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습관의 힘 - 최고의 변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제임스 클리어 지음, 이한이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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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1퍼센트씩 달라졌을 뿐


습관은 복리로 작용한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복리의 마법을 내세워 돈이 불어나는 법을 설명한다. 마찬가지다. 습관도 반복되면서 그 결과가 곱절로 불어난다. ‘처음은 미약할지라도 나중은 창대하리라’는 성경 귀절처럼, 비록 어느 순간엔 불과 1퍼센트의 아주 작은 차이일지라도, 꾸준히 지속된다면 마침내 마법같은 결과가 만들어진다.


그렇다. 2년, 5년, 10년 후를 생각해보라. 좋은 습관의 힘과 나쁜 습관의 대가는 현저한 차이를 드러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감사함을 우린 간관하기 쉽다. 대부분의 우리들은 작은 변화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기에 그 순간에는 그리 중요하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가랑비에 옷이 젖어본 사람들은 그 중요성을 깨닫겠지만 말이다.


아주 작은 노력 하나, 완전히 변화하겠다고 결심하는 것만으로 우리는 변화하지 않는다. 우리는 조금씩, 매일매일, 하나하나씩 변화한다. 자아自我는 아주 미세하게 지속적으로 진화해나간다. 습관 하나하나는 이렇게 말한다. “이봐, 이게 나다운 것 같아.” 독서든, 헬쓰클럽이든, 달리기 등 모든 행동이 내가 되고자 하는 어떤 유형을 제시한다.


“정체성,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큰 비밀이다.”


습관에도 적성이 있다


마이클 펠프스는 수영 종목에서 엄청나게 많은 메달들을 목에 걸었기 때문에 잘 알려진 인물이다. 반면 모로코의 육상 선수 히샴 엘 게루주는 엄청난 선수임에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1600미터,1500미터, 2000미터 종목에서 장기간 세계 신기록을 보유했고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2004년)에선 1500미터와 5000미터에서 금메달을 땄다.


두 선수의 피지컬은 크게 대비된다. 펠프스는 193.1센티미터의 키에 88킬로그램의 몸무게였고 엘 게루주는 175.3센티미터의 키에 63킬로그램의 몸무게였다. 만약에 두 사람의 종목이 정반대였다면 과연 압도적인 위대한 선수로 군림할 수 있었을까? 아닐 것이다. 성공 가능성의 극대화 비결은 제대로 경쟁할 분야를 선택하는데 있다.


“먼저 자신의 성격을 이해해야 한다.”


습관은 두 번째 실수에서 무너진다


인생은 어느 시점에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을 방해한다. 완벽하기란 불가능하다. 긴급 상황이 튀어나온다. 몸이 아플 수도, 출장을 가야 할 수도, 가족이 내 시간을 잡아먹을 수도 있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면 간단한 법칙 하나를 마음속에 떠올려라. ‘절대로 두 번은 거르지 않는다’는 법칙이다.


하루를 거르면 가능한 한 빨리 되돌아가려고 애쓴다. 아침 운동을 한번 거를 수는 있어도 연속으로 두 번 거르지는 않는다. 그렇다. 완벽할 순 없지만 두 번째 실수는 피할 수 있다. 처음의 실수가 절대 나를 망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뒤이어 또 실수할 수 있다. 한 번 거르는 것은 사고다. 두 번 거르는 것은 새로운 습관의 시작이다. 따라서, 하루 걸렀다면 가급적 빨리 궤도로 되돌아가라.


전문가와 아마추어의 차이


우리는 습관을 꾸준히 해나가지만 어느 날엔가 분명 그만두고 싶어질 때가 온다. 체육관에 갔는데 갑자기 운동을 끝까지 하고 싶지 않아진다. 글을 쓸 때가 됐는데 어느 날 갑자기 타이핑하기가 싫어진다. 그럼에도 이같은 일이 일어났을 때 앞으로 나아가는 것. 이것이 전문가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전문가는 스케줄을 꾸준히 따른다. 아마추어는 삶이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둔다. 전문가는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알고 목표를 향해 꾸준히 작업을 수행해나간다. 반면 아마추어는 삶에서 어떤 일이 급박하게 발생하면 진로에서 벗어난다.


“우리는 지루함과 사랑에 빠져야 한다.”


