니없을 정도로 늘려서 수익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인문 #초가공식품 #과학의승리 #음식이아닌음식에중독 #크리스반툴레켄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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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존재는 무리에 섞이지 않는다 - 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 지음, 김진주 옮김 / 페이지2(page2)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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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목적을 위해 모인 군중은 민족의 역사적 생애에서 언제나 큰 역할을 해왔으나, 그 역할이 오늘날만큼 중요했던 적은 없다. 군중의 무의식적 행위가 개인의 의식적 활동을 대체하는 양상은 현시대의 주요 특징 가운데 하나다. - ‘머리말’ 중에서



사람이 무리를 형성하면 그 무리는 고유의 민족성과는 다른 독특한 특성을 갖게 된다. 군중이 보이는 정신적 특성은 어떠한 제도나 법으로도 변화시킬 수 없다. 인간은 자기 내면에 존재한 사상, 관습, 감정 등에 지배받기에 제도와 법이 우리의 정신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책의 저자 귀스타브 르 봉(1841~1932년)은 프랑스 사상가·사회심리학자로 출발했으나 군중심리학 연구로 현대 사회심리학의 하나의 원류를 이루었다. 19세기 말의 상황을 '군중의 시대'라고 인식, 군중은 개인의 합리성을 상실하고 맹목적인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 인간집합체라고 보았다.


그는 <민족 진화의 심리학적 법칙>(1894년)을 통해 석학碩學으로서의 명성을 얻었고, 이어서 발간한 <군중 심리>(1895년)는 출간 1년 만에 19개 언어로 번역될 만큼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총 3부 13개 장으로 책은 구성되어 있다.


군중의 시대가 도래하다


인류 역사에서 발생한 큰 사건들의 배경엔 항상 생각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당대가 과도기인 것은 점점 붕괴한 낡은 사싱을 대체할 신新사상이 아직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래는 전혀 새로운 사싱 위에 세워질 것이다. 그리고 이 사상을 형성할 가장 강력한 세력은 군중이다.


로마 제국이 붕괴하고 아랍 세계가 탄생한 것과 같은 문명의 변화와 격변은 이민적의 침략이나 왕조의 전복 등과 같이 정치적으로 중대한 사건들이 원인인 것처럼 보이지만 표면적 이유 이면엔 대체로 민족 사상의 변화라는 실제적인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 급격한 변화는 그 규모와 폭력성이 아니라 문명을 새롭게 만든 중대한 병화들이 사상, 이해, 신념에서 비롯되었음을 주목해야 한다.


과거에는 실제로 존재했지만 지금은 사라져버린 수많은 사상의 잔해 위로, 또 혁명으로 줄줄이 부서져버린 그 숱한 정권들 속에서 유일하게 일어선 것이 바로 군중 세력이다. 오랜 신념이 가물거리다 사라지고 사회의 낡은 기둥들이 차례로 무너지는 동안 그 어떤 것에도 위협받지 않고 점점 더 위세를 키우는 것은 오직 군중 세력뿐이다.


군중의 정신 구조


우연히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것만으로는 군중의 특성을 띠지 않는다. 특정한 상황 아래에서 결집할 때만이 심리적 군중의 특성을 보이게 된다. 이렇한 군중들은 구성원의 형태와 작극 정도에 따라 다양한 범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공통적인 특성이 있기 마련이다.


심리학적 측면에서 군중을 살펴보도록 하자. 특정한 상황 아래에서 결집한 사람들은 그 상황 속에서 새로운 특성, 그러니까 각 개인의 특성과는 매우 판이한 특성을 갖기 마련인데, 이때 의식을 가진 인격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집단 일체의 감정과 생각이 한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그러면 일시적이지만 뚜렷한 성격을 지닌 집단정신이 형성된다. 집단은 소위 ‘조직된 군중’ 또는 ‘심리적 군중’이 되고 단일한 존재로 거듭나 정신적으로 단결하는 법칙을 따르게 된다.