작은 습관의 힘은 복리다


일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면 성과를 낼 수 있다. 운동을 그만두지 않는다면 건강을 얻을 것이다. 배움을 그만두지 않는다면 지식을 얻을 것이다. 저축을 멈추지 않는다면 부를 쌓을 것이다. 작은 습관들은 더하기가 아니다. 그것들은 복리로 불어난다. 이것이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다. 변화는 미미하다. 하지만 결과는 상상 그 이상이다. - ‘에필로그’ 중에서


#자기계발 #습관 #아주작은습관의힘 #제임스클리어 #비즈니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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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다시 읽는 이솝우화
강상구 지음 / 원앤원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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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의 우화에는 신과 사람, 그리고 동물이 등장한다. 이들은 주연이 되기도 하고, 악역을 맡기도 하고, 때로는 바보가 되기도 한다. 여우, 사자, 까마귀, 당나귀, 개 등 많은 동물들이 등장한다. 여우는 여우대로, 당나귀는 당나귀대로 이야기마다 고유의 캐릭터가 있다. 당대 인간들의 특성을 그 시대 사람들이 생각하는 동물에 대입해,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사는 세상처럼 묘사했다. - ‘지은이의 말’ 중에서



책의 저자 강상구는 삼성그룹에서 변화관리, 인사, 교육 담당을 거쳐 현재 SP 변화관리 연구소장으로 재직하며 기업체 및 여러 기관을 대상으로 변화관리에 관한 강의를 진행하고 또 저술활동과 함게 칼럼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책은 총 아홉개 장으로 구성되어 ‘지나친 욕심은 독이다’, ‘자존감, 나를 지켜내는 힘이다’, ‘자만하지 말고 계속 도전하기’, ‘사람들의 원망을 사지 않는 법’, ‘타인과 공존하는 삶’, ‘사람을 잘 가려서 만나는 법’, ‘달콤한 환상은 그저 환상일 뿐이다’, ‘위험을 이기는 항체를 만들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라’ 등의 주제로 이야기를 펼친다.


황금알을 낳는 암탉이 있었다. 그런데, 이 닭을 가진 남자는 욕심이 많았다. 그래서 한꺼번에 많은 재산을 가지려고 암탉의 배를 갈랐다. 당연히 뱃속에 많은 황금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벌인 짓이었지만 그 결과는 허망했다. 일반적인 닭의 배와 동일했던 것이다. 암탉을 죽임으로써 자신이 가진 가장 값진 재산만 날리고 말았다. 눈 앞의 이익에 몰두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준다.


매일 황금알을 하나씩 낳아주는 암탉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각하지 않으려는 직장인은 붐비는 지하철 안에 겨우 발을 밀어 넣고 온힘을 다해 버티며 하차할 역에 무사히 도착한다. 옷 맴씨도 흐뜨러지고 이마에선 땀이 흐른다. 이렇게 고생하며 출근할지라도 언젠가는 크게 성공하리라는 부푼 꿈을 갖는다. 이를 뜻하는 사자성어가 고진감래苦盡甘來다.


만약에 황금알을 낳는 암탉이 있다면 출근 대신 암탉에 온 정성을 다 바칠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암탉이 저절로 알을 낳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적당히 모이도 주고 쾌적한 닭장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계속해서 황금알을 낳는 암탉이 늘어나지 않겠는가.


‘화수분’이란 말이 있다. 재물이 계속 나오는 보물단지를 말한다. 전래동화의 소재로 등장하는 요술맷돌, 이상한 돌절구 등이 바로 이솝우화에 등장하는 황금알을 낳는 암탉과 같은 존재이다. 화수분이 마르지 않는 보물단지가 되려면 그 주인이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한다는 기본적인 전제가 깔려 있다.


최근 음주 뺑소니로 물의를 일으킨 후 거짓말과 함께 별 해괴망측한 조작도 서슴치 않았던 한 트로트 가수의 행태는 바로 황금알을 낳는 암탉의 배를 가른 것에 비유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지하고 응원하는 수많은 팬들은 그에게 많은 부富를 주었다. 그렇다. 황금맷돌이자 화수분을 제공한 격이었다. 하지만 이런 저급한 인성을 표출하는 그에게 실망하고 떠나는 팬들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하면 결국 화수분이라는 단지는 깨지고 말 것이다.


또 하나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은 암탉의 수명이다. 분명히 알을 낳을 수 없는 시기가 온다. 따라서 지금 당장 알을 낳지 못하는 병아리에게도 온갖 노력을 다해야 한다. 건강하게 어미 닭으로 성장하면 특별한 DNA를 물려받은 이 닭도 황금알을 낳을테니 말이다. 안타깝게도 젊은 트롯 가수는 스스로 자신의 수명을 단축하고 만 셈이다.


이솝은 누구에게나 고유한 재능이 있음을 알려준다. 매미의 노랫소리에 반한 당나귀는 매미에게 무엇을 먹기에 그런 노래를 부를 수 있는지 물었더니 “전 이슬만 먹는답니다”라고 답변했다. 이후 어리석은 당나귀는 이슬만 먹다가 굶어 죽었다고 한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한다. 남의 재능을 탐내지 말고 자아를 찾아 자신의 재능을 갈고 닦아야 할 것이다.


거짓 포장은 언젠가 들통이 난다. 과장된 무용담을 떠벌이는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듣고 있는 청자聽者가 직접 본 것이 없다고 내용을 허황하게 부풀려서 자랑을 한껏 하는 사람은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려고 거짓으로 없던 사실을 조작한다.


어리석은 사람은 진실에서 즐거움을 찾지 않는다. 그저 자신을 ‘떠벌리는’ 데서 즐거움을 찾는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과 몇 번 이야기해보면 그 내용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판별할 수 있다. 거짓은 거짓을 낳으니 말이다. 허황된 말을 미사여구로 포장한들 그 밑바닥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햇빛이 비치면 눈이 녹듯 말이다.(93쪽)


원숭이가 높은 나무에서 강에 그물질을 하는 어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어부들은 점심을 먹으려고 자리를 비웠다. 그러자 흉내쟁이 원숭이는 어부들의 그물질을 따라하다가 실수로 그물에 걸려 물에서 허우적거렸다. 이는 전문가가 쉽게 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사자가 황소에게 양羊을 제물로 줄테니 파티에 참석하라고 연락했다. 이는 사자가 황소를 죽이려는 계획의 일환이었다. 황소가 자리에 참석해서 주위의 광경을 보고선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파티 현장에서 여러 개의 대야와 커다란 꼬챙이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위의 우화에서 황소는 사자의 달콤한 유혹에 덫이 있음을 알아채고선 즉시 자리를 피했다. 목적한 바를 성취하지 못한 사자는 자신의 배고픔을 채우기 위해 이후에도 계속 황소를 유혹할 것이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말도 있다. 황소가 유혹에 빠지지 않으려면 사자가 있는 곳에서 멀리 떠나야 한다.


그렇다. 무릇 세상사에 상식선을 벗어난 혜택은 마땅히 비정상이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 미끼나 덫이 아니지 의심해봐야 한다. 만약 그런 유형이라고 판단되면 아예 그 근처에는 기웃거리지 마라. 그래야만 도끼질에 넘어가는 나무꼴을 피힐 수 있다.


#자기계발 #처세술 #이솝우화 #오십에다시읽는이솝우화 #강상구 #원앤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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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홍합 2024-05-21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화지만 하나같이 교훈이지요~
 
영화관에 간 약사 - 우리 일상과 밀접한 약 이야기
송은호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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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등장하는 약들은 극을 전개하는 데 필요한 일종의 장치일 뿐이다. 관객들은 ‘약’을 둘러싼 상황 속에서 인물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변화와 갈등을 일으키는지 보며 감동과 재미를 느낀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송은호는 현재 경북 경산시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이다. 부업으로 작가와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일상을 바꾼 14가지 약 이야기>를 비롯 다수의 약과 관련된 저서를 집필하기도 했다.


말할 수 없는 비밀


이 영화는 젊은 남녀 간의 애틋한 사랑을 다룬 판타지 로맨스물이다. 가난한 가정 환경, 어린 시절의 상처, 오랫동안 앓아온 지병 등은 극중 긴장감과 갈등을 유발하는 장치 중 하나다. 특히 지병이라는 요소는 등장인물의 활동을 제약하거나 역경을 가져오고 목숨을 위협하는 장애물로 등장한다.


그 지병은 바로 천식이다. 천식 환자는 달리기 등 숨이 차는 운동을 할 수 없다. 그래서 비상시를 대비해 항상 천식 스프레이를 휴대하고 다닌다. 안방극장인 드라마에서도 이런 장면은 흔하게 등장한다.


천식은 산소를 운반하는 기관지라는 터널에 생기는 염증 질환이다. 염증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산소가 통과해야 하는 통로가 좁아지므로 천식 증상이 나타나면 기침이 멈추지 않고, 숨을 쉴 때마다 쌕쌕 소리가 나며 호흡이 힘들어진다. 어릴 적부터 천식약을 복용하던 환자는 성인이 되어서도 이 약을 늘 갖고 다닌다.


본 투 비 블루


재즈의 아이콘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트럼펫 연주가 쳇 베이커. 마약 중독에 찌든 그에게 오직 음악만이 유일한 치유였다. 1929년 12월에 미국 오클라호마 주에서 태어난 그는 기타 연주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음악과 가까이 지냈다.