심리적 군중을 이루는 개인들의 사상과 감정의 방향이 고정되면 그들 고유의 개성은 사라진다. 실제로 평상시라면 평화를 추구하는 선량한 부르주아지들이 혁명기에 이르러 가장 과격한 국민 공회 의원이 되었고, 이후 혁명의 폭풍우가 지나가고 나자 본래의 평화주의자로 되돌아오기도 했다.


군중은 구성원 개개인의 평균값이나 단순한 합合이 아니라, 이질적인 요소들이 화학적으로 결합하여 만들어진 새로운 유기체와 같다. 군중 속에서 개인이 상실되는 현상은 의식적 행위나 의지가 아니라 무의식에서 비롯된다.


군중은 변덕스럽다


군중은 그때그때 가해지는 자극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대단히 변덕스럽다. 어떤 자극이 가해지느냐에 따라 군중은 관대하거나 잔인할 수 있고, 용맹하거나 소심할 수도 있다. 군중은 충동적으로 반응하여 쉽게 변덕을 부리고 격분하지만, 이러한 군중의 특성은 민족의 고유한 기질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군중에게 가해지는 자극은 어떤 식으로든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욕망을 억누를 만큼 언제나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군중은 매우 다양한 자극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데다 항상 어떤 자극을 좇기 때문에 몹시 변덕스럽다. 냉혹하고 잔인하던 군중이 눈 깜짝할 사이에 관대해지거나 용맹해지는 것도, 사형 집행인이던 군중이 곧잘 순교자로 돌변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암시를 따르는 군중


군중은 머릿속에 환기된 이미지를 현실로 여긴다. 그 이미지가 군중의 모든 구성원에게 비슷한 이유다. 군중 속에서는 박식한 사람이나 어리석은 사람이나 균등해진다. 군중 속 모든 개인을 지배하는 환상의 여러 사례들이 있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풍문이 사실로 둔갑하는 것은 군중 사이에서 쉽게 일어나는 일이다. 군중은 어떤 암시에 쉽게 빠지고 그 암시가 제시하는 메시지와 이미지의 진실 여부를 판단하는 능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소위 ‘공동 환각’ 현상을 보인다.


예를 들어 모든 십자군 병사들이 예루살렘 성벽 위에 모습을 보인 성 게오르기우스를 목격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 현신現身을 본 병사는 오직 단 한 사람뿐이었음이 분명하다. 단 한 명이 목격한 기적이 전파를 통해 즉각 모든 십자군 병사들에게 받아들여진 것이다.


(사진, 성 게오르기우스)


이러한 사건들은 군중의 증언이 사건을 밝히는 증거로서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니는지 보여준다. 논리학 개론서에서는 수많은 증인들의 일치된 증언이 어떠한 사건의 진실을 가리는 확고한 증거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는 군중 심리에 관한 우리의 지식에 비추어본다면 완전히 개정되어야 하는 내용이다. 가장 많은 사람이 관찰한 사건일수록 가장 의심스러운 사건인 법이다. 요컨대 수천 명의 사람이 어떤 일을 동시에 목격했다면, 실제로 일어난 일과 그들이 공유하는 이야기는 완전히 다를 가능이 매우 높다.


군중의 이성에 호소하지 말고 감정을 자극하라


문명을 일으킨 것은 이성이 아니라 공상이었다. 역사 속에서 수많은 신전을 짓게 하고 광활한 제국을 건설하며 신의 권능을 지닌 위대한 지도자를 탄생케 한 것은 감정과 공상이었다. 만약 군중이 하나하나 이성적으로 따졌다면, 역사 속의 그 모든 일들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성으로는 군중을 계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해야 할까? 반드시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을 듯하다. 인간이 이성의 힘을 빌렸다면, 공상과도 같은 환상에 이끌려 열정적이고도 대담하게 문명을 일으킬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를 이끄는 무의식의 산물인 공상은 반드시 필요하다.


갈릴리의 한 무지한 목수가 2,000년 동안이나 전지전능한 신이 되어 가장 위대한 문명을 이끌었다는 사실도, 몇몇 아립 부족이 사막을 벗어나 고대 그리스 - 로마의 영토 대부분을 정복한 후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대제국보다 더 광대한 제국을 건설했다는 것도, 또 무명의 한 포병대 중위가 수많은 민족과 군주를 위에 군림햇다는 사실도 모두 있을 법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가 지금것 모든 문명의 커다란 원동력이었던 그 감정들은 이성과 함께 생겨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성에 반反해 생겨난 것이었다.