화목하지 않은 가정 탓에 그는 어렸을 때부터 방황하는 시간이 많았다. 대마초를 피우거나 절도로 구속되기도 하며, 난잡한 성생활로 문제를 일으키는 등 방탕한 생활이 이어졌다. 마음을 잡고 군악대를 제대한 후에 밴드를 결성해 트럼펫을 연주하며 재즈 뮤지션으로서의 꿈을 키웠다.


챗은 재즈 뮤지션의 대부로 불리는 찰리 파커가 로스앤젤레스의 티파티 클럽에서 트럼펫 뮤지션을 구한다는 얘기를 듣고 무작정 거기로 향했다. 찰리는 이미 쳇의 소문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협주를 함으로써 쳇은 스타가 되었다.


찰리는 지독한 마약 중독자였다. 모르핀과 헤로인에 중독되어 사생활이 엉망이었다. 마약에 취해 옷을 벗고 돌아다니다가 경찰에 체포되고 정신병원에 수감되는 등 많은 문제를 일으겼다. 찰리를 멘토로 둔 쳇 역시 마약으로 삶이 무너지고 만다.


지금도 연예인의 마약 투여는 큰 이슈로 등장한다. 특히 음악계에 종사하는 뮤지션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마약이 음악에 어떤 영향을 줄까? 정말로 마약이 음악적 영감을 제공할까? 연주를 잘하도록 만들어 줄까?


리미트리스


버넌은 주머니에서 약이 든 봉지를 꺼낸다. 마약인가? 버넌은 손사래를 친다. 그의 말로는 자신이 제약 회사의 컨설팅을 맡고 있고, 이 약은 내년에 출시될 신제품이라 한다.


이는 영화 <리미트리스>(2011년)의 한 장면이다. 현재의 인간은 두뇌의 10%밖에 사용하지 못하는데, 약을 먹으면 100%를 모두 활용할 수 있다는 스토리를 전개한다. 앞서 버넌이 말한 신제품이 바로 이 약이다.


‘인간은 뇌의 10%만 사용한다’는 가설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다. 심지어 자기계발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데일 카네기의 저서에도 이를 언급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는 참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이 아니다.


ADHD 치료제는 집중력을 높이고 각성 작용을 하는 노르에피네프린과 도파민을 증가시킨다. 그 덕분에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진 ADHD 증상을 치료하는 데 빠르고 효과적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많았다. 심하면 정신 질환도 일으켰다. 이같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한번 약을 먹은 사람은 쉽게 약에서 손을 뗄 수 없었다.


한국에서는 ADHD 치료에 암페타민 처방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대신에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약을 처방하고 있다. 문제는 메틸페니데이트 역시 공부 잘하는 약으로 잘못 알려져서 남용된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2022년 ADHD 약물 처방자의 거주지 자료’를 보면 ADHD 처방건수가 가장 많았던 지역은 강남, 송파, 서초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교육열이 높은 지역이다.


사이드 이펙트


“이 약은 세로토닌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에 작용합니다.”

“정확히 어떤 작용을 하나요?”

“슬프다는 느낌 자체를 차단하는 겁니다.”


이는 영화 <사이드 이펙트>(2013년)에 등장하는 한 장면이다. 심한 우울증으로 인해 자실을 시도한 에밀리. 며칠 동안 정신 병원에서 지내길 권하자 이를 거부함에 따라 의사 조나단 뱅크스가 그녀에게 약 처방을 제안하고 있는 광경이다.


흔히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표현한다. 우울증이 한번 자리를 잡으면 한 사람의 영혼과 삶을 서서히 잠식해간다. 대인관계와 커리어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밖에 나가는 것 자체를 무서워하고 삶은 활력을 상실하게 된다. 밤엔 지독한 불면증 때문에 잠을 설치는 생활이 반복된다.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고리를 물고 어느새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백 번씩 되뇌게 돈다. 결국 자살로 이어지는 무서운 질병이다. 어찌 이것이 ‘마음의 감기’일까? 오히려 ‘마음의 암’이라고 표현해야 옳은 듯 보인다.


이 영화는 ‘약의 부작용으로 살인을 한 경우, 살인죄에 해당하는가?’에 대한 논지로 법정에서 공방을 벌이며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스토리가 전개된다. 주인공은 바로 의사 조나단 뱅크스이다.


인간의 뇌에 존재하는 수많은 신경 전달 물질은 우리의 인지, 감정, 뇌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우울증은 신경 전달 물질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대부분의 우울증 치료제는 신경 전달 물질을 조절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사실상 우울증은 약물로 간단히 치료할 수 있는 병이 아니라, 사회·환경적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 더구나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다. 구역질, 복통, 현기증, 발진처럼 비교적 사소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작용을 유발하기도 한다.


페인 허슬러


“환자 1명당 커미션이 연간 4만 8천 달러네요.”

“10명이면 50만 달러에요. 성공은 하늘의 별따기예요.”


이는 영화 <페인 허슬러>의 한 장면이다. 비록 빈털털이 신세이지만 야망만큼은 큰 싱글맘 라이자 드레이크는 제약회사의 영업직으로 고수익을 올릴 기회를 손에 잡는다. 새로 나온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를 성공시키기 위해 그녀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와 제약 회사의 영업사원은 불가분의 관계다. 영업 사원들은 자사의 신제품을 홍보하고, 주문받은 제품을 배송해주고, 제품의 장점과 관련 정보를 전달하고, 샘플을 건네주고, 파손 제품을 반품교환해주고, 법에 저촉되지 않을 정도의 선물을 제공한다.


그런데, 병원 영업일 경우는 매출 규모가 크기 때문에 리베이트 영업이 뒤따른다. 혜택을 받은 의사는 당연히 그 제품 판매에 앞장서게 된다.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처벌함에도 불구하고 리베이트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다.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통 마약이 음지를 통하여 전파되었으리라 생각하지만, 펜타닐이 미국 사회에 널리 퍼지게 된 데는 의사들의 역할이 컸다.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이 무분별하게 처방되었기 때문이다. 제약 회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들은 두통과 생리통 같은 가벼운 통증에도 펜타닐을 처방했고,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도 환자가 요청하면 처방전을 써줬다.(246쪽)


#인문교양 #영화관에간약사 #송은호 #믹스커피 #원앤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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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12가지 원칙 - 불안한 영혼을 위한 랄프 왈도 에머슨의 내면 수업
마크 마토우세크 지음, 이지예 옮김, 랄프 왈도 에머슨 원전 / 한빛비즈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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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스토아 철학자들의 통찰처럼 에머슨도 관점이 세계를 창조한다고 말하면서 우리가 삶의 조건에 관해 어떻게 반응할지 선택하는 힘 속에 우리의 진정한 자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관점이 현실을 주조한다는 것을 알면 우리는 예의 그 습관적인 방식으로 반응하는 것을 멈추고 더 능숙하게, 건설적으로, 좀 더 주의 깊게 고난에 반응할 수 있을 것이다. (중략) 내가 가진 문제의 대다수는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며, 명명백백하게도, 실제 환경보다는 그 상황을 보는 내 방식 때문에 생겨난다. - ‘프롤로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마크 마토우세크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교육자, 강연자로 자기성찰을 통한 개인의 각성과 창의적 탁월성에 초점을 맞추는 작업을 한다. 그는 대학원생 시절(22살)에 스스로에 대한 회의와 의심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다. 이때 처음 미국의 정신을 대표하는 철학자 랄프 왈도 에머슨을 만나 사랑하게 되었다.


총 12장(LESSON)으로 구성된 책은 우리들에게 12가지 원칙을 제안한다. 이 속에는 한 인간이 끝없이 걸어가는 깨달음을 향한 여정이 담겨 있다. 에머슨은 “우리들에게 눈이 건강하려면 지평선이 필요하다. 우리가 충분히 먼 곳을 볼 수 있다면, 우리는 결코 피로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말한다.


독창성(성격이 결국 전부다)

관점(당신이 보는 방식이 당신이다)

비순응(자신만의 세계를 건설하라)

모순(모든 것은 양면적이다)

회복력(자신감이 없으면 우주가 당신의 적이 된다)

생명력(힘의 물줄기는 당신을 통해 흐른다)

용기(두려움의 죽음)

친밀함(사랑은 자연 최고의 걸작이다)

역경(충분히 어두워야 별을 볼 수 있다)

낙관(영혼은 한계를 거부한다)

경외(우리에게 필요하 감정은 경탄이다)

깨달음(어디에서든 당신의 거인이 당신과 함께한다)


(사진, 랄프 왈도 에머슨)


너 자신이 되어라


에머슨은 인생의 목적은 우주와 나의 독자적 관계를 얻기 위해 애쓰며,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것임을 배웠다. 그는 개인적으로도 영적으로도 한 사람의 성격이 모든 것임을 믿게 되었고, 한 개인이 자기 자신을 모른다면, 그 사람은 자신만의 고유한 인생의 목적을 성취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믿게 되었다.


“부를 축적하는 것은 한 인간의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다. 다만, 자기 자신을 탐색하는 것, 그것이 인간의 궁극적 목표다.”