의회는 집단 지성이 아니다


의회는 각 국가마다 민족정신의 영향으로 차이를 보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군중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럼에도 특수한 조직인 만큼 여타의 군중과는 다른 차이를 보인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자코뱅당은 의회의 의견이 단순화되는 가장 완벽한 전형을 보여주엇다. 독단적인 논리만 내세운 당원들은 사안 자체의 개별성은 무시한 채 막연한 일반론에만 몰두했다. 그래서 그들이 여러 가지 상황은 외면한 채 혁명을 밀어붙이기만 했다는 주장은 틀린 것이 아니다. 그들이 사용한 수단은 역시나 절대적인 단순화엿다. 그들은 자신들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폭력적으로 파괴했고, 자코뱅파뿐만 아니라 지롱드파, 산악당(프랑스 혁명 때 정국을 주도한 좌익 정당), 테르미도르당을 비롯한 거의 모든 정당들도 같은 생각에 고취되어 있었다.


입법을 기획하거나 정책을 구상할 때 의원은 하나의 개인으로 돌아간다. 그 전문가에 의해 탄생한 법과정책은 뛰어난 개인의 작품이지만, 여러 의원들의 수정이 더해지면 결국엔 집단의 참담한 작품으로 변질되고 만다. 그래도 일시적이나마 전문가들이 의회의 지도자 역할을 하며 의회의 미숙한 결정과 오류를 바로잡는다. 하지만 유권자를 의식한 의회 행정으로 인해 재정이 낭비되는 상황은 피할 수 없다.


재정이 낭비되는 위험보다는 개인의 자유가 점진적으로 제한된다는 위험 요소가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시민들은 더 많은 법이 더 많은 평등과 자유를 보장하리라는 환상에 사로잡힌 채 갖가지 규제가 일상의 자유를 조금씩 좀먹는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민족은 하나의 이상으로 뭉친 결합체이며, 문명은 그 이상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탄생한 것들이 이룬 결과물이다.하지만 어느 수준에 이르면 문명은 성장을 멈추고 뇌쇠기에 접어든다. 이와 함께 민족도 분열한다. 이때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국가가 등장한다.


이상理想이 점차 소멸하면 민족은 그들에게 응집력과 통일성, 힘을 부여하던 가치들을 차츰 상실한다. 이 때 개인은 여전히 인격적으로나 지성적으로 성장할 수 있지만, 민족의 집단 이기주의는 지나치게 발달한 개인 이기주의로 대체되고, 민족의 기개와 실행력도 약화되어 버린다. 그러면 일체성을 갖고 하나의 집단을 형성했던 민족은 결국 응집력이 없는 개개인들의 집합체가 된 채 그저 전통과 제도만 앞세우며 한동안 인위적으로 유지될 뿐이다.


이 단계에 이르면 개인들은 각자의 이해와 열망에 따라 분열하지만,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지극히 사소한 행위마저 지도해줄 누군가를 기다리게 된다. 그러면 이때 개인들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을 만큼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가 등장한다.


민족의 흥망성쇠


과거의 이상을 완전히 잃어버린 민족은 결국 고유의 정신마저 완전히 잃고 만다. 그런 민족은 그저 무수히 많은 독립된 개인으로 흩어진 최초의 모습, 즉 군중으로 되돌아간다. 그러면 그들은 더는 일관성이 없고 내일도 없는 군중의 모든 과도기적 특성을 띠고, 문명도 더는 불변성을 갖지 못한 채 우연히 닥쳐오는 위험들에 고스란히 맞닥뜨리게 된다. 꿈을 좇아 야만에서 문명의 단계에 도달햇다가 그 꿈이 힘을 잃는 즉시 쇠퇴하고 소멸해버리는 것, 이것이 곧 민족의 흥망성쇠가 아닐까


#인문 #현명한존재는무리에섞이지않는다 #군중심리 #귀스타브르봉 #페이지2 #포레스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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