인간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자신만의 것을 세상에 펼치는 것, 그리고 자기 자신이라는 가장 자연스러운 존재를 열매 맺는 것이다. 이것은 다른 이들의 시선이라는 따가운 빛 밖에서, 오직 참된 자신의 모습을 깊이 이해할 때 가능해진다.


(사진, 독창성)


관점이 당신의 현실을 만든다


두 번의 백내장 수술을 받음에 따라 좋아하는 책과 함께할 수 없게 되자 오롯이 자신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시력視力을 잃은 에머슨은 사람의 관점이 변화하는 상황과 경험의 영향을 쉽게 받는다는 깊은 인식에 다다랐다. 우리들의 시각은 마치 쉽게 바꿔 끼울 수 있는 카메라 렌즈의 필터처럼 늘 바뀌고 있고, 인생은 그 무엇보다도 감각이라는 실험실에서 수행되는 실험임을 깨닫게 되었다.


내면을 주시하는 것은 당신을 다시금 진실한 질문의 중재자 자리에 앉게 한다.(55쪽)


(사진, 관점)


비순응자가 되라


에머슨은 대부분의 권위를 매우 불쾌하게 여겼다. 사회 또한 신뢰할만한 것이 못 된다고 확신했다. 겉만 번지르르한 평범함, 추잡한 만족감을 부추김으로써 시민의 안녕을 저해할 음모를 꾸미므로 정복당하는 것을 거부하라고 우리들에게 충고했다.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무언가를 하려는 마음은 자기신뢰로 나아가는 데 방해가 되며, 우리가 사는 숏폼의 시대에 더 강한 중독성만 양산할 뿐이다.


(사진, 비순응자)


위기를 기회로


에머슨은 뉴턴의 운동법칙 중 세 번째 법칙(작용에는 반작용이 뒤따른다)을 심리학에 적용했다. 즉 우리가 가진 모든 성품엔 크기는 같으니 방향은 반대인 특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들은 두 가지를 모두 받아들이는 게 꼭 필요하다.


모순은 우리로 하여금 복잡한 현실과 갈등하게 만들고, 동시에 개인적인 성장의 자양분이 되어준다.(95쪽)


“좋은 것들이 가득한 쿠션 위에 앉아 있는 사람은 잠에 빠진다. 공격을 당하고, 고난을 겪고, 패배의 쓰라린 맛을 볼 때, 사람은 무언가를 배울 기회를 얻게 된다.” -에머슨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자연은 모든 장애물과 장벽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활용한다. 그것을 자신의 목적으로 바꾸고,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자연의 일부인 우리들에게도 이런 과정을 모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나아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어려움이 주는 교훈인 셈이다.


누군가에게는 역경이 적敵으로 보이고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잠재적인 협력자로 보이는 것은 기꺼이 관점을 바꿔보려는 의지에 달려 있다.(107쪽)


(사진, 위기를 기회로)


회복력


자신감은 회복력의 핵심으로 에머슨이 매우 높게 평가했던 또 다른 특징과 연관이 되어 있다. 바로 열정이다. 그리스어 어원(“신으로 가득하다”는 뜻)인 열정은 우리의 목적과 일치하는 데서 오는 영적인 힘이다. 에머슨은 젊은 시절 자신이 충분히 열정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에 스스로를 혹독하게 비난했다.


“열정 없이 이뤄진 위대한 것은 없다.”

- 에머슨의 일기장에서


용기


사랑하는 아내 엘렌이 세상을 떠난 뒤 에머슨은 그 비통함에 짓눌려 있었다. 떠난 지 1년이 경과햇음에도 그의 우울증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잠들지 못해 먹지도 일하지도 못하던 그는 서재에 몇 주 동안 틀어박혀 있기도 했다.


1832년 3월 몹시 추운 아침 그는 아내가 묻힌 공원묘지로 가서 엘렌의 관을 열고 두 눈으로 시체와 마주했다. 스스로가 가진 최악의 두려움을 마주할 수 있다면 아내가 없는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는 에머슨이 그날 남긴 일기에 기록되어 있다.


이후 에머슨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는 결과를 낳았다. 첫 에세이집의 집필을 시작했고, 유럽으로의 항햇길에 올랐다. 스토아 철학자처럼 그도 사람이 두려워하는 대상보다 두려움 그 자체가 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우리 앞에 놓인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용기다.”


두려움은 갑자기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두려움의 노예가 되기보다는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두려움의 내용을 샅샅이 살피는 것이 용기를 키우는 방법이다. 에머슨은 정기적으로 우리가 가진 감정의 헛간을 불태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리 앞에 놓인 난관을 명료한 시각으로 볼 때, 우리는 이를 극복할 힘이 우리 내면에 존재함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사진, 두려움)


친밀함


“나에게는 비둘기 같은 친절한 애정이 없다.”


이는 에머슨이 그의 일기장에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그가 가진 비극적인 결함은 감정적인 친밀함을 두려워한다는 점이었다. 그는 진실하지 못한 것을 매우 고통스럽게 여겼기 때문에 표리부동함에 매우 예민했다. 사랑에 그만큼의 진실함이 동반되지 않으면 어떤 사랑도 완전무결할 수 없음을 그는 알고 있었다.


사랑의 정점은 자기초월임을 에머슨은 알게 되었다. 진정한 사랑이란 시간을 초월하며, 형식이 없고, 목적이 없으며, 단순하고, 회복할 힘을 준다. 그리고 자연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사랑은 개인적이지 않다. 사랑의 개인적이지 않은 힘은 친밀함이란 시험을 잘 견뎌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진, 사랑)


역경


에머슨은 고난을 자연이 바로잡는 과정, 고통을 통찰력으로 바꿀 기회라고 생각했다. 시인 시어도어 로스케는 “어둠이 찾아오면, 눈은 비로소 보기 시작한다.”라는 글을 썼다. 에머슨은 위로라는 보드라운 담요를 주지 않는다. 대신 거친 사랑을 처방한다. 고난의 이면엔 숨은 목적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깨닫는다면 고통에 좀 더 잘 대비할 수 있다.


에머슨과 스토아 철학자들은 우리가 우리의 과거와 어떤 식으로 함께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우리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마음에 기쁜 대로 원하는 틀에 우리의 기억을 넣을 수 있는 자유가 있으며,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할 자유도, 축소시킬 자유도 있다. 인생에 벌어진 사건들에 경중을 달리 매길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게 있으며, 우리가 잃어버린 것의 아름다움을 기억할 능력도 있다.


“당신이 삶에서 파생된 큰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당신이 할 일은 빼앗긴 것에 대해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받은 것에 대해 감사하는 것이다.” - 세네카


(사진, 고통의집)


스톡데일 패러독스


현실적인 희망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는 스톡데일 패러독스로 설명이 가능하다. 베트남전쟁 때 포로로 잡혀갔던 제임스 스톡데일은 역경 속에서 그 상황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희망을 잃지 않는 방법을 찾아냈다.


스톡데일 패러독스는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에서 가장 잔인한 사실에 맞서며 동시에 우리가 끝내 이기리라는 강한 믿음을 잃지 않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앎을 기반으로 하는 낙관은 희망의 문을 늘 열어놓으며, 우리가 가장 혹독한 겨울의 시간을 보낼 때도 우리를 가능성이라는 따듯함으로 보듬는다.


현실적인 낙관주의는 자기신뢰의 핵심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낙관주의는 모든 일이 잘 될 것처럼, 우리가 영원히 행복할 것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현실적인 낙관주의는 현실에 기반한 사실을 부정하지 않으며, 여기에는 악함에 대한 정의로운 분노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해당된다.


(사진, 현실적인 낙관주의)


깨달음


깨우침은 인생의 목표이며, 스스로를 아는 것의 자연스러운 결과다. 우리는 자기신뢰와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착각, 무지, 그리고 스스로를 잊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가능성은 우리 본성의 핵심이자 필수다.


비현실에서 현실을 구분하기 위해 이성과 자아실현의 방법을 사용하다 보면, 스스로에 대한 이미지 너머에 있는 진짜 당신의 자이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이 자아는 개인적이고도 초월적인 한마음, 지나가는 생각과 감정의 소용돌이 아래 당신과 늘 함께하는 내면의 거인, 그것의 반사체다. 이 자아는 오로지 영원한 현재에만 존재하며, 오직 지금,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 진정한 자기신뢰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내면의 거인을 인정해야 한다.


인생의 12가지 원칙


이 책에서 언급하는 12가지 원칙은우리들의 진실한 삶을 위한 지도이자 인생조언이다. 우리들이 직면하는 문제들에 에머슨의 지혜이자 원칙을 잘 활용하고 실천하다면 우리들의 인생은 곧 새로워질 것이다. 동기부여를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인생조언 #좋은글 #자기계발 #에머슨 #인생의12가지원칙 #인생원칙 #조언 #동기부여 #마인드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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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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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정부가 강제로 우리를 학교에 가도록 만들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그럴 일은 없었다. 왜냐하면 정부는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일곱 자녀 중 네 명은 출생증명서가 없다. 가정 분만으로 태어나서, 한 번도 의사나 간호사에게 가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의료 기록도 전혀 없다.- ‘프롤로그’ 중에서


이야기의 주인공 타라는 아버지의 그릇된 신념 때문에 삶의 초반을 희생당한 셈이다. 일곱 남매 중 막내딸로 태어난 그녀는 세상의 종말론을 믿는 모르몬 교도였던 아버지 때문에 이 사회와 단절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모르몬교는 1820~30년대에 미국에서 탄생한 기독교의 새로운 종파로 이들은 몰몬경을 바이블과 함께 경전으로 신봉함에 따라 여기서 비롯된 이름이다.


타라의 아버지는 모르몬교 근본주의자로서 공교육公敎育 자체를 불신했기에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공교육은 아이들을 신에게서 멀어지게 하려는 정부의 음모’라고 말할 정도였으므로 당연히 타라도 마찬가지였다. 심판의 날이 곧 도래한다고 맹신하는 아버지는 가족을 데리고 산으로 떠날 채비를 미리 서두르고 있었다. 그녀는 낮엔 비상식량을 대비한 복숭아 병조림을 만들어야 했고 밤엔 <산속 피신용>이라고 명명한 가방을 끌어안고 잠을 자야 했다. 심지어 이 무거운 가방을 등에 지고 산 위의 피신처로 뛰는 연습까지 했던 것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하루 종일 폐철 처리장에서 고철과 폐기물을 들어 나르는 고된 일을 했음에도 귀가 후엔 카리스마 넘치는 예언자 같은 엄숙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무릎에 커다란 성경을 펴 들고 가족들 앞에서 경전의 구절을 낮은 목소리로 읽어 내려갔다.


그녀의 엄마는 산파를 보조하면서 산파 일을 배우고 있었다. 이는 순전히 아버지의 요구 때문이었는데, 자급자족 경제를 꾸려야 한다는 계획의 일부였다. 사회와 단절된 채 산에서 생활할 때 향후 태어날 손주들을 받아 줄 수 있는 사람은 엄마여야 한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나아가 엄마는 약초에 관해 잘 알기 때문에 가족들의 건강 관리도 돌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후 마을의 산파가 다른 주로 이사감에 따라 분만을 앞둔 임산부들이 조수 역할을 했던 타라의 엄마에게 부탁하러 찾아왔다. 남편이 일자리를 잃어 병원에 갈 돈이 없다는 설명에 딱한 마음이 들어 이를 돕기로 작정, 무사히 출산을 도왔다. 분만 한 건당 500달러라는 수입이 생기면서 엄마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집에 전화를 설치했다. 산통이 심한 임산부의 긴급 연락을 받을 목적으로 설치한 초록색 전화기가 반짝이던 그 모습이 생소했다고 기억한다.


무릇 사람은 성장기에 부모님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타라 또한 보고 듣는 것이라곤 극단적인 모르몬교의 믿음에 의지하는 아버지의 일방적인 가르침과 이에 순종하는 어머니의 행동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남들 다 다니는 학교의 문턱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그나마 공교육을 받은 오빠의 이야기 - 산 너머 바깥 세계에 대한 - 가 타라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었기에 그녀는 새로운 인생을 살겠다고 결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열일곱 살에 비로소 교실에 발을 내딛었다. 열여섯 살 때 고지식한 아버지의 눈을 피해 대입자격시험을 독학으로 공부한 끝에 기적적으로 브리검 영 대학에 입학한다. 참고로 이 대학은 모르몬교 재단에서 운영하며, 홈스쿨링 학생들을 뽑았다.


당연히 타라의 대학생활은 쉽지 않았다. 공교육을 전혀받지 않았던 관계로 기초 교육이 매우 뒤쳐진 상태였다. 나폴레옹과 장발장 중 어느 인물이 허구인지도 구분하지 못했다. 두 인물 모두 그녀는 배운 적이 없었으므로. 문명 사회와 고립된 채 산골에서 부모의 일을 돕고 살았으니 사회 경험은 전무했다. 지인, 친구, 이성 등을 대하는 방법과 심지어 커피 마시는 법까지 새로 배워야만 했다.


이후 타라가 경험하는 배움의 발견은 고난의 과정이었고 이를 참고 견뎌내야 하는 인내심과 끈기가 필요했다. 그녀가 익힌 기술의 핵심이었다. 아무튼 자아의 정체성을 찾고 역사는 본인 스스로 쓰는 것이라는 깨달음에 도달한다. 배움의 의미를 찾고자 방황하는 분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에세이 #배움의발견 #타라웨스트오버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